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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얘기
2013.10.28 00:55

[초당] James Dean Quotes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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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1789 좋아요 0 댓글 1

 

남들이 내게 특이하다고 하는 걸 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그런 얘길 많이 들었다. 물론 스스로는 특이하게 행동하고자하여 그리 행동한 것이 아니었기에 날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이 오히려 이상했던 것이다. 내가 스스로의 잣대로 남을 쟀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정도 커서야 난 스스로도 내가 좀 특이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았고, 그건 대체로 호기심이 많아서 그렇게 되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난 궁금한 게 많았다. 그래서 그런 것들에 대해 알고 싶어했는데, 세상엔 정말 흥미로운 게 많았다. 그래서 난 이 세상에 태어난 걸 다행으로 생각했을 정도였다. 살면서 보니 다른 사람들도 그건 다 공통적이었다. 그 호기심이라는 것 말이다. 하지만 그 궁금증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난 많은 사람들보다 훨씬 더 적극적이라는 것이 조금 달랐던 듯하다.

 

항상 그렇게 사는 나를 보는 다른 분들은 내 성격이 좀 특이하다고 생각한 것 같은데, 실제론 그렇지 않았다. 난 비교적 평범하고 내성적이며, 가급적 내가 좋아하는 것에만 매달리고 싶어한다는 면에서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하지만 근년에 이르러서의 또다른 깨달음은 이제야 내가 평범한 사람 중 하나가 되었다는 점이다. 그건 내가 변해서가 아니라, 세상이 많은 사람들을 변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 친구들의 별난 행동들을 보면 어린 시절, 그리고 젊은 시절의 나와 비슷한 사람들도 많지만 나의 그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독특하고도 별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말 나까지 당황하게 만들고, 내 얼굴 뜨거울 정도로 튀는 행동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봐도 '저 친구는 정상이 아니구만???'이라고 생각될 정도의 별난 행동을 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졌고, 또 지나치게 개성적이어서 남에게 피해까지 주는 사람들도 많아졌음을 알게 된다. 실로 오타쿠의 세상이고, 매니아의 세상이 된 것이다. 다행히 오래 전부터 매니아의 삶을 살아왔기에 난 그래도 그들이 하는 행동의 대부분에 대한 이해심을 가지고 있고, 내가 별나다고 생각하는 이들에 대해서도 그걸 부정적으로 보기보다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어떤 일에 대한 호기심이 많다보니 많은 것에 대해서 남들보다 일찍 알게 되고 그걸 추구하다 보니 얼리 어답터적인 생활을 많이 했다. 항상 얼리 어답터는 외롭기 마련이다. '이 좋은 걸 왜 사람들은 모를까???'하며 아쉬워하며 그 장점을 주위에 설파하다가 막상 그런 게 대중화되어 나처럼 그 어떤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흔해지면 난 그게 싫어지곤 했고, 또다시 다른 걸 찾아 떠나곤 했다. 아니, 그보다는 내가 하나에 집착하고 그에 오래 머물지 않고 보다 많은 것에 대한 관심으로 뭔가의 대중화가 이뤄지고 있는 과정에서 또다른 분야에 대한 관심으로 과거를 등지곤 했던 것이라 하겠다.

 

