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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라인 스케이팅 중 무슨 생각을 하시나요?"

저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근육의 문제

 

대개 인간의 활동에 필요한 근육이 따로 있다고 합니다. 매일 같은 동작을 반복하면 그런 근육들이 생기고, 동시에 신경 쪽에도 변화가 일어나 그 행위를 숙련하게 되는 것이겠지요. 제가 배운 바로는 검도가 그렇고, 기타 치는 행위, 수영, 심지어 외국어도 그렇습니다. 안타깝게 저는 어느 것도 수준에 이를만큼 꾸준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제 경험했다고는 못 하지만 말이지요.

 

(외국어, 예로 영어를 배울 때 한국어나 중국어 모국어 발화자(native speaker)는 필요한 구강, 안면 근육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 하여 발음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라 읽었습니다. 더 심하게 말하면 침팬지를 대상으로 인간 언어 연구를 한 바, 뇌가 아니라 구강 구조 때문에 이 동물이 말을 못 하는 거라 결론 내렸다고도 합니다. 수십 년 전 얘기고 그 후 업데이트를 못 하긴 했습니다만.)

 

인라인 스케이팅을 시작할 때 제가 ‘최소한 이것만은’ 하고 희망했던 것은 발목이 꺾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인데요,(어릴 때 비참한 아이스 스케이팅 경험 때문에 그렇습니다.) 지금에 이르러 좀 자족하고, 나아질 거라 안심하는 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라인에 필요한 근육이 발달할 거라 믿기 때문입니다.

 

밸런스

 

두 말 하면 잔소리. 인라인 스케이팅은 밸런스 운동이지요. 처음엔 스키보다 훨씬 짧은 휠 네 개 위에 균형을 어떻게 잡을까 의아했는데, 사람 신경이란 게 놀랍습니다. 이젠 전에 그런 의심을 했다는 게 신기하군요.

 

역시 배운 대로, 몸무게가 족장(足掌) 움푹한 곳에 실리도록 신경 씁니다. 앞뒤로 이렇고, 좌우로는 아웃, 인 엣지가 신경 쓰여야 할 텐데, 아직 저는 앞뒤로 몸 중심이 왔다 갔다 합니다. 이럴 때 오히려 편하고 자연스럽게 미끄러집니다. 잘 탈 때가 오면 중심이 흔들리지 않을 지 모르지만요.

 

포지션

 

부득불 자주 스키와 비교하는데,(‘포지션’이란 말도 스키에서 가져 왔습니다만, 인라인 스케이팅에도 쓰는 지 모르겠군요.) 마찬가지로 ‘똑바로 서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람 몸 축에 금(線)을 긋는다면 글라이딩 발이 배꼽과 한 줄 위에 있게 하는 것이라 봅니다.

 

그래서 줄곧 푸쉬한 발이 돌아올 때 착지하는 위치에 주의해 왔고 그러려고 발목을 구부리나 보다 했는데, 오늘 보니 무릎도 따라서 굽혀야 하는군요. 푸쉬에 힘쓰기 보다 포지션을 바르게, 무릎이 배꼽 아래 오게, 하니 더 빨라지는군요. 그런데 이렇게 하면 허벅지가 더 고생입니다.

 

장거리를 달리는데 엉성한 포지션에 미는 힘으로 가는 것(uneducated skating, 자연 발생 스포츠 단계의 인라인 스케이팅. ‘이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 하고 타는 것)이 나을 지 엄격하게 포지션을 지키는 것(educated. 과학. 그런데 현재의 스포츠 사이언스가 종국에 다다랐다고 할 수 있을까요?)이 나을 지 모르겠군요. 머리로는 박순백 박사님과 인라인 지도자님들이 어떤 답을 하실지 알 것도 같은데, 몸은 말을 안 들으려 하는군요.

 

내 몸

 

보통 사춘기 때 이런 고민을 많이 하는데요, 자신의 몸에 대해서 말입니다. 저는 중학교 때 ‘다리가 더 길었으면’ 과 ‘코가 좀 작았으면’ 하는 고민을 했었습니다. (나중에 요트를 배울 때 키가 더 컸다면, 더 나중에 한국 여성에 서구의 외모 기준이 유입되면서 머리가 작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지요.) 영구 짝짓기 대상을 찾고 또한 현대인 남자로서 육체와 관련해 더 이상 자기 증명할 필요는 없는 나이가 되었으므로, 이제 와서 제 몸에 대해 아쉬워 한다는 것이 우습습니다.

 

스케이팅 할 때 발목이 어느 쪽으로든 굽지 않는 것이 당면 목표라고 위에 썼습니다. 기본 자세에서 휠과 정강이를 지면에 수직으로 서게 하고 대퇴는 각도가 생기면서 몸통 연결 조인트 즉 고관절과 이어지게 한다는 말씀이지요. 이러면 무릎이 가운데 발가락 위에 와야 할 텐데, 가끔 내려다보면 엄지 위에 있거든요. 게다가 휠은 아웃 엣지로 되어 있고요. 그러니 제 다리가 기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실은 전에 스키 탈 때 발목 생긴 게 남들과 좀 다르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나이가 드니 ‘아무려면 어떠냐 신체 결함을 극복하다니 이 또한 괜찮지 않은가!’ 하고 말았는데, 인라인 타면서 다시 그런 생각이 들 줄은 몰랐군요.

