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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2013.06.10 22:13

[진룬즈]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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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r. Spark: 아래 글은 중국 길림성의 인라인 스케이터(이자 스키어)인 김윤식 선생님이 보내온 것입니다. 현재 제 사이트가 외국에서의 접속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김 선생님의 접속이 안 되어 마이피플로 텍스트와 사진 하나를 제게 전송한 겁니다. 그걸 제가 대신 업로드합니다.("진룬즈"는 "김윤식"의 중국식 발음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름은 남들에게서 주어지는 것이지, 자신이 붙이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름놀이를 제안한 저에게 과외교사이자 친구였던 E는 말했습니다.

 

noname01.jpg "이름놀이"란 무엇이었느냐 하면, 아메리카 원주민 수 부족 리더의 전기 <Sitting Bull>에 관해 한담을 나누다 우리도 인디언들처럼 인물의 성격에 걸맞는 이름을 붙여보자는 수작이었지요.

 

“뇌가 마치 삶은 시금치”가 E가 내뱉은 저의 인디언식 이름입니다. E는 지독한 소리를 참 잘 했지요. 그리고 이어 한 말이 위의 한마디입니다.

 

요즘 세상에는 당연한 말입니다. 정당하게 여겨질 이유를 들고 법원에 가서 개명을 하지 않는 한, 정당하지 않은 사업을 하려 신분을 위장할 목적이 없는 한 출생 시 신고된, 증명서 위의 이름대로 사는 것 말입니다.

 

구성원이 작은 복잡하진 않은 아메리칸 네이티브 사회에서라면 "저 놈이 어렸을 땐 거북이처럼 느려서 ‘Slow’라 불렀는데, 장성하고 보니 나대지 않고 오히려 진중하니 오늘부터 ‘앉은 소’라 부르자."라고 해도 혼란이 일어나지 않았겠지만 말이지요.

 

그런데 인라인 사랑방에 처음 글을 올리려 하면서 스키 사랑방에 걸던 이름과 다른 이름을 쓰려 하는 것은, 인라인 스케이팅을 통해 얻은 기쁨을 주체하지 못해 지난해 끄적이다 묵힌 글을 이제 올리려 하는데, 가만 보니 그간 스키 쪽 정보란인 윈터 시티에 분수를 모르고 올리던, 사람 고기를 먹는다는 따위 어두침침한 내용과는 딴판으로 밝더란 말입니다.

 

민망하여 망설이다 짜냈다는 꾀가 고작 중국 글자를 빌려다 지은 저의 이름을 현대 북방 중국말 소리대로 표기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다시 또 한글 표기로 그나마 가장 가까운 소리로 옮기면 ‘진룬즈’가 되겠습니다. 이렇게 하면 가명을 쓰지 말라는 이 방의 규칙에 어긋나지 않으니 또한 좋습니다.

 

양인(洋人)들 혀가 꼬이고 뜻까지 컴컴해도,(sick, 아픈) 편의적인 로버트나 제임스라 따로 붙이지 않고 고수하던 Yoonsik, 루더야드 키플링의 인도 배경 소설 <Kim> 인지 Hakim인지, 왕년의 육체파 킴 노박의 그 킴인지 혼동 당해도 꿋꿋했던 성씨를 보존하면서도 달리도 들릴 수 있으니, 중국말을 배운 것이 이제 보니 참으로 다행스럽습니다.

 

시덥잖은 글, 몇 명 읽지도 않은 글이나 올릴 거면서 되게 말은 많네, 그깟 이름 누가 신경 쓸 거라고 하신다면, 적어도 한 명은 그러는 겁니다. 저요.

 


 

스키 정보란의 김윤식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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