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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토] 오랜만의 강원도 여행 - 3(고성 송지호 철새관망대와 어명기 전통 가옥, 그리고 청간정)


왕곡마을을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집사람과 나는 송지호(松池湖)에 들르기로 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송지호는 대개 "송지호 해수욕장"이다. 전날 그곳에 들렀던 우리는 해수욕장에서 북서쪽으로 좀 더 올라간 곳에 있는 송지호에 간 것인데, 그 호수는 둘레가 4km, 넓이가 약 20만 평이나 되는 대단히 큰 규모를 가지고 있다.(관련 자료 중에는 둘레가 6.5km라 쓴 것이 많지만 그건 틀린 것.) 우린 이 "진짜 송지호"에 간 것인데, 송지(松池)란 한자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은 수많은 소나무로 둘러싸인 대형 연못으로서의 호수인 것이다. 

화진포호와 더불어 동해안 최북단에 위치한 송지호는 백두대간에서 흘러내린 물이 동해로 유입되는 길목에 있는 아름다운 호수로서 동해안에서는 화진포호, 영랑호, 청초호, 경포호와 더불어 대표적인 석호(潟湖) 중 하나이다.(동해안의 석호 숫자는 총 18개.) 석호란 "바다자리 호수"라 불리기도 하는데, 이것은  바닷가에 생기는 모래사장을 의미하는 사주(砂洲)나 모래가 바다쪽으로 밀려나가 쌓여 만들어지는 해안을 의미하는 사취(砂嘴)의 발달로 바다와 격리된 호수이다. 결국 석호란 산에서 흘러내리던 물이 바다에 막혀서 생기는 호수인 것이다. 이 석호에는 지하를 통해서 바닷물이 섞여드는 일이 많아 염분 농도가 높고, 담수호에 비해 플랑크톤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라 한다. 그래서 이런 호수에는 많은 어류가 서식하고,  그래서 수많은 종류의 철새가 몰려들기 마련이다. 

 

​이 호수가에는 소위 "송지호 철새관망대"란 4층짜리 전망대가 있다. 2004년 4월에 착공하고 이 해 말에 준공한 이 건물은 휴식공간이고, 전시관(철새 박제 콜렉션)이며, 관망대이기도 하다.(이걸 착공했을 때 환경단체에서 무척 크게 들고 일어났다는데 결국은 잘 협상이 되었던 모양이다.) 지난 가을에 집사람과 나는 이 관망대 주차장까지는 갔으나 관망대가 5시까지밖에 운영하지 않기에 관망대에는 올라가 보지 못 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그곳에 갔고, 관망대에 올라가 송지호 전체를 내려다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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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군의 관광지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고성군 종합관광안내도이다. 아래쪽 1/3 지점에 빨갛게 "송지호"라 쓰여있다. 하지만 우리가 다녀온 왕곡마을은 그런 표시가 없다. 알고보니 저 빨간색의 8가지 표시는 소위 "고성8경"에 속한 것들이었는데, 천학정 아래 글자가 안 보이는 것은 "청간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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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 8경은 건봉사, 천학정, 화진포, 청간정, 울산바위, 통일전망대, 송지호, 마산봉 설경을 포함하고 있는데, 여기서 제7경이 송지호이다. 

 

근데 "고성8경"에 대한 영문 표기가 약간 맘에 들지 않는다. "View 8 of Goseong"이라니 이게 도대체 뭔 소린가 말이다. 

 

난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영문 표기가 더 낫지 않은가 생각한다. 하난 "8-View of Goseong's Tourist Attractions"이고, 또 하난 "Magnificent 8 Views in Goseong"이다. 나의 영어 실력이 비록 짧기는 하지만 "View 8 of Goseong"은 영 마땅치 않다. 

