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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풍천 산책

 

2022/06/04(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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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신장동) 홈플러스 아래 덕풍천에서 1.5km 떨어진 한강 합수부까지 산책을 하기로 했다. 산책에 앞서 줄리와 셀카를...

 

덕풍천(德豊川)은 하남시에 있는 개천이다. 개천이지만 실개천이 아닌 꽤나 넓은 천인데 남한산성 아래에서 시작해서 역사의 고장 춘궁동과 덕풍동, 신장동을 거쳐 미사리 부근에서  한강과 합류한다. 

 

오늘 아침 집사람이 신장의 금병원에서 체외충격파 치료를 받아야한다기에 따라나섰다. 주말인데도 병원에 사람들이 많이 밀리는지 9시에 갔는데 11시에나 치료가 시작될 거라고 한다. 그래서 병원 바로 앞길 산책로를 따라 걷기로 했다. 그런데 그 산책로 아래로 커다란 천이 하나 흐르고 있었고, 천변 산책로가 양옆에 있었다.

 

도로 옆길을 동북쪽으로 걸어가다 보니 왠지 그곳의 풍경이 좀 친숙하다. 하남의 신장이라면 오랜 지기인 이옥화(Okhwa Lee) 교수가 살고 있는 주상복합아파트가 있는 홈플러스 건물이었다. 이 박사는 이화여대와 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 출신으로 오래 충북대(컴퓨터교육/교육공학)에서 교수 생활을 하다가 올해 은퇴를 했다. 이 교수 댁 근방에 와서 인사를 않을 수 없어서 카톡을 보내니 현재 아프리카의 수단(Sudan)으로 출장을 가있다고 한다.

 

처음엔 '이 천 이름이 "신장천" 정도 되겠구나.'하고 생각을 했었는데, 이 교수가 그게 덕풍천이라고 알려줬다.(그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있었는데 그게 어디로 흐르는지는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천변에서 바로 올려다보이는, 이 교수댁이 있는 홈플러스마트-두산위브 아파트의 사진을 찍어보내니, 그 사진 아래보이는 산책로 입구가 바로 이 교수가 산책할 때 들어오는 입구란다.^^ 거기서 산책로가 한강으로 연결되는데, 그 길이 멋지다고 하여 난 함께 데려온 마르티스 줄리(Julie)와 함께 산책을 하기로 했다.

 

난 이런 널찍한 천을 보면 기억 저편의 청계천 판자촌이나 오염된 양재천의 코를 찌르는 악취가 먼저 생각난다. 그런데 맑은 햇살 아래 미사리 쪽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걷는데도 전혀 악취가 나지 않았다. 하긴 청계천은 리노베이션이 되어 구태를 벗었고, 양재천도 이젠 정화되어 전의 악취가 없다던데... 덕풍천은 그런 오염과는 전혀 관계 없는 맑은 천이고 개천 안에도 다양한 풀이 무성한 생태천이었다. 가끔 신발을 벗고 개울에 들어간 사람들이 있는 걸로 봐서도 오염과는 관계 없는 깨끗한 천이란 생각이 들었다.

 

덕풍천엔 백로들은 물론 다른 이름 없는 새들도 많이 보였고, 어떤 때는 산중에나 사는 후투티 같은 귀한 새까지 보였다. 가는 길 멀리 오른편에 예봉산이 보였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곳 신장의 애니메이션고 부근은 내가 여러 번 올라간 검단산 입구이기도 하다. 맘만 먹으면 홈마트 부근에서 한강 합수부까지의 1.5km를 왕복으로 걷는 3km의 산책이 가능하고, 더 원한다면 한강 산책로를 따라 남한강, 북한강로를 걸을 수도 있다. 물론 자전거를 타고 남한강자전거길로 나서면 한쪽 방향으로는 아라뱃길까지 또 다른 방향으로는 낙동강자전거길을 만나 부산까지 갈 수 있기도 하다. 말하자면 가벼운 산책이든, 본격적인 운동이든, 등산이든 이곳에서는 뭐든 가능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남시청이 자리한 이 동네 신장은 그 자체로 예전 광주군의 대표 지역 중 하나이다. 그중 이곳 신장동(新長洞)은 오래전의 장예(長禮)말(마을)에서 새로운 마을이란 의미에서 새 신(新) 자를 써 개칭한 이름이다. 그리고 장예말은 이 동네가 워낙 부농들이 많아서 장예쌀(장리쌀)을 빌려줄 정도로 주변 경제권을 쥐고 흔들던 곳임을 말해주고 있다. 아직도 이곳엔 시청, 금융기관, 여러 공공기관, 그리고 학교들이 있는 편한 교통과 산과 물이 인접한 환경의 공존구역이다. 

