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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얘기
2005.09.15 10:15

뚱뚱이 곰의 수다쟁이 변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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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3512 추천 수 596 댓글 0

안녕하세요!
서울엔 태풍이 왔다는데 다들 건강하신지요?  
세상에나... 처음에 여기와서 우유가 맛이 없어서 주변에 물어봤는데 whole milk를
먹으라고 그러더라구요. 고소하다고. 맛있다고.

아침을 시리얼로 먹곤 했었는데, 한 8개월인가 지났더니 체중이 너무 심하게
불어서 운동을 시작하고, 여기저기 식이요법을 물어봤는데, 이때 알게된 충격적인
사실하나...

영양표도 안보고 먹어왔는데, whole milk는 우리나라의 예전 고급우유였던 3.4우유
보다도 2%가까이나 많은 5%의 초고유지방을 자랑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걸 시리얼에
두그릇씩 먹어왔느니, 당당한 아빠곰이 되지 뭐가 되었겠습니까?

요즘에 한가지 더 충격적인 사실을 알았지요. 군대에서도 잘 먹지 않던 라면을 예산절약
차원에서 여기서 사 먹어왔는데, 수출용 라면의 영양표를 보고 크게 한방 먹었습니다.
우리는 1인분 한봉지로 먹어왔는데, 세상에 그게 2인분 기준 Sodium(염분)이었지 뭡니까?
FDA기준이 한국의 절반밖에 안되기 때문에 1인분을 2인분이라고 표시를 한 것인데,
이걸 두봉지 가까이 먹어왔던 옛날을 생각하면 아빠곰이 된게 참 억울하더라구요.
(맛있게 먹었으니 억울할 것도 없긴 하지만, 변명을 좀 하는 것이지요. Hi!)

살을 빼려면 빨리 걷기로 심박수가 106정도에서 5분, 심박수가 129까지 5분, 이렇게 세번
반복하여 30분정도를 한 Set으로 일주일에 5-6번정도면 한달에 2-3kg까지 뺄 수가 있고,
일주일에 3번정도면 현상 유지가 가능하답니다. 학교에 있는 러닝 머신에 그렇게 표시가
되어 있어서 해 보는데, 빨리 걷기로 심박수가 129가 되려면 뛰는게 훨씬 편할 정도로 땀이
엄청나게 나거든요. 그러고 나선 수영도 했는데, 아마도 전 뚱이 아빠곰이 될 운명이 있나
봅니다. 이러고 운동하고 오면 왜 그렇게 밥이 맛있는지 말이지요.

한국에 있을 때에도 대여섯번인가 살을 빼려고 노력을 했었는데, 두달 열심히 해서 5kg뺀
다음에 시골 집에 내려가 주말을 보내고 서울에 올라오면, 세상에나 3일만에 4kg가 쪄버리는
거에요. 타지에서 고생한다고 영양보충을 확실히 해주시는 분이 계시거든요.

군대에 가서 한번 철저한 살빼기를 성공한 적이 있었는데, 들어가기 전에 한껏 영양보충을
한 상태가 85kg정도였는데(평소 72kg), 들어가서 훈련병생활 6주하고, 자대배치 받아,
이등병 생활 이렇게 군대생활 한 3개월 즈음에 체중을 보았더니 65kg인겁니다. 물론 6월
땡볕과 무더위의 여름을 지냈고, 조금만 걸어도 땀이 비오듯 쏟아졌으니(그래도 아침구보
에서 언덕길을 제외하면 한번 뒤쳐지지 않고 잘 견뎌냈으니까요. 장염에 걸린 다음 구보때
한번 낙오한 적이 있긴 하지만요.) 당연하죠.

그래서 좋아라 했는데, 세상에 병장 전역할 때가 되니깐 80kg으로 되어버리더라구요.
군대 식사가 칼로리가 엄청 높거든요. (보직이 야근만 하고, 잠 서너시간 밖에 못자는
행정병이라 살이 안찔수가 없지요. 잠못잔다고 보충으로 야식을 먹으니 말이죠. 훗.)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예전에 한 번 글을 쓴 적도 있지만, 제가 있는 여기 보스턴은
아일랜드계가 많아서, 무척 쌀쌀한 편입니다. 눈이 마주쳐도 거의 인사를 안하지요.
저도 처음엔 내성적인 성격 어쩌구 핑계를 되면서 학교 친구들 외엔 인사도 안하고,
아파트 주민들하고도 거의 모른체 하고 지냈지요.

그래서 어쩌다 아는 사람을 만나도, 겨우 "Hi!" 상대는 "How are you?" 저는 묵묵히
"Fine. Thank you."이렇게 끝내버렸지요. 심지어 집앞 거리를 늘 왔다 갔다 하는 거지
할머니한텐 겁나서 겨우 Hi!하고 말구요. 붙잡고 얘기하면서 달러를 달라고 하는데다
인사안하면 왜 인사 안받느냐고 뭐라 하거든요. (아내도 몇번 당했구요.)

아내가 집 주변의 스페인어 쓰는 사람들(아파트가 제일 싼 지역이라 스페인어 쓰는
친구들이 많이 살아요)과 친해져서, 어떻게 소개도 받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소극적
으로 지나가면서 먼저 "Hi! How are you?"하는데 그때도 또 저의 대답은 "Fine."이거
였지요.

