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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차 아침이 밝았다. 게르(Ger) 문을 열어보니 하늘이 회색 빛으로 우중충하다. 어제 저녁 자는데 빗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더니 밤사이 꽤 많은 비가 온 것 같다. 

식당에 가보니 이미 아침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요리사가 날씨에 맞추어서 요리를 하나보다. 진한 커피와 홍차 그리고 바게트가 준비되어 있었고, 수프와 삶은 계란 그리고 소시지가 접시에 예쁘게 담겨 있었다. 아내는 오늘 라이딩을 하지 않기로 했다. 새벽에 비가 많이 와서 도로가 온통 진흙일 확률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 아직 오프로드에서의 경험이 많지 않은 아내에게 위험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다. 또 아내는 자전거를 타면서 몸이나 옷에 진흙이 묻는 게 싫다고 한다. 그래서 아내는 오늘 라이딩 쉬는 날이다. 왠지 아내의 목소리에서 행복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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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딩을 하려고 준비하는데, 저 멀리 엄청난 무리의 양떼와 이 양떼를 모는 몽골 유목민의 모습이 보였다. 이 모습을 촬영하고 싶어서 드론을 날려보냈는데, 드론으로 보니, 그 유목민은 말이 아닌 오토바이로 양떼를 몰고 있었다. 시대가 흘러 이제는 오토바이로 양떼를 모는 것을 보니 참 신기했다. 

라이딩을 시작했다. 역시나 도로가 온통 진흙 천지였고 많이 미끄러웠다. 가는 중간 중간에 가축을 몰고 이동을 하는 몽골 유목민 가족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다. 특히나 앞의 아버지를 뒤따르는 아이들이 모습이 너무나 늠름해 보였다. 바타의 말로는 오늘부터 몽골 산맥을 가로지르는 많은 업힐들이 시작된다고 했다. 바로 눈 앞에 몽골 산맥의 모습이 보였다. 한국의 산들과는 모습이 많이 다른데, 한국의 산들이 산림이 울창한데 비해, 몽골의 산들은 민둥산 같았다. 그리고 보기에는 낮아 보여도 막상 업힐을 시작하고 나면 꽤 많이 올라가야 해서 허를 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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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딩 중간에 유목민들을 자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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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의 산맥! 이런 민둥산을 오른다.)

업힐 중간에 바타(Bata)가 어느 초가집을 보여줬는데, 그 집들이 바로 몽골 유목민들이 겨울 기간 동안 지내는 장소라고 한다. 몽골의 겨울은 매우 춥고 혹독하기 때문에 가축을 모는 기간동안 초원에서 지내고 겨울에는 안전하고 따뜻한 장소에서 따로 지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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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측에 보이는 집들이 몽골 유목민들이 겨울 동안 지내는 거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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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우리 일행이 되어버린 강아지들)

아까 지나쳤던 몽골 유목민의 겨울 초가집에서 강아지가 뛰쳐나왔다. 어느새 친구가 된 우리 일행을 따라 업힐을 따라왔다. 덩치도 매우 크고 꼭 독일 세퍼트 강아지처럼 생겨서 무서웠는데 사람을 매우 좋아하고 잘 따르는게 너무 귀여웠다. 그리고 재미있는 게 우리가 올라가면 같이 뛰어올라가고 우리가 멈추면 우리 주변을 계속 맴돌았다. 마침 심심했는데 잘 걸렸다 뭐 이런 느낌 같았다. 어느새 강아지들과 어느 몽골 산맥의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는 이미 지원차량들이 도착을 해서 그늘을 만들기 위해서 타프(Tarp)를 치고 테이블을 깔고 간식을 준비해 놓고 있었다. 간식을 먹으며 쉬고 있는데 이제 보니 강아지가 한 마리 더 늘어서 두 마리가 되었다. 동네 친구를 부른 것 같다. 이 두 마리의 강아지들이 산 정상 초원에서 날아다니는 메뚜기들을 뒤쫓으며 뛰어다니는 모습이 마치 신선들의 놀이 마냥 너무나 행복해 보이고 여유 있어 보이고 아름다워 보였다. 사실 행복이 그리 멀리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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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거의 다다른 스테판 할아버지! 뒤로 몽골 산맥의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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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힐 정상에 준비된 간식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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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왔으면 올라온 만큼 내려 가야한다. 자전거 라이딩의 진리다. 다운힐을 하는데 저 멀리 수평선과 두줄의 자전거길 그리고 파란색 하늘과 흰색 구름만 보인다. 그리고 끝없이 달리기만 한다. 진짜 이곳이 내가 아는 지구가 맞나? 우리가 가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장소들은 또 얼마나 아름다울까? 정말 열심히 여행 다녀야겠다. 세상에는 아름다운 곳이 너무나 많다. 

