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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2017.04.06 11:49

삶의 일부인 향을 주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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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554 좋아요 3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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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 오랜만에 커피 생두를 주문했습니다. 주문한 곳은 당연히(!!!) 강릉의 동진교역(대표: 조규명). 우리나라에 파나마 에스메랄다 농장의 게이샤 커피 등, 최고급 스페셜티 커피를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소개한 커피 무역상이지요.(요즘 그 농장 것이 아닌 것을 게이샤로 파는 다른 수입상들도 많습니다만, 품질을 비교해 보시면 워낙 큰 차이가 있습니다.)

 

어제 저녁에 보니 초당에 보관해 놓은 커피 생두가 게이샤 몇 백 그램과 콜롬비아의 COE #6인 산 이시드로(San Isidro)와 이디오피아 구지 케차(Guji Kercha)를 합쳐 2kg밖에 안 남아있는 걸 보았기에 아차싶어서 바로 주문한 것입니다. 동진의 조 대표님은 제가 90년대 말에 함께 스키를 타면서 알게 된 분이라 커피를 좀 더 자주 구입을 해 드려야 하는데... 문제는 제가 커피 마신다고 소문이 나다 보니까 절 찾아오는 분들이 좋은 커피 생두나 원두(대체로 원두)를 가져오시는 겁니다.-_- 특히 커피 좀 마신다는 분들은 자기가 생두를 사서 정성들여 로스팅까지 해서 가져 오시니...

 

그런 분들에게 동진교역의 스페셜티 커피를 선보이면 모두가 감탄을 합니다. 조 대표가 워낙 깐깐한 분이고,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보니 웬간해서 좋다는 커피도 그 분의 구미엔 안 차는 거죠. 그 분과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된 커피에 대한 수많은 일화를 초당을 찾은 분들과의 대화에 엮어내다 보면 빠르게, 즐겁게 시간이 흐릅니다.

 

요즘엔 특별히 맛이 없는 건데도 원두를 갈아서 초당을 방문하는 분들에게 맛보여주는 비 동진교역 커피가 있습니다. 스키전문 여행사인 프렌즈스키/스카디트래블의 도한진 대표가 일부러 스타벅스 시애틀 첫 매장에 들러 사다준 원두 커피입니다. 시애틀 스타벅스는 옛날(스벅 초창기) 인어 로고를 사용하기에 그것까지 보여주면서 원두를 갈아 드립해 주지요. 그럼 사람들이 맛 없어도 재미있어서 잘 마시니...ㅋㅋ

 

오늘 구입한 것은 4종입니다. 게이샤와 구지 케챠는 전에 마셔본 것이고, 그 외의 두 종은 안 마셔본 것이라 그걸 선택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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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주문서를 보면 게이샤 생두의 가격이 후덜덜하지요. 1kg의 가격입니다. 원두가 아닌 생두의 가격인데도 말입니다. 이렇게 7kg을 샀으니 한동안 또 버티겠지요.^^ 게이샤는 어쩌다 한 번 맛뵈기용으로 구입을 하는 겁니다. 이걸 안 마셔본 분들이 워낙 많으니까요.(특급 호텔에서는 한 잔에 5만 원까지도하는 최고급 커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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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동진교역 조규명 대표의 말씀, 그의 커피 철학이 담겨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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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래는 조 대표님이 페이스북에 쓴 게이샤(Geisha) 커피에 관한 글입니다.(저의 카톡방 중 하나에도 쓰신 글이어서...)

 

[제가 메인으로 취급하는 에스메랄다 게이샤 커피에 대하여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을 옮깁니다.]

 

게이샤 커피의 역사는 얼마 안 됩니다.

1931년 에티오피아 남동쪽의 게샤(Gesha) 마을에서 발견되었기에 출신지를 따서 (약간 변형된) 게이샤(Geisha) 커피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고, 일본어로 기생을 의미하는 "게이샤"와는 관련이 없습니다.(당사의 구지 케차도 에티오피아 구지 지역의 케차에서 나온 커피라는 뜻으로 제가 붙인 이름입니다.)
 게이샤 콩은 1953년 케냐와 탄자니아를 통해 라틴 아메리카의 코스타리카 열대농업연구고등교육센터(CATIE)로 옮겨진 후 1960년대 중반에 파나마의 농장에 흘러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게이샤종은 생육이 느리고, 보통 종과 비교하여 절반 이하의 커피 체리를 생산했습니다.

게다가 처음엔 저지대에서 재배하였기 때문에 이 품종이 지닌 맛을 제대로 알지 못 했습니다.

결국, 농장주들은 게이샤 묘목을 다른 종으로 대체한 뒤 한쪽 곁에 방치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수십 년이 지나 뉴밀레니움으로 들뜰 무렵, 녹병에 강한 커피를 찾던 보케테 (Boquete) 지역의 에스메랄다(Esmeralda) 농장에서 보케테의 하라미요 지구에 심은 게이샤 나무에서 마치 올리브와 같은 붉고 큰 체리의 커피를 생산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신의 커피”라 불리게 된 "게이샤 커피 재발견"의 역사입니다.

이후 에스메랄다 농장의 게이샤 커피는 파나마 최고의 커피를 뽑는 Best of Panama에서 최고의

커피로 뽑혔고, 세계 최고가의 커피라는 영예와 전설과 신화를 거듭하게 되었죠.

에스메랄다 농장의 성공에 고무되어, 이제는 여러 대륙, 이곳 저곳의 많은 농장이 게이샤 커피를  각 농장만의 독특한 향미로 재배해서 시장에 내어 놓게 되었죠.
..
커피는 개개인의 기호와 취향 그리고 여건에 따라 선택됩니다.

저는..

언제나, 라이카 카메라를 사고 싶었지만,
라이카 렌즈를 달고 있는 파나소닉으로 만족을 하고 있습니다만, 늘 라이카 카메라를 꿈꾸고 있습니다.

 에스메랄다 게이샤가 당신이 평가하는 커피 평가 항목의 범주에서 최고가 아닐 수도,
저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더 더욱, 가성비가 좋은 커피 또한 결코 아닙니다.

...

하지만, 이것 하나만 기억해 두세요.

세계 최고의 커퍼(cupper)가 인정하고 경탄하며, 칭송할 때는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에스메랄다 게이샤를 내린다는 것은
향미와 함께
명성과 권위를 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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