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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얘기
2012.09.19 15:28

전주를 다녀와서..

조회 수 1758 좋아요 35 댓글 6
먼저 10년째 최고의 대회를 주최해주신 전주인라인 관계자여러분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20년.. 30년.. 계속해서 최고의 대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 전주대회 후기..는 아닙니다. -

어제는 오랜만에 느꼈던 아주 뜨거운 날이었습니다.
그 빗속에서 열심히 응원해주신 자원봉사자여러분이 그랬고, 대회를 준비하신 분들의
노력이 그랬고, 참가한 모든 선수들이 그랬습니다.
지금 온 몸의 근육은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42km 오픈 신청(올해부터 장년부 뛸 수 있지만.. 장년이 아니무니다. ^^;;)하고
21km를 48분에 달리고 포기한 후 근육통으로 밤새 뒤척였습니다.
이번 대회는 훈련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관광모드로 출전했기 때문에
안 넘어지고 완주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빗길에 21km를 달리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아득히 멀어지고 몸은 10km부터 이미 한계였기 때문에 완주는.. 흑 ㅜ.ㅜ
하지만 관광이기 때문에 엄청 즐겁더군요.
일단 후기는 끝. ^^;;


황송하게도 오후에 박순백 박사님이 네이트온을 통해서 직접 “사진 올려놨어요”라고
대화를 해 오셔서 무척 고맙고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죄송하기도 했습니다.
가만히 살펴보니 제가 마지막으로 글을 올린 것이 작년 6월 IWIC가 마지막이네요.
흠.. 그러고 보니 아까 박사님이 하신 말씀이..
“이 놈아 사진 올려놨으니 얼렁 후기 나부랭이 적어봐” 이런 뜻? 은 아니죠.. ^^;;
그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 철인 3종 준비? 골프! -

그냥 저냥 “제가 이렇게 살았습니다”를 적어보겠습니다.
제가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혹~시나 해서 퍼질지 모르니까요. ^^;;

작년 인천대회가 끝나고 저는 제 체력의 한계를 한 번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광주 도싸에 인라인도 잘 타고 철인3종도 하는 김모 형이 있어서 제일 큰 대회라는
통영대회를 경험해 보기위해서 달리기, 수영, 싸이클을 나름 부지런히 탔습니다.
그렇게 체력을 차곡차곡 쌓아두고 시간이 흐르고 있는데 회사의 직속상사가
“레슨비하고 경비 다 지원 할게 골프 해!” 이럽니다.
지금까지 몇 번을 거절했었는데 부탁이 아닌 명령을 하니.. 흑..

그렇게 골프채를 잡은 것이 10월.
인라인하키 4년의 경험(스윙)과 인라인으로 몸에 밴 체중이동을 바탕으로 치다보니
4일 만에 풀스윙, 1달 만에 드라이버를 잡게 되더군요.
(프로가 ‘처음 하는 거 맞아요?’ 하는 의심의 눈빛을.. 인라인을 신고 완전무장하고
전력으로 달려가서 빠르게 날아오는 퍽을 치는 것보다는 쉽지 않겠습니까? ^^)
그런데.. 제일 짜증나는 것은 넘치는 체력으로 가만히 서서 똑딱 똑딱 하고 있으려니..
좀이 쑤십니다. 아~ 미~ 추~ 어~ 버리겠네~~
그래서.. 프로가 없으면 남들 한 번 칠 때 퍽~ 퍽~ 퍽~
와서 보고 있으면 폼을 예쁘게 하고 톡~ 또 없으면 퍽~ 퍽~ 퍽~
토요일, 일요일은 아무도 없는 새벽부터 나와서 점심까지 퍽~ 퍽~ 퍽~
오직 공을 패기만 했더랬죠. 그래야 땀이 좀 나기 시작하니까.. ^^;;
그렇게 무식하게 한 결과는 4개월 동안 갈비골절 2번으로 각 1달씩 휴식.. ㅜ.ㅜ