 

한강을 향해 걷다보니 그 길이 전에 남한강자전거길을 달리다 신장쪽으로 나있는 (보기만 하고 가보진 않은) 천변 자전거길이었다. 이젠 지고있는 노란 금계국들이 있고, 지금 한창인 흰 개망초꽃들이 지천인 천변은 평화롭고도 안온한 기분을 주었다. 천변 위쪽의 방죽과 사이가 많이 떨어진 곳에 밭이 조성되어 있기도 했는데, 그중엔 메밀을 심은 밭도 있었다. 지금은 키가 겨우 15-20cm 정도밖에 안 되고 비가 안 와서인지 잎이 말라있긴하지만 머지 않아 그 밭은 달빛 아래 마치 소금을 뿌린 듯한 모양의 흰꽃을 피울 것이다. 

 

- 11:40 현재 집사람의 전화가 왔다. 진료가 끝나서 내려온단다. 난 지금 홈마트 아래 오픈된 통로 중간에 놓인 여러 테이블 중 하나에서 페북 포스팅을 할 글을 적고 있는 참인데...ㅋ 여기서 잠시 글쓰기를 중지하고 병원으로 가야겠다. 5분도 안 걸릴 거리에 금병원이 있다.

 

집사람을 픽업하여 집에 왔다. 오늘 길에 있는 조엘스 오븐이란 베이커리&카페에서 빵을 사왔다. 금방 구운 식빵은 슬라이스가 되어 있지 않았는데, 빵집에서 그건 오븐에서 꺼낸 지 얼마 안 된 거라 그냥 뜯어먹는 게 제일 맛있다고 했기에 차안에서 집사람과 먹었다. 역시 맛이 있었다. 그 외에도 크림이 든 소금빵 등 몇 가지 빵을 사왔는데 그건 차차 먹기로 했다. 

 

아까 천변 산책로(겸 자전거길)에서 수많은 주말 라이더들을 보았다. 전 같으면 내가 그런 라이더들 중의 하나로 다른 사람들의 눈에 비쳐졌을 텐데, 오늘은 내가 스트로울러(stroller)의 입장에서 그들을 보니 멋지다. 땡볕 아래 자전거를 타는 게 좀 무모해 보이기는 해도 뭔가에 도전하는 젊음으로 비쳐 아름답고, 멋진 라이딩 수트(소위 쫄쫄이)에 안전의 상징인 헬멧, 그기고 세련된 스포츠글라스 등으로 인해 그 멋짐이 극대화되어 있는 것이었다. 전처럼 심하게 타지는 않더라고 이제부터라도 자주 자전거를 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책길에서 수많은 분들이 반려견과 함께 하고 있는 걸 봤다. 시쳇말로 집사들의 향연이다.^^ 내가 줄리를 아끼는 것처럼 그분들도 자신의 반려견을 아껴주는 착하고도 배려있는 분들일 것이다. 땡볕의 시멘트 포장도를 헐떡거리며 날 쫒아오는 줄리에게 두 번 물을 먹였다. 배변봉투 등을 준비해 오긴 했지만 줄리는 밖에 나오면 소대변을  잘 안 보기에 그건 필요치 않았다. 꽤 힘이 들 것 같은데도 갇혀 살던 애라서 밖에 나오니 힘을 내는 듯하다. 

