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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2021.09.19 09:46

캐나다 인튜이션 본사 방문기

조회 수 1680 추천 수 3 댓글 2

올 겨울 스키 시즌을 떠나보내기 아쉬운 마음에 스키와 비슷한 운동을 찾다가 인라인 스케이트를 처음 시작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인라인 스케이트 가게를 알아봤는데, 면적으로 따지면 서울과 비슷한 꽤 큰 도시 규모에도 불구하고 장비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곳은 다운타운에 딱 한군데 밖에 없었습니다. 서울이었다면 좀 더 많은 선택지가 있었을 텐데... 뭐든 항상 한국이 물건이 많고 가격도 쌉니다.

어쨌든 그 가게에 예약, 방문해서 조언을 들으니, 저같은 초보자에게는 피트니스나 혹, 좀 더 고급으로 가자면 80mm 프리스타일이 대세인 것 같더라고요. 가장 발에 잘 맞는 FR3 모델을 구입하고 어쩌다 보니 스케이트 인튜이션 라이너도 함께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이 라이너가 원래는 캐나다 돈 250달러로 꽤 비싼데 스케이트와 함께 싸게 구할 기회가 생겨서 일종의 득템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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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성비 좋은 FR3 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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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사기엔 너무 비싼 인튜이션 라이너 Skate V2 -


나중에 알고 보니 스피드 스케이트 계열은 카본 등으로 된 일체형 부츠가 많지만, 이와 달리 슬라럼 특히 어그레시브 쪽에서는 라이너가 있는 플라스틱 쉘 타입의 스케이트가 많은 것 같고, 그래서 발에 잘 맞는 라이너를 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관련 유튜브 영상에서 인튜이션 스케이트 라이너가 항상 거론되고 있는 걸 알았기에 호기심이 생기더군요. 사실 원래 FR의 순정 라이너도 아주 나쁘지는 않습니다. 제가 넓은 발 볼, 살찐 발 아치 옆 살, 높은 발등 문제가 좀 있어서 스키 부츠도 구입 시 열성형이 필수인데요. FR 모델은 통통한 발 아치 옆 살을 눌러서 피가 안 통하는지 꽤 뻐근합니다. 하지만 10분 정도 타고 잠깐 쉬고 타시 타면 괜찮아지고 다른 건 다 좋아서 기본 라이너에 큰 불만은 없었죠. 그냥 인튜이션 라이너도 한번 써보고 싶었고 정말 한 달씩 바꿔서 써봤는데, 비교 소감을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기본 라이너도 충분히 좋지만 인튜이션 라이너는 발이 정말 편안하고 더 잘 타집니다. 

그렇게 한 달 가량 매일 열심히 타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지금 이 라이너가 완벽히 발에 맞는데, 만약 열성형을 하면 얼마나 더 좋아질까?" 집에서 쌀을 뜨겁게 데운 후 라이너에 채워서 피팅을 하는 방법이 있지만, 아무래도 망칠 수도 있겠다 싶어 매장에 직접 가서 해보기로 합니다. 찾아보니 인튜이션 본사가 밴쿠버 다운타운에 있고, 거기서 60달러를 받고 열성형을 해준다고 하네요. 유명한 브랜드 본사에 가서 서비스를 받는다고 생각하니 설레서 바로 예약하고 찾아가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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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Crystal인 직원이 제 담당자였는데 알고 보니 인튜이션 사장이었습니다. 전에는 창업자인 Robert라는 분이 운영했는데 이제 Crystal에게 넘겨주신 모양입니다. 직원이라고 해봤자 제가 갔을 때는 여자 분만 4명 있었어요. 전부 가족 혹은 지인으로 되어 있는데, 특히 한국과 인연이 깊다고 했습니다. 직원 분들 중 하나인 Crystal의 어머니는 예전에 울산대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며 가족이 모두 한국에서 살았고, 특히 여동생 (혹은 언니의) 남편이 한국 사람이라네요. 그래서 그런지 가족이 근처 한식당에 즐겨 가고 회사 휴게실에는 금영노래방 기계와 노래책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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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Y, 금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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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아니 이것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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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rystal의 어머니께서 스키 산장 느낌으로 손수 꾸미셨다는 화장실 -

