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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욱 칼럼(Who's Phillip Yoon?), 조용훈 칼럼, [PC-Fi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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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욱 칼럼
2010.12.17 04:43

쓸모 없는 통

조회 수 1300 좋아요 109 댓글 0
MC 카트리지 케이스로 쓰기위해 알루미늄 박스를 주문한 뒤
온갖 수선을 피워가며 아래 사진처럼 만들었습니다.




E-bay 판매자 주소가 중국입니다.
요즘은 이런 물건은 대부분 중국에서 만든다고 보시면 됩니다.
월마트 판매 제품의 70퍼센트 이상이 중국제라고 하더군요.

위의 사진으론 잘 알 수 없는데,
이런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절반으로 쪼개집니다.
그래야 구멍도 뚫고 납땜도 하고 배선이 가능하겠지요.




케이스를 구입한 녀석의 솜씨가 시원찮았을 뿐 제품 자체는 하자가 없었기 때문에
값도 좋고 크기도 적당하다 싶은 걸 찾아내 또 샀습니다.
디자인을 의식해서 이번엔 검은 색으로........

근 한 달여를 기다린 결과 물건이 왔습니다.
근데 통짜로 되어 있어 공작이 불가능합니다.





낭패다 싶어 광고 문구를 봤더니 제가 지레 짐작한 것이더군요.
절반으로 쪼개진다는 이야기는 전혀 없습니다.
애초부터 광고 문구를 자세히 읽어보지 않은 제 불찰이죠 뭐.
대책 있습니까.
그래서 아래 쪽을 뚝뚝 썰어 내고 공작한 게 이 사진의 모습입니다.






요 근래, 트랜스포머를 만들면서 신경이 쓰이는 부분 가운데 하나가 케이스입니다.
크기와 모양이 적당한 게 없어요.
근데 이건 사이즈와 색깔이 아주 마음에 듭니다.
하지만 통짜라서 작업이 불가능하다는 게 치명적 약점입니다.
아무리 모양이 좋으면 뭘 하겠습니까.
배선과 납땜이 불가능한데요 뭐..........
근데 얼마 전 이 케이스의 광고문구가 바뀐 걸 보았습니다.
절반으로 갈라진다는 문구가 첨가 되었더군요.

“얘 네들도 먹고 살려고 금방 적응하는군. 역시 중국이야.”

쾌재를 부르며 얼른 세 개를 주문했습니다.

그게 한 달 전 쯤 이야기입니다.
엊그제 물건이 도착했습니다.
근데 광고와는 달리 세 개가 모두 여전히 통짜입니다.

열이 팍팍 받아서 판매자에게 항의 메일을 보냈더니
광고 문안이 잘못 되었고, 자기들 불찰이니 5불을 되돌려 주겠답니다.
세 개 구입하느라 $19.50을 썼는데 5불 돌려준다니까 조금 열 받더군요.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 몰라도
어필이 그대 곁에 있음을~~~~
~~~ 기억해요.”

따지려면 일단 상대방이 한 말을 잘 살펴봐야하겠지요.
그랬더니 이번엔 다른 곳에 함정(?)이 있습니다.

“소비자 불만 시 환불 100퍼센트 보장. 물건은 구입자가 송료를 부담해서 판매자에게 되돌려 보낼 사.”

계약이니 문구대로 실행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때밀이 값-송료가 더 나갑니다.
그래서 이런 내용으로 편지를 보냈습니다.

“시간과 돈 들여 구입한 게 늬 네 광고와 달라서 피해가 막심하다.
하지만 돈 버는 게 만만지 않다는 걸 나도 너도 잘 아는 터이니
우리, 타협하자.
서로 반반 쪼개는 게 어떠냐.
너 10불 손해, 나도 10불 손해.
Does it make sense?

동의하면 편지 주고........“

그랬더니 이해해 줘서 고맙다는 정중한 편지와 함께
총알처럼 10불을 되돌려주더군요.
그래서 마발이 통 3개는 제 수중에 남고
쌩돈 10불은 허공으로 사라졌습니다.

MTB를 좋아하는 소설가 이윤기(김훈이 맞습니다. 박사님께 감사..... ^^)가 예전 쓴 글이 생각납니다.

“사람들아 내 책 좀 사가라. 자전거 바꿔야겠다.”

밴쿠버는 오늘이 5월 30일입니다.
요즘,
다양한 경로로 손재수가 생기는 한편
쓸 곳은 많은데 들어오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행여 살려 쓸 수 있을까 미련이 남아
그리고 빨리 트랜스를 만들어 그동안 손해 본 걸 벌충해야겠다는 생각에
이제 한참 좋은 계절이 시작되는 밴쿠버에서 패밀리 룸 밖 만개한 철쭉꽃을 내다보며
필립은 쓸모도 없는 통에 이렇게 구멍을 뚫어 놓고 혼자 열심히 공상에 잠깁니다.

“사람들아 이 통 좀 사가라. 손해 벌충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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