다운힐을 마치고 조금만 달리다 보니 어느새 반가운 모습들이 보인다. 저 멀리 지원차량들이 보인다. 배에서도 꼬르륵 점심식사 신호를 보낸다. 점심 식사를 하려고 자리를 잡는데 비가 조금씩 많이 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바람이 세게 불었다. 그래서 차량 두대를 L자 모양으로 붙여서 바람을 막고 차량 위로 타프를 쳐서 비를 막았다. 이렇게 해 놓으니 완전 천해의 요새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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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힐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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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식사 장소로 이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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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점심은 보쉬였다. 보쉬는 러시아 김치찌개라고 표현을 하는데, 사실 김치가 들어가는 것은 아니고 빨간 무와 고기가 들어가는데, 색깔이 빨개서 꼭 김치찌개처럼 생겨서 내가 그렇게 부르고 있다. 거기에 마요네즈를 넣고 빵이랑 먹으면 정말 맛있다. 요리사 무기(Mugi)가 열심히 실력 발휘를 하고 있다. 제육 덮밥 같은 메뉴도 나오고 신선한 샐러드도 나오고 음식이 다채로웠다. 무기가 정말 요리를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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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맛있게 먹고 계속해서 달려야 한다. 다행히 비가 그쳐서 그 순간을 노려 빨리 달려서 라이딩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계속해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오프로드 길이 펼쳐지고 있다. 정말 이 길의 끝은 있는 걸까? 너무나 멋진 풍경이다. 드디어 저 멀리 오늘의 숙소가 보인다. 마지막 휴식을 뒤로하고 계속해서 페달을 달린다. 오늘의 숙소가 산 중턱에 위치해 있어서 마지막까지 업힐이다. 몽골에서 업힐은 절대 만만하게 보거나 우습게 보면 큰 코 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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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숙소 앞에 도착했다. 이 곳은 13세기 몽골의 풍경을 조성한 곳이라고 한다. 원래 관광객들을 위해서 지어진 곳인데, 사실 영화 촬영 장소로 더 많이 활용된다고 한다. 게르에 들어가기 전에 자세를 잡고 배정된 게르에 들어가본다. 이곳 관계자말에 따르면 나와 아내가 묵는 게르는 원래 칭기즈칸의 장군들이 묵던 곳이라고 한다. 장군!!

다행히 체크인을 하자마자 장대비가 억수같이 쏟아져 내린다. 마치 하늘에 구멍이 난 것처럼 순간적으로 많은 비들이 내리기 시작했다. 천만다행이다. 비가 오기전에 라이딩을 끝낸 것이 이렇게 기쁠 줄이야. 그런데 기쁨도 잠시 순간적으로 기온이 많이 내려간 듯 한기가 느껴졌다. 때마침 칭기즈칸 게르 관계자가 장작을 가져다 줬다. 난 이런 통나무에 불을 붙일 수 있는 토치 같은 것이 있는지 물었는데, 관계자는 그저 말없이 양초와 성냥을 주고 게르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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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 난 지금 야생에 왔지! 일단 도전해 보기로 했다. 그래도 나름 군대에서 생존 훈련을 배운 대한의 남아가 아니던가! ㅋ 

통나무들 중 좀 작은 나무들을 잘게 조개서 쌓아 올린 다음 가지고 있던 종이에 불을 붙여서 결국에는 장작불을 만들어 냈다. 양초도 사용하지 않았다. 나름 자부심이 느껴졌다. 아마도 몽골 사람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도 자신들만큼 아웃도어 고수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런 장작불을 처음 만들어보는 사람들은 매우 힘들수도 있겠다. 휴대용 토치를 사서 들고 다녀야하나?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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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작불이 자리를 잡자 게르 안이 따뜻해져서 조금 여유가 생겼다. 게르 문턱에 서서 하염없이 떨어지는 비를 보고 있으니 너무 기분이 좋았다. 또 게르의 장점중 하나는 빗소리가 너무 잘 들린다는 점이다. 딱 이때 맥주나 커피 한잔 했으면 더 좋았을 뻔했다. 

저녁 식사 준비가 다 됐다는 소식을 듣고 칭기즈칸의 게르로 이동을 했다. 왕의 게르 답게 크고 웅장했다. 게르 안의 장식품들도 너무 멋지었다. 다만 이곳에는 전기가 없어서 마치 13세기에 있는 것처럼 촛불을 켜고 테이블에 빙 둘러앉아 식사를 해야 했다. 좀 분위기 있었다. 사실 이 숙소가 좀 불편한 점들도 있지만 살면서 언제 이런 재미있는 곳에 또 와볼 수 있을까? 그리고 이런 경험들을 해 볼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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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고 아내와 밖에 나오니 저 멀리 보라색의 멋진 석양이 지고 있었다. 칭기즈칸 게르 캠프 주변을 둘러보며 아내와 산책을 했다. 지나는 길에 우리의 간이 화장실도 들려보았다. 매우 아쉬운 점 한가지가 바로 이곳 게르 캠프에는 화장실이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지원팀이 이렇게 간이 화장실을 만들어 주는데 이런 여행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싫어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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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우리의 유일한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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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 침대에 누워서 빗소리를 들으며 장작 타 들어가는 소리를 들으니 세상에 이만한 자장가는 또 없을 듯하다. 내일의 라이딩을 기약하며 그렇게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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