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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얘기
2014.10.20 13:56

비오는 월요일의 입술 반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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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1403 좋아요 0 댓글 5

비가 온다더니, 그것도 150mm나 되는 많은 비가 온다더니 정말 비가 온다. 요샌 기상청이 제 역할을 하는 듯하다.ㅋ

 

어제 KSIA의 웍샵이 강원도 횡계(정확히는 용산리?)의 알펜시아에서 있었다. 지난 주말에 설악산 단풍이 극치를 이룰 것이라는 주중의 계속된 매스컴 보도 때문이었는지 엄청나게 많은 차들이 강원도로 향했고, 오후의 귀경길은 정말 지옥이었다.^^;

 

오후 6시에 여주의 한 골프장에서 Spark Golf 가을 정모가 있어서 거길 가야했기에 알펜시아에서 4시에 출발했다. 대략 한 시간 반이내에 갈 수 있는 길이니 막힐 걸 예상해서 두 시간의 여유를 가지고 출발한 것이다. 그런데 워낙 길이 막혀서 내가 담당키로 했던 골프대회 시상 건을 도저히 처리할 방도가 없으니 다른 분께서 해 주셔야겠다고 박정민 회장에게 전화로 양해를 구했다. 제 시각에 골프장에 도착할 수가 없을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막히는 길을 피해 국도도 달리고, 고속도로로 다시 진입하기도 했지만 제 시각에 여주에 도착하는 건 완전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미 포기한 상태에서 고속도로를 달리다 여주를 지나며 시간을 계산해 보니 세 시간 반 정도가 걸렸다.^^(그 시각엔 골프 모임에 참가한 분들도 모든 행사를 마치고 역시 고속도로에 진입해 있을 것이었다.) 이건 뭐 말도 안 되게 길이 막힌 것이다.

 

결국 횡계에서 출발하여 집이 있는 천호동에 도착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다섯 시간이었다. 혼자서 오면서 졸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그렇게 난리를 겪고 시작한 오늘, 월요일에 차분히 비가 내린다. 오랜 만의 비라 왠지 기분이 좋다. 아침 나절에 치과 진료를 해야하여 삼성동의 시카고 치과에 갔다. 내리는 빗속을 달리는 기분이 매우 좋았다. 아주 오래 전엔 비오는 날의 드라이빙을 매우 좋아했었다. 하지만 빗길 운전에서 한 번 된통 혼이 난 이후에는 빗길 운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은 다시 그게 좋아졌다.

 

IMG_1723.JPG
- 한강시민공원 옆길을 지나는 중.

 

그간 치아 관리를 잘못 해서 왼쪽 아래 어금니를 빼야할 상황이 되어 버렸다. 어금니를 빼고 임플란트를 해야할 지경까지 온 것이다. 막상 그렇게 되니 후회막급이다. '평소에 잘 할 걸...' 후회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는데도 여러 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잘 되면 오늘 발치를 하고 임플란트까지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엑스레이를 찍고, 막상 발치를 하고 나니 문제가 생겼다. 임플란트를 하려면 어금니 아래 부분의 턱뼈가 강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 거길 다른 뼈로 채우고 봉합한단다. 그리고 그뼈가 자리를 잡아 임플란트를 할 수 있게 강해지는데까지 3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녹아버린(?) 턱뼈를 다른 뼈로 보강한다는 얘길 들으니 전에 스키를 타다 다친 무릎 연골 생각이 난다. 그 때 거기도 내려앉은 연골 아래 구멍을 내고 내려앉은 부위를 두드려 위로 올렸었다. 그렇게 한 후에 생긴 공간을 남의 뼈(DNA를 제거한)로 채우고 봉하는 수술을 했었는데 이번 치과 치료도 아마 그와 비슷한 방법인 듯하다.

 

다시 말해서, 임플란트 나사 박을 자리의 뻐가 그간의 염증으로 약해져 있어서 거기에 임플란트용 나사를 박아도 그게 제대로 지탱하질 못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거기에 DNA를 제거한 다른 뼈(난 항상 이런 생각을 한다. '그 뼈는 도대체 어디서 온 거지????'-_-)를 채워넣고 그것과 잇몸 살 사이에 콜라겐 덩이를 넣은 후 꿰매는 것이다. 그걸 봉합한 지 3개월이 지나면 그게 다 아물어 단단해 질 것이고, 그 때 잇몸살이 덮인 걸 찢고 새로 보강된 뼈에 임플란트 나사를 박은 후에 보철을 하여 완성한다는 얘기다.(어휴, 그 과정만 생각해도 현기증이 난다.)

 

오늘의 잇몸 치료(수술)는 그게 끝나고 보니까 기존의 신경 치료 등과도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대공사였다. 시간도 한 시간이 넘게 걸렸고... 돌아오는 길에 처방전을 가지고 약국에 들러 사흘간 먹을 소염진통제를 구입했다.

