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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여름휴가를 역시 강원도로...(속초에서 강릉까지) - 1

 

뒤늦은 여름여행 이틀 째(08/22/수) 아침, 숙소인 휘닉스파크 근처의 전라도밥상에서 조촐한 아침을 먹었다. 내장탕과 불고기 뚝배기를 시킨 것. 전에도 들렀던 믿을 만한 식당이고, 음식을 먹어보니 역시 우리의 선택은 탁월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재미있는 일은 식당 주인께서 “동네 분이시죠?”하며 물었던 것. 아니라고 하니, 동네사람이 아닌 분이 내장탕을 시키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란다. 이 집의 그 메뉴가 동네에서 소문이 나서 동네분들이 그걸 많이 시키는데, 낯선 사람이 그걸 시켜서 그 동네의 new comer인가 하여 물어봤다는 것이다.^^ 

여기선 식당 이름과 같은 전라도밥상 메뉴를 골라야하는데 그건 아침으로는 너무 부담스러워서 시킨 메뉴가 아주 괜찮았다. 사장님인 아드님과 어머니 두 분이 운영하는 식당인데, 어머님이 전라도에서 시집오신 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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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휘닉스파크 앞 “전라도밥상”은 이 부근의 맛집 중 하나이다.(전화번호가 식당 이름 옆에 쓰여 있다. 033-334-3477) 이 집은 식당과 펜션을 겸하고 있다. 겨울엔 스키어들이 머무는 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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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에 오면 먹을 수 있는 오삼불고기는 강원도 어디나 대개 일정 수준 이상의 맛을 보여주는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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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사람이 이 집 음식맛에 역시 감탄을 한다. 집사람은 불고기 뚝배기를 시키고, 난 내장탕을 시켰는데, 불뚝이야 대개 그 맛이 그 맛이지만 내가 내장탕이 맛있다고 하자 그걸 좀 먹어보더니 감탄을 연발한 것이다. 매운 음식을 피하는 우리에게는 조금 매운 감이 있었지만 어찌나 맛이 있던지 밥 한 공기와 탕을 전부 비웠다. 역시 함께 나온 반찬들도 하나하나가 다 맛이 있었다. 음식이 맛있는 집은 반찬도 맛있는 게 일반적인 일이긴 하지만... 


그리고 삼척 죽서루(竹西樓)를 향해 출발했다. 가는 길에 “안반데기”에 들르기로 했었기에 횡계 톨게이트로 나가 용산리 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안반데기가 내가 알고 있던 것과는 달랐다. 안반데기는 용산리 쪽으로 가는 게 아니었다.ㅜ.ㅜ 그곳은 용평리조트로 향하다 도암댐 쪽으로 올라가야했고, 그 3.2km 전에서 왼편의 가파른 산길로 가야했고, 그 winding road를 한도 끝도 없이 올라가야 했다.(근데 거길 MTB로 올라가는 분들을 봤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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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로 “구름 위의 땅(”The land on the clouds)이란 글이 쓰여있는 안반데기 표지판. 안반데기는 “안반덕”의 강원도식 발음이라한다. 이것은 떡메를 치는 안반 같은 모양이라서 그렇게 부르는 것이고, “안반덕이”라고도 부르며, 안반데기는 강릉 사투리라 한다. — 함께 있는 사람: 고성애

 

거의 산정에 가까운 곳까지 올라오니 주차장이 있고, 거기 Story & Coffee란 멋진 카페도 있다. 실은 며칠 전에 스키 후배 (김)진용이가 거길 MTB로 올라갔다는 얘길했었고, 그 카페 사진을 보여준 바 있었기에 거길 가보기로 했던 것이다.


여긴 카페가 해발 1,070m 고지에 있고, 안반데기 정상은 1,130m라고 카페의 바리스터가 알려 준다.(다른 자료를 보니 1,100m라고...)  ‘참 잘 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위스나 북 프랑스에서 본 것과 비슷한 풍경이 그 고산에 펼쳐진다. 단지 여긴 풀밭이 아니라 고랭지 배추밭이 정상까지 있다는 사실만 알프스의 풍경과 차이가 난다. 산들과 배추밭의 푸르름 위로 높은 지역 특유의 새파란 하늘색이 인상적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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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반데기 표지판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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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에 보이는 시멘트 도로로는 차량이 더 올라가지 못 하게 주의 표지가 붙어있다. 이곳에서 안반데기 정상까지는 900m이고, 그곳에 "멍에 전망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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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 위의 카페"인, Story & Coffee. 고랭지 배추를 재배하는 이 하늘 아래 첫 동네에 저런 멋진 카페가 있다니...^^ 대개 이 대관령 지역에서는 횡계리를 하늘 아래 첫 동네로 부르는데, 안반데기가 횡계보다 훨씬 높은 곳에 있고, 실제로 이 동네는 주민들이 사는 곳이다. 

