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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이 빼어난 강화도 마니산 등산 

 

[2021/07/13, 화] 밤엔 며칠간 계속되는 열대야, 낮엔 30도를 넘기는 높은 기온으로 정말 이러다간 쪄죽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더위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어서 수면부족을 호소하는 분들도 많더군요. 저도 마찬가지라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전 요즘 열심히 산으로 도망을 가고 있습니다.^^ 산은 계곡을 흐르는 차가운 냇물도 있고, 능선에 올라서면 시원한 바람도 부니까요. 그리고 땀을 흘려도 그건 운동하며 흘리는 것이니 더위로 인해 흘리는 것과는 다르지요. 

 

그저께 화요일엔 강화도의 마니산(摩尼山)에 갔습니다. 높이가 472.1m인 비교적 낮은 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산은 100대 명산에 속합니다. 그 이유는 강화도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역사박물관이기도 하고, 거기서 제일 높은 마니산은 단군이 하늘에 제사를 올리느라 쌓았다는 참성단(塹星壇)이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전국체전을 할 때면 성화를 이곳에서 채화하기도 하죠. 한반도상에서 백두와 제주의 중간에 위치한 이 산을 풍수가들은 매우 기가 센 곳으로 봅니다. 대개는 영암 일출산이나 계룡산의 기가 전국에서 가장 세다고 하는데, 마니산의 기가 가장 세다고 보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산을 좋아하는 분들이 마니산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그 능선이나 정상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경관 때문입니다. 사방이 뚫린 능선에서 굽어보는 산과 바다, 논과 밭, 그리고 사람사는 마을들의 모습은 정말 감탄이 나올 정도의 흔치 않은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의외로 마니산은 흙이 많지 않은 돌산입니다. 마니산엔 네 개의 등산로가 있는데, 화도터미널 앞 마니산 입구쪽에 단군로와 계단로가 있고, 사기리의 정수사로(淨水寺路)와 함허동천로(涵虛洞天路)가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 아름다운 경관을 보려면 뒤의 두 등산로를 택해야 합니다. 

 

전 함허동천로를 택했습니다. 사기리에 있는 함허동천야영장 주차장에 차를 대고 거기서부터 등산을 시작합니다.(주차는 무료, 입장료는 성인 2천 원) 함허동천이란 이름이 매우 특별한데 그건 마니산 초입에 있는 계곡의 이름입니다. 그곳의 거대한 너럭바위에 함허동천이란 네 글자가 새겨져있어서 그게 계곡의 이름이 된 것이지요. 이 글씨를 새긴 사람은 조선조 초기의 승려인 기화(己和)입니다. 그는 신라 선덕여왕 때 창건한 마니산의 절 정수사(淨水寺)를 중수하고 그곳에서 수련했다고 합니다. 그의 당호(堂號)가 함허(涵虛)입니다. 당호는 불가에서 수련을 잘한 승려에게 법사가 내려주는 별호입니다. 함허란 단어는 젖을 함(涵)에 빌 허(虛)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뭔가 대단한 의미를 함축한 호입니다. 동천(洞天)은 산천으로 둘러싸인 경치 좋은 명승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승려 기화는 자신의 당호에 이 단어를 합쳐 함허동천(涵虛洞天)이라 바위에 새긴 건데, 그 의미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에 젖어(잠겨)있는 곳”입니다. 사실 강화도의 마니산은 산과 바다가 만나는 곳이라 새벽이나 이른 아침엔 안개가 끼는 일이 많은데 맑은 날의 경우는 함허동천으로 불려 손색이 없지요. 

 

마니산은 그 전체가 돌산으로 곳곳에 넓고 평평한 너럭바위들이 있습니다. 계곡의 드넓은 너럭바위 위로 큰 물줄기가 흘러내리는데 그런 광경은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듭니다. 인수봉의 대슬랩 같은 널찍한 바위 위로 큰 물줄기가 흘러내린다고 할 정도로 계곡 한켠의 너럭바위 위로 물이 흐릅니다.(겨울엔 그 너럭바위 전체가 얼음으로 뒤덮입니다.) 전 함허동천로의 계곡과 능선 갈림길에서 먼저 능선로를 택했고, 하산시에 계곡로를 통해 내려왔습니다. 어느 등산로를 택하건 상단에서 작은 공룡능선 같은 암릉(巖陵) 구간을 만나게 되는데, 거기 오르기 직전부터 중간중간 기막힌 조망이 터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암릉구간에 이르면 마니산 정상에 이르기까지 700-800m 정도의 상대적으로 작은 너럭바위 위를 걸으며 사방의 조망을 즐길 수 있습니다. 