 


IMG_1725.JPG
- 소염진통제를 사러 간 삼성동의 한 약국인데 그 앞 주차장에 검정색 포르쉐 911 Carrera가 한 대 서 있었다.^^ 왠지 반가운 생각이 들었다.(포르쉐가 흔치 않았던 10여 년 전만 해도 도로를 달리다 반대편에서 다른 포르쉐가 오면 서로 라이트를 켜서 반가움을 표현하기도 했었다. 이젠 뭐 그런 일은 없어졌지만...)

 

위의 삼성약국은 처방전 약을 팔지 않는다고 하면서 거기서 가까운 서울의료원 앞 약국에 가라기에 소화약국이란 곳에 가서 약을 사 왔다. 난 삼성동에 있는 직장에도 있었고, 삼성동 부근에 꽤 많이 갔었는데도 거기에 서울의료원이란 게 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이제 사무실에 돌아와 차를 마시는데, 찻잔에 닿은 입술 반쪽이 사라진 기분이다.-_- 이거 아주 기분이 묘하다. 그쪽으로 마시고 있는 물이 샐 것 같은...^^; 아직도 치과 수술을 위한 마취의 여운이 가라앉지 않은 때문이다. 아직도 비가 내리고, 비오는 날의 스산함을 없애기 위해 켜놓은 등유 난로 덕분에 주위는 온화하다. 그런 월요일 오후.

 

IMG_1727.JPG
- 초당의 창을 통해 올림픽 공원을 내려다 보니 비는 내렸지만, 거기있는 사람들이 우산을 안 쓰고 있다. 비는 그친 모양이다.

Comment '5'
  • ?
    안경혜 2014.10.20 14:12
    전 실제로 초등학교 때 신경치료하고 친구랑 떡볶이 먹으러 갔다 물이 샌 적 있어요. 엄청 웃었는데. ㅋㅋㅋ 웃는데 마취된 입꼬리 한쪽은 또 안 올라가고. ㅋㅋㅋ 그게 벌써 20년전도 더 됐네요.
    박사님 떡볶이 먹으러 갈까요? ㅋㅋㅋㅋ
  • ?
    밸런싱 2014.10.20 17:22

    그래도 항상 건강하시고
    단단하신 박사님이시니 쉬운 치료일 거라 생각됩니다.
    전 비오는 날 경복궁 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집에서 가까워서 버스 한 번에 가서 편하고요.
    좋은 기운과 제가 귀한 사람이라 생각하기 딱 좋습니다.
    초당에서 내리보는 올팍이
    낮설지가 않습니다.
    또 흰눈이 그곳을 덮을 날이 가까워졌습니다.
    가을이 깊어졌습니다.
    멋진 한 주 되세요.


    요번 카자흐스탄 국제 모터쇼 공연에서 인란인타고 좀 놀았습니다.
    다들 부러워 하데요. ㅋㅋ

     

  • profile
    Dr.Spark 2014.10.20 17:33
    지난 늦가을에 초당을 만들었는데, 지금의 풍경이 그 때랑 비슷한 걸 보니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는 걸 느끼게 되네. 세월 참 빨라.

    요즘 대단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롱보드들을 보면서 한 때 스케이트보드 챔피언이었던 그대를 자꾸 떠올려요.^^ 전에 우리가 타던 것보다 훨씬 길어서 속도며 안정성이 대단히 늘어나 있더라고... 이제 다시 시작해야할 때가 아닌가?ㅋ
  • ?
    밸런싱 2014.10.21 11:20

    롱 보드보면서 
    예전에 램프를 타던 큰 보드와 민첩하게 프리스타일 타던 보드를 합쳐놓은 느낌입니다.
    인라인에서 레이싱 같은 느낌입니다.
    넓은 공간아니고 자전거 도로를 타는 친구들을 보면서
    달리는 속도보다 그 속도를 주체 할 수 있는 회전과 정지기술이 있는지 의문이 들어요
    "이건 도대체 어떻게 정지를 하는 거지?"
    그거가 해결된 거라면 정말 대박입니다.

  • profile
    Dr.Spark 2014.10.21 12:28
    여기( http://www.drspark.net/index.php?mid=gallery&document_srl=1734965 ) 보면 내가 한계령 정상에서 만난 프로 롱보드 팀의 동영상이 포함되어 있는데, 걔네들은 거기서부터 다운힐을 하더라고...ㅋ

    동영상에 보면 코너에 이르기 전에 속도를 줄이는 묘한 동작이 있던데, 그런 건 전에 못 보던 동작. 아주 빠른 상태에서의 정지는 힘들고, 계속 속도를 줄여야하는 것이 롱보드인 듯.

    마치 MTB는 브레이크가 정지용이고, 로드 바이크(싸이클)는 감속용인 것처럼 감속으로 정지에 이르는 것이 롱보드인 것 같아. 물론 경사가 없거나 가속이 안 된 상태에서의 정지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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