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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함께 파주 화석정에 간 지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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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r. Spark: 26년전에 엄마가 딸에게 쓴 글이 오래 된 짐 속에서 나왔었다. 그 후에 또다른 글 하나를 찾았는데 그건 딸아이가 쓴 글이었다. 아마도 작문 숙제를 했던 것 같은데, 그 주제가 "내 동생"이다. 근데 내용을 보니 그야말로 요즘 틱톡 영상 등을 통해 볼 수 있는 "현실남매(現實男妹)"에 관한 것이다.^^

 

* 현실남매: 최근 많이 등장하는 신조어이다. 이게 일종의 밈이자 개그코드로 자리잡은 시점이 최근년이다. 동년배의 철없는 시절에 서로 아둥바둥하는 남매를 가리킨다. 

누구라도 형제나 자매들은 어릴 때 함께 자라며 "애증(愛憎)"을 경험하게 된다. 사랑과 미움은 반대되는 개념인데 이게 동전의 앞뒷면 같은 것이라 함께 간다는 이율배반적인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비슷한 또래의 남매는 애증의 관계인 현실남매가 된다. 지연이가 경희초등학교 1학년 매화반에 다닐 때 쓴 이 글은 세 살 아래 동생 현근이에 관한 것이다. 근데 초딩 1년생이 어떻게 현실남매의 애증에 관한 주제로 글을 썼을까?ㅋ 

생각이 깊고, 그 생각을 엄마에게 슬며시 다가가 얘기하곤 했던 지연이에게 집사람은 "넌 생각도 깊고, 조리가 있으니까 그걸 글로 써봐라."라고 했었단다. 아빠처럼 생활 주변의 모든 걸 글로 표현해 내는 수필가가 되어 보라고도 했단다. 그래서 집사람은 지연이를 집부근의 글쓰기 학원에 계속 보내기도 했었다. 물론 이 글을 쓴 초등학교 1학년 때는 글쓰기 학원에 다니기 전이다. 1981년생이고 일곱 살에 초등학교에 들어갔으니  1학년인 이 때는 1988년이겠다. 담임 선생님의 검사 도장 옆에 있는 날짜가 11/22이니 지연이는 그 해 9월 17일(토)부터 시작해서 10월 2일(일)까지 치러진 1988 서울올림픽도 재미나게 봤을 것이다.(근데 왜 내게 그에 관한 기억은 안 남아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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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 렌즈(Google Lens)의 위력, 참으로 대단하다. 초딩 1년생의 삐뚤빼뚤한 글씨도 읽어내는 훌륭한 OCR이다. 난 이제 인쇄된 글은 물론 이런 손글씨로 쓴 글마저도 구글 렌즈를 이용해서 읽어들인다. 이런 세상에 살고 있는 걸 행복하게 여기기도...^^
 

내 동생

 

1의 매화 박지연 

 

내 동생은 장난꾸러기입니다. 매일 장난을 칩니다. 밥을 먹을 때 돌아다니다가 식탁 밑으로 들어가 내 발을 간지럽힙니다. 내가 텔레비젼을 보려고 하면 두 손을 벌리고 서서 텔레비젼을 가립니다. 내가 숙제를 하면 지우개로 막 지워 버립니다. 그리고는 크레파스도 연필도 색연필도 다 자기 것이라고 합니다. 어머니가 나를 안아주면 나와 어머니를 떼어놓습니다. 

 

그렇지만 내 동생은 아주 착합니다. 내가 학교에서 돌아와 벨을 누르면 맨발로 뛰어나와서 문을 열어 줍니다. 내 동생은 야쿠르트르 아주 좋아 합니다. 자기가 먹고 싶은데도 "누나 꺼야" 하면서 갖다 줍니다. 내가 실수를 하면 "괜찮아, 괜찮아"하면서 볼을 쓰다듬어 줍니다. 내가 어머니에게 꾸중을 듣고 울면 두 주먹으로 눈물을 닦아 줍니다. 내 동생은 개구장이이지만 나는 내 동생이 참 귀엽습니다.

 

11/22 검(사)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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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연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집앞에서 동생에게 자전거를 태워주고 있다. 그러고 보니 뒤에 앉은 꼬마의 신발이 프로스펙스이다. 그 시절이 언제인가를 말해주는 브랜드.^^ 

 

가끔 큰 손녀, 아들녀석의 딸 예솔이를 보면서 그 아이의 모든 것이 고모를 닮아있음을 보면서 놀라곤 한다. 아들녀석 역시 딸의 얼굴이나 행동거지에서 누나를 발견하곤 한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우리 고모가 생존해 계실 당시 난 정말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부모 말고도 나를 이렇게 사랑해 주시는 분이 있다는 사실에 정말 깜짝 놀랐었다. 우리 산곡 고모는 어찌보면 외할머니니나 우리 부모님보다도 더 나를 사랑해 주시는 분 같아서 놀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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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승리호"와 예린이


지연이가 아직도 우리와 함께 하고 있었더라면 걔는 예솔이의 그런 고모였을 것이다. 가끔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한 둘 째 조카 예린이를 보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조카 자랑을 하고 싶어서 입이 간질대는 그런 고모였을 것이다. 태어나기도 전에 그런 고모를 잃은 두 손녀애들을 보며 그걸 아쉬워한 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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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이보다 세 살 어렸던 "내 동생"은 이제 이렇게 컸다. 한 자매의 아빠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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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om left: Dr. Spark, Dr. Kosa, and the son Ste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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