 

송지호 철새관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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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왠지 철새 도래지의 전망대로서는 지나치게 초현대적인 모습이다.^^; 왼편 안내판에는 "5층 커피샵"이라고 쓰여있으나 실제로 이 철새관망대는 4층짜리 건물이다.(죽을 4자의 4층이 없는 5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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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호수의 가장 중요한 철새는 고니라고 한다. 이 안내판에서 송지호 전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호수 사진 왼편 상단의 작은 섬은 송지호해수욕장 왼편 끝쪽에 보이는 죽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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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내판 뒤로 걸어가니 송지호로 향하는 이런 길이 나온다. 맨끝에는 호수가에 만든 평지와 비슷한 높이의 데크(deck)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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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 있는 송호정 안내판은 앞에 보이는 데크에서 정면에 보이는 호수 건너편 봉우리에 건립한 송호정 정자를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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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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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크 왼편엔 저런 고니 조형물이 여러 개 놓여있었다. 그럴 듯한 모양이다. 뒤는 송지호의 좌측단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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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지호 좌측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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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지호 중앙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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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지호 우측단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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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크에서 다시 철새관망대 쪽으로 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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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밑에서 올려다 본 관망대.(왼편 아래쪽에 집사람이 서 있다. 집사람이 다른 사진을 찍고 있어서 나 혼자만 호숫가에 다녀왔다.) 관망대 입장료는 1,000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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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망대 건물을 오르니 이런 철새 전시관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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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자에 핀트가 맞고, 정작 원앙에서는 핀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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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밖으로 나가면 이런 데크가 있고, 휴식할 수 있는 의자도 있다. 왼편 의자 위로 송지호 해수욕장 앞의 섬 죽도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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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망대에 오르기 전에 걸어갔던 호숫가로 향하는 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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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지호 해수욕장 왼편의 죽도를 주밍(zooming)해서 당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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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동쪽으로 보이는 만 같은 것은 공현진과 가진항이다.(속초의 김영곤 선생님이 알려주심. 난 거기가 거진항인 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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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망대 벽에 걸린 그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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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상층은 카페 겸 관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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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적인 여유가 많으면 창가 테이블에 앉아 차를 마시며 대화라도 하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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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호정이 멀리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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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쪽을 향한 창이다. 오른편 아래 관망대 주차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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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쪽으로 송지호 해수욕장의 죽도가 보인다. 자주 갔던 해수욕장을 이런 각도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뒤늦은 점심식사(실은 아점) at "엄마밥상"

 

송지호 철새관망대에는 커피샵이 하나 있었지만 우린 아침을 못 먹은 채로 왕곡마을에 가서 점심시간이 지날 때까지 사진을 찍었기에 배가 고파서 그 부근의 7번 국도 옆 식당에서 점심부터 먹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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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찾아간 곳은 그 동네에 있는 몇 식당 중에서 고른 바로 이 엄마밥상 집인데, 식사 후의 판정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식당에 들어서는데 뭔가 좀 이상한 냄새가 난다. 평소에 흔히 맡는 냄새가 아니다. 그래서  '시골식당의 청결 상태 문제인가?' 생각하며 둘러보니 식당은 아주 깨끗해 보인다. 그러다가 한 테이블 위에 놓인 채소를 보고 '아하!!!'했다. 그 이상하게 느낀 냄새가 베트남 국수나 중국 음식 등에 많이 들어가는 고수(실란트로)의 냄새였던 것이다. 난 베트남 국수에도 고수를 넣어 먹기에 이상한(?) 냄새의 정체를 안 이상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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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채소가 고수란 걸 아니까 주인 아주머니께서 이게 직접 집에서 재배한 것인데, 고수나물을 무쳐 주면 먹겠냐고 하기에 그러마고 했다. 워낙 고수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질문을 하시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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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식 백반으로 식사가 나왔는데, 반찬 중에 고수무침이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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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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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날 저녁에 먹어본 방풍나물도 있다. 이 집의 반찬들은 내가 배가 고프던 때라서가 아니고, 상당히 잘 만들어서 맛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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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건너편에 지자체 선거에 출마한 한 고성군의원의 선거용 배너가 보인다. 다시 선거철이 되었다는 게 실감이 났다. 