얼마 전에야 초보자용 골프채를 버리고 힘을 빼는 스윙을 몸에 익히고 있습니다.
인라인을 시작할 때 목표가 데몬이였듯이 골프의 목표는 싱글(80타 이하)입니다.
스크린에서는 목표가 손에 닿을 듯 합니다. 계속해서 84타를 치고 있는데
꼭 한 홀이 문제가 있네요.
그런데 필드는... ㅜ.ㅜ
나같이 아무것도 없는 놈이 골프하는 것이 스스로도 영 맘에 안 듭니다만
인라인은 길이면 그냥 달리지만 필드는 풀밭에서 칠 수도 없고.. ^^;;
좌우간 안 할 수 없으니 “빨리 잘 해야죠.”
♪ 오빤 좀 파는 스타일 ♪ 이라 잠시 인라인을 접어두었지만
역시나 전주를 다녀오니 인라인을 떠난 저를 생각할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아직 골프에서 목표한 지점에 도달하지 못했으니 골프에 더 시간을 보내겠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인라인에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세요.


- 아이를 키우는 재미라는 게 -

용현이가 이제 4학년 2학기를 다니고 있습니다.
지금은 반장이 되었는데 요즘은 학급에 반장이 4명이라네요. ^^;;
그런 용현이가 얼마 전에 크게 스트레스를 받아서 왜 그런지 물었더니
영어학원에 다니기 싫다고 합니다.
용현이가 다니는 학원은 삼육어학원인데 현재 D단계에 들어와 있습니다.
C단계까지 REPEAT이 없는 최연소, 최단기간의 기록입니다.
선생님이나 저로서는 너무나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질 영어실력이지만 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같이 공부하고 숙제도 같이 해서
여기까지 잘 왔는데 너무나 완강합니다.

이유인즉슨,
D단계는 빠르면 6학년, 보통은 중학생이 하는 단계이고,
수준은 중학교 고학년 이상인데 따라갈 수 없는 것이 당연하죠.
지금까지는 나름 최선을 다해서 C단계를 PASS했는데 D단계는 아주 어렵다보니
잘해야 된다는 강박관념과 D단계도 한 번에 PASS하려는 욕심이 생겼나 봅니다.
크게 울면서 하는 말이 “아빠 저는 완벽주의자인가 봐요” 하는데 웃을 수도 없고..
그래서 선생님과 상의하고 낸 결론은 “놀면서 오래 다녀라”입니다.
그랬더니 첫 날 단어시험에서 20문제 중 5문제를 맞았다고 웃으면서 말합니다.
어찌나 귀여운지, 지금까지도 저나 아내나 성적에 별로 말을 하지 않는데
스스로 잘 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는 것이 정말 대견했습니다.

사교육.. 개인적으로 별로 하고 싶지 않지만, 용현이의 꿈이 파일럿입니다.
아이의 꿈을 어디까지 지원해 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용현이가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서 노력했으니 저도 최선을 다해서 도와야겠죠.
형이 잘하니까 당연히 용준이도 잘 할려고 노력은 합니다.
용준이는 형과 다르게 잘 때마다 안아주고 뽀뽀해줘서 사는 맛이 납니다. ^^;
D단계 시작한 요즘은 집에 들어가면 용현이 영어숙제 같이 하는 것이 일인데,
이건 뭐.. 하얀 것은 종이고 까만 것은 영어입니다. 아이고~ 어려워~


