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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Y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당연히 접착제에 대한 지식도 가지고 계실 것이고, 아마도 에폭시 접착제를 애용 중이실 것입니다. 하지만 가끔 유튜브를 보면 아직도 에폭시는 일반인들에게는 꽤 낯선 접착제인 듯합니다. 에폭시 자체를 모르는 분들이 많은 걸 보게 됩니다. 댓글에서 그 강력한 성능에 대한 예찬이 많네요. 그러니 에폭시를 직접 사용해 보신 분들은 더더욱 적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문방구나 다이소에서 팝니다.)

 

전 1971년도에 당시 스키 국가대표였던 같은 대학의 1년 선배 김진록 형의 집에서 그걸 처음 봤습니다. 진록 형이 해외 전지훈련을 다녀오면서 스키 수리를 위해 그걸 한 세트(A액과 B액 각 한 병) 사 왔던 것입니다. 어린애들 이유식 병 만한 작은 병 두 개였습니다. 하난 유리알처럼 맑은 색이었고, 하난 약간 탁한 색깔이었는데 후자가 경화제란 얘기를 들었죠.(접착제는 평소에 그 상태로 있다가 경화제를 섞어줘야만 굳는 것입니다.)

 

당시엔 그 접착제의 성능이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그 때는 스키 제작 기술의 변혁기였습니다. 나무 스키와 나무+금속 스키만 있던 시점에서 플라스틱 소재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초기였던 것이지요. 이 때 비로소 스키를 만들 때 나사(너트)를 하나도 사용하지 않는, 오로지 접착제로만 나무, 플라스틱, 그리고 금속을 접착한 스키가 시장에 나왔던 것입니다. 접착제라면 본드나 아교 정도만 알고 있던 제게 그같은 강력한 접착 성능을 가진 에폭시는 신세계의 물건이었습니다.

 

고교시절부터 에폭시를 구입해서 많이 사용했습니다. 그걸 이용해서 아웃도어나 스키 장비도 수리하고, 그걸 파이버글라스에 함침해서 각종 장비의 부속품을 DIY로 만들기도 하는 등 활용을 많이 했습니다. 집안의 파손된 집기 등로 그걸로 수리를 했습니다.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그게 두 액을 섞은 후에 접착할 곳에 바르고, 접착될 물건 두 개를 바이스 등으로 물려 압력을 가하면서 헤어 드라이어 등으로 열을 가해주면 엄청난 접착력으로 한 덩어리가 되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에폭시를 다량으로 굳혀 돌덩이처럼 만든 후 그걸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서 액세서리로 가공을 해보기도 했습니다.(요즘 아이들 머리핀 등 에폭시를 이용한 이런가공품들이 꽤 많이 나오고 있죠. 같은 짓을 전에 제가 한 겁니다.)

 

그런 재주는 다양한 경험을 해나갈수록 기술의 깊이를 더하게 마련이지요. 나중엔 카본 바이크의 부속이 망가지는 경우 그걸 에폭시와 카본 울, 천, 혹은 케블라천 등에 함침시켜 제가 원하는 모양으로 그 부속을 변조시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하여간 에폭시는 쓸 모가 많은 접착제입니다.

 

아래는 그 에폭시의 일종으로 철 분말을 함유하고 있고, 스틸 제품의 손상된 부분을 때울 때 쓰는 것입니다. 구멍이 나거나 녹이 나 망가진 쇠파이프를 때우거나 할 때 주로 사용하지요. 어느 에폭시 회사에서나 이런 류의 제품이 나오는데 아래는 중국제로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값싸게 살 수 있는 좋은 제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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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포장된 제품이고, 안에서 튜브를 꺼내 뚜껑을 열면 아래와 같습니다. 사용 시에는 내용물인 레진(resin / 유체 플라스틱)과 경화제(hardener)를 1:1의 양으로 섞어서 잘 비빈 후에 그걸 접착할 곳이나 때울 곳에 바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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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선 금속 분말을 함유한 왼편이 레진이고, 오른편이 경화제입니다. 대개 맑은 색의 일반 에폭시는 레진이 투명합니다.

 

아래는 박스 포장지에 쓰인 내용입니다. 혹 중국어를 모르실 분을 위하여 구글 렌즈로 번역을 시켜 촬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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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포장 박스 뒷면의 내용입니다. 번역은 잘 된 듯합니다. 무리 없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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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걸로 뭘 할 수 있는가??? 마침 집에서 사용하던 코렐의 유리 그릇 하나가 귀퉁이가 깨졌더군요. 그걸 땜질해 보기로 했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대로 두 액을 섞어 비빈 후에 깨진 부분과 깨어져 나온 유리 조각에 칠한 후에 접착했습니다. 대략 두세 시간 후면 매우 강하게 접착되어 있습니다. 그 때 혹은 그 후 몇 시간 정도 더 둔 후에 접착시에 밀려나온 여분의 에폭시를 (에폭시가 덜 굳었을 때는) 칼로 잘라내거나 (많이 굳었을 때는) 파일(줄)이나 샌드페이퍼로 갈아내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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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는 깨진 조각을 반만 사용하고, 나머지 반은 에폭시로만 채워서 시공을 했습니다. 어떻게 보이는가를 알려드리려고요. 이번 것은 제가 좀 거칠게 작업을 했습니다. 시험용으로 한 거라서요. 좀 더 정성을 기울이면 더 매끈하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에폭시는 열에 대단히 강하고, 화학적으로도 비교적 안정되기 때문에 식기를 접착하거나 때워서 실제로 사용해도 별 문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여기서는 색상이 진회색인 스틸 에폭시를 사용했지만, 일반 에폭시에 흰색 에폭시용 안료를 섞어서 때운 티가 안 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아래 사진의 병안에 들어있는 것이 에폭시용 백색 안료입니다. 이런 안료는 고체형이 있고, 액체형도 있습니다. 용도에 따라 골라 쓰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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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은 액체형이라 사용 전에 잘 흔들어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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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여간 이런 식으로 때우면 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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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귀한 식기가 상한 것이라면 일본식의 금땜을 해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에폭시에 금분을 섞어서 때우는 것입니다.(실제로 도예가들은 이렇게 오래된 도자기 식기를 때워서 사용하라고 가르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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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렐의 유리 식기

 

미국 코닝 사의 식기 브랜드인 코렐은 싸고 잘 깨지지도 않는 식기죠. 물론 이것도 험하게 다루면 깨집니다. 지금은 이런 코렐 식기를 사용하는 가정이 별로 없을 것 같은데, 우리 세대들은 결혼할 당시에 이런 게 트렌디한 신제품이어서 그걸 오랫동안 사용했었죠.

 

이빠진 식기는 재수없다고 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오래 정이 든 물건이 상하면 그걸 그냥 내던지는 게 쉽지 않잖아요? 그런 경우에는 그걸 수리해서 사용하십시오. 그리고 수리를 하실 때 수리한 티가 안 나게 정성을 들일 수도 있지만 일부러저렇게 티가 팍팍나게 수리하시고, 그걸 쓸 때마다 '이거 내가 DIY한 거다.'라는 생각이 해 보시는 것도 즐거울 수 있습니다.(저는 대개 그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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