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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캠핑 후기
2022.05.25 23:17

등산 후 캠핑 #1 - 연인산과 캠핑포유(2022.04)

조회 수 493 좋아요 0 댓글 3

지난 4월에 다녀온 연인산 등산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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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산은 1,068m 높이로 가평군 승안리에 있습니다.

명지산과 운악산 사이에 위치해 있고 용추계곡(용추구곡)과도 길게 이어져 있죠.

저는 가장 짧은 등반코스인 백둔리 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왕복 5~6시간은 족히 걸리는 코스입니다(백둔리2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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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둔리 주차장은 마을을 통과하는 외길을 지나 산속으로 들어가면 나오는데 의외로 꽤 큽니다.

주차장 옆에 휴게장소도 크게 만들어 놨습니다. 주차요금은 무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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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산의 첫인상은 온순한 육산이었습니다.

들머리부터 나무뿌리가 자연스러운 계단을 만들어 놓았더군요.

그만큼 숲은 울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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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입부터 우람한 잣나무 숲이 펼쳐져 있어 산림욕을 충분히 즐기면서 올랐습니다.

하긴, 여기는 잣으로 유명한 가평군이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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잣나무 숲을 지나면 바위가 좀 있는 능선 길(소망능선)을 가게 되는데 그리 험하지 않습니다.

가는 길에 철쭉나무들이 많더군요(사이사이 진달래도 끼어 있었음). 연인산은 5월 철쭉축제로도 유명한 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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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능선에서 바라본 명지산)

 

인접한 명지산은 작년 늦가을에 다녀왔는데 코스 후반부 경사가 가파르고 바위 밭 길이었습니다.

그에 비해 연인산은 아이도 무리 없이 올라갈 수 있는 순한 길입니다.

하지만, 천고지가 넘는 산이라 규모가 커서 결코 만만한 산은 아닙니다.

짧은 코스지만, 왕복 반나절은 잡고 가야 하고, 용추구곡에서 오르는 길(승안리2코스)17.5km나 되니

백둔리로 넘어오더라도 새벽부터 부지런히 나서야 오후 늦게 도착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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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오르면 이런 재미난 표지판이 있습니다.

*산 이름이 그래서인지 전체적인 분위기가 젊은 산입니다

(*원래 이름 없는 산이었으나 1999년 지명공모를 통해 사랑이 이루어지는 곳이라는 뜻에서

연인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함).

 

이날 정상석은 찍지 못했습니다.

모 동호회에서 행사를 한다고 정상 데크를 다 차지하고 있었고 저공비행 드론으로 촬영도 해서

마치 공사장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시끄러움을 뒤로하고 애써 주변 풍광에 집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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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산 정상에서 보이는 운악산)

 

산이 크고 높아 주변의 산들이 한눈에 다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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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추구곡 방향입니다. 계곡 쪽 풍경이 아득하고 깊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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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바로 아래 1000미터가 넘는 산 정상 숲에서 범상치 않은 크기의 나무와 벤치 그리고 산장 같은 오두막이 보이더군요.

거리는 200미터 남짓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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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내려갔다 올 수 있는 거리라서 아내를 유혹해 같이 내려가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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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더니 이런 호젓한 멋진 데이트 장소가 우리를 맞이해줬습니다. 바로 숲정이쉼터입니다.

큰 물푸레나무를 중심으로 긴 벤치가 사각으로 둘러싸 있어 품격 있는 쉼터의 자태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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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따스한 봄볕 아래 드리워진 거대한 나무 그림자가 시원한 바람을 모아 지친 땀을 식혀 주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땀으로 젖은 옷을 새 옷으로 갈아입고 따스한 남쪽 벤치에 앉아 맛있는 점심을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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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동안 저 멀리 산그리메를 바라보며 산멍 시간을 즐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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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뒤쪽 산 정상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간간이 들려왔으나

숲정이쉼터의 고요한 정취로 충분히 용서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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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런 장소가 이 높은 산 위에 있다는 것이 이외였고 반전이었습니다.

