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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얘긴데, 어젠 오전, 오후, 저녁까지 바쁘다 보니 이제야 어제 일을 뒤늦게 기록한다. 어제 잠깐 아날로그적 삶으로 돌아가 봤다. 아침 나절의 일이다. 다른 건 아니고, 사무실의 음악생활이 요즘은 PC-Fi(피씨를 이용한 하이파이)의 디지털적인 것으로 완전히 바뀌었는데 LP와 턴테이블을 가지고 음악을 들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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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실엔 마이크로 세이키(Micro Seiki)의 방송용 턴테이블을 사용한다. 그리고 클라인(Klyne)의 Phono 전용 프리/프리 앰프를 거기 물린다.(어쩌다 노이만의 BV-33 트랜스를 포노 증폭을 위해 쓰기도 한다.)  

 

 

사실 요즘은 아날로그 음악에 대한 기억조차 없는 젊은이들의 세상이기에 이런 얘길해봐야 노땅 소리나 들을 게 뻔하지만(^^) 그래도 아날로그적인 삶을 희구하는 젊은 친구들도 혹간 있는 걸 보면 그들이 모르는 세상의 얘기를 한 번 정도 꺼내는 건 괜찮은 일일 것이라는 생각에... 어제 아래의 (주)삼성출판사가 1987년 7월에 펴낸 "세계의 명곡 시리즈 7, 낭만파 III" LP들을 돌렸었다. 근데 그게 어찌나 좋았던지, 오늘도 한동안 그 시리즈의 다른 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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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LP는 CD에서 나오는 소리와 다르다. 따뜻하고, 귀를 쏘지 않는다. 소리를 많이 갉아먹은 칼칼한 CD 소리가 좋은 것으로 착각되던 80년대 초반 이후 CD Player들은 LP 소리를 최대한으로 흉내내기 위한 장정을 해왔다. 물론 그런 꿈은 엇비슷하게나마 1,000만 원대의 CD Player들에서 구현이 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LP의 아날로그 소리를 따라간다는 건 이미 불가능하다고 판정이 난 바있다. 소리를 굳이 샘플링할 필요가 없어서 난도질이 되지 않은 소리, 있는 대로의 소리를 LP의 소리골에 아날로그로 담아 그걸 다시 아날로그로 증폭해서 듣는다는 것은 그래서 자연스러운 것이다. 중간중간이 허당인 걸 이어붙인 디지털 기기의 소리와 찌그러뜨리지 않은 소리가 담긴 큰 대역폭의 기록을 좋은 LP와 좋은 턴테이블(톤암과 카트리지)을 통해 재생하면 전혀 다른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후자에서는 배음의 조화로 그처럼 따뜻하고도 귀에 순한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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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삼성출판사의 이 Anthology of Great Music 전집은 80년대 당시에 부잣집에서나 사놓고 듣던 것이다.(70년대엔 오디오 시스템이라기보다는 전축 정도 수준의 기기로 음악을 들었고,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꽤 좋은 소리를 내주는 일제 오디오들이 세상을 풍미하던 80년대에 이르러 CD가 나타났으나 그래도 이런 전집이 꽤 비싼 가격으로 시중에 판매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 시기를 조금 지나면 LP들은 쓰레기통행이 되어 종언을 고했고...)  현재 내가 듣고 있는 것은 지인이 초당 개관 기념선물로 준 것인데, 사놓고 거의 듣지 않은 것이라며 건네준 것이다. 전집이 50장 정도의 LP판을 12권(?)의 커버 안에 비닐 포장을 해놨고, 각 권당 한 권의 해설서와 함께 짝을 이룬 것이다. 재미난 것은 그 중 두 권의 비닐 커버만 뜯겨있고, 나머지는 커버조차 뜯지 않은 새 것이라는 점.^^  80년대 중반에 나와 겉표지의 색깔만 변할락말락(?)하는 이 음악 전집은 아직도 아날로그 음악을 사랑하는 내겐 보물이나 다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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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 전에 나온 카트리지이나 거의 새 걸 구입했던 이 오토폰(Ortofon) MC 20 Super. 요즘엔 이게 론도(Londo) 시리즈로 이름만 바꿔서 다른 형태로 포장되어 오토폰 사에서 아주 비싸게 판매된다.(백만 원을 조금 넘겨줘야 이와 같은 성능의 오토폰 론도 카트리지를 살 수 있다.)  집에서 사용하는 신형 론도 브론즈는 무려(?) SME 5 톤암(이게 무지 호화판 톤암이라...)에 물려서 소타 노바(SOTA Nova) 턴테이블 위에서 활약을 하는 중이다.

 

 

아날로그는 "쉼"이다. 디지털은 왠지 바쁘다. 초당에서 일을 하면서 오디오를 켜놓으면 PC-Fi나 CDP의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때는 여러 폴더의 노래가 끊임이 없이 계속되거나, 같은 CD가 반복적으로 돌아가기에 책상 앞의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지 않고 여러 시간 일을 하게 되는 등의 폐단이 있다. 하지만 수동 조작을 해야하는 LP용 턴테이블은 대략 30분 정도에 한 번씩은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 판을 뒤집어주거나 톤암을 시작 위치로 돌려주어야하기 때문이다.(자동 턴테이블들은 모두 싸구려라서 그럴 필요가 없지만, 그것들은 오디오적 측면에서 좋은 소리를 내주지 않으니 수동의 고급 턴테이블을 써야하는데, 오히려 그게 더 수고로운 단점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의자에 오래 앉아있는 건 건강에도 안 좋다고 한다. 그리고 일을 해도 쉬엄쉬엄하는 게 심신의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고...

 

그런 의미에서 아날로그적인 삶을 새삼 경험케 해 준 오디오 시스템이 고맙게 생각되기도 한다. 어제 오늘은 그런 아날로그의 행복감을 느끼며 음악을 들었다. 클래식 음악을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 스타일로 듣고자하면 그 땐 아날로그 소스와 기기를 써야하는 게 필수다.






 

 

Comment '4'
  • ?
    오뚜기박용호 2015.03.14 09:15

    그 전집이 보물이었군요. 아직도 재생 한 번 하지 않은 새 판.  와~~~~~ 대박입니다.^^*

  • profile
    Dr.Spark 2015.03.14 19:34
    열심히 들으려고 비닐을 모두 벗겨 놓음.^^
    판의 상태가 워낙 좋아서 마크 레빈슨 프리의 볼륨을 64 정도로 놓고 듣고 있어.
  • ?
    바다海 2015.03.14 12:11

    아날로그는 "쉼"이다 "  공감가는 말씀입니다.



  • ?
    시후임 2015.03.15 11:23

    예전에 이북(전자책)에 대한 글을 읽다보니, 

    전자책이 따라올 수 없는 페이퍼북의 절대 감성(종이질감...넘기는 느낌...)이 있기에 

    페이퍼북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라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그에 반하는 의견으로는, 

    요즘 아이들의 책들이 점점 전자책으로 바뀌어가고 더 그렇게 될 것이고...

    향수를 잊지 못하는 세대를 위한 

    책을 넘기는 질감까지도 구현하는 전자책이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를 보면서 

    점점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경계가 애매애매...


    그런데 오늘 쓰신 글을 보니 하나 명확한게 있네요.

    LP의 노래가 끝나고 잠시의 여운이 생기고 또 새로운 LP 교체를 위해 움직여야하듯...

    페이퍼북을 사고 즐길 수 있는 곳을 한번씩 가보는 움직임을 

    전자책이 따라 올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손가락의 터치도 움직임이라면..움직임이긴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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