 

신장(혹은 하남시)은 내가 워낙 많이 지나쳐 다니는 곳이다. 그렇지만 항상 차를 타고 지나니 흘깃 본 것들이 대부분이다. 살다보면 항상 멈춰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멈추면 모든 게 다 새롭다. 오늘 천변에서 주상복합인 홈마트 위의 아파트들을 보니 마트 위에 하나밖에 없는 줄 알았던 아파트가 여러 동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아파트도 따로 이름이 있는 "두산위브"였다.^^ 그 바로 옆 골목들은 매우 정겨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조엘스 베이커리 뒤에 있는 카페의 이름은 "민들레 카페"였고, 단순히 네모난 직사각형의 노란색 바탕에 그 이름을 써놓은 것이었다. 그 부근의 한 집은 줄장미가 담에 핀 구가옥에 바로 옆엔 텃밭이 있고, 그 밭과 인도 사이엔 크게 자란 두릅나무들이 있었다.(봄에 두릅나물을 살 일이 없는 집.^^) 그리고 어떤 집앞엔 큰 화분들이 여럿 놓여있고, 거기 상추나 고추 등이 자라고 있었다. 사람사는 맛을 느끼게 하는 풍경이 내가 무심코 지나던 대로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골목안에 있었던 것이다. 가끔은 멈출 필요가 있고, 그래야만 보이는 생경한 풍경 속에서 우리의 삶이 반추되어야한다고 느꼈다. 맞아, 멈춰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빠르면 스쳐 지나가 보되 보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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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을 자주 찾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가야할 때는 고마운 것이 병원이다. 21/22 스키 시즌 중반에 더이상의 스킹을 중단한 집사람은 오래 입원했던 덕소의 피노키오정형외과 이외에도 문정동의 한 재활병원과 하남시의 이 금병원(무릎수술은 여기서 했음)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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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풍천변에서 찍은 사진이다. 천변 방죽은 다 벚나무라서 이른 봄엔 이 부근이 벚꽃놀이 장소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악취가 전혀 없는 맑은 물이 흐르고, 금계국과 개망초 꽃들이 지천인 자연친화적 풍경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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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온한 느낌의 덕풍천. 천은 넓은데 중간에만 조금 물이 흐르고 있다. 비가 워낙 안 오는 갈수기라서 그렇다. 원래 덕풍천은 한강에서 올라오는 잉어떼를 볼 수 있는 곳이라 들었다. 그래서 가끔 계단식으로 만든 어도가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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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풍천 산책로 - 앞에 보이는 길은 신장동에서 산곡동쪽으로 향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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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덕풍천변을 걷다가 올려다 보니 이옥화 교수가 살고 있다는 홈플러스 위의 주상복합아파트가 보인다. 그래서 그 동네는 어찌 생겼는지 잠깐 올라가 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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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리, 오늘 많이 걷고 있다.^^ 더운 날인데... 하지만 본격적인 산책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천변 산책길에서 위로 올라가다가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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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플러스+두산위브 아파트(오른편) 바로 옆길이 앞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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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엘스 오븐 - 베이커리&카페. 안에 보이는 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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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아침 빵을 굽는단다. 이 글귀를 봐뒀다가 돌아오는 길에 빵을 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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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플러스 바로 옆길은 일방통행 길로서 홈플러스 주차장을 향한 큰 골목이다. 거기 있는 카페는 이름이나 간판도 단순, 소박하다.^^ 오히려 그래서 더 끌리는 카페이다.(주말인데도 이날은 문이 닫혀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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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박한 이름에 소박한 간판.^^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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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여름의 줄장미꽃. 왼편엔 두릅나무가 보이고, 그 오른편은 텃밭이다. 홈플러스 바로 옆이 대로인데 그 바로 옆 골목엔 이런 텃밭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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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플러스 위에 있는 아파트가 두산위브였다. 여기 와서 처음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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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가에 놓인 화분들. 상추며 감자며 몇 가지 채소들을 심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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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길건너편이 하남시청이다.(홈플러스 건너편)

 

신장동(新長洞)은 의외로 큰 동네다. 원래 신장(리) 시절에도 이 동네는 서울 방향의 천호동과 광주시의 소위 너른고을 광주(廣州) 사이에서 가장 컸다. 구 장예말(마을)이란 이름에서 신장이란 이름으로 바뀐 것은 본문에서 얘기했듯이 "새로운 장예말"이란 의미를 부여하기 위함이었단다. 하지만, 그게 일제시대의 마찻길 구도로에서 차가 다닐 수 있는 "새로 만든 길"을 만들었을 때 그걸 신작로(新作路, 발음은 "신장로")라 불렀고, 그게 장예말을 통과했기에 신장으로 부르게 됐다는 얘기도 있다.