 

어명기 가옥

 

그 동네를 지나오면서 "어명기 가옥"을 가리키는 이정표를 봤다. 집사람이 최근 사진 과제로 한옥 고택을 선정하여 집중적으로 촬영하고 있기에 내가 당연히 그곳으로 가려했는데 집사람이 가지 말잔다. 왕곡마을에서 진이 빠지도록 사진을 찍었기 때문에 더 이상은 힘이 없어서 그걸 못 찍겠단다. 그래서 난 흥미가 있으니 나 혼자 사진을 찍을 테니, 그 동안에 그곳에서 쉬고 있으라고 했고, 그 협상은 타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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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명기 가옥 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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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명기 고택으로 향하는 길 입구에 있는 팻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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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팻말 왼편의 표석을 보니 이 고택은 "국가문화재 중요민속자료 제131호"이다. 고 어명기 씨의 육사 제6기 동창생인 하영섭 씨의 글씨를 새겨진 증정한 표석이다.(재미난 것은 이 집의 주소가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봉수대길 131번지 7"이기에 여기에도 131이란 숫자가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 가옥의 GPS 좌표는 38°18'52.5"N 128°31'04.5"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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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팻말이 보이는 길에서 더 이상 자동차의 출입이 금지되고 있기에 적송림을 걸어들어가는데 솔향이 대단했다. 정말 저절로 힐링이 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잖아도 맑은 고성의 공기에 그 향긋한 솔향이라니... 이런 길을 오래 걸으면 피톤치드로 온몸과 마음이 정화될 것 같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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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 지역 가옥들의 특성처럼 담은 있으되 대문은 없는 어명기 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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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을 들어서니 오른편에 이런 북방식 "ㄱ" 자 가옥의 측면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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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앞 화단에 이런 "머릿글" 비가 서 있었다. 요즘 한자 공부를 안 한 세대들을 위하여 머릿글을 아래에 한글로 옮겨 적는다.

 

"머릿글

 

본 가옥은 약 500년의 문화 역사를 소유하고 있다. 1945년 북한 공산 치하에서는 강제 몰수 당하였고, 1950년 6.25 동란시는 한국군 야전병원으로 사용되었다.

처참한 전쟁 하에서도 다행이 잘 보존되었다.

나는 조상의 유업을 찬미하고, 후세의 교육 목적에 보탬이 되고저(자) 보수와 조경공사를 하였다.

대대손손 성실하게 영구 보존되기를 기원한다.

 

1992년 7월 7일

8대손 어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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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당 오른편의 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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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을 들어섰을 때 왼편에 두 개의 건물이 있는 이 사진에서 보이는 왼편 건물은 디딜방아가 있는 곳이고, 오른편의 작은 건물은 화장실이다. 그리고 그 오른편의 감나무들 중간에 "고성 어명기 가옥"이란 안내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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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진의 설명문이 작아서 잘 안 보이기에 사진 원본에서 그 부분만 잘라내서 좀 더 크게 아래 글 중에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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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설명문에 있듯이 부엌 측면 마당에 있던 방앗간이 1996년 고성 산불에 소실되어 그것을 이전 복원한 것이 이 건물이다. 

 

이날 우리에 앞서 이 집을 방문한 몇 분이 계셨다. 그리고 이 고택에 대하여 방문객에게 설명을 하는 분들이 두 분 계셨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분들이 이 고택과 관련된 분들이었다. 바로 어명기 선생의 사위인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의 장영철 교수님과 그 부인인 어 여사님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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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멋드러진, 최소한의 복원으로 원형을 거의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고택이다.

