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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2005.12.08 15:00

권 여사와 오컴의 면도날

조회 수 5600 좋아요 717 댓글 6


통일 백제 최대 재벌인 곽씨 가문의 큰 며느리인 권 여사는 남편인 곽 회장이 죽자
남편의 뒤를 이어 모 기업의 회장이 된지도 이제 3년이 다 되어 간다.
권 여사는 막강한 재벌의 회장이라는 신분을 떠나 50대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눈부신 미모를 자랑 하고 있으며 하버드 경제학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다는 지적인 탁월함으로 인하여
늘 영국 여왕처럼 대중적인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수 만 명의 회원을 가진 팬클럽도 거느리고 있는 그녀는
연예인처럼 어딜 가나 카메라의 플래시를 받고 있는 스타 같은 존재이다.

그런데 어느 날 신라 일보에서 그녀의 외동아들이자 수 천억 대에 달하는 재산의 유일한 상속자인 곽 철수가 곽 회장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폭탄 같은 기사를 내 보내게 된다.
통일 백제는 이 뉴스로 인하여 충격에 휩싸였다.
그 아름답고 지성미 넘치는 대 재벌의 며느리가 바람을 피웠고
유일한 외동아들이 곽씨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이 충격적인 뉴스는 통일 백제뿐 아니라 해외의 주요 언론들에게도 큰 관심거리가 되었다.

곽씨 그룹에서는 즉각 성명문을 내고 확실하지도 않은 사실을 유포한 신라 일보를 비난하며
맹 공격을 퍼 부었다.
수만 명에 달하는 권 여사의 팬클럽 회원들은 시청 앞에서 신라 일보의 폐간을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는 등 대부분의 시민들은 자신들이 숭배해 마지 않는 권 여사가 그런 터무니 없는 일을
했을 리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였다.

기사를 터뜨린 신라 일보는 사태가 그런 식으로 흘러가자 몹시 당황 하는 기색이었다.
궁지에 몰린 그들은 사운을 걸고 자신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을 모색하기에 이르렀다.
그런 참에 그 들은 불법적이고도 공정 하지 못한 자신들의 취재 과정으로 말미암아 시민들로부터 소나기 같은 비난 받기에 이르렀다.
여왕을 함부로 다룬 대가는 처절한 것이었다.
결국 명백한 증거가 담겨 있는 녹취록도 그것을 녹취한 경로가 불법이면
그것이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 될 수 없듯이
그 들의 기사는 사실 여부를 떠나서 결코 신뢰 할 수 없는 야만적인 폭거라는 지적을 받았다.

궁지에 몰린 그 들은 마지막 카드를 빼 들었다. 그 들은 친자 검사를 할 것을 주장 하였다.
권 여사와 곽 철수의 DNA를 검사하면 두 사람의 친자 관계가 명백하게 드러날 수 있다.
그래서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백일 하에 드러날 것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권 여사는 간단하고도 확실한 검증이 가능한 친자 검사를 하는 대신
이렇게 사건을 정리하는 것으로 사건을 종결 지으려고 했다.

첫째 내 아들은 당시 가장 유명한 산부인과 병원인 최 병원에서 분만 하였으며
그 사실을 당시의 주치의이자 지금은 세계적인 산부인과 교수가 된 최 박사가 이를 증명 할 수 있다.

둘째 내 아들은 이제 겨우 3살 이지만 몇 년만 더 있으면 아버지인 곽씨를 닮은 특징들이 나올 것이고
따라서 조금만 기다리면 곽 철수가 곽 회장의 아들이라는 것은 저절로 증명이 될 것이다.

셋째 이 문제는 곽씨 가문에서 그 검증을 요구 하지 않는 한, 곽씨 재벌과 아무 상관 없는 언론에서
추궁 할 바가 아니며 검증을 요구 할 자격도 없고 따라서 거기에 응하지도 않을 것이다.

넷째 통일 백제의 경제를 선도하는 곽씨 그룹이 이 일로 말미암아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상실하게 될 수도 있으므로 이는 국익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통일 백제의 네티즌들은 이 일로 벌집을 쑤셔 놓은 듯 게시판에서 열띤 토론을 벌였지만
결론은 나오지 않고 급기야는 상대방의 입장만 서로 비방 하는 등 이성을 잃어 가고 있는
난장판이 되어 가고 있었다.

철수가 곽 회장의 아들인지 아닌지 확실하게 아는 사람은 현재로서는 권 여사 밖에는 없다.
최 병원의 최 박사가 그녀의 분만을 직접 집도하였다 하더라도
그 사실이 철수가 곽 회장의 아들이라는 것을 증명 해 주지는 않는다.
그 역시도 DNA검사를 해야만 확실한 사실을 알 수 있다.

또 몇 년 뒤에 곽 철수가 곽 회장을 닮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그 사실이 그가 곽 회장의 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아버지를 닮지 않은 아들도 세상에는 많은 것이다.
반대로 닮는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이 그가 곽 회장의 친 아들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증명해 주지는
못한다.

그런데 왜 권 여사는 DNA검사라는 신속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을 두고
이처럼 애매하고 멀리 돌아가는 어려운 방법을 택하려고 할까?
오컴의 면도날은 이런 상황에서 잘 작동한다.

