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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역에서 만난 페루인 라파엘(Rafael)

어제 다이하드 20주년 기념 관람^^을 위하여 용산역 CGV에 갔었습니다. 집사람과 함께 가서 많은 옛친구들을 만나 영화 관람을 했지요. 전 촌놈이라서 요즘 CGV에 골드 클래스(Gold Class) 좌석이라는 것이 있는 줄도 몰랐고, 그래서 당연히 그런 곳에서는 영화를 본 적이 없는데, 어젠 그 좌석에서 편하게 잘 봤습니다. 거의 두 시간 내내 끊일 줄 모르고 때려 부수는 아날로그 하드코어 액션 영화인 “다이하드 4.0.“


- 골드 클래스의 넓은 좌석 앞에 있는 테이블, 그리고 그 위에 놓인 제가 마시던 아이스 카페 라떼, 그리고 오른편의 집사람을위한 아메리칸 커피.(워낙 어두워서 접시의 왼편 구석과 거기 올려놓은 컵의 실루엣이 보일 뿐이지만...)

용산역은 오래 전 군에 있을 때 TMO(군 장병들의 열차 이용을 위한 서비스)에 들르느라 이용해 보고는 처음입니다. 25년 전에 한 번 가 봤다는 얘기이지요.^^ 그래서 제 뇌리에는 그 오래 전의 열차 정거장만 남아있는데, 어제 본 용산역은 현재의 서울역 찜쪄먹을 만큼 잘 만든 그런 현대적인 역이더군요.


- 상전벽해(桑田碧海)란 사자성어를 떠올리게 만든 용산역의 변화.

단지 열차역이 아닌 복합생활문화관이라고나 할 Railway Complex. 거긴 백화점을 비롯한 각종의 상가들이 있었고, 실제 문화관도 있었고, 음식점이며, 영화관이 있었습니다. 심심할 때 그런 곳에 가면 시간 보내기는 좋겠더군요. 악기점과 오디오 점도 있었는데, 거기서는 무료 음악 감상을 아주 훌륭한 오디오를 통해서 할 수도 있었습니다.

어제 그곳에 갔을 때 좋았던 것 하나는 오베이션(Ovation) 기타를 많이 볼 수 있었다는 것. 지금은 전혀 기타를 치지 않고, 노래도 부르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어쿠스틱 기타에는 신경을 많이 쓰게 됩니다. 보기만 해도 좋으니까요. 오베이션, 꽤 비싸더군요. 250만 냥 정도.-_- 재벌이라면 지금 기타를 안 치더라도 하나 사두고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그리고 거기서 가슴아팠던 것은 야마하 악기점에서 본 초라한 야마한 기타. 이젠 태국에서 만든다는 별로 좋아보이지 않는 야마하의 모습이 맘을 아프게 했습니다. 제가 젊었을 때는 야마하 기타가 아주 좋은 제품이었는데...(당시의 유명 가수들 중에는 이 야마하 기타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았거든요.) 매장에 놓인 야마하 기타의 가격은 30만 원 선. 가격으로 제품의 질을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야마하 제품이 그처럼 대접을 받지 못 한다는 증거입니다. 하지만 일본 본사에 특별 주문을 하면, 위의 오베이션 정도의 가격을 가진 제품을 공수해 올 수 있다고 합니다. 어쨌건 제가 한 때 좋아하던 야마하 제품의 몰락을 본 것 같아서 기분은 별로였습니다.


- 거기있는 영화관 CGV.

하지만 거기서 기분이 좋았던 것은 용산역사의 큰 계단을 올라갔을 때 정겨운 안데스 음악을 접할 수 있었다는 것. 20년 전 정도에는 미국에 가면 어느 길거리에서나 그 음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의 미국에는 남미로부터 온 거리의 악사들이 어찌나 많았던지... 그래서 당시에 많은 히스패닉 계통의 노래들을 듣고, 그에 대한 관심이 생겨서 안데스 음악이 담긴 것을 비롯한 중남미의 CD를 여러 개 사서 듣기도 했습니다.



노래를 부르는 이는 페루에서 온 사람이었습니다. 라파엘 모리나.


- 라파엘 씨의 공연은 한국철도공사가 주최(후원)하고, 전문 예술법인 레일아트(Rail Art)가 주관하고 있는 상설 문화 공연입니다. 전에도 지하철에서 이런 공연을 본 적이 있습니다.

양쪽에 JBL 스피커를 설치하고, 무대(?) 정면에는 남미의 많은 악기들이 놓여있습니다. 단 한 사람의 공연인데, 혼자서 그 많은 악기들을 다 다루는 것 같았습니다.



한동안 지켜봤는데, 역시 그랬습니다. 다양한 악기를 혼자 다루며 노래도 합니다. 연주실력은 상당했습니다. 악기를 다루는 걸 보면 그 사람의 실력을 알 수 있지요. 그의 능숙한 연주를 지켜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가던 길을 멈춰 서서 열광합니다.



그 사람의 이름이 쓰여있고, 그 아래 그의 다음 카페 주소까지 쓰여있습니다. 나중에 들어가 보려고 그걸 사진으로 찍어놨습니다.



http://cafe.daum.net/RAFAEL

위의 주소에서 맨 뒤의 라파엘은 rafael이라고 쓰면 안 됩니다. 카페의 이름은 대소문자를 구별하므로 rafael이라는 다른 카페에 들어가게 됩니다.


- 처음에 왼편에 있는 분이 사회를 보기에 누군가 했는데, 나중에 보니 라파엘과 국제결혼을 한 한국인 부인이더군요.



RAFAEL 카페에 들어가 보고서야 이 사람이 꽤 오래 전부터 이런 공연을 해 오고 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고, 지금도 한국에 살면서 계속 이런 공연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래의 “인간극장”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일도 있었다는 걸...



혹시 용산역에 들를 기회가 있는 분들은 이런 공연이 있으면 꼭 구경을 하시기 바랍니다. 정말 흥겹고도 멋진 안데스 음악을 선물 받을 것입니다. 안데스 음악 중에서 슬픈 것은 우리의 가슴을 쥐어 짜는 듯한 것도 있지요. 남미인들의 한(恨)을 담고 있는 곡들도 많아서요.

Comment '1'
  • ?
    채명환 2007.07.23 13:44
    [ airbag@lycos.co.kr ]

    안데스음악 넘 좋아요!^ ^
    꿰나는 꼭 한번 배우고 싶은 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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