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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역대급"이라는 단어가 종종 들린다. 전에 안 쓰던 말이다. 역대(歷代)란 명사는 여러 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므로 역대급이란 말은 문법적으로는 틀린 말이고... 하지만 뭐 그게 문제인가? "먹을 거리"라고 쓰여야 맞는 "먹거리"란을 이미 많은 사람들이 먹을 거리와 같은 의미로 사용하고 있으니 그걸 표준어에 포함시킨다는 묘한 국어 정책이 난무하는 나라에서... 하여간 그 역대급이란 말은 몇 년전부터 "역대에 그런 일이 없었던 대단한"이란 의미로 SNS를 중심으로 사용되고 있다. 아마도 곧 표준어 사전에도 오를 만한 기세등등한 단어(?)로 변했다.

 

글의 초장부터 생판 빗나간 얘기를 했는데, 이번 여름이 얼마나 더웠는가하면 이건 그야말로 "역대급 더위"였다고 할 만하다는 거다. 내 살아생전에 이런 더위는 처음인데, 앞으로 이런 더위가 계속될 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있으니 이거 참 난감하다.

 

내가 특이 체질을 가졌는지 여름에 땀을 잘 안 흘렸었다. 특히 오래 전 대학교에서 일할 때는 총장 비서실장의 직함을 가지고 일을 하다보니 여름에도 몸에 잘 맞는 대륙식의 신사복을 입어야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 경우 안에라도 반팔 셔츠를 입었지만 난 긴팔 셔츠를 입었었다. 한 여름에 그런 차림을 하고 차를 타도 땀을 안 흘렸고, 에어컨 바람을 싫어해서 에어컨도 잘 안 켰었다. 그리고 추운 건 아주 싫어했는데(이런 건 요즘 SNS에서 "극혐"이란 단어를 사용하는데, 이것도 못 보던 단어이다.), 더위는 별 문제가 없었다. 특히 햇볕이 강한 날, 그 강한 햇살을 보면 밖으로 뛰어나가 운동을 하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를 느끼곤 했다. 남들은 더워서 꼼짝도 않는 더위에 난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폭염 속에서 스케이팅을 즐기곤 했던 것이다.

 

근데 몇 년전부터인가 그런 이상증세(?)가 점차로 사라졌다. 그리고 점차 더위를 더위로  느끼기 시작했던 것이다. 신기하게도 등에 땀이 나는 걸 느끼기도 했고, 심지어는 이마에 땀이 맺히는 경우까지... 하지만 재작년까지만 해도 폭염 속에서 자전거를 타는데 남들은 이마에서 땀이 얼굴로 흘러내리고 상의 져지가 옴팡 땀으로 젖는데도 난 그런 일이 없었다. '내 땀구멍에 문제가 있는 건가?'란 생각을 한 적도 있다.ㅋ 하지만 사는 데 불편한 일은 없었다. 올해도 웬만한 자전거 라이딩에서는 땀이 날락말락하여 얼굴이 약간 번지르르한 느낌이 되고, 등에서 나려던 땀이 라이딩에 따른 바람의 영향으로 말라버리는 일이 태반이었기에 본격적으로 땀을 흘린 바는 없다.

 

하지만 지난 토요일의 분원리 5고개 라이딩에서는 라이딩 코스가 힘들기도 했지만, 평균 36.5도에서 맥시멈 39도에 이르렀던 폭염에서는 전혀 상황이 달랐다. 이마에서 땀이 흘렀고, 져지 상의가 땀으로 젖었다. 심지어 지금까지는 100km를 넘게 라이딩을 해도 물 한 병을 다 마셔본 일이 없는데 그 날을 물 두 병을 마셨다.(평소에는 물 한 병의 1/3 혹은 반이 남곤 한다. 물론 중간에서 콜라 등 탄산수를 한 잔 마시는 일은 있다.) 그리고 라이딩을 끝내고 돌아와서 생전 처음 집사람으로부터 등에 땀띠가 난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_- 뭔가 등이 좀 거북했었는데 그게 오톨도톨하게 땀띠가 난 때문이었다니...

 

머리털나고 이런 더위는 처음이다. 얼마전 사진 촬영을 위해 동남아의 라오스를 다녀온 집사람도 "이건 동남아의 무더위보다도 더 해요. 거긴 간간이 내리는 스콜이라도 있어서 더위를 식혀주는데... 그리고 이처럼 습하지도 않구요."라고 한다. 이런 더위에 엄청난 습도까지... 정말 사람잡는 역대급 더위가 한창이다. 그리고 더위가 심해도 입추에 들면 그 기세가 갑자기 꺾이기 마련인데, 올해는 그런 것도 없다. 해수욕장들이 8월 초면 바닷물이 차서 물에 들어가기 힘든 게 다반사였는데, 올해는 아직도 한동안 그럴 일은 없으리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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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역대급 더위의 실상을 지난 금요일에 경험한 바 있다. 그 날도 35도 이상의 온도에 폭염이 굉장했다. 외부에 일이 있어서 나가며 냉장고에서 산펠레글리노 탄산음료 한 캔을 준비했다. 그리고 차에 타면서 그걸 조수석 위에 던져놨다. 그런데 운전을 하면서 거기 탄산음료 캔을 놨다는 걸 잊었다. 잊은 이유는 아마도 어디선가 브레이킹을 했을 때 그것이 조수석 앞 바닥으로 굴러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 탄산음료 캔은 어제 발견됐다. 굴러다니다보니 캔이 좀 찌그러진 채로...