 

신체 한 부분이 조금만 더 길었으면 하는 바람은 죽을 때까지 없어지지 않을 것 같긴 합니다만.

 

몸 낮추기

 

지난해 Dr. Spark 사이트의 온라인 사진 강좌와 <데스티네이션 스피드> 영상을 보면서 자학(自學)하는 중에 보니, 손을 내려 손바닥이 무릎을 덮을 만큼 허리를 숙이는데요.  그렇게 주행하니 4키로(십 리로군요.)도 못 가 허리가 끊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아프지 않고 10, 20Km를 갈 수 있길래 매일 하면 아프지도 않나 보다 했어요.

 

오늘 알았는데 허리 굽힘이 모자랐네요. 달리다 모처럼 손을 내려 짚어 보니 손가락이 무릎 위에 닿습니다. 팔이 짧아 그런 거지 결코 허리를 굽혀야 할 만큼 굽히지 않아 그런 것이 아니기를 빌었습니다.

 

보이는 것과 같지 않다

 

제가 가는 광장에서 뵙는 인라인 스케이터들 중 많은 분들, 특히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은 제가 위에 든 교본 두 개를 보실 기회가 없어서겠지만 바깥 다리를 똑바로 옆으로 미는 게 아니라 뒤로 지치는 생각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잘 타는 사람을 보면 꼭 뒤로 미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겠지요.

 

사진, 동영상을 보고 올바른 푸쉬가 뭔지 이해하고도 좀처럼 그렇게 되지 않았어요. 바깔발을 오히려 앞으로 미는 느낌이 들 때에야 (내려 보았을 때) 두 발이 나란히 옆으로 벌어지는 것이었습니다.

 

광장을 40바퀴 돌고 힘이 다 빠지니까 드디어 그렇게 됩니다. 두 발이 멀어지다 한 발이 땅에서 떠나면 그제야 뒤로. 이러니 꼭 노를 젓는 것 같군요. 혹은 오리가 스트로크 하는 것 같기도.

 

점점 푸쉬하는 다리 힘으로 가는 게 아니라 글라이딩하는 무릎을 더 굽히니 힘이 덜 들고 빨라졌다는 느낌이 듭니다.

 

17킬로미터를 지나서야 좀 되는 것 같다니, 권투가 아니라서 다행입니다. 링에 뻗고 나서 ‘아 이제 자세 나오는데.’ 할 뻔 했습니다.

 

중력

 

지구 위에 사는 생물인 이상 여기 지배 받지 않는 존재 없겠지요. 관계없는 운동도 없겠고요. 제가 드리는 말씀은 스키와 비교해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산비탈을 내려가는 스키야 말할 필요 없이 중력 운동인데, 인라인은?

 

왜 이런 엉뚱한 생각이 들었는가 하면, 글라이딩 하는 발이 아웃 엣지에서 인 엣지로 넘어갈 때 마침 몸 뒤로 떴던 다른 발이 땅에 닿는 이 타이밍, 영상을 보면 마치 시계추와도 같이 보이는 선수의 몸이 아래로 기울어지는 그 순간 말이지요. 이 때 자빠지려는 힘도 주행에 보태지 않나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혼자 타니까 별 생각 다 하는 모양이지요.

 

오래 가는 것이 이기는 것

 

광장을 50바퀴 도니 보는 눈들이 생깁니다. 오늘은 드디어 젊은 여성이 영상을 찍는군요. 우쭐합니다. 롤러 블레이드 옷을 사야 하나 봅니다.

 

오늘 60바퀴를 돌았습니다. 120바퀴면 40킬로미터 쯤 되니까 올 겨울 오기 전에 쉬지 않고 이 거리를 가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저는 대개 이런 생각을 하며 탑니다. 여자 생각도 문득 문득 나지만요. 그럴 듯 하게 보이려면 위 소제목들이 삶의 면면을 말하는 것이라 우겨도 되겠습니다. 그러나 저녁에 누워 돌이켜 정리하니 이렇지 실은 매 스트로크를 배운 대로 하려고 신경을 곤두세우지요. 나중엔 아무 생각 없게 될 수도 있을까요? 120바퀴를 다 돌 수 있을 때 그렇게 되면 좋겠습니다.


noname01.jpg 
- 광장으로 통하는 동물원의 입구. 지난해 여기서 연습하기도 했는데, 조금도 방향을 틀 줄 몰라 일군의 사람들을 마주치면 소리를 질러 비키게 했지요. 장난감 나팔을 지니고 클랙슨 대용으로 쓸까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Comment '2'
  • ?
    oneguy 2013.07.03 00:04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profile
    일월여신|한상률 2013.07.31 22:05

    중력을 느끼시다니 대단합니다. 역시 스키어라서 이해가 빠르십니다. 

    여러 가지 기네스 기록을 가진 인라인의 기인 에디 매츠거는 인라인 스케이팅은

    떨어지는(fall) 동작의 연속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중력을 이용하여 편하게 타는 것이

    장거리 스케이팅에서 여러 번 우승할 수 있던 비결이라지요.


    그의 홈페이지에 가서 보시면 도움될 동영상과 글이 있습니다. http://www.skatecentral.com/hom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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