 

올라온 반대편으로 가면 왕산면이라 한다. 스페셜티 커피의 최고봉인 게이샤(Geisha) 커피의 수입상인 동진교역의 카페 엘 방코(El Banco)가 그곳에 있고, 또 커피커퍼(Coffee Cupper) 사가 건립한 커피박물관이 있는 동네이다. 우린 나중에 그 길로 내려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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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 건물 바로 왼편에서 찍은 사진이다. 배추밭은 수확이 한창이다. 안반데기로 올라오는 도로는 차량의 교행이 불가능한 정도로 좁았는데, 중간중간에 차 한 대를 정차할 수 있는 공간들을 만들어놓고 있었다. 우리도 올라오는 길에서 배추를 싣고 내려오는 큰 트럭들을 만나 두 번이나 피해야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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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높은 산정엔 풍력발전기들이 있고, 그 중간에 육각정 같은 것이 보인다. 아마도 그 전망대가 "멍에 전망대"일 것이다. 그 바로 아래까지가 고랭지 배추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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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 앞에서 대관령 소와 함께 한 Dr. Kosa. 저 소는 경사가 가파른 고랭지 배추밭 일을 할 때 수고하는 소를 상징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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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유로운 모습으로 커피잔을 들고 있는 대관령 소 옆에는 대관령 하이디(Heidi)가 앉아 있는 듯.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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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 창 뒤로는 배추밭이 보인다.^^ 아름다운 산 정상 부근에 배추밭이라니... 역광 상태라 집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겠기에 배추밭과 얼굴을 함께 잘 나오게 하기 위해 플래쉬를 터뜨렸다.  — 함께 있는 사람: 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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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사람이 카페 내의 안반데기에 관한 자료들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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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떡메는 인절미나 모찌(일본 떡)를 만들 때 사용하는 절구공이 같은 것이고, 두껍고 넓은 나무판, 즉 안반 위에 떡을 올려놓고 떡메로 쳐서 인절미를 찰지게 만들게 된다. 이곳의 지형이 안반과 같아 안반덕(안반데기)이라고 한 것이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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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 내부엔 안반데기에 관한 사진과 설명문들이 많았다. 그런 얘기를 간직한 카페이기에 Story & Coffee란 이름을 붙였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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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로쇠나무 스키, 고로쇠나무는 일종의 단풍나무인데 옛날엔 대관령 지역에서 이것으로 스키를 만들어 겨울에 사냥을 할 때 사용했다고 한다. 아주 단단한 나무인데, 이걸 물에 삶던가 불에 달궈 스키의 탑벤드(topbend)를 휘었다고 한다. 아마도 이 사진의 캡션 중에 "동계올림픽의 시작"이란 내용이 있는 것은 이 지역(평창)에서 2018년에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배경을 설명하는 데 이런 사진이 최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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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의 오른쪽에 난 도로를 따라 좀 올라왔다. 사진에서 왼편의 전신주 두 개 바로 오른편에 있는 것이 Story & Coffee 카페이다. 

안반데기 정상의 풍력 발전기들을 보다가 그게 어떤 건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전날 강릉 경포호에서 찍은 사진에 아름답게 겹겹으로 옅어지는 산그리메의 끝, 그 스카이라인의 좌우로 펼쳐져 있던 바로 그 풍력 발전기가 바로 이것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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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에 이곳에 다녀온 유은영 선생님의 사진을 보니 거긴 아래쪽 배추를 뽑은 곳엔 배추가 심어있고, 지금 푸르게 보이는 저 먼 밭은 흙만 드러나 있었다. 여러 개의 밭을 교대로 경작하는 모양이다. 

 

집사람은 전에 무박2일로 안반데기 출사를 온 바 있는데 밤차로 와서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다고 한다. 이곳에 있는 카페는 본 적도 없고, 배추밭 옆으로 걸어 멍에 전망대가 있는 정상에 올라갔고, 거기서 은하수를 찍으며 밤을 새고 아침에 일출을 찍고 내려온 게 전부였다고...(집사람은 지금 혼자서 위 사진의 오른쪽 길을 따라 정상 쪽으로 올라갔고, 거기서 이곳저곳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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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간에 마을이 보이고, 거기서 오른편의 빨간 지붕이 보이는 집 옆으로 난 길을 따라내려가면 강릉으로 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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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구름 위의 동네(A Village on the Clouds), 안반데기. 스위스나 프랑스 북부 알프스 지방에서 보는 것과 비슷한 이국적인 풍경이다. 