너무나 정취가 매력적이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참 빠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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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큰 나무가 주변의 숲과 요정들을 다스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님과 함께 하룻밤을 보내고 싶은 그런 장소였으나 시간이 이를 허락하지 않더군요.

더구나 여긴 도립공원이라 백패킹을 할 수 없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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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옆에는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다는 연인샘터가 있었습니다.

여기가 예전 화전민 터 마을이었다고 하는데 로맨틱한 이름과 모던한 조성으로 이제는 이국적인 동화 같은 쉼터로 바뀌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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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을 뒤로하고 하산을 했습니다.

내려올 때 장수능선코스를 이용하면 철쭉 터널을 감상할 수 있다는데(백둔리1코스),

아직 4월이라 때가 일러 올라왔던 소망능선 길로 되돌아 내려왔습니다.

 

 

캠핑포유에서의 야영

 

보통 이렇게 당일 산행을 하면 땀에 절은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오게 되죠.

그러나 백패킹을 즐기다 보니 이런 산행은 아쉬움이 많더군요.

그래서 생각을 달리하여 인근 캠핑장에 들러 미니멀 캠핑을 하면서 하룻밤을 지내면 어떨까 생각해 봤습니다.

이번 연인산 등산에 이 생각을 바로 실행해 봤습니다. 백패킹 때 사용하는 미니멀 캠핑 장비들을 챙겨갔죠.

결론은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패밀리형 오토캠핑 수준보다는 훨씬 경량화된 장비들이라 사이트를 구축하는데 수월했습니다.

더구나 COVID19 완화로 이제는 샤워가 가능하여 개운한 몸으로 저녁과 잠자리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도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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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불멍이 가능해서 저녁 만찬이 풍성해진 게 매력적이었습니다.

물론 이웃 간 소음이 있고 산정상의 멋진 뷰가 없다는 건 아쉬운 부분이지만,

저희 부부는 이점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타입이 아니어서 괜찮았습니다.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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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예약한 캠핑장은 가평군 북면에 위치한 캠핑포유입니다.

연인산 백둔리 주차장에서 차로 약 30분 거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원래 밤나무 농장이었던 것을 캠핑장으로 개조한 거 같더군요.

노부부께서 운영 중인데 서울에 직장을 다니는 아들이 휴일에는 내려와 도와드리고 있었습니다.

http://www.camping4u.co.kr/

 

저희가 캠핑장에 오후 3시가 넘어 도착했는데, 이미 거의 만석이었고,

주인장의 젊은 아들이 우리를 맞아주면서 언제 오시는지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토요일이었으므로 보통 캠퍼들은 체크인 시간(캠핑포유는 오후 2) 이전에도 자리가 비어 있으면 사이트 구축을 하는 모양입니다.

캠핑만 하는 분들은 한 시간이라도 먼저 자리 잡고 즐기고 싶겠죠.

하지만 우리는 등산 후 잠시 들러 씻고 저녁에 힐링하고 잠자고 갈 거니까 여유 있게 왔는데

이런 타입의 고객이 별로 없었던 모양입니다.

하여튼, 이 젊은 아들이 전동 킥보드를 타고 우리 차를 사이트까지 인도해 주면서 주차 자리도 잘 봐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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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배정받은 사이트입니다. 데크없는 파쇄석이고 바로 옆에 큰 벚나무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파킹 후 텐트와 타프를 먼저 신속하게 피칭하고 바로 샤워를 했습니다. 그렇게 씻고 나오니 정말 날아갈 거 같았어요.

골프 라운딩 후에 하는 샤워보다 더 상쾌한 기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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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는 삼 계절용 빅아그네스 카퍼스퍼를 설치했고 아직 밤 날씨가 차므로 파작 침낭과 베이스 동계 침낭을 깔았습니다.

그리고 거실 소파에 있던 쿠션도 차에 싣고 와서 이를 텐트 안에 장식하니 글램핑 수준으로 침실이 바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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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위해 전날 홈플러스 강동점에서 사 놓은 립아이 스테이크와 손질된 양고기 갈빗살을 가져왔습니다.