어떤 영화를 보고 그게 참 좋았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를 하곤 했다. 그리고 그 영화를 볼 걸 권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에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혹은 나 이상으로 그 영화를 좋아하는 걸 보면 난 그게 싫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한 때 좋아하던 그 영화에 대한 관심을 끊고 다른 사람들이 그에 관해 얘기할 때 난 그 화제에서 애써 멀어지고자 하기도 했다. 남들이 다 좋아하면 난 그게 싫어지니 남들이 좋아하기 전에 좋아하고 빠지는 거다. 그러다 진짜 좋아서 그럴 수 없는 일에는 아주 깊이 빠지고, 그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알고자 노력하기도 했다. 친구놈들의 표현으로는 “승질 드러운 놈”이었다. 그런 면에서 별나 보였다면 그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내가 싫어할 수 없었던 흔치 않은 한 사람이 있다. 유명인이다. 소위 설레브러티(celebrity) 중 하나인 영화배우, 그것도 미국의 영화배우인 제임스 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건 그렇지 않은 사람이건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정도이다. 요즘 애들은 로버트 테일러나 찰톤 헤스톤조차도 모른다. 그레이스 켈리도 모르고, 마리네 디트리히는 더 모른다. 대부(God Father)의 영향이 얼마나 컸던 것인지 혹간 가다 말론 브란도를 아는 애들이 있는 걸 보면 그게 신기하다. 근데 제임스 딘이라면 요즘 애들도 대개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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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없는 반항이나 에덴의 동쪽, 그리고 자이안트의 세 영화에서 주연급으로 출연한 그의 모습을 보면서도 난 그에 대해서는 별 감동이 없었다. 난 체제 반항적인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그렇다고 불의에 순응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제임스 딘이 가진 인기는 그의 반항적인 성향에서 비롯된 것이라 한다. 그러니 그를 내가 좋아했을 리 없다. 내 대학시절에는 제임스 딘이란 프랜차이즈 카페가 있었고, 과거의 가수이자 개그맨인 주병진이 만든 내의 브랜드로 제임스 딘이란 게 있었다. 제임스 딘 카페에 걸린 그의 많은 패널들을 보면서도 난 '배우 한 사람을 저렇게 우상화할 필요가 있는가?'하는 반항적인 생각을 하기도 했으니 그건 참 아이러니컬하다.

 

근데 그의 배우로서의 명성은 길기도 하다. 게리 쿠퍼나 존 웨인도 모르는 지금 애들도 그의 이름을 기억하니 말이다. 지금 애들이 기억하는 60년대 혹은 그 이전의 배우들은 아마도 마릴린 몬로, 오드리 헵번, 그리고 제임스 딘의 세 사람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정말 특별했던 섹스 심벌인 몬로는 그렇다 치고, 헵번은 데뷔와 동시에 오스카상을 거머쥐고 말년엔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위해 성녀처럼 살았으니 그렇다 치자. 제임스 딘의 매력은 뭐지?? 요즘 애들 중 제임스 딘이 주연한 세 편의 영화를 본 애들은 전혀 없다시피 할 것이고, 그 중 한 편이라도 봤을까라는 의문을 던져봐도 이내 고개를 젓게 된다. 근데 왜지?

 

지금도 수많은 카페 등에 걸려있는 그 두 여배우의 사진과 제임스 딘의 사진은 그들의 전세대가 좋아하여 걸어놓기 시작한 사진의 연속선상에 있는 듯하다. 누군지도 모를 사람의 사진이 여기저기 걸려있다 보니 그들에 대해 눈을 뜨게 되고, 이름만 겨우 외우고, 그러다 개중엔 그들이 궁금해서 관련 정보를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게 된, 외피적인 지식으로 그들을 이해하는 것이 요즘의 젊은이들일 것이다.

 

난 제임스 딘이 나온 세 편의 영화들을 여러 기회를 통해서 몇 번씩 봤다. 한 때는 제임스 딘을 좋아해 보려고 일부러 그 영화를 본 적도 있다. 하지만 연기력도 뛰어나지 않고, 인상만 찌푸리는 건달 같은 그의 모습이 그리 좋아보이지 않았다. 특히 에덴의 동쪽에서 보여주는 그의 연기 중에는 어른 공경의 전통적인 사상에 물든 내게 배은망덕하기도 하고, 패륜아적인 모습이 많이 보여서 아무리 좋아하려고 해도 그럴 수가 없었다.(나도 연기와 연기자를 동일시하는 바보 같은 짓을...ㅜ.ㅜ) 마지막 작품인 자이안트에서의 연기는 역시 제임스 딘 특유의 반항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이나 새파랗게 젊은 20대 초반(당시 나이 24세)의 젊은 친구를 분장시켜 인생 중반의 중후한 모습을 보이게 하려는 감독의 어줍잖은 시도가 어색할 뿐이었다.