 

꽤 오랫동안 안반데기에 머물러 있었다. 풍경이 좋아서 카페에 앉아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기도 했거니와 집사람이 혼자 밖에 나가 거의 두 시간 가까이 그 뙤약볕에서 사진을 찍었기 때문이다. 오후 4시가 가까워 오기에 이 날 가보기로 한 삼척을 향해 출발하기로 했다. 올라온 것과는 반대 방향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가면 된다. 그리로 가면 성산면이 나온다고 하니 대관령 옛길 쪽으로 내려가는 셈이다. 안반데기를 넘는 것은 대관령을 넘어 강릉으로 가는 것과 진배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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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 주차장에서 강릉 가는 길로 조금 내려가니 이런 멋드러진 표지판이 나온다. 그 왼편엔 공터가 있고, 건물이 있었기에 뒤돌아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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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건물이 안반데기 마을회관이었다. 그 오른편엔 강원도 특유의 굴피지붕을 덮은 몇 채의 집이 보였다. 


'오늘은 안반데기의 아름다운 풍경을 본 것에 이은 또 어떤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하는 생각을 하며 집사람과 나는 삼척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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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레이크가 과열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표지판이 계속 보이는 구불구불한 길을 한참이나 내려왔다. 거의 다 내려온 곳에 몇 년 전에 집사람과 함께 들렀던 커피커퍼(Coffee Cupper) 사가 설립한 "강릉 커피박물관" 입구가 보였다. 들러봤던 곳이라 이번엔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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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곳에서 좀 더 내려가니 성산의 삼거리가 나온다. 거기서 눈에 익은 S오일 주유소가 보였고, 그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보이는 엘 방코에 들렀다. 엘 방코는 게이샤 등 스페셜티 커피를 전문적으로 수입하는 동진교역이 설립한 카페이다. 원래는 농협의 은행과 수퍼로 사용되었던 건물인데, 이를 개보수했다.(엘 방코는 The Bank를 의미하는 스페인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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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린 갈 길이 바빠 엘 방코의 조규명 대표와 긴 대화도 못 하고, 콜롬비아 수프리모 생두 두 팩만 구입하고 그곳을 나섰다. 더 늦으면 삼척엘 또 못 가게 될 듯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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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에서 삼척에 가는 게 생각보다 꽤 멀었다. 전엔 그게 가깝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렇지 않다. 강릉에서 고속도로를 통해 삼척TG를 거쳐 나와 삼거리에서 좌회전을 기다리고 있다.(죽서루가 그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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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척에 이르러 일단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다. 여행을 하다보면 항상 끼니 때를 놓치게 된다.^^; 희한한 일이다. 삼척에서 받은 인상은 이 도시가 매우 정적이며, 단정하고도 깨끗한 인상을 준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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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린 점심을 먹기 위하여 삼척항 부근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우린 죽서루 부근을 지나 삼척 시내로 향했다. 그곳에서 T맵 내비의 Nugu에게 "곰치국 식당"이라고 식당을 찾아달라고 했더니 삼척의 식당이 아닌 속초의 식당이 나왔다.ㅜ.ㅜ 말도 안 된다.(T맵에 광고비를 낸 곰치국 전문 식당이 속초의 식당이 유일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걸로 찾는 걸 포기하고 삼척항 부근에 가서 곰치국 식당을 직접 찾아보기로 했다. 삼척항은 정라진(丁羅津)으로 불리는데, 그곳은 우산국 정벌을 떠난 항구로 추정되는 유서 깊은,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집사람과 난 전에도 삼척을 찾은 일이 있기는 하지만 삼척항에 들러 본 적이 없기에 기왕이면 그쪽으로 가보자고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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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척항으로 가다 보니 식당 여기저기에 곰치국이라 쓰인 곳이 많다.-_- 역시 곰치국의 발상지다웠다.(원래는 삼척 시장 내의 어느 할머님이 곰치국을 판매하기 시작한 후에 그게 동해안 지역으로 퍼져 나간 것이라 한다.) 다른 강원도 지역엔 곰치국을 하는 식당이 적기도 하거니와 간판에 그렇게 적혀있어도 툭하면 "지금이 제철이 아니라..."하면서 그게 없다고 둘러대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근데 위 사진에 있는 길건너의 두 식당은 "곰치국 전문"을 내세우고 있으니 거길 안 가볼 수가 있었겠는가?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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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린 연이은 두 개의 곰치국 전문 식당 중 오른편의 동아식당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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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곰치국이 나왔는데... 삼척은 아무 말 없이 곰치국을 주문하면 김치를 넣어 얼큰하게 끓인 곰치국을 준다기에 우린 미리 맑은 국(지리)으로 끓여달라고 부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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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식당을 잘 골라와서 그런지 모르지만 이 집의 곰치국도 훌륭했다. 우리가 가장 즐겨 찾는 대포동(설악동 입구)의 진미횟집과는 다르지만 이 말끔하고도 깔끔한 모양의 곰치국도 꽤 맛이 있었다. 가격이 15,000원이므로 진미횟집에 비하여 3,000원이 더 비싸기는 하지만 여긴 곰치살이 꽤 많이 들어가 있고, 구수한 감칠맛보다는 깔끔한 맛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진미횟집의 곰치국이 대중적인 성향인 것에 비해 이건 호텔음식과 같은 깔끔함을 갖췄다고나 할까?