 

내가 신장에서 멀지 않은 고장인 황산 출신으로서 들은 바로는 후자에 대한 얘기가 대부분이었다. 그게 "신 장예말"을 줄여만든 것이란 얘기는 성인이 되어서였다. 그리고 내가 어렸을 때 들은 바로는 장예말은 지금의 신장동이 아니라 덕풍동 쪽으로 더 올라간 곳에 있는 마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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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가 화분의 샤스타 데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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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하남 홈플러스가 두산위브의 주상복합아파트란 건 오늘서야 알았고, 그 위의 아파트들이 여러 동이 있다는 것도 오늘서야 알게 되었다. 그 옆 대로를 숱하게 지나다녔음에도 불구하고 흘깃보고 지나치다보니 모르던 사실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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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풍천 위를 가로 지르는 다리를 장식하고 있는 예쁜 페튜니아 꽃들. 지자체가 정성들여 가꾸는 이런 꽃들을 그 옆을 지나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밝게 한다. 그러고 보니 사진 아래쪽에 그 꽃을 올려다보는 줄리도 살짝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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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장동 홈플러스 부근의 입구에서 천변 산책로로 들어가 왼편 끝까지 가면 한강 합수부가 나온다. 왕복하면 3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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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은 산책하는 사람들이 천을 건너갈 수 있게 만든 구름다리도 있고, 본격적으로 대로와 연결된 콘크리트 구조물 다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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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진에서는 잘 안 보인다. 아래 사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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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긴 백로까지 있어!!!^^ 서서 지켜봐도 사람 따위는 안중에 없는 용감한 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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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꽃 개망초가 많이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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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겨우 6월 초에 접어들었는데 금계국들이 대부분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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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리를 위한 셀카. 줄리도 그걸 알았는지 카메라를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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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풍천 자전거길. 방죽에 좁은 시멘트 길이 있고, 그 왼편에 자전거 길이 있다. 근데 그 길은 산책로를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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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편 아래, 돌 위에 앉은 새는 이름이 뭔지 모르겠다. 이 부근에서 등산을 하다보면 만나곤 하는 예쁜 후투티도 봤는데 걘 사진도 찍기 전에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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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망초의 계절이다. 굳이 "개"를 앞세우지 않고 망초라 불러도 된다지만 개망초와 망초는 피는 시기가 다르고, 현재 피어있는 소위 계란꽃은 개망초이다. 개망초는 내게 여름을 상징하는 야생화이다. 망초는 7월이 되어야 피는 듯 마는 듯 9월까지 간다. 그리고 개나리가 필때 피는 키 작은 망초는 봄망초여서 또다른 꽃이다. 셋다 키도 다르고, 잎도 다르다. 봄망초, 개망초 꽃은 희지만, 망초 꽃은 노랗다.

 

근데 이 망초 중에 식용이라는 건, 봄망초도 개망초도 아닌 망초이다. 망초 어린 풀을 나물로 먹는다. 그 영어명이 Canadian horseweed인 걸 보면, 말이 먹는 풀인데 사람이라고 먹지 못 할 이유는 없을 듯하다. 개화 시작기는 7월이나 봄철부터 자라나는데 그 어린 싹이 자라 올라올 때 연한 순을 뜯어 데쳐서 우려낸 다음 나물로 무쳐 먹거나 국거리로 삼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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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마징가 머리의 일부 같은 형태의 전망대는 하남의 유니온 스퀘어이다. 덕풍천에서 저 전망대를 보는 건 처음이다. 미사리에서 팔당대교 쪽으로 가다가 스타필드에 조금 못 미친 곳에 유니온 스퀘어가 있다. 쓰레기 처리장이라고 들었다. 위에 있는 것은 전망대(무료입장)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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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풍천을 가로지르는 다리 밑의 주말 라이더들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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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풍천자전거길이 남한강자전거길을 만나는 곳. 뒤로 멀리 오른편에 보이는 산이 예봉산이다. 그 산은 팔당역 쪽에서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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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자전거길과 덕풍천변 자전거길이 교차하는 곳이다. 수많은 주말 라이더들이 힘찬 페달질로 그곳을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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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 길 아래의 덕풍천. 오른편에 보이는 것이 한강 잉어가 거슬러올라오는 어도(魚道)이다. 한여름 장마철에 이 부근을 자전거로 지나가면서 엄청난 크기의 잉어들이 물에서 튀쳐오르는 걸 여러 번 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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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옆 긴 텃밭에 심은 식물은 메밀이다. 갈수기라 잎들이 메마르긴 했지만 이제 이게 자라 흰 메밀꽃을 피워낼 것이다.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 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이효석이 이렇게 시작하는 단편소설을 처음 조광(朝光) 지에 실었을 때는 그 제목이 "모밀꽃 필 무렵"이었다고 한다. 근데 메일이 모밀의 표준말로 정착되면서 제목이 지금과 같이 바뀐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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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남 혹은 신장을 대표하는 여러 이름 중에 "하남애니메이션고등학교"가 있다. 한국의 애니메이션산업을 책임져 줄 전사들을 양성하는 기관이다. 덕풍천을 가로지르는 다리 아래 이런 글이 보였다.