그러다가 얼마전인가 제 기분이 엄청 좋을 때였어요. 아는 사람을 보고, 먼저 인사
한다고 "Hi! How are you?"하는데 그 사람도 거의 동시에 얘길 했고, 서로 "going well!"
뭐라고 인사를 했어요. 그랬더니 상대방이 "Why?", 윽 "going well이 이상한 표현인가
보다 싶어서 그냥 "Take care!"그러구 왔죠. 우리 애기랑 나갔다가 알게된 무섭게 생긴
백인 아저씨하고도 몇번 멀뚱멀뚱 그러다가 이제는 서로 애기 안부 뭍고, 이빨 났는지,
등등 애기를 주제로 몇분 동안이나 잡담하고 그러게 되었구요.

어제는 개를 데리고 산책나온 어느 아주머니와 마주쳤는데, 개가 커서 힘들어 하는데,
그분이 개가 길을 막아서 혹시나 "I'm sorry."할까봐 제가 먼저 괜찮다고 "What a cutty!"
했더니 눈을 찡긋해 주더군요.

우리가 전화할 때도 보면 서로 말이 교차하기도 하고, 중간에 끼어들기도 하면서,
친한 사이엔 수다를 떠는데, 영어를 배울 땐 잘 들어야지 싶어서 꼭 상대방이 말을
끝내야 내가 시작할 수 있단 생각에 기다리고, 중학교 책의 답을 하다 보면, 서로
멀뚱멀뚱, 그 다음엔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모르고, 여기엔 몇년 살았니 같은 말로
분위기 점점 얼어붙게 만들고 이러니 영어친구를 사귀기가 힘들었던 거지요.

특히 영어 쓰는 남자를 만나면 괜히 경쟁심도 생기고, 회화 배운다고 하다가, 괜히
당신 전공이 무엇이냐? 문화인류학! 헉. 아는게 없으니 머리속엔 온통.. 무슨 말을
해야 하나???? 멀뚱멀뚱 이런게 제가 1년동안 미국인 학교친구들과의 서먹한
사이의 전말이지요. 일본친구나, 대만, 중국 친구들하곤 수다떨기도 괜찮은데, 유럽
이나 남미만 되어도 힘들고, 겨우 태권도 사범이던 이탈리아 친구 정도나 사귈 수
있었구요.

유럽애들한테 한국에서 왔다고 그러고 스위스에 가고 싶다고 그런다고 해도, 심지어
스위스 친구조차 한국이 어디에 있는거냐고 묻고, 네덜란드 친구는 자기들이 주변
강대국인 독일어를 쓰니깐 한국도 일본어를 쓰느냐고 묻는 형편이니 아예 호감을
가지고 대화할 수 조차 없는 것이지요. 나중에 안 거지만, 네덜란드도 워낙 강대국의
피해를 많이 봐와서 자존심만 세고, 남을 누를려고 하는 마음이 많이 강하다고 하더
라구요. 동네 골목대장 심보 같은 거죠.

한글로도 수다를 떨 수 없다면 영어로 수다를 떠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거겠지요.
우리 애기 덕분에 수다 떨 일이 많이 생기고 나니깐 인제 영어로도 수다를 떠는게,
얼굴에 철판을 깔고 팔불출이 된 탓인가 봅니다. 영어를 배울땐 겸손함이 도움이
안되나봐요. 인제부턴 우리도 전화하듯, 친구랑 얘기하듯, 체면 차린다고 다 들어
주고 다들 조용할 때 까지 기다렸다고 말 붙이려고 하다가 미국 친구 떠나면
한숨만 쉬는 일 하지 말자구요.

미국 애들은 파티 등이 자연스러워, 두사람이 얘기하는 중이라도 가벼운 인사로
끼여드는 것은 매너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거든요. 물론 가벼운 파티에서 말이죠.
농담도 하구 말이죠.

9월초엔 동창생들이 석사과정 신입생들에게 도움주는 말 하는 시간이 있었답니다.
거기에 가서 무슨 말을 할까 고민도 하고 그랬는데 막상 23개국에서 온 50명이 넘는
친구들 앞에 서니깐 막막하더라구요. 동창생이 8명정도 였는데, 선배들이 먼저 하고,
다음은 앉은 순서대로 하는데, 딱딱한 공부얘기만 하고 그래서 신입생들이 다들 너무
가라앉아 있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작년에 신입생 자리에 앉아 있을때를 생각하면서
거짓말도 좀 넣어서 얘길 했어요.

심지어 저기 있는 선배 동창생 영어도 한마디 들을려면 온신경을 다 써야 하는데,
수업을 어떻게 듣고, 졸업은 어떻게 하는지 너무 고민되었다는 얘기로 시작했지요.
그리고 정말 걱정안해도 된다고, 제가 1년더하는 학생이 아니라 동창생의 하나로
오지 않았느냐고 말이죠.

모든 것은 스탭들과 동료학생, 선배들이 다 도와줄거니 걱정말라고 했지요. 다들
조용히 다른 선배들 얘기 듣고 있던 학생들이 전부 까르르르, 폭소 만발이었지요.
스탭도 자기 부담이 너무 크다고 웃고 말이죠. 스탭이 얘길 끊을 정도로 오래 얘길
했지요. 새 친구들이 걱정안해도 된다는 걸 보증할 수 있느냐고 농담으로 물어올
정도로 얘기 했으니 엉터리 영어라도 그만 된 것이죠. 훗.

인제 정숙한 영어 하지 말고, 친구들끼린 수다쟁이 되자구요. 정숙한 영어할 땐
정숙하게 해야 하겠지만요.

그럼 안녕히 계셔요!
최재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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