집에 있는 히말라야 소금과 올리브유를 가져와 미리 발라 놓았고,

양고기는 잡내를 잡기 위해 깐 마늘을 손으로 으깨어 버무려 놓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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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불멍에서는 힐링의 극치를 맛보았습니다.

먼저 시즈닝한 무쇠 프라이팬을 장작불 위에 올려놓고 버터를 충분히 두른 후 소고기 스테이크부터 구웠습니다.

고기가 익을 때쯤 버섯 모둠과 피망, 그리고 방울토마토를 얹어 볶은 후 프라이팬을 화로 가까이 내려놓고

훈제 향과 함께 뜸을 들였습니다. 맛은 뭐 기가 막혔죠.

등산 후 샤워하고 화로 앞에서 먹는 이 맛은 6성급 호텔 이상의

(야외 캠핑에서는 뭐든지 맛있죠.)

 

다음으로 오늘의 스페셜인 양고기를 직화로 구웠습니다. 이렇게 먹는 건 처음인데, 맛이 어떨까 궁금했습니다.

근데 의외의 풍미를 만끽할 수 있었어요. 단백하고 촉촉한 맛에 소프트한 식감을 더한정말 맛있었습니다.

갈비뼈를 붙잡고 장작불 앞에서 뜯어먹을 땐 마치 유목민이 된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다음 날

캠핑장 아이들이 아직 잠에 빠져 있는 이른 아침에 눈을 뜨니 온갖 종류의 새소리가 다채롭게 들려왔습니다

텐트 안에서 듣는 새소리가 어찌나 아름다운 지눈물이 날 정도였습니다

특히 우리 사이트 옆 벚나무에 둥지를 튼 새는 참새보다 작은 몸집이었지만 소리는 피콜로보다 더 청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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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식사는 우선 사과 반쪽 씩 나눠 먹고, 즉석에서 갈아 내린 핸드드립 커피를 들면서 장작불에 구운 베이글에

덴마크 알라 치즈와 블루베리 쨈을 발라 CJ 구이한판 햄을 MSR 프라이팬에 부쳐서 얹어 먹고,

계란은 스크램블로 해서 모든 식자재를 아낌없이 처리했습니다.

, 바나나와 찰토마토도 신선하게 디저트로 해치웠죠.

 

주변을 돌아보니 우리처럼 백패킹 스타일로 미니멀 캠핑을 하는 분들은 없고,

모두 거대한 패밀리 쉘터와 텐트를 설치해 놓았습니다.

지나다니면서 신기한 듯 우리 사이트를 보더군요.

어떤 아이 엄마가 우리도 조만간 저렇게 심플하게 다니자고 남편에게 얘기하는 소리도 들렸습니다.

 

이날 아침 소소한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제 차가 하이브리드 차량인데, 보조배터리가 방전이 되었습니다.

자동 개폐 트렁크를 자주 이용하다 보니 잦은 모터 사용으로 방전이 된 것이지요.

사장님에게 요청했더니 금세 파워팩을 갖고 오셔서 충전을 해 주셨습니다.

아드님이 효자라고 말씀드렸는데, 해맑게 웃으시는 모습에서 돌아가신 아버지가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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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에 캠핑장을 나서니 주변에 벚꽃이 한창이었습니다.

4월의 연인산 등산과 캠핑포유에서의 하룻밤은 저의 아웃도어 라이프 스타일을 업그레이드해 주었네요.

그런데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맹수

 

https://blog.naver.com/mjs231/222750767464

 

Comment '3'
  • profile
    Dr.Spark 2022.05.26 19:07

    연인산과 명지산에 좀 가보려고 하는데 좋은 참고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떡,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
    맹수 2022.05.26 21:54

    지금은 녹음이 우거지기 시작할 때라 또 다른 정취를 느끼실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입맛에 맞으셨다니 다행입니다. 교수님의 빠른 쾌유와 박사님의 건강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 profile
    Dr.Spark 2022.05.26 22:20

    예, 그래서 연인산, 명지산 등산이 기대됩니다.^^

     

    집사람은 송파(문정동)로 매일 통원 치료 중인데 아주 조금씩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떡은 아주 맛있었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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