 

1996년의 고성 산불 사태에도 이 동네의 다른 집들은 전소되는 화재를 겪었으나 이 집은 뒤뜰 마루와 방앗간만 약간 소실된 채로 화재가 비껴갔다고 하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이 가옥은 고 어명기 선생의 2대조 조부인 고성갑부 어용주(魚用珠) 선생이 1860년경에 농토 약 3,000평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구입하여 관리해 온 것이라 한다.(어명기 가옥 관련 정보 중에는 2대 조부의 이름 중 마지막 자가 "珠(주)"인데 왜 그걸 "어용수"로 표기한 게 많은지 모르겠다. "수"가 되려면 "洙"로 물 수변을 써야 한다. 혹 웹에서 남의 글을 베낀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 가옥은 좋은 목재를 사용해서 격조있게 지었음은 물론 잘 다듬은 화강석으로 1m가 좀 안 되는 정도의 기단을 쌓고, 그 위에 건물을 올렸다. 강원도 북방의 마을엔 겨울에 많은 눈이 내리기 때문에 건물을 마당보다 높은 곳에 지은 것이다. 기단에는 두 개의 계단이 있는데, 이 계단을 올라 열린 방문으로 들어가기 쉽게 (앞면엔 툇마루가  없으므로...) 댓돌을 놓았다. 

힘들어서 사진 찍는 건 쉬겠다던 집사람은 멋진 고택을 보자 어디서 기운이 뻗혔는지 또다시 촬영에 몰두하고 있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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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고택은 앞면 4칸, 옆면 3칸의 건물인데 안채와 사랑채가 한 건물에 있다. 동남향엔 작은 툇마루가 놓여있고, 그 옆의 방이 사랑채로 쓰였다. 북방식 한옥엔 대청마루가 없거나 작고, 그것이 밖으로 드러나는 일이 흔치 않다. 툇마루가 없는 집도 많다. 나중에 보니 어명기 가옥은 대청이 있고, 뒷뜰에도 툇마루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역시 나중에 알게 된 것은 우리가 이 날 로또에 당첨된 것과 같은 행운을 맛본 것이라는 점. 장 교수님의 말씀을 들으니 평소엔 이 집의 방문이 사진에서처럼 열려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고택을 방문한 사람들은 집의 겉모양만 보고 갈 수밖에 없다고...^^(이런 사실을 알고나서 힘들어 사진을 못 찍겠다던 Dr. Kosa가 더 신이 나서 사진을 찍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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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명기 옹에게 증정된 청풍고절(淸風高節)이란 글귀가 적힌 방안의 액자가 보인다. 이것은 "맑은 바람과 높은 절개"를 의미하며, 군자의 위엄을 대나무와 소나무에 비겨 칭송하는 사자성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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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진에서 계단과 댓돌이 잘 보인다.

 

이 고택의 유래와 구조 및 형태에 대해서는 아래의 안내판의 내용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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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어명기 가옥은 단연코 강원도 동해안 북부지방을 대표하는 고택으로서 ‘ㄱ’자형 몸채(본채)를 중심으로 방앗간, 행랑채, 헛간채를 두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북방식 한옥의 특성처럼 외양간을 부엌 앞에 붙여지었고, 그 문이 부엌 안쪽으로 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귀중한 가축을 야생의 포식자들로부터 지키고, 따뜻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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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이 몸채 부엌의 앞쪽으로 한 칸을 돌출시켜 만든 외양간이며 중간을 가로지른 나무를 중심으로 아래가 외양간이고, 위의 창문 두 개가 있는 부분은 다락 형태의 물품보관 창고(광)이다. 이 건물 왼편에는 안채 출입문이 있고, 그꼿엔 외양간과 부엌 사이에 목재로 만든 큰 고정식 뒤주가 있었고, 그 뒤엔 곳간채가 별도로 부엌과 연결되어 있었다. 안타깝게도 그런 장면이 포함된 사진은 찍는 걸 잊은 바람에 없다.ㅜ.ㅜ