지금까지 집사람과 난 여기저기서 다양한 곰치국을 맛 본 바 있는데, 이 동아식당의 곰치국도 손에 꼽을 만했다. 그래도 그 맛의 갑은 역시 대포동의 진미횟집이다.^^ 거긴 더이상 바랄 게 없을 만큼 맛있는 곰치국을 끓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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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사를 마치고 앞서 차를 달려온 방향으로 더 달렸다. 저 앞 산 위의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이 있는 곳은 감성마을 "나릿골"이라는데, 2009년의 사진을 보니 산 전체가 황무지처럼 나무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푸르름 속에 집들이 들어앉은 기분이다. 나중에 삼척항 방파제 쪽에서 나릿골 마을을 올려다 보니 통영의 동피랑 마을과 비슷해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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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척항 옆 방파제에 갔다. 근데 이 멋진 방파제에 우리 둘을 제외하고는 사람들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이 좋은 장소로 젊은이들이 데이트라도 하러 나오련만...-_- 역시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이런 풍경에도 무감각해지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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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파제 길은 매우 넓었고, 중간중간에 벤치도 있어서 거기 앉아 먼 바다를 바라보며 쉴 수 있게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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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쁜 생활에서 벗어나 이런 곳에서 마음과 몸을 쉬며 앉아있으면 얼마나 힐링이 되겠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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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척을 상징하는 도안인 듯하다. 산에 해가 올라오는 모양. 삼척(三陟)이라 세 개의 산을 형상화한 것인지? 삼척 시내를 달리다보니 "해오름의 고장"이라는 캐치프레이즈도 보이던데, 해오름이라면 그건 "양양(襄陽)"이 아닌가? 양양을 이르는 두 개의 한자가 "오를 양"에 "해 양"으로서 말 그대로 "해 오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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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도를 막는(약화시키는) 테트라포드 위에 많은 갈매기들이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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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항을 떠나 죽서루(竹西樓)로 출발했다. 죽서루의 사진을 찍어보기로 했는데, 전에 그곳을 방문해 본 바로는 죽서루의 정문 쪽에서는 죽서루가 너무 가까워서 건물 전체의 모양을 제대로 잡기가 쉽지 않았었다.(원래 루/樓는 정/亭이나 옥/家보다 훨씬 더 큰 건물 형태이다.) 그보다는 그 반대편의 오십천 건너에서 강건너 벼랑 위로 보이는 죽서루의 모습이 훨씬 더 멋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죽서루 부근에서 왼편의 죽서교를 건넌 후 천변으로 내려가서 죽서루를 찍기로 했다. 

 