저는 최근의 황 교수 사태를 보면서 몹시 착잡한 심경입니다.
서기 2005년은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들뜨고 가슴 벅찬 한 해가 되었을 것이며
위대한 그가 있었기에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들은 자신이 한국인임이 자랑스러웠고
우리 엽전들도 이제 머지않아 세계를 선도하는 선진 시민이 될 수 있다는 실현 가능한
희망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믿을 수 없는 일이 터진 것입니다.
저는 과학을 공부한 공학도로서 이 일을 과학적으로 냉정하게 분석해 보려고 애썼습니다.
하지만 이 일은 과학에 앞서 논리적으로 얼마든지 해결 할 수 있는 단순한 문제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것이 복잡해진 이유는 다름아닌 이 사건의 주역이 바로 전 국민의 희망인 ‘그’ 라는 것이고
만약 혹시라도 그것이 사실이라면 우리 모두는 엄청난 절망의 나락으로 빠져 들거라 는
막연한 공포 때문입니다.

헌팅턴 무도병은 치명적인 불치의 우성 유전병으로 40대 이후에 증세가 나타나며
일단 발병하게 되면 100%사망에 이르게 되는 무서운 병입니다.
이 병은 부모 중 한 사람이 이 유전자를 갖고 있으면 자식들은 무조건 50%의 확률로
이 병에 걸리게 됩니다.
따라서 자식들은 40대까지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살아야 합니다.
그러다가 아무 일 없이 40대를 넘기게 되면 그 유전자를 갖지 않은 것으로 확인 됩니다.
하지만 현재의 과학은 유전자 검사를 통하여 어릴 때부터 이미 이 병에 걸릴지 아닐지를
확인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부모 중 한 사람이 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자식들은
유전자 검사를 통하여 자신이 언제 죽을 지 미리 알고 싶다고 생각 합니까?
아마 평생을 조마조마하게 사는 한이 있더라도 러시아의 류비셰프 같은 이 말고는
자신이 언제 죽을 지 미리 알고 싶을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 합니다.

지금 우리 국민은 어느 한쪽에 헌팅턴 무도병에 걸린 부모를 둔 자식의 심정으로
조마조마하게 이 사태를 지켜 보고 있습니다.






Comment '6'
  • ?
    이찬영 2005.12.09 00:28
  • ?
    김문형 2005.12.09 10:16
    [ skifree@naver.com ]

    약간의 딴지!
    저 같으면 말이죠, 어떤 놈이 우리 아들내미가 내 친자식인지 아닌지 시비걸고 DNA검사해라 말아라 한다면 가서 죽통을 날려버리고 말겠습니다. 미쳤습니까 친자확인하게!!!^^
  • ?
    김은 2005.12.09 15:47
    [ mountainbird@hanmail.net ]

    좀더 기다려 보는것는 좋을거 같습니다.
    -누구나 인정하는 멋진 도자기를 만든 도공한테,몇몇 경쟁도공들이 아무래도 수상하다, 우리가 보는앞에서 똑같이 다시 만들어봐라-"인용"
    자존심이 허락치 않을꺼구,기술노출의 우려도 있고,더군다나,bio-tech의 연구특성과 다른 연구자들과의 관계도 틀리겠고,
    일단,다음 봄에 결과가 나온다니 기다려볼수 밖에요.
    제 장사노하우중 하나가 "성질급한놈이 나가 떨어진다"입니다.
  • ?
    김용빈 2005.12.15 02:49
    [ ybkim108@gmail.com.nospam ]


    김은 선생님, 그게 도공과 과학자의 차이인것 같습니다. 과학자들은 저널에 그들의 연구결과를 페이퍼로 펴내는 순간 모든 의심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러한 의심이 학문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됨을 부인할 수도 없구요. 일개 하류저널도 아니고 사이언스 표지 논문의 연구결과는 전세계 관련연구자들의 집중적인 타겟이 될수밖에 없습니다. 관련된 공부를 하는 사람으로서 쉽게 모든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그 의혹이 아무리 자격이 없는 사람들로 인해 시작되었다 할지라도) 이제는 황교수님께서 그 길을 택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자존심의 단계가 아니라 이제 과학자의 의무가 되어버린 상황이 아닌가 싶습니다. 기술을 보여달라는 것도 아니고 어려운 일을 다시 하라는 것도 아니고 '친자확인'만 하면 되니까요.
  • ?
    김용빈 2005.12.15 02:53
    [ ybkim108@gmail.com.nospam ]

    너무 멋지신 비유로 쓰신 글이라 제 홈페이지에도 퍼가고 싶습니다.
    물론 출저와 저자 명확히 밝히겠습니다. 가능하겠습니까?
  • ?
    김은 2005.12.15 09:45
    [ mountainbird@hanmail.net ]

    전,즐기세포 배양이 과학(science)이라 생각치 않습니다.^^*-넘,주제넘은 말일수 있습니다.
    과학이라기보단,technology, skill,handy,passion등 이러한 단어가 어울리는 곳인거 같습니다.
    피디수첩의 취재및방송은 그것이 여론의 질타를받든 아니든 언론인으로서의 해야할일을 한것이고 황교수님또한,후속결과로 자신의 진실성를 밝히면 되는거 아닐까 합니다. 안타까운건 왜,상대방의 자존심(연구의욕)까지 건드려가며 친자확인을 해야만 하냐 이겁니다.조금만 기다려보면(시간) 진실성이 금방 드러날텐데,기다리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운 겁니다. 할려는 의욕이 있는사람에겐
    기회가 주어져야 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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