앞서 말한 대로 이 날은 고 어명기 선생의 친따님 부부가 이 고택을 방문하였고, 이 댁을 찾는 관광객들을 위하여 방문을 열어두셨는데 이 집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는 우리 부부를 위하여 어 여사님께서 부엌문을 열어 내부를 볼 수 있게 해 주셨다. 심지어 우린 이 날 안채를 구경하는 행운은 물론 어 여사님께서 손수 타주신 커피를 맛보는 호사까지 누렸다. 그런 갖가지 호의를 베풀어주신 장 교수님 부부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나중에 어명기 가옥을 다녀간 분들의 후기를 몇 편 봤는데 모두들 그 멋진 가옥이 모두 잠겨있어서 그 내부를 보지 못 하고 외관만 보았던 것을 아쉬워하고 있었다. 그런 내용을 접하고 보니 우리 부부는 정말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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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편의 부엌문을 열고 들어와 찍은 외양간 사진인데, 아래쪽이 외양간이고, 위쪽은 광(창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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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양간 위쪽 벽에 이런 액자가 걸려있었다. 뒷뜰에도 툇마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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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이 외양간 상단의 물품창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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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독들과 소반 등의 물품들이 왼편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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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고 오른편에도 큰 장독들이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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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엌문으로 들어서서 바로 오른편으로 보이는 대청(?)마루이다. 중부지방 이남의 아주 큰 대청마루보다는 작은 편이다. 

 

마루 뒷편의 두 칸이 안채이다. 사진에서 마루의 오른편이 밖으로 난 문틀 두 개가 설치된 벽으로서 겹집이다. 마루를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문이 달린 벽을 설치하여 강원도 북방 마을의 혹독한 추위를 막았던 것이다. 마루 끝 한 칸의 방문이 열려있는 것이 보이는데, 그곳이 사랑채(측면 3칸의 첫 째 칸이기도...)인 듯하다. 고성의 한옥 중 측면 3칸의 가옥은 이것 하나뿐이라 하며, 앞줄 3칸 전체에 마루가 있는 것 역시 흔치 않은 건축 형태라 한다.

 

이 집의 건축 방식에서 주목되는 것은 "더그매"인데, 그것은 지붕과 천장 사이에 있는 공간으로서 이 집엔 안방, 웃방, 가운데방 모두에 더그매가  있다. 이 공간은 물건을 넣어두는 보관장소로 사용되기도 하며, 겨울에 지붕으로부터 내려오는 한기를 막기도 한다. 북방식 한옥의 특징 중 하나가 이 더그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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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 오른쪽에 있는 큰 솥이 소먹이인 여물을 끓이던 것이라 한다. 이 솥은 장시간 불을 땠기 때문에 부엌과 안채를 난방하는 역할도 했다. 이런 난방의 효과는 부엌 천장에 뚫린 구멍을 통해서 "ㄱ" 자 가옥 끝부분 상단에 나있는 열개의 배출구에까지 연결되어 집 전체에 전해진다고 한다. 이 얼마나 과학적인 난방 방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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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건물의 반대편에 있는 부엌에서 비롯된 온기는 집 천장을 거쳐 위의 10개의 동그란 배출구까지 이르게 된단다. 놀라운 일이다.(이건  어 여사님의 설명을 통하여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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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엌의 천장이다. 수많은 목재들이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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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장 오른편엔 회반죽으로 벽을 막은 게 보인다. 그 안쪽이 더그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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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에 보이는 열린 문으로 빛이 쏟아져들어온다. 뒤곁으로 나가는 부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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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곁으로 향한 부엌문을 나가다가 부엌 내부의 사진을 하나 더 찍었다. 이 가옥 내에서 신식인 것은 조명등과 보일러, 그리고 싱크대의 세 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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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곁으로 나왔다. 중간의 꽃나무 건너편에 열린 부엌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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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곁에 있는 헛간이다. 헛간은 농기구 등을 보관하는 창고 구실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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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펌프가 뒷마당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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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곁의 이 작은 문은 바깥의 사랑채 뒤쪽에 나있는 것으로서 밖에서 뒤곁으로 직접 들어올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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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곁의 작은 문 부근에 있는 높은 굴뚝. 기와를 차곡차곡 쌓아서 만든 굴뚝으로 화재 방지를 위해 건물에서 많이 떨어뜨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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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채 툇마루 위의 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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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둥과 보에 아주 좋은 목재를 사용하고 있으며, 기둥과 기둥 사이를 가로 지른 목재 장식은(채 여사님의 설명에 의하면) 두 사람의 주먹을 맞댄 것 같은 형상으로 경제적으로 잘 되길 기원하는 의미를 가진 것이라 한다.(선대로부터 그렇게 전해들으셨다고...)