 

_MG_0045.JPG

 

캔을 주워올리는데 캔이 가뿐했다. '어? 내가 이걸 마셨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캔의 뒤쪽을 보니...

 

_MG_0046.JPG

 

캔에 구멍이 나 있다. 캔이 찢어진 것이다. '헛, 이거 혹 더운 차 안에서 탄산수나 탄산음료 캔이 폭발한다더니????' 그래서 캔 뚜껑을 덮은 알루미늄 박 뚜껑을 열어봤다. 그랬더니 역시 캔을 딴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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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캔은 딴 흔적이 없다.

 

결국 이 캔은 뜨거운 차 안에서 폭발한 것이다. 아마도 땡볕에 세워둔 차안의 기온이 계속 올라가면서 폭발한 것이리라...

 

_MG_0048.JPG

 

'그럼 저 많은 탄산음료는 어디로 갔을까???' 이런 생각으로 조수석 앞의 깔개를 보고, 그 위의 compartment box를 봤는데 거긴 탄산음료가 터져 생겼을 법한 얼룩이 없다.(그 얼룩은 탄산음료에 포함된 설탕물과 과즙 등에 의해 생긴다.) 한참을 그 얼룩을 찾아 헤맸다. 분명 탄산음료 캔이 폭발했는데 그 흔적이 없다니????

 

결국은 그 폭발 장소를 찾아냈다. 그건 조수석 바로 밑이었던 것이다. 이 캔이 조수석 아래 깔개에서 구르다 우연히 조수석 앞부분의 턱을 넘어 조수석 아래로 들어가 버렸던 것이다. 그래서 손으로 그 부위를 훑어보니 다 끈적끈적하다.-_-

 

이젠 탄산음료 캔을 조수석 앞에 설치된 캔 홀더에 꼭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그게 눈에 잘 띄어 필요한 때 마시기도 하고, 이렇게 캔이 폭발하는 일이 없을 것이니... 정말 역대급 더위에 별 경험까지 다 한다.ㅋ

 

Comment '4'
  • ?
    오뚜기박용호 2016.08.19 15:00

    메스컴에서  간혹  이야기하는 사실이 박사님께 일어났군요.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합니다.

  • ?
    윈스 2016.08.19 15:32

    캔 이녀석도 머리에 알루미늄박 나고 처음으로 역대급 더위를 경험한 거네요.

    그나마 다행입니다. 운전중에 터져서 아부지 옷으로 번졌으면 위험 할 뻔 한거자나요.

  • ?
    재롱아범 2016.08.23 17:08

    911 조수석을 말씀하시는건가요? 그랬다면 의자를 떼어내고 실내 클리닝을 하기 전까지 두고 두고 신경 쓰일 것 같은데. 다른 차라도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요. 

    그나 저나 박사님의 건강에 의구심은 없고, 박사님 체질이 바뀐 것일까요? 저도 박사님과 거의 같은 체질이었는데 재작년 정도(만 41살)부터 뜨거운 국물이나 매운 음식을 먹으면 머리에서 비 오듯 땀이 떨어지고 더위도 타는 체질이 되었습니다. 재작년에 기장 승격 훈련을 6개월 정도 받은 것이 환경의 변화라면 변화였는데 말이죠. 그래서 요즘은 뜨거운 음식 좋아하는 제가 유니폼을 입었을 때나, 외식을 할 때는 그런 음식을 자제합니다. 이게 체력이 허해진게 아닌가 해서 좀 신경이 쓰입니다. 

    올 여름 더위가 일주일 남짓 남았나본데 건강 잘 지키시기 바랍니다. 전 여름 감기에 제대로 결러 며칠 째 절절 매고 있습니다.

  • profile
    Dr.Spark 2016.08.23 17:57
    뭐 특별한 문제는 없고, 눈에 아무 것도 보이는 게 없어서 큰 신경은 안 쓰고 있어.^^ 나중에 그냥 물걸레로 표면만 좀 닦아내도 될 듯.

    그리고 체질은 바뀐 듯. 체질이 그렇게 바뀌는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 그래도 남들보다 더 심한 건 아니고 훨씬 덜 한 정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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