 

멀리 영종도와 신도, 시도, 모도의 다리로 연결된 세 섬들과 장봉도도 보이고, 아주 가까이 석모도와 교동도도 보입니다.(이 두 섬 역시 이젠 강화도에서 이어지는 연육교로 연결되었습니다.) 경탄할 만큼의 멋진 경관이니 산을 좋아하시는 분들 중 마니산을 아직 안 가보신 분들에게 함허동천로 등산을 추천합니다. 다른 구간은 괜찮으나 암릉구간에서는 조심해야 합니다. 등산로가 실로 단애(斷崖)라고 할 만큼 깎아세운 듯한 낭떠러지 옆에 나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위험한 곳은 난간들이 설치되어 있지만 그게 없는 곳도 있습니다. 그곳은 편마암 지역처럼 뾰족하거나 판장처럼 생긴 바위는 없는 대신 작은 너럭바위들의 연속인데 워낙 많은 등산객들로 인해 이 바위들이 닳아있어 미끄럽습니다. 그래서 비오는 날이나 눈내릴 때는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안개가 낀 날도 역시 안 미끄러지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마니산은 주말이면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행렬을 이룰 정도이고, 정상 헬기장에도 머물 자리가 마땅치 않을 정도라는데 평일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등산을 하고 있었습니다. 암릉구간에서 우연히 이영환(41세), 이윤건(11세) 부자를 만났는데 어린 친구가 아빠를 따라 그 힘든 등산을 하는 게 대견했습니다. 윤건이는 아직 잘 모르지만 나중에 아빠가 젊은 시절에 함께 마니산에 올랐던 걸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살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 부자의 나이 차이가 30세인데, 저도 똑같은 나이차를 가졌던 아버님과 함께 마니산에 오른 일이 있었지요. 제가 40대 초반의 일입니다. 당시에 2인승 차로 아버님을 모시고 많은 여행을 했었는데, 그 때 산이나 공산성 등의 유적지를 오르며 뵌 아버님의 뒷모습이 아직도 뇌리에 생생합니다. 제가 늦게 철이 나서 그랬는데 아버님이 더 젊은 연세일 때 모시고 여행을 했었더라면 하는 후회가 일기도 합니다. 

 

참성단은 고려시대에 한 번, 조선시대에 두 번 중수했는데 현재도 보수중이라 출입이 통제되고 있어서 아쉬웠습니다. 마니산의 생기를 느껴보기 위해서는 거길 들러야 진짠데...^^; 참성단 안의 150년된 보호수인 자작나무과의 갈잎큰키나무, 소사나무는 잘 자라고 있더군요. 원래 소사나무는 아주 좋은 분재 재료인데 참성단 소사나무는 마니산 정상에 부는 바람을 맞으며 멋진 모양의 대형 분재 나무처럼 자라고 있었습니다. 

 

현재의 마니산 정상은 참성단에서 70m 떨어진 헬기장이랄 수 있습니다. 주변에 정상석 대신 나무기둥을 세우고 거기 마니산이라 한자로 적어놨습니다.(대개 그 옆에서 100대 명산 정상 인증사진 등을 찍습니다.) 희한한 건 마니산 정상에 웬 고양이들이 그렇게나 많은지... 무려 11마리의 사람 손을 탄 고양이들이 등산객들이 쉬는 헬기장 바닥에 널부러져있거나 돌아다닙니다. 어떤 녀석은 다가와 제 다리에 대고 몸을 비비기도 합니다. 이 산은 3시간이면 등산이 가능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빼어난 경치를 보느라 발길이 늦어지는 바람에 대개 4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저 역시 그랬습니다. 오래전에 아버님을 모시고, 전등사에 먼저 들렀다가 마니산을 올랐을 때 단군로를 통해 올라왔기에 헬기장에서 등산로를 보며 그 길로 내려가고픈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정상에서 마니산 입구로 내려가는 등산로 두 개가 있기는 하지만 전 함허동천야영장 주차장에 차를 세워뒀기에 원점회귀해야 했습니다. 그리로 내려오는 길에서도 세 가지의 선택이 있습니다. 먼저 정수사로 빠지는 갈림길이 있고, 좀 더 내려가면 능선로와 계곡로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정수사 등산로는 절까지 올라가는 차도가 있기에 이 코스가 가장 짧은 코스입니다. 전 야영장 주차장으로 가야하므로 계곡로를 택해 내려왔는데 이곳은 경사가 세고 미끄러운 구간들이 많아서 조심해야 합니다. 함허동천 글자가 새겨진 대규모의 너럭바위 구간에서는 전에 사망사고까지 있었다고 하니 난간이나 로프로 막힌 곳에는 절대 들어가지 않아야 합니다. 

 

강화도의 해안남로를 따라 사기리로 가며 본 Cafe Route 66에 언제 한 번 들러보고 싶습니다. 미국의 66번 국도를 아는 분이니 미국의 자동차 문화에 대해 잘 아는 분일 듯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게임 오버워치(Overwatch)를 즐기는 분일 텐데, 후자일 가능성은 적을 듯합니다.^^ 기회를 보아 등산로에서의 경관은 함허동천로만 못 하나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마니산 입구 등산로를 통한 등산도 해 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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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릉구간에서 만난 이영환, 이윤건 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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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니산 정상 헬기장. 뒤로 암릉구간 일부가 보인다. 그 산을 넘어가면 또다시 암릉구간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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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허동천 계곡 너럭바위에 승려 기화(당호 함허)가 새긴 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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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릉구간의 등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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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릉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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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왕리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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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석벽 아래 핀 참나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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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니산 정상에서 보이는 화도의 논밭, 바다, 석모도, 그리고 멀리 교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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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모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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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 중간에 교동대교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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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동대교를 더 당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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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니산 신선들.^^ 무려 11마리의 고양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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