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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얘기
2014.10.18 20:14

박 가의 "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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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1520 좋아요 0 댓글 4

오늘 두 군데 치과에 들렀다. 두 스키어가 있는 곳. 하난 구의동의 윤일중 치과의원이고, 또 하난 삼성동의 시카고 치과이다.

 

원래 난 조카 사위인 조민(시카고 치과 원장)의 진료를 받았었다. 그건 뭐 당연한 일이 아닌가? 그런데 한 2년 전부터 치과를 다른 곳으로 바꿨다. 윤일중 치과의원으로 바꾼 것이다. 이유는 한 가지.

 

조카 사위가 흙을 파먹고 사는 게 아닌데 이 사람이 진료비를 안 받는 거다.-_- 그냥 간단한 치과 치료면 모르겠는데 금으로 크라운을 씌우고 나서도 돈을 안 받는 것이었다. 이게 보통 미안한 일이 아니었다. 조카 사위에게도 미안했지만, 거기서 일하는 다른 직원들을 보기가 민망했던 것이다.

 

그래서 조카 사위에게는 아무 말도 않고 윤일중 치과로 옮긴 것이다. 윤 원장님도 내가 오래 전부터 잘 알고 있는 분이고 실력이 좋은 분이라고 소문난 분이니까... 지금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다. 조카 사위는 스케일링을 하러 안 오냐는 얘기를 했었는데, 그건 그냥 가까운 데서 한다고 둘러댔다.

 

그런데 오늘 그게 탄로가 났다. 몇 주 전부터 어금니에 문제가 생겨서 그걸 치료하고 있었는데, 10/21에 골드 크라운을 씌우기로 하고, 임시로 알루미늄 크라운을 씌워놨던 게 떨어져 나갔다. 내가 미련하게도 10/21 날짜를 잡은 게 있어서 그걸 기다렸다가 치과에 가려했는데 보조 크라운이 날아간 그 치아가 뭘 먹다가 부분적으로 부러져 버린 것이다. 그래서 내주 월요일에 치아를 빼고 임플란트를 하기로 했다.

 

근데 집사람이 그 얘길 (조)민이에게 해 버린 것이다. 당장 민이가 연락을 해서 빨리 삼성동 치과로 오라고 한다. 꼼짝없이 끌려(?) 갔다. 결국 그곳에서 또 엑스레이를 찍고 진료를 받고, 같은 결론이 나왔다. 결국 월요일에 발치와 임플란트를 하기로 했다.

 

이거 참 두 가지 면에서 민망한 일이다. 조카 사위에게 들킨 게 민망하고, 또 윤일중 원장님께도 다시 치과를 옮겨야한다는 말씀을 드려야 하니 그 또한 민망한 일이고... 결국 카톡으로 윤 원장님께 저간의 사정을 밝히고 이해를 구했다. 윤 원장님은 그게 당연한 일이라고 이해해 주셨다.

 

 


 

 

나중에 집사람이 그런 내 성격과 관련하여 아래 메시지를 카톡으로 날려왔다. 위와는 조금 다른 내용이지만 그와 별로 다르지도 않은 우리 박 가(朴家)들의 성향에 관한 얘기다.

 

IMG_1703.PNG

위의 민이는 상기한 조카 사위인데 우리 집안 쪽으로 장가를 와서 보니 우리 박 가들이 좀 이상했던 모양이다.^^ 내가 차를 살 때는 젊은 날의 꿈이었던 포르쉐를 제외한 모든 차는 현대 차를 택한다. 그 이유는 오래 전부터 현대자동차 딜러인 조카 (박)세근이를 위한 일이다. 근데 민이의 장모인 내 여동생은 고향인 황산 안터에 사는 친척 형님이 동부화재에 근무하고 있어서 그 형에게 모든 보험을 들고 있다.(나도 그렇다.^^;) 

 

근데 합리적인 사고를 하고 사는 민이는 그렇게 친척의 편의를 보아주느라고 차는 현대로, 보험은 동부화재로 통일(?)하는 게 말이 되냐고... 타고 싶은 외제차(승용차)가 있으면 그걸 택하고, 보험은 비교도 안 되게 싸면서도 믿을 만한 인터넷 보험을 들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민이가 장모에게 몇 번이나 보험을 옮기자고 했지만 그게 안 통한 모양이다. 하긴 나도 승용차는 BMW가 내 드림 카이지만 조카 세근이가 BMW 딜러가 되지 않는 한은 앞으로도 그 차를 타 볼 수가 없을 듯하다.^^;

 

합리성도 좋지만 사람 사이의 정(情)도 중요하다. 친척 간의 정이나 "으리(義理)" 또한 중요하다. 그게 꼭 미련한 일 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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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지금까지처럼 계속 "으리"있게 살자.^^

 

 

 

 

 

Comment '4'
  • ?
    최경준 2014.10.19 22:56

    조카분이 람보르기니로 옮기면 대박입니다.

  • profile
    Dr.Spark 2014.10.20 12:35

    그럼 하나 사야겠죠.ㅋ

    근데 그건 포르쉐가 승용차로 파나메라를 만들었듯이
    람보르기니가 승용차를 만들어야 가능한 일이죠. 제가
    필요한 건 승용차이니까요.

    남들에겐 스포츠 카이지만, 제게 포르쉐는 그냥 포르쉐
    이고, 전 포르쉐를 좋아하는 거니까요.^^

    사실 승용차로 에쿠스를 사면서도 BMW나 파나메라에
    대한 미련이 많았었습니다. 제가 에쿠스가 옵션을 다 붙

    였고, 그러다 보니 1억이 훨씬 넘어서 그 두 차를 사는

    가격과 크게 다르지 않았거든요.

  • ?
    최구연 2014.10.20 14:40

    다들(?) 비슷한 모양입니다.


    저도 조카(친형님 딸래미)가 치과 선생인데 부담될까 봐 안 가게 되더군요.
    대신 형님의 조카 사위한테서 임플란트 시술을 받았습니다.
    이 건 부담이 덜 되는 것 같아서...ㅋ

  • profile
    Dr.Spark 2014.10.20 15:32
    아, 그랬구나.^^
    역시 다들 비슷한 모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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