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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쯤에 서울을 떠났다는 글을 이 게시판에 올리고 다시 글을 올립니다.


< 그동안 어떻게 살았느냐? > 라는 질문에 < 그저 웃지요 >라고 답하기에는 아직은 수양이 덜 된 것 같습니다.


지난 5년 간을 돌이켜보면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던 듯 하지만,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를 잘 알 수 없습니다만, 대략적인  큰 사건들은 대략 다음과 같이 정리됩니다.


1.  바이더웨이 이황휴게소점 개점

2. 상위 5% 매출 달성

3. 인근 지역에 경쟁점 입점

4. 열받아서 이천율면점 개점

5. 급격한 건강 악화

6. 이천율면점 매각

7. 건강 관리 시작 및 호전

8. 이황휴게소점 다시 상위 5% 진입

9. 건물주의 재계약 거부로 폐점 및 서울 상경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까 진짜로 지난 5년 동안에 별 일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나름 바쁘고 정신없이 산다고 했는데 어쩌면 그냥 바쁜 척만 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지난 5년간을 다시 되돌아보며 그간 얻은 경험과 교훈을 정리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도 합니다.


1. 이황휴게소점 개점과 관련해서는 5년 전에 이 게시판에 올린 글이 있으니까 생략하기로 하겠습니다. 일단 개점 후에 가장 중점을 두었던 부분은 타 점포를 벤치마킹하는 것이었습니다. 편의점에 관해서는 전혀 문외한인 상태에서 2주간의 짧은 교육만 받고 바로 현장에 투입되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온통 막히는 것 투성이었습니다. 결국 고민 끝에 주말 근무를 완전히 빼 버리고 점포 실습을 받았던 교육점을 수시로 들락거렸습니다.


제가 중점을 두었던 부분은 진열 관리 및 발주 관리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혹자는 편의점 역시 판매 기법이나 판매 수완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말보다는 글이 편하고, 순발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제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약점은 그냥 내버려두고 강점을 극대화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편의점의 역사에 대한 고찰과 상권 분석에 의한 매장의 최적화 작업도 함께 병행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제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을 했습니다. 모두가 안 된다는 입지에 만든 매장을 세븐일레븐( 2010년 세븐일레븐이 바이더웨이를 인수했습니다. ) 상위 5%에 진입했으니까요


2. 문제는 명실상부한 고매출 점포로 만든 다음에 생겼습니다. 매장 인근에 경쟁점이 생긴 것입니다. 물론 경쟁점이 생길 여지가 있다는 것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010년 가을에 세븐일레븐이 바이더웨이를 인수한 이후, 편의점 3사가 미친 듯이 점포수를 늘리는 분위기로 흘렀다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경쟁점이 생기고 매출이 반토막이 되니까 느껴지는 충격이 대단하더군요.


3. 결국 떨어진 매출을 견디지 못 하고 2호점을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우연히 발견한 빈 가게를 두고 나름 대로 치밀한 상권 조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본사 승인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데스크에서 생각하기에는 도저히 가망이 없는( 본사의 손익분기점에 못 미치는 ) 매장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아주 두꺼운 사업 계획서를 작성해서 본사에 수차례 들락거린 끝에 겨우 출점 승인을 받았습니다. 바로 이 시점이 제 편의점 사업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하는 순간이었습니다.


4. 제대로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밀리듯이 또는 열받아서 매장을 오픈한 것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매출이 안정되기까지 어느 정도의 적자는 예상하고 있었지만, 적자폭이 제 예상을 벗어났습니다. 급기야 두 개의 매장에서 결원이 생길 때마다 제가 메꾸다 보니까 일단 수면 패턴이 무너지면서 건강이 급격하게 악화되었습니다. 악순환의 흐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수면패턴 붕괴 ==> 음주 ==> 식욕 저하 ==> 무기력 ==> 운동부족 ==> 다시 식욕 저하 ==> 무기력 ==> 전반적인 건강 악화


5. 결국 이천 율면점을 매각하고, 제 근무 시간을 일정하게 만든 다음에 어거지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아직 젊어서 그런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식욕이 오고 수면 패턴도 안정을 찾았습니다. 한때 위험할 정도로 줄었던( 65Kg ) 몸무게도 이제는 어느 정도 회복되었습니다.


6. 일단 건강을 어느 정도 추린 다음에 다시 한 번 이황휴게소점에 매진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상위 5% 선까지 끌어 올렸습니다. 어느 정도 마음의 안정을 찾았습니다. 재계약 이후의 계획도 어느 정도 만들었습니다.


7. 그 와중에 건물주가 만기 재계약을 안 하겠다고 통보를 했습니다. 결국 마음과 매장을 정리하고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만세를 부른 사람은 두 명입니다. 건물주와 제 동생입니다. 건물주는 알짜 매장을 공짜로 확보했기 때문에 만세를 불렀고, 제 동생은 든든한 사업 파트너가 생겼기 때문에 만세를 불렀습니다. 제 동생은 현재 중국에서 액세서리 소매업을 하고 있는데, 런칭이나 매장 오픈은 잘 하는데, 영업 관리가 제대로 안 된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이것을 제가 커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8. 지금은 서울에서 전혀 한가하지 않은 생활을 하면서 ( 백수가 더 바쁘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 조용히 중국 생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9. 이리저리 5년 동안 좌충우돌하면서 남은 것은 다른 사람의 소유가 된 세븐일레븐 상위 5% 매장 두 개, 약간의 예금, 노트북 하나, Nikon D7100 + 18 – 300 세트 정도입니다. 나이 마흔 둘에 거의 빈털털이나 마찬가지입니다.