 

오히려 내가 그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그가 포르쉐를 타다가 죽었다는 걸 알게 된 후이다. 그런 얘기를 들은 건 내가 포르쉐에 대한 꿈을 갖기 이전이다. 그래서 그가 멋진 스포츠 카를 타다가 죽었고 그 차가 포르쉐란 얘기만으로 끝이 났다. 그에 대한 얘기엔 꼭 그가 그 차를 타다 죽었다는 게 포함되곤 했었던 것이다.(하지만 그 차의 이름을 계속 외우고 있지도 못 했다.) ‘그게 꽤 좋은 차였다 보나.’하는 생각이 들었을 뿐, 나중에 내가 그 차에 대한 꿈을 잉태하던 시점엔 그 차 이름에 대한 기억이 없었고, 나중에 가서야 그 둘이 같은 자동차란 걸 알게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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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rsche 550 Spyder와 James Dean
 

내가 꿈으로 가진 차를 세계적인 명차에 앞서, 유명차로 만드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이 바로 제임스 딘의 극적인 삶과 극적인 죽음이었던 것이다. 보조 출연이 아닌 것으로는 겨우 세 편의 영화에서 선보였고, 그 활동 기간조차 4년에 지나지 않는 짧은 세월의 불꽃 같은 삶이라니... 그것도 배우인 줄만 알았던 그가 여러 자동차 경기에 나가 활약하던 선수이기도 했었다니... 포르쉐에서의 죽음도 자동차 경기 출전을 위해 달려가다가 초래된 것이라니???

 

그제야 난 그를 달리 보기 시작했다. 그가 평범한, 그저 재수가 좋아서 짧은 한 때 잘 나갔던 배우가 아니란 걸 알게 된 것이다. 인터넷 상에는 James Dean Quotes란 제목의 글이 여러 군데서 보인다. 그가 한 말을 그대로 인용해 적어 놓은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의 말은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다. 남이 좋아하면 그 때부터 그걸 싫어하기 시작하는 나도 그런 경향을 또 한 번 포기했다. 그 건 바로 아래 사진의 하단에 실린 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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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들른 올림픽 공원 앞 한 카페에 걸려있던 패널의 사진이다. 카페 같은 데 가면 제임스 딘은 대개 그의 사진만 패널이나 액자로 걸린다. 어쩌다 그의 이름이 쓰여 있는 경우도 있다.(아마도 요즘 젊은 친구들 중에는 그 사진들을 많이 봤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날 그 아래 쓰인 두 단어를 보고서야 ‘아, 이 사람이 제임스 딘이었구나!!!’하며 처음으로 그 이름을 인식하게 된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근데 이 사진은 좀 다르다. 제임스 딘이 한 말이 먼저 크게 쓰여있고, 그 아래 제임스 딘이라고 작게 쓰여있다. 내가 좋아해 왔던 그의 말은 아래와 같은 것이다.

 

"Dream as if you'll live forever, live as if you'll die today."

"영원히 살 것처럼 꿈꾸고, 오늘 죽을 것처럼 살아라."

 

미래와 현재, 꿈과 현실을 이처럼 간결하게 표현하다니... 이건 거의 시적인 경지에 이른 기막힌 표현이 아닌가? 제임스 딘이 내가 한 때 오해했던 것처럼 맹탕(?)이 아니었다는 증거가 될 만한 멋진 말이다. 그는 이 말처럼 살았고, 또 이 말처럼 죽었다는 면에서 언행일치의 미덕을 보였다. 남의 죽음을 두고, 그것도 내가 팬으로서 좋아하는 셀러브러티에 관해 이런 표현을 하는 건 참으로 무례하고도 미안한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난 항상 꿈을 꾸되 영원히 살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죽음을 생각하며 살지도 않는다. 오히려 이 영원한 우주에서는 길지도 않고, 반복될 수도 없는 단 한 번의 인간이란 존재로서의 삶이라는 인식으로 후회가 덜한 인생이 되기를 희망한다. 현실주의자로서의 감각을 가지면서 가급적 즐겁고도 유쾌한 삶을 영위하려는 노력을 하다보니 상당 부분 그 삶이 이기주의에 빠지게 됨을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살기도 한다.

 

Comment '1'
  • ?
    최경준 2013.10.28 16:59

    인터넷 읽기에 익숙한 탓에 이렇게 긴 글은 읽다가 포기하게 되는데

    다 읽었습니다.

     

    문서를 작성하게 되면

    200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를 한 장으로 요약하는 일만해서 그런지

    박사님처럼 생각을 디테일하게 전달하는 능력이 저에게는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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