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파주의 "용미리 석불" - 우연찮게 가 본 대단한 석불 - 박순백 2005-09-27
제가 양주의 26사단에 들렀던 것이 9월 5일 월요일인 것 같습니다. 그 부대장인 제 친구 장광일 소장이 인라인 스케이트장을 만들고자 하여 거기서 잡아놓은 터를 확인해 주고, 관련 정보를 주기 위하여 갔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가보니 그 부근에 제 귀에 익은 지명이 나오더군요. 그리고 왠지 거대한 석불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나중에 그게 착각임을 알았습니다만, 당시에는 양주의 한 지명을 듣고, 바로 파주 용암리의 거대 석불이 뇌리를 스쳤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 마을로 가다가 정확한 길을 알기 위해 주민들에게 물으니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합니다. “이 부근에 아주 큰 석불이 있지요? 거길 가려는데, 어디로 가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대해서 아무도 아는 체를 않는 것이었습니다.-_-
그래서 할 수 없이 집사람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저희가 몇 번 그 석불을 구경하기 위해서 언제 시간을 내서라도 거길 가보자는 얘기를 했었거든요. 그 석불이 경북 영주에서 안동 부근으로 가다가 만나는 제비원 석불(이거 아주 유명합니다.)과 비슷한 면이 있는 대작이거든요. 전에 집사람과 제비원 석불을 구경하고, 그와 비슷한 모양의 용미리 석불도 보려고 작정을 했던 것이지요. 집사람이 전화를 받더니, 제가 얘기한 양주의 그 지명은 들어본 일이 없다고 합니다. 게다가 “그 석불의 이름이 용미리 석불이고, 그건 파주에 있는데 왜 양주에서 그걸 찾아요???”라는 얘기를...-_-
알고 보니 제게만 익숙한 어떤 지명 때문에 제가 엉뚱한 곳을 헤맨 것입니다. 하긴 양주 옆이 파주이긴 하지만, 양주에서 파주 용미리 석불을 찾았으니 그쪽 주민들이 알 리가 있었겠습니까?^^; 할 수 없이 양주에서 벽제 쪽의 용미리를 찾아가기로 했지요. 기왕 혼자 찾아 나선 길인데, 어쩌겠습니까? 근데 양주에서 파주까지가 꽤 멀더군요.
정말 한참을 달려서 벽제 초입에서 파주쪽으로 들어갔는데, 거긴 고양군과 파주시의 경계 지역이더군요. 근데 희한한 것이 그 유명한 용미리 석불이 도로 상의 이정표에 나와있지 않더군요. 용미리로 향할 때는 물론 용미리에 도착을 해도 도무지 어디로 가야 그 석불이 있는지 알 수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냥 무작정 달려가다가 한 굽이를 돌아섰는데, 저쪽 산 위에, 아니 산중에 삐죽 나온 두 개의 석불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사진으로는 용미리 석불을 워낙 많이 봐왔기 때문에 바로 알 수 있었지요.
- 이 사진에서 길이 끝나는 것처럼 보이는 곳의 산 위에 뭔가 희고, 작게 서 있는 것 두 개가 보이시지요? 그게 용미리 석불이었습니다.
더 가까이 가니, 석불 두 개의 모습이 확실합니다.
그 석불을 보고 달려갔는데, 역시 이정표가 없어서 오른쪽에 서 있는 “용암사”란 표석을 보며 자칫 지나칠 뻔 했습니다. 파주시는 무슨 문화재 관리에 대한 정책, 관광 정책이 그 모양인지...-_-(명색이 보물인데 말입니다.)
표석에 쓰인 걸 보니, 용미리 석불을 공식적으로는 “쌍미륵불”이라고 부르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나중에 알았는데, 고양 쪽에서 파주시 쪽으로 향하는 그 산길이 “석불로”이더군요. 그걸 보면, 그 석불을 파주시에서도 꽤 귀히 여기는 것 같은데, 대접은 영 아닌 겁니다.
- 용암사의 대웅보전입니다.