 

사무실의 대부분은 손님을 받고 피팅을 하는 공간, 휴게실, 그외에는 전부 물류박스로 가득찬 창고입니다. 제가 8월에 방문했을 때는 손님이 딱 저 한 명이었을 정도로 한가했지만, 이제 9월이 되고 스키 시즌이 슬슬 시작하면서 스키어들이 찾아오고 눈코 뜰 새 없이 무섭게 바빠져서 직원 수도 좀 더 많아진다는군요. COVID-19 이후로 직원들이 중국 공장 쪽에는 못 다니고 있지만 다행히 매장을 향한 스키어들의 발길은 여전한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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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ystal에게 제 스케이트와 라이너를 보여주었는데, 그렇게 한달 정도 타고 아무 불편이 없으면 이미 발과 부츠에 제대로 성형이 형성된 것이랍니다. 지금 열성형을 시도하면 오히려 라이너가 발과 부츠 사이에서 얇아지면서 약간 더 헐렁해지고 지금보다 더 안 좋아질 수 있으니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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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세히 보면 이미 라이너의 모양이 발과 스케이트 모양 대로 길들여져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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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검은 기계에 부츠를 대면 뜨거운 바람이 들어갑니다. 옆에 하얀 라이너는 유명 어그레시브 스케이트 브랜드 THEM과 협업한 견본 모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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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m Danny Beer 모델. 어그레시브 스케이트 종류는 디자인이 기가 막히게 예쁘게 나오는 것 같습니다. -



결론적으로 열성형은 하지 않기로 하고 사무실 투어만 했습니다. 방문 기념으로 모자와 모자 달린 점퍼를 받았네요. 캐나다에서는 절대로 서비스로 뭔가를 주는 법이 없거든요. 항상 작은 것 하나라도 비용을 청구하는데, 여기서 이런 경험은 정말 낮설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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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튜이션의 고 퀄리티 후디. 지퍼가 무려 YKK입니다. -

 

그런 득템 외에도 여러가지 좋은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중 하나는 스키 부츠가 숨이 죽으면서 헐렁해지면 새 부츠를 사는 대신 라이너를 맞춰보라는 것입니다. 옛 부츠와 새 라이너로 발 모양에 정확히 맞게 열성형을 하면 그보다 더 완벽히 편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새 부츠를 사는 비용보다 적게 든답니다. 작년에 새로 산 부츠가 나중에 헐거워지면 저는 그렇게 해볼 작정이지만, 한편으로 신상품 유행에 매우 민감하고 최신 장비로 갖추는 것을 선호하는 한국 스키 시장에서는 사람들이 그렇게 잘 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또 하나는 인라인으로 캐나다를 횡단한 사람 이야기였는데요. 최근에 Zach Choboter라는 사람이 꿀벌을 보호하자는 캠페인으로 아내와 함께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캐나다 서부에서 출발해서 몇 달 만에 동부에 도착했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Crystal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길, 그 사람이 인튜이션 라이너를 신고 있는 걸 뉴스에서 봤는데 회사에선 스폰서를 하지 않고 그 사실조차 전혀 몰랐다는군요. 엉뚱한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혹시 한국에서 연예인이 예능 방송에 나와서 인라인 타고 전국일주 같은 걸 하면 20년 전에 있었다는 인라인 유행이 다시 한번 찾아오지는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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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월차를 내고 나간 다운타운 나들이였는데 인튜이션에서 예상 외로 많은 것을 얻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너무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고마웠어요. 어려운 시기이지만 이런 좋은 업체와 가게들이 잘 견뎌내시고 앞으로도 항상 우리 곁에 있으면서 쭉 번창하기를 바랍니다. 

게시글을 검색해 보니 2008년에 매장을 방문하신 분의 글이 있네요. 반가운 마음에 링크를 달아봅니다.

http://www.drspark.net/ski_info/386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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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2'
  • profile
    Dr.Spark 2021.11.02 15:35

    재미있고도 흥미로운 글입니다.^^ 인튜이션은 스키 쪽에서도 유명하므로 이 글을 스키 정보란으로도 한 카피 복사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
    ThomasSeo 2021.11.07 23:02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순백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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