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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얘기
2005.10.13 10:42

어느 초보 유학생의 영어발음 고치기

조회 수 5388 좋아요 858 댓글 2

안녕하세요!
남들 처럼 자식을 귀족으로 키워서 사회하고 격리시키고, 심해저의 깨끗한 물을 사 먹이지
못하는 대신에, 사회를 깨끗하게 하는 일을 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돈도 안들고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시간이 걸린다는 게 조금 문제이긴 하는데 학생백수가 제일
많은게 시간이니 걱정도 안합니다.

때론 과거의 경험이나 지식이 새로운 것을 배우려 할 때 한계로서 작용하기도 합니다.
어느 교육학자의 말씀처럼, 과거와 비슷한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어야만 제대로 정보를
전달할 수가 있다고 실감하고 있습니다. 늘 부족함을 느끼는 이유입니다. 무언가를 경험
하고, 그 노하우를 전달해 갈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틀림없이 우리 애기를 위한 훌륭한
아빠도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전에 PC통신이란 것을 최초로 사업화 하셨던 어느 회사 임원분이 저한테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너는 왜 사회에 적응하려고 하느냐? 네가 옳다면 사회를 너에게 적응시키려
노력하지 않겠느냐?" 또, 융통성 없다는 소릴 많이 듣게 되지만, 고집하지 않고 조화하면서,
끊임없이 설득하려는 노력을 하는 사람이 되라는 사회심리학 전공 선배의 얘기도 고집
불통인 저를 변화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경험하지 못하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란게 많이 있습니다. 아빠에게도 모성애가
무조건적 사랑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것이 우리 애기 효빈이 입니다. 꼬집어도
예쁘고, 책을 다 찢어 놓아도 그져 이쁩니다. 키보드를 망가뜨려도 이쁩니다. 고치면
되는데라는 생각입니다. 경험하지 않으면 관념에 머무를 뿐, 머리로만 생각할 뿐이라
생각합니다. 본능으로, 가슴으로 느껴 마음에 여유가 없을 때 조차도 실천할 수 있는
것만이 진정한 자기 실력으로 될 것입니다.

영어도 툭 처도 한문장으로 끊김없이 자연스런 억양으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연습하지
않으면, 관념에 그치고 맙니다. 실제 미국인을 만나도 제대로 써 먹을 수가 없습니다.
얘길 기다려 주진 않으니까요. 더 많은 연습과 노력으로 시험시간에 한문장이라도 얘기
할 수 있다면 그건 미국인 앞에서도 당당히 할 수 있는 자기만의 영어문장이 되는 것입
니다. 창피함은 잠깐이고, 당당함은 영원하니까요.

저도 30살이란 늦은 나이에 군대를 다녀와서는 학원에서 한달 수업받고 토플이 190이었
습니다. 외교부에서 인턴했다는 것만 믿고 헛짓한거죠. 군대가기 전 갔다오고 나서 이
렇게 한 3년을 이상한 외계어만 쓰고 살다보니 말이 아니더라구요. 카튜사 출신인 지도
교수님이 당신의 초등학생 딸이 210점을 맞는다고 군대에서 공부 좀 하지 그랬냐고
핀잔을 주셨지만, 낮엔 작업하고 밤엔 야근하는 것을 병장 전역할 때까지 후임 병사
못 받으면서 하다보니 영어는 커녕 이승만 대통령 이름도 까먹고, 그 자신있다던 한자
도 제이름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써보지 못했습니다.

암튼 이렇게 핀잔먹고 유학도 1년이나 연기를 했습니다. 게다가 이 후에도 공부는 제대로
못하고 엉뚱한 사람과 연애사업한다고 방황만 했습니다. 과거여자 얘기안한다고 집사람
한테 무릎끓고 맹세했는데 이그.. 암튼, 영어 공부한 시간이 중요하기 보다 훌륭한 선생님
만나 공부한 노력이 훨씬 중요하단걸 뼈저리게 느낍니다.

제가 지난 1년간 다닌 석사과정에는 43개국에서 온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반수가 넘는
학생이 일본 학생이고, 동경대 법대생이 대부분입니다. 유럽에서 온 박사도 있었습니다.
공통점은 모두 자기나라 억양으로 영어를 말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에서 이미 1-2년 공부
를 한 친구도 있습니다. 발음은 얕지만 미국식 억양으로 말하는 친구는 저 하나 뿐이더
라구요. 선생님 수업 들으며 시험때마다 sh/r/l 발음 등등이 얕음을 지적받았지만 급할땐
한국식으로 얕은 발음이 나오기 일쑤거든요.

