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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31 21:03

[진룬즈] 새 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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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신발 사고 어린애같이 좋아합니다. 헌 신발(지난해 사서 많이 타지 않았으니 실은 그리 헐지 않았지만)은 구석으로 밀려났고요. 연전 중국에서 크게 성공한 TV 드라마 <견현전(甄嬛傳)>은 청 황제 옹정의 여인들 이야기로, 새 여자가 들어오면 황후와 후궁들은 황제가 찾지 않을까 봐 두려워합니다. 현대인의 물건 갈아치우기는 황제 놀이인지도 모르겠네요.

 noname01.jpg


[사진] 중국 TV연속극 <甄嬛傳 /발음: 쩐후안주안/> 후궁에서 태후의 자리로, 즉 선제(죽은 황제)의 공식 부인까지 되는 ‘견현(쩐후안)’이라는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궁안 여자들의 음모, 암투 그런 거지요.

 

큰 바퀴로 바꾸면 처음엔 힘들 거라고 박순백 박사님께 들어서, 먼저 사람 없는 오후에 타 보고 다음날 새벽 Zhang 선생 추격하러 나갔지요. 몇 주 전부터 눈에 띄는 분이 있었습니다. 이 분이 앞서고  Zhang 선생이 뒤에서, 한 번에 열 바퀴(3.4 Km) 돌기를 아침마다 두 번 하는데, 그 뒤를 좇는 다른 사람이 없습니다. 빠르지요. 인사 드릴 때 들으니 원래 빙속(氷速) 선수들 가르치던 분이시라. 프로였군요. 희귀한 성을 가지신 Kan(闞: 성씨 ‘감’) 라오스(老師).

 

새 신발을 신고 따라간 첫날은 여덟 바퀴 째에 떨어져 나갔습니다. 운동 마치고 담소할 때 “신발 바꿔도 못 좇아가겠는데요?” 했더니, “새 신발이 익숙치 않아서 그래. 며칠 지나면 괜찮을 거야.” 하십니다. 그런데, 이 분들 바퀴가 110mm였군요. 아차!… 그러나 Zhang 선생은 나이가 12세 위이시고, Kan 라오스는 더 위이실 테니 ‘어린’ 제가 100mm 신고 따라가는 게 맞겠네요.
 

훈장 버릇 어디 갈까. 운동 끝나고 Kan 라오스는 저에게 꼭 몇 마디 하십니다. 듣고 보니 래터럴 푸쉬, 아웃 엣지 셋다운, 리커버리 등 제가 배운 것과 같은 말씀이군요. 제가 그 동안 이 동네 인라인 스케이팅을 너무 얕잡아 보았어요. 지난주부터 저의 리커버리를 지적하십니다. 일부러 들지 말고, 자연스럽게 앞바퀴가 땅에서 떨어지게 하라고. 힘 빼고.

 

동물원을 가로질러 돌아오는 길에 리커버리를 골똘히 생각하며 걷는데, 문득 발을 내려다보니 저의 걸음걸이에 고칠 점이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걸을 때 1. 발꿈치 딛고, 2. 발바닥 앞쪽으로 땅을 밀고, 3. 뒤로 간 발이 돌아오는 과정으로 나눠 보자면 3번에서 정강이 모양이 깔끔하지 않군요. 쓸 데 없이 한 번 텁니다.(‘터덜터덜 걷는다’는 말이 여기서 나왔는지도 모르겠군요.) 똑바로 걸으려 하다 보니 허리도 펴지는 것이, 몸 자세도 바뀝니다.

 

인라인 스케이팅을 하다 걸음에 생각이 미쳤는데, 그러고 보면 보법(步法)을 중시하는 체육 활동이 많은 것 같습니다. 검도는 작대기 휘두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발 디딤 연구를 해야 하고, ‘복싱은 스텝이라’ 들었고요, 무술도 마찬가지. 태극권 수련자가 한 걸음 내딛는 데 따라 온 몸의 움직임을 동조시키는데, 지나다 가르치는 걸  들으면 지켜야 할 게 많아 여간 까다롭지 않습니다.

noname02.jpg

 

진지하게 수련하는 분들을 보면 건강 말고도 다른 목적이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몰라서 하는 소리겠지만 중국 무술이라 하면, 소림사, 달마 대사, 선종이 차례로 떠올라 그냥 격투 기술만은 아닌 것 같고, 종교와 관련 짓기가 너무 무겁다면 민간의 믿음이랄까요. 에너지의 운용을 몸으로 표현하는 것, 수 십 개 동작의 연결을 한 번이라도 완벽하게 해 내면 뭔가 이루어진다고 믿는 게 아닐까? 그 ‘뭔가’가 무병 장수인지 뭔지 모르지만요.

 

<푸코의 진자>(움베르토 에코)에 나오는, 평생에 한 번이라도 그의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면 신 앞에 나가게 된다는 어떤 오래된 믿음에 관한 얘기가 떠올라 써 보았습니다.

 

Kan 라오스를 따라가려면 정신 바짝 차려야 합니다. 아차 하다 거리가 벌어지면 좁히려고 바둥대고, 몇 번 이렇게 하면 숨차서 못 좇아가지요. 코너 돌 때 깨닫는 게 많습니다. 앞선 이는 코너에서 한 발 한 발 유유히 미끄러져 감속 없이 나아가는데 저는 안쪽발로도 푸쉬하려다 오히려 느려지고, ‘덜컥’하고 브레이크 걸리는 느낌이 들 때도 있습니다. 흐름을 타지 못하고 역행하는 느낌이랄까요.

 

뒤쫓아 달리기를 며칠 하니 요령도 생깁니다. 같은 힘을 들이고도 더 빨리 가는 경우도 있고요. 이제 뒤쳐지는 일은 없으나 그래도 긴장합니다. 달리는 그 때 뿐만 아니라 하루 전 날도 그렇지요. 맥주라도 한 잔 했다가 다음날 힘들어 토 나올까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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