 

반대편에 그 결과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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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남시청소년수련관 청소년예산제 우수제안사업 결과물이다. 한국애니고의 한 팀이 2020/09/20에 그린 그림. 교각을 화폭으로 변신시킨 애니고팀의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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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 건너편에도 다른 작품이 하나 더 보인다. 덕풍2교였네 여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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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팔꽃? 아니다 이건 메꽃이다. 꽃린이들은 이거부터 구분해야 꽃린이를 탈출할 수 있다.^^

 

근데 요즘은 나팔꽃 보기도 힘들다. 예전엔 시골집 담에서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이 메꽃의 메는 아마도 산을 의미하는 "뫼"의 변형일 텐데, 실제로는 산에서는 보기 힘들고 이런 천변이나 들에 있는 밭 등지에서 보인다. 그중 뿌리를 먹을 수 있는 큰메꽃은 영어로 Wild morning glory라 부른다. 모닝 글로리는 나팔꽃이니 큰메꽃만 "야생 나팔꽃"으로 불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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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때가 무려 28도였는데, 어찌나 더운지 줄리가 혀를 빼물고 길옆 풀속으로 들어가 엉덩이를 들이밀고 있다.ㅋ 애가 정말 더웠나보다. 천변 산책로 중에 하필 쉴 곳이 없는 곳에서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지...

 

그 자리에서 배낭 속의 줄리에게 줄 물을 꺼내 먹였다. 줄리 물그릇이 락앤락 반찬함의 뚜껑인데 거기 몇 번 물을 부어줬다. 줄리가 신이 나서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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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홈플러스+두산위브 주상복합아파트 주변까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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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플러스 1층 오픈된 통로에 있는 여러 테이블 중 하나에 자리를 잡고 이 FB 포스팅을 했다. 집사람의 진료가 끝났다는 전갈에 갈 차비를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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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날 따라 나선 줄리. 제 스스로 걸은 게 2.5km 정도는 되는 듯하다. 이 사진은 집사람의 전화를 받고 빨리 픽업하러 가기 위해 줄리를 내낭에 넣었을 때 찍은 것이다. 줄리는 이제 배낭에 들어가는 걸 별로 꺼리지 않는다. 거기 들어가면 외출한다는 사인이고, 많이 걷다가 힘들 때 쉬게 해주려고 넣는 걸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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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오는 길에 덕풍천 산책을 나가기 전에 봤던 "조엘스 오븐"이란 베이커리에서 빵 몇 가지를 샀다. 프렌차이즈 빵집들이 즐비한 가운데 드문드문 살아있는 이런 독립 베이커리들은 대개 그 집 빵맛이 소문이 난 집들이 대부분이라 그냥 믿고 샀다.

 

돌아오며 차안에서 뜯어먹은 식빵은 괜찮았다. 오븐에서 구워 바로 나온 것이라 따뜻했고 신선했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 다른 빵들을 먹어 본 결과는 별로다. 좋은 재료를 많이 쓴 것은 좋으나 빵의 모양이 아마추어가 제빵기술을 배우는 도중에 시험삼아 구운 빵 같은 모양이다. 세련미가 없었다. 이집의 빵과 빠리바겟이나 뚜레주르 같은 곳의 빵 중에서 추천하라면 난 후자들을 추천할 것 같다.-_- 위의 캡션에서의 내 생각이 대체로는 틀리지 않지만 당연히 그건 예외가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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