 

어명기 가옥에서 이렇게 많은 걸 배우고 그곳을 떠났다.

 

관련 페이스북 포스팅: www.facebook.com/drspark/posts/2042136562494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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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간정 자료전시관과 청간정

 

가는 길에는 전날 송지호 해수욕장으로 향할 때 시간이 없어서 들르지 못 한 청간정을 방문하여 그곳 자료전시관의 김광섭 학예사님을 만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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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간정을 향해 가다 보니 길건너편에 지난 가을에 들렀던 야야진 항구로 향하는 도로의 입구가 보인다. 언제 자연산 회로 유명한 아야진 회센터에 가야겠다.^^(가끔 동해안의 횟집들이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생선을 공급받는다는 얘기를 듣곤한다. 근데 아야진항의 횟집들은 출어에서 돌아온 배에서 내린 생선들을 쓰는 걸로 유명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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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간정 자료전시관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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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섭 학예관(curtor)님을 다시 만났다. 선물로 가져온 포도주를 한 병 드리고 말씀을 좀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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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새로 발견한 청간정 관련 그림이라고 한다. 중간에 입석대인 만경대가 보이고, 그 오른편 산 아래 청간정과 만경루가 보인다. 왼편의 불쑥 튀어나온 부분은 현재의 아야진 항구가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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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이어서인지 자료전시관을 찾은 손님들이 많았다. 김 학예사님은 최근에 고성군 독립운동사에 관한 책을 저술하시느라 한 쪽 눈의 시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하셨다. 걱정이다. 우선 몸을 잘 돌보셔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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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깥의 정자에 몇 사람이 올라앉아 쉬고 있고, 그 왼편엔 국토종주를 하는 자전거 라이더들이 쉬고 있다. 자전거 종주길이 청간정이 있는 산을 빙돌아 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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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나무 휴게실에도 몇 분이 계시고 멀리 주차장에 세워둔 우리 노란차도 살짝 보인다. 

 

청간정에 다시 올라가 보기로 했다. 여기까지 왔으니 청간정에서 동해를 굽어봐야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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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간정이다. 조선시대엔 청간정이 이 산의 왼편 아래쪽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걸 1928년에 청간리가 속한 토성면의 김용집 면장의 주도로 산위로 옮겨 재건한 것이다. 저 건물을 재건할 때 기존의 청간정과 만경루의 잔재가 함께 사용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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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사람이 청간정 현판의 사진을 찍고 있는데, 이것은 육사 8기 출신의 군인이었던 서예가 전형윤 선생이 쓴 것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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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간정 내의 이 현판은 초대 대통령인 우남(雩南) 이승만의 휘호를 가지고 새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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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 속초쪽을 바라다본다. 가까이에 천진해수욕장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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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더 당겨보면 돌섬 위의 초소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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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동쪽을 보면 갈대숲 위로 동해의 푸른 물과 흰파도가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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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에 청간정을 상징하던 만경대는 어이 없게도 현재의 청간정이 있는 산정 왼편 아래쪽에 있는 부대 안에 있다. 어서 저 부대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한다. 이제와 같이 통일이 가까운 시점에서 북파공작부대가 저곳에 있을 이유는 없는 듯하다. 만경대를 돌려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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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대 앞의 청간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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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로도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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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사람도 청간정 기둥에 기대서서 동해를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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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여름에 다시 보자 청간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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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청간정 방문을 끝으로 오랜만의 강원도 여행을 종료했다. 만나고 싶었던 많은 분들을 만나고, 새로이 알게 된 분들도 있고, 많은 것을 새롭게 배운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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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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