그런데... 그곳에 가보니 그곳 일대가 전과 많이 달라졌다. 그곳에 공원이 들어섰고, 그곳에서 죽서루를 관망할 수 있는 육각정까지 건립되어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아, 이거 죽서루를 바라보기 좋게 한 건 바람직한 일이지만 뭔가 지나친 친절을 경험하는 기분이었다. 그런데서 오는 어색함과 낯설음 같은 걸 느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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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십천 건너 죽서루를 조망할 수 있는 육각정과 테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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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이런 친절이 고맙긴한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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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그 육각정. 정자에서 밑으로 난 길과 계단을 내려가 오십천변 풀밭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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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쭉한 죽서루가 멋진 벼랑 위에 서 있다. 집사람과 난 예전에 오십천변에서 죽서루가 너무 무성한 나무들에 가려 안 보였던 기억을 되살리며 "이 정도면 훌륭하다."고 얘기를 나눴다. 건물 전체가 다 드러나는 것보다 이렇듯 살짝 숨어있는 듯한 모습이 더 매력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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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니 RX100 똑딱이의 허접 줌을 70mm로 당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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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사진을 찍은 정면에서 오른편으로 긴 풀들이 자라있는 사이에 작은 길이 나 있기에 그리로 갔다.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와서 죽서루를 올려다 봤거나 사진을 찍었던 흔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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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정면이 아닌 살짝 옆에서 올려다 보는 죽서루의 모습도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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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십천의 물빛은 깊은, 짙푸른 옥색을 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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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서루 오른편의 절벽도 아주 멋졌는데, 오십천에 비친 반영까지도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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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죽서루를 눈에 담고, 마음에 담고...

 

저 죽서루는 내 직계조상인 박길응(朴吉應) 할아버님(나로부터 13대 전)이 고성 군수(현감)를 거쳐 삼척부사로 부임했을 때 중건한 것이라 한다. 삼척을 두고 머리에 떠오르는 인물이 또다른 삼척부사인 허목이다. 그는 조선 중후기의 명재상이었는데, 그가 헌종 3년(1662년)에 쓴 죽서루기(竹西樓記)는 죽서루를 두고 쓴 글 중 가장 유명하다.

미수 허목은 박길응 할아버님의 친한 친구이기도 했는데, 허목이 간성현감으로 부임하는 친구 박길응을 전송하며 쓴 글이 그의 유명한 저서인 "미수집"에 실려 있다. "덕일"은 박길웅의 "자"로서 옛날엔 친구의 이름을 부를 때 "자"로 불렀다. 그래서 "박덕일을 전송하는 서"라 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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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은 좀 황당하다. 아래와 같은 내용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할아버님이 삼척부사에서 파면된 이유가 적힌 내용이다. 

 

1648 무자 인조 26 / 11월 부사 박길응(朴吉應) 부임, 

1651년 7월에 송어 식염(松魚 食鹽)을 진상하였는데 벌레가 생긴 불순한 것이라 하여 파면되었다.

아마도 삼척의 특산물을 왕에게 진상한 것이 상해있었던 바람에 파면을 당하신 듯하다.-_- 송어 식염이라는 건 아무래도 송어를 염지(鹽漬)한 식품이 아닌가 한다. 아무래도 염지를 할 때 소금의 양이 적어서 그 식품에 벌레가 생긴 것이 이유일 것이다. 염장식품은 너무 짜도, 너무 싱거워도 안 되는데 덜 짜게 하려다가 콜드체인 수송 수단이 없던 그 시절에 사고가 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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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가 거의 넘어가고 있었다. 강아지풀이 역광을 받아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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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열심히 달려 숙소인 휘닉스파크까지 갔다. 이 날은 왜 그리 피곤했던지 잠시 TV를 보다가 잠이 들어버렸다. 

-----

 

2018/08/23/목

 

다음 날 아침 식사를 전날 들렀던 전라도 밥상에서 했다. 집사람은 전날 내가 주문했던 내장탕을 시켰다.^^ 전날 조금 먹어본 내장탕이 꽤 맛있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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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선지국을 시켰다. 이 역시 맛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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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경하는 길에 왼편 길 건너 멀리 웰리힐리파크(전 성우리조트)의 정상이 보였는데, 역시 한여름에 보는 스키장의 슬로프는 특별한 모습이다.

 

서울로 향하는 길은 잘 뚫려있었다. 차가 많지 않아 열심히 달려왔는데, 비교적 훌륭한 12.4km/l의 (리터 당) 주행거리를 보여주었고, 평속이 110km로 기록된 걸로 보아 110km의 제한속도인 중부고속도로에 이르기 전에도 꽤 빨리 달렸음을 알 수 있었다.(앞으론 좀 덜 달려야겠다.-_-) 원래는 이늘도 바닷가에 가거나 산사를 찾거나하려고 했는데, 태풍이 올라온다기에 서둘러 올라온 것이다.

이틀간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나름 알찬 여행이라고 생각했다. 집사람은 본인의 카메라를 (실수로 거실에) 두고 갔으면서도 내가 차에 항시 비치하고 있는 구형 DSLR인 캐논 5D Mark II로 찍은 사진들이 매우 흡족하게 나왔다며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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