시험때 실수 한다면 틀림없이 미국인 앞에서도 똑같은 실수를 한다는 것입니다. 이만큼
자신의 약점을 확실히 파악할 수 있는 기회는 없습니다. 집중해서 약점인 발음을 연습하고
신경을 쓰면 조금이나마 고칠 수 있습니다. 한국인인 우리 학생들끼리 창피당하는 거는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 미국인에게 창피당하면 정말 과묵한 유학생활을 해야 합니다.

얼마전에 보험가입을 하려고 전화를 하는데 이사람 저사람 담당자를 바뀌면서 대화를
했었는데, 나중에 보니깐 제가 health라고 한 것을 상대방은 house로 알아 듣더군요.
물론 이 은행이 생명보험, 주택보험, 그리고 차량 보험만 담당하는 자회사 밖에 없어서
그럴수도 있겠지만요. 그러다가 보니 "L"발음이 공통적으로 혀를 당기면서 끝부분만
살짝 들어 올리는 것이라서 평소에 혀가 미국인 위치(음가 없는 e발음 위치)에 가 있지
않으면 얕은 발음이 나올 수 밖에 없다는 것 알았어요.

미국에서 일년정도 지나니깐 다행히 경험상 혀가 밑으로 쳐지게 됩니다. 혀를 뿌리채
당기면서 끝부분만 살짝 들어서(___/  이렇게요) 하는 발음이었던 거죠. 그런데 한국인의
경우 보통 혀가 공중 가운데에 떠 있기 때문에 (__ ----/ 이렇게) 헤쓰가 되어버리니 그
은행 직원은 자기 업무중에서 제일 가까운 하우스로 알아듣게 된 것이지요. 헤으(으에
빠악 힘이 주어지죠. 혀를 당기니까요.) 끊기듯 하다가 th발음으로 넘거가더라구요. 혀가
당겨지는 것이 안 느껴진다면 "L"발음은 틀린 거죠.

아무리 혀를 미국처럼 입바닥에 착 떨어뜨리고 있을려고 해도, 아무리 명령을 해도 이놈의
혀는 말을 듣지를 않습니다. 이 혀란 놈이 큰 알 사탕을 물거나 연필을 입에 물지 않는 이상
언제나 가운데 공중에 떠 있으려고 하거든요. 한글은 그래야 편하니까요. 결국 선생님 수업
을 통해서 철저하게 훈련하지 않으면 한국어 할때 혀를 들고 있고, 영어를 얘기할 땐 혀를
착 낮추고 하는 것을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박찬호는 일년만에 혀가 꼬였는데, 저는 아직
혀가 안 꼬이는 이유는 과묵한 유학생활 탓입니다. 훗.

요는 각 발음마다 구강구조에 따른 혀를 댕기고 밀고, 호홉을 들이쉬고 내쉬고 하는 방법이
구체적으로 틀리기 때문에 머리속 이론으로 아무리 요령을 배워봤자 시험을 통해 약점을
점검하고 강조해서 충분히 훈련하지 않으면 여전히 옛날 발음 그대로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마치 스키나 수영, 그리고 골프를 책만보고 잘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얘기나 같은 것입니다.
중학교, 고등학교 6년, 대학교 4년 이렇게 10년을 공부하고도 제대로 된 영어를 못하는
이유는 공부를 안해서가 아니고, 제대로 된 연습을 충분히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어학연수 하면, 발음과 수다떠는 것은 늘게 되는데, 어휘수준과 콩글리쉬가 절반인 점을
고려하면, 한국에서 청취수업 6개월 듣는 것 보다도 못한 문장력을 가지게 됩니다. 모 연예인
이 베스트셀러 영어책 작가와 공저로 책을 내면서도 "How do you think so?," "Why do yo
think so?" 이렇게 엉터리거나 무례한 영어를 쓰는 이유가 달리 있겠습니까? "What do you
think... , What makes you think so?" 등등 제대로 써야 겠지요.

그럼, 안녕히 계셔요!
최재원 올림

Comment '2'
  • ?
    박순백 2005.10.13 16:24
    영어 공부에서 진짜 힘든 게 발음이겠지요.^^
    정말 골치아픈...
  • ?
    나원규 2005.10.14 09:25
    박찬호선수는 개인 영어강사 두고 살쟎아요.
    힘내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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