10. 그래도 제 생일은 55일이기 때문에 나이에 상관없이 젊거나 또는 어립니다. 지난 5년간의 경험과 노하우는 제 머릿속에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더더욱 성장했다고 스스로 평가합니다. 그리고 다음달 12일부터 전혀 새로운 지역인 우루무치에서 제 경험과 노하우를 이용해서 활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다시 새로운 설렘을 느낍니다. 내년부터 황사가 심해지면 제가 명사산이나 우루무치 인근의 사막 공원에서 열심히 샌드 바이크를 타면서 놀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될 듯 합니다.^^;;


11. 참고로 물론 이 게시판에 들락거리시는 분 중에는 없겠지만, 편의점 운영에 관심이 있는 지인이 있는 분들을 위해서 편의점 창업에 관한 몇 가지 참고 사항을 적어 보겠습니다.


본사 손익 분기점 : 일판 50만 원선

일판 100만 원선 : 정산금 500만 원 정도, 부부가 맞교대 하면서 생업 수단으로서의 가치는 있음

일판 150만 원선 : 정산금 800만 원 정도, 2타임 또는 3타임 직원 기용 가능, 사업적 가치 있음


현재 개척 가능한 편의점 입지 : 편의점의 초심으로 돌아가기 – 소매 상권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지방의 작은 면단위( 인구 2000에서 3000 사이 ), 단 미국의 드럭스토어가 세븐일레븐으로 전환되던 시기의 모습처럼 지역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종류의 재화를 공급할 수 있어야 함( 매장 면적 40평 이상 필요 ).


Amante De Solvejg


Comment '6'
  • profile
    Dr.Spark 2014.08.01 11:05

    별 일 없었던 게 아니고, 대단한 일들이 있었군요.^^

    새로운 사업에 뛰어든다니 앞으로도 젊게 사실 수 있겠고...

    근데 아직도 솔로에요? 그건 어찌된 일???

  • ?
    PeerGynt 2014.08.03 12:56
    제 첫번째 매장이 제 7 기동군단 인근에 있어서 영외에 있는 7군단 교회에 다녔습니다.
    특전사에서 근무하다가 부임하신 목사님이 참한 특전사 대위 아가씨를 소개해 주신다고 하셔서 잔뜩 기대를 하면서 만날 준비를 했습니다. 마침내 주말에 만나러 가기로 날을 잡았는데, 그만 천안함이 침몰하면서 전군 비상령이 내려졌습니다. 비상령 해제 후에는 새로창설되는 모종의 특수부대에 차출이 되어서 부산으로 발령이 났더군요. 결국 아직도 솔로입니다.

    사실은 충청권에 매장을 다시 만들려고도 했습니다만, ( 타 프렌차이즈는 잘 모르겠지만, 세븐일레븐은 ) 2012년 하반기 이후에 급격하게 경영 환경이 악화되기도 했고, 가장 중요한 점은 더이상 국내에 벤치마킹할 매장이 없어지고 자비로 일본과 미국 연수를 갔다 온 이후에 편의점이 지루해졌다는 문제가 생겨서 편의점을 접기로 했습니다. 지루한 것을 참지 못하는 성격은 나이가 들어도 바뀌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제 생활 무대를 사막 인근인 우루무치로 옮기는데, 사막 기후는 한번도 경험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엄청나게 기대가 됩니다.

    그러다가 5년 후에는... 음... 기후가 저와 잘 맞는다고 하는 ( 시원하다고 하는 ) 헤이룽장으로 옮길지도 모르겠습니다. ^^;;;
  • ?
    indipink 2014.08.01 21:21
    편의점 사업은 일명 빽노가다 라고 하죠.암만 1프로든 5프로든 의미 없다고 하죠.나이 마흔둘이면 한참 일선에서 이사,전무급을 보여야 할 때라고 생각 되는데 분발 해야할 때임은 틀림 없습니다.하긴 요즘은 세대가 빨라진 탓도 있겠지만 자칫 잘못 하다간 회복은 커녕 긴수렁에도 잘 빠진다고 합니다.중국도 예전만 못하고 기술력은 이미 한국을 넘어 선지라.지나가다 남일 같아 보이지 않아서 한자락 댓글을 썼습니다.우울해 하시지 마십시오.
  • ?
    PeerGynt 2014.08.03 13:07
    편의점에 대해서 이리저리 말이 많은데,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본사 입장의 BEP와 점주 입장의 BEP의 갭이 너무 크다는 것이 있는 듯 합니다. 세븐일레븐의 경우 본사의 BEP는 일판 50만원 선인데, 저 같은 솔로의 입장에서는 150만원선이 되어야 겨우 BEP를 넘어섭니다. 2011년 이후의 난개발로 편의점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하는데, 제 관점으로는 아직도 2년 정도 적자를 감수하고 매장을 안정하시키면 두고두고 독점 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 입지가 많이 있습니다.

    중국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은 많이 듣고 있습니다만, 중국의 예전 상황이 어떤지 모르기 때문에 패스하겠습니다^^;; 다만 숫자만으로 볼 때에 제 동생과 동업자가 하는 사업이 아주 비정상적이라는 것이 보였고, 숫자만으로 봐도 보이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더 확실한 것은 현장을 경험하고 부딛쳐 볼 때에 알 수 있다는 것이 제 원칙이기 때문에 일단 현지로 가서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몇가지 개선 작업을 해보고 답이 나오면 제 동생이 동업자의 지분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가는 거니까, 억지로 우기면 이사급으로 가는 것이라고 우길 수도 있겠습니다.^^
  • profile
    Dr.Spark 2014.08.03 13:48
    새로운 환경에서도 멋지게 해 내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 ?
    강정선 2014.08.03 15:23

    인생 살아가면서 뭔가 새로 도전하는건 멋진일이지요.

     

    잘되시길 바람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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