용암사는 의외로 크지 않은 절이었습니다. 위의 대웅보전 사진만으로도 그걸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대웅보전 왼편 옆길로 올라가면 석불이 있다고 합니다.
전 안동 부근 제비원의 석불처럼 용미리 석불도 길가에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입니다. 길가이긴 하되, 산중으로 좀 올라가야 그 석불이 있는 것이었습니다.
- 대웅보전 옆길로 10여 미터를 올라가자 소나무 사이로 쌍미륵불이 보였습니다. 대단히 멋집니다.
이 용암리 석불은 제비원 석불보다 규모는 크지만, 석불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정교함은 제비원 것에 미치지 못 합니다. 제비원의 석불은 큰 바위 위에 석불 하나만 있는 것도 다르고... 실제 둘을 비교하면, 좀 차이가 있는데, 그래도 둘 중 하나를 보고 나서 딴 석불의 사진을 보면, 뭔가 꽤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이 드는 석불들입니다.
제가 오후 4시경에 양주 26사에서 떠나 용미리에 도달했을 때는 해가 넘어가려 할 때였습니다. 석양에 소나무가 많은 산중에서 하늘을 지고 우뚝 선 그 불상의 모습은 장관이었습니다.
- 오른쪽의 미륵불은 왼편 석불에 기대어 합장을 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참, 예술가의 눈이란... 저 중간에 틈이 난 바위 두 덩이를 보면서 거기에 불상의 두상만 올려 놓으면 미륵불이 되리라고 생각을 했었다니... 존경스럽습니다.
이젠 딴소리 그만하고, 사진 위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좌우의 두 불상이 좀 다릅니다. 전형적인 불상의 모습을 가진 것은 왼쪽의 석불이고, 그 석불이 더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습니다.
아래, 위의 사진은 큰 바위 얼굴을 옆에서...
위 사진은 오른쪽의 불상인데, 왼쪽 석불이 가려서 석양을 못 받게 되니 좀 더 달라 뵙니다.
그 불상들의 뒷모습이 궁금하더군요. 그래서 불상의 뒤쪽으로 더 올라가 보았습니다. 역시 그 불상의 머리가 놓인 곳은 커다란 암벽 위였고, 그 뒤에도 거기에 연결된 큰 바위들이 있었습니다.
- 소나무 사이로 두 불상의 머리 부분이 보입니다.
불상 머리 쪽으로 더 접근해 보았습니다. 두 불상의 머리 사이로 용미리가 보입니다.
재미난 것은 큰 바위 절벽에 쪼아놓은 몸둥이 위에 미륵불의 두상이 덜렁 놓여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아래 사진에서와 같이 밑부분은 기울기를 조절하느라 작은 돌들로 받쳐 놓았습니다.
이 두상의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를 비교하여 보여드리고자 앞서 사진의 오른쪽에 있는 불상 밑에 제 카메라 가방을 놓고 사진을 찍어 봤습니다. 카메라 가방은 중간 크기의 보스톤 백 정도입니다.
- 비교가 되시지요?
제가 전에 찍은 제비원 석불의 사진을 컴퓨터 바이러스에 감염된 PC에서 날려먹은 바람에 둘을 비교해 드리지 못 하는 것이 아쉽습니다.(그 때 영주 부석사 등에서 찍은 사진 등도 모두 날아가버렸습니다. 몇 년 전 얘깁니다만...)
하여간 양주에 갔다가 엉뚱하게 파주의 용미리까지 달려갔던 것이 지금 생각하면 재미있습니다. 나름 대로 볼만한 광경이기도 했고요.
역사를 전공한 집사람의 영향도 있고, 저 스스로도 역사 관련 정보며, 투어에 관심이 많다 보니 많은 곳을 돌아다니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 나라의 문화재가 거의 대부분이 불교 유적과 관련되는 것이다 보니, 절을 찾는 일이 많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오딧세이(Odyssey)는 계속될 것이고, 그 잔재를 여러분들은 위와 같은 형태로 보시게 될 것입니다.^^
성주풀이의 고향, 안동 제비원 석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