- 회사 -

아이들이 커 가다보니 돈이 많이 들어갑니다.
자식농사는 두 번 지을 수 없지만  돈은 언제든지 벌 수 있다는 생각으로
용현이와 용준이가 5살까지는 아이들이 부모의 사랑을 마음껏 느끼며 자라는 것에
아주 만족하며 지냈고, 돈에는 연연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되어 돈이 조금 더 들어갔지만 아내도 같이 직장에
다니면서 빠듯하기는 했지만 잘 지냈죠.
그런데 아내의 수입이 예전 같지 않고 저 또한 진급이나 급여가 더디게 올라갑니다.
특별히 일을 못하는 것은 아닌데.. (후기를 쓰느라 시간을 많이 써서.. ^^;;;)
그래서 배수의 진을 치고 싸움을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같이 인라인을 타는 동생이 맞춤가구를 합니다.
마침 올해 사업의 규모도 키우고 일손이 부족한데다 저도 관심이 있어서 몇 번 일을
도왔던 터라 여름휴가를 공장에서 일을 배우면서 보내게 되면서 지금 회사와 싸움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여름휴가, 공휴일 모두 공장에서 땀을 흘리며 보낸 덕분에 그동안 늘어졌던 몸매도
돌아오고, 잠도 푹 잤습니다.
말 그대로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내 일을 해봐야겠다.’ 생각하고 사표를 썻습니다.
하지만 내 일을 하는 것도 두려웠고, 계속 회사에 남는 것도 두렵더군요.
회사의 답을 기다리는 2주 동안 참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의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라고 해야 할까요?

직속상사의 노력으로 회사에서 승진을 약속하여 저의 싸움은 마무리 되었습니다.
동생에게는 많이 미안했지만 제가 이길 수밖에 없는 싸움을 하니 이기게 되더군요.
마치 충분히 훈련을 하고 나서 대회에 나가는 것처럼 말이죠.
그걸 인라인에서 배운 것이죠.
부지런히 훈련하고 기나긴 고통을 참으면 반드시 결승점이 보인다는 것을 말이죠.

이렇게 저의 1년은 다사다난하게 지나갔습니다.
요즘은 새벽에 골프연습장을 다녀와서 일찍 회사에 출근해서 동영상으로 강의를
듣고 , 퇴근하면 아이들 숙제 같이 하고, 밤에 강의를 듣는 날들의 반복입니다.
무지 피곤하기는 하지만 살아있는 한 최선을 다 해야죠.
언제나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겠습니다.

다음 대회가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제가 인라인을 신고 신나게 달리고 있으면 좋겠네요. ^^

Comment '6'
  • ?
    최원열 2012.09.20 19:34
    [ cwy1815@hanmail.net ]

    광우씨 오랜만에 만나 반가웠어요.^^
  • ?
    이용준 2012.09.20 22:00
    [ skuni-coda@hanmail.net ]

    열심히 살아가는 아빠를 보면 아이들도 건강하게 쑥쑥 잘 자랄 겁니다.
    화이팅 하세요~~~
  • ?
    노기삼 2012.09.20 22:24
    [ no232@hanmail.net ]

    용현이가 벌써 4학년이라니..... 바쁘면서도 의미있게 지내는듯하니 보기 좋네... 전주에서 못봐서 아쉬웠는데 이렇게 글로나마 만나니 반갑다.
  • ?
    한상률 2012.09.21 08:58
    [ 19940@paran.comm ]

    파이팅!
  • ?
    김철배 2012.09.21 09:15
    [ 6774rlacjfqo@hanmail.net ]

    그래.. 우리 아직은 '마흔'이라는 단어가 어색하지.
    간혹 생각나는 친구라 전화 통화만 하지만 너의 그 치열한 삶에서 땀냄새가 느껴진다.
    '남자'가 아닌 '아빠'.
    '아빠'라는 단어의 무게감.
    '남편'에서 '아빠'라는 지위를 얻고나면 세상 모든게 다 내것 같았는데
    그 기쁨도 잠시!
    떨어지는 낙엽도 피해가고,
    길에서 보이는 불의도 눈 감고 모른 척 피해가게 되더라.
    언제나 승승장구하는 친구가 되길.....
  • ?
    민은실 2012.09.21 19:58
    [ meunsil@naver.com ]

    '아플시간도 없는 우리나라 40대'라고들 하잖아요~~

    정말 일도 운동도 아빠로써도 최선을 다하는 참 멋진 광우오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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