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왜 갑자기 파우치 얘기를 하고, 또 이에 "뽐뿌" 받을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하는 것일까? 그건 이 파우치를 만든 재료가 아주 남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이 파우치는 판매용이 아니다. 이걸 만든 소재와 관련된 회사에서 기념품으로 제작하여 자사의 고객에게 주기도 한다는 물건이다.

그럼 이의 재료가 무엇이관대??? 케블라(Kevlar)이다. 아는 분은 “아니, 그걸로???”하며 깜짝 놀라겠지만, 이것은 모르는 분이 태반일 수도 있는 재료일 것이다. 가끔은 케블라라고 하는 것보다 아라미드(Aramid) 섬유라고 해야 맞는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게 틀린 얘기는 아니다. 어쨌든 이의 재료는 케블라라고 불러야 더 멋져 보인다. 정확히 말하자면, 미국의 화학회사 듀퐁이 개발한 최첨단 소재의 이름이 파라 아라미드이다. 그리고, 그 섬유의 등록상표가 케블라인 것이다. 라떼식(when-I-was-young)의 발언으로 하자면 조미료라고 부르기보다는 “미원”이나 “미풍”이라고 해야 더 이해하기 쉬운 그런...

어쨌거나 케블라는 섭씨 500도의 고열에서도 타지 않아서 소방관의 방화복에도 들어가고, 강철의 5-10배일 정도의 엄청난 고강도라서 총알도 뚫지 못 하기 때문에 방탄복 소재로도 사용되며, 고탄성, 저수축, 뛰어난 충격흡수 등의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어서 광케이블 보강재, 항공우주 산업에서의 복합재료, 미사일 앞부분의 커버, 스키 등의 첨단 스포츠 용구 소재(강도 보강 및 충격흡수)로도 활용되고 있다. 자전거나 자동차 타이어 중에 케블라 비드라고 적힌 고가 제품들은 다 질기고도 견고한 타이어를 만들기 위하여 케블라 코드를 삽입한 제품이다. 이는 기존의 철심 와이어보다 유연하면서도 충격흡수가 잘 되는 타이어를 만들어준다.

“개짓(gadget)거리“를 좋아하는 나는 카본이나 케블라에 관심이 많아서 이런 천에 에폭시를 함침(含浸/impregnation)시킨 FRP(Fiber Reinforced Plastic)를 만들어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해 왔다.(카본 자전거 부품이 망가졌을 경우, 그걸 케블라 FRP로 성형하여 대체하기도 한다.) 케블라 소재로 만든 목장갑 비슷한 모양의 두껍지 않은 장갑은 도예용 가마(소성로) 안에 있는 새빨갛게 달궈진 도자기를 손으로 잡아 꺼내는 데 쓰이기도 한다.(난 커피를 로스팅할 때 케블라 장갑을 사용하기도 한다. 기관총을 파리 잡는 용도로 쓴다고 잘못될 건 없지 않은가?^^;) 케블라는 1970년대 초에 미국의 듀폰에서 최초 개발되었지만, 일본과 우리나라도 그로부터 10년 이내에 개발하여 이를 여러 회사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 단계에서 "근데... 도대체 왜 파우치를 케블라로 만들었냐고???"하고 물을 분들이 있을 듯하다.^^ 또 어떤 분들은 "아니, 케블라로 파우치를 만들었다고??? 그거 살 수 있어요?"하고 엉뚱한 뽐뿌를 받을 분도 있을 듯하고...(자전거 타는 사람이나 스포츠광들 중에 뭔가가 카본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면 비정상적으로 깊은 관심을 가지고 돈을 펑펑 쓰는 사람들도 많다. 케블라에 대해서도 비슷한 반응.)

위에서 얘기했지만 이건 판매 제품이 아니다. 복합소재 전문회사인 제이에스컴퍼짓(JSComposite / http://jscomposite.kr/ / 대표: 박성열)이란 회사의 대표님이 어떤 문제로 자문을 구하기 위해 날 찾아오면서 주신 몇 개의 선물 중 하나인 것이다.(다른 희한한 선물에 대해서는 또다른 포스팅을 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케블라가 뭔지 아는 고객에게 세상에 없는 일상용품을 하나 만들어 선물하고 그걸 통한 바이럴 마케팅을 기대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물론 이 회사의 박 대표님은 "마케팅용은 아니구요. 그냥 재미난 거라 박사님은 관심을 가지실 듯해서 가져온 거에요."라고 말씀하셨을 뿐이다. 물론 난 이런 말도 안 되는, 있을 수 없는 선물에 열광(!!!)했다.^^

그렇다구요.^^ 모르고 보면 그냥 서류를 넣어가지고 다닐 수 있는 파우치이지만 알고 보면 대단하고도 끔찍한(?) 파우치인 것이라서 독백하듯 써 본 거에요.^^ 가죽 소재와 지퍼, 천으로 된 내장 레이어, 그리고 간단한 쇠장식을 제외한 모든 것이 케블라 복합소재(퓨어 카본과의 교직)의 천에 폴리에스터 플라스틱을 함침한 것이다.

그냥 그렇다는 거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