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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얘기
2005.08.24 23:09

[사진] 산삼 한담(閑談)

조회 수 4909 추천 수 772 댓글 4


제 아들 녀석입니다.
이름은 래원(來元)! 제가 포은 정몽주 선생의 23대 손이니 이 녀석이 24대째 후손이 되는군요.
옛말에 ‘조상 볼 면목 없다.’ 했듯 저도 아차 했으면 딱 그렇게 될 뻔 하였는데 절 구제하여준 녀석입니다.
23일 아침 일찍 서둘러 산에 오르기로 작정을 하였더니 전날 밤 도무지 잠이 오지 않는 거 아니겠습니까. 드디어 생각만으로 어마만하겠다 싶었던 산삼을 돋우러 간다는 설렘이 있으니 소풍날을 기다리는 아이 같이 되었던 가 봅니다.
해도 오르기 전 여명 속에 집에서 나와 한계령에 오르는 길목에서 두 녀석이 노는 모양을 촬영하여 보았습니다.
카메라라야 지금 당장 형편이 여의치 않은 까닭에 며칠 전 큰 맘 먹고 핸드폰을 500만 화소급의 디지털 카메라가 되는 것으로 바꾸었습니다.



예쁘다고 소문 난(^^;) 래은이입니다.
차창 밖으로 '는개'인지 해무인지 모를 높은 산 특유의 안개가 가득하여 유리창엔 마치 빗방울처럼 흐르고 있습니다.
분명히 집에서 출발할 때는 청명하였는데 한계령은 조금 달라 보였습니다.



차에서 내려 촬영한 한계령의 새벽 풍경입니다.
휴게소 앞에 차를 주차 시키고 아내와 아이들은 휴게소에서 기다리라고 한 다음 산으로 올랐습니다. 처음에는 등산로로 오르기에 별로 어렵지 않으나 금방 길은 끊어지고 커다란 신갈나무며, 졸참나무 숲 아래 조릿대와 병풍취, 박쥐나물, 고비 등이 무릎 위를 덮는 숲을 헤치고 걸어가야 하니 온통 옷은 비에 젓은 거와 다를 바 없게 되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숲 바로 한 부분에 산삼이 있습니다. 만약 산을 잘 모르는 이가 산삼을 찾겠다고 들어섰다가는 방향도 잃어버리고 오도가도 못 할 상황에 처할 그런 위치입니다.
해발 1000m가 넘으니 춥습니다. 긴팔 옷이라고는 산에서 내려와 갈아입으려고 준비한 남방셔츠밖에 없는데 그나마 휴게소 앞 차에 두고 왔으니 가슴이 조일 정도로 한기가 느껴지더군요.



바로 이 산삼입니다.
이 사진은 이미 며칠 전 올랐을 때 딸을 따서 심기 전 촬영을 하여 둔 것인데 여러 장을 촬영하였지만 역시 핸드폰의 똑딱이로는 DSLR과 같은 선명도와 심도를 표현하지는 못하더군요.

간단하게 준비한 향과 촛불을 밝히고 술을 등산용 시에라컵에 따라 제를 올렸습니다. 예전에는 새로 밥을 짓는데 쌀을 씻어 앉히면 밥이 설던 죽이 되던 뚜껑을 열지 않고 지어 그대로 제사를 올렸다고 합니다만 요즘은 산에서 불을 지필 수 없기에 촛불과 향, 술만 준비하여 올랐던 것입니다.
술 한 잔으로 제사를 지내고 사방으로 부어 산이 선물한 것에 대하여 감사를 표하고 드디어 돋우기 시작하였습니다.
맨손으로 삼을 돋우는데도 그리 어렵지 않게 흙을 헤칠 수 있었습니다. 토양 자체가 부엽토라 워낙 부드러운 탓도 있지만 배수가 좋은 완만한 경사면인 탓에 땅이 굳지 않은 까닭도 있습니다. 더구나 이전 사진이나 위의 사진에서 보듯 상당히 억센 뿌리를 지닌 고사리과의 고비와 미치광이풀, 병풍취, 곰취, 참나물 등이 혼재한 지역임에도 전혀 그 뿌리들은 산삼의 세근(실뿌리)이 뻗은 방향으로는 접근조차 하지 않았기에 더욱 경이로웠습니다.
처음 예상으로는 대략 50cm 정도만 둘레를 잡으면 큰 삼을 돋울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는데 그건 오산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예상 밖으로 산삼은 뿌리가 직립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산 위쪽을 향하여 있었던 것입니다.
처음 싹을 틔워 서서히 산 아래 방향으로 자랐다는 결론이지요.
더구나 뇌두부분에서도 몇 가닥의 세근이 나와 줄기를 지탱하는 형태로 자라고 이었습니다. 돋우어 바위위에 놓고 촬영한 사진에서 보듯, 뿌리와 줄기는 ‘ㄴ'자를 돌려놓은 형태로 세근쪽은 산 위로 있었으며, 줄기는 완전한 정북향으로 두고 있었습니다.
더욱 특이하다고 여겨지는 점은 거의 같은 지점에 있던 중간 크기의 산삼과 서로 세근 하나도 교차하지 않고 기막히게 서로의 영역을 나누고 있다는 것입니다.
뇌두부분부터 시작하여 몸체가 드러나고 서서히 세근 하나 하나를 찾아 풀잎을 빗자루 삼아 조심스럽게 흙을 털어 나가는데 둘레가 결국 1m 가량 넓어졌습니다.
지표면과는 불과 10cm도 채 되지 않는 아주 얕은 깊이로 누워 있던 삼 두 뿌리가 온전하게 세상 밖으로 나오는 순간은 절로 신음이 나왔습니다.
두 뿌리를 돋우어 놓고 좀 더 위쪽에서 발견한 작은 산삼을 돋우러 올랐습니다.
작은 삼은 반경 40cm 정도를 헤쳐 돋우었는데 작아도 100년대를 보아야 한다는 어인마니의 말씀처럼 뇌두는 그리 길지 않았으나 몸체의 주름이 연륜을 이야기하는 듯싶었습니다.
산삼 세 뿌리를 한 자리에 놓고 돋은 자리에서 촬영한 사진들은 저도 모르는 사이 많이 떨었는지 영 알아볼 수 없게 되어 있더군요.
해는 어느덧 제법 올라 숲으로 비집고 들어오고 있는 중인 걸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어지간히 산삼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나봅니다.



삼삼 3뿌리의 뿌리 부분만을 촬영하였습니다.
맨 위 쪽으로 보이는 작은 삼의 길이가 26cm 됩니다.
다음 중간이 36cm, 큰 삼은 46cm였습니다.

이제 주인을 찾아야 하니 적절한 조건이 되어야 하겠지요.
작은 삼은 1,000만 원선이라는데 제 자신으로는 도무지 그렇게 못 할 거 같고 700만 원 정도면 적절하리라 생각됩니다.
중간삼은 2,500~3,500만 원 사이면 합당한 듯싶습니다.

이제 가장 큰 산삼을 이야기할 때 인 듯합니다. 시중에 2,500~4,000만 원 이야기가 나오는 삼 대부분 야생삼이기는 하지만 진품 산삼과는 거리가 있다는 사실을 먼저 고려하면 이야기하기가 쉽겠군요.
여주에 한 분이 자신이 아는 분께 이야기를 해 본다고 하더니 3뿌리 모두 2억4천만 원을 이야기하였다고 하지만 그거야 이야기일 뿐이고, 제 입장에서는 10년 전 한계령 자락에서 발견하였던 4구 산삼의 입찰가가 1억이었으나 세금 문제가 걸려 비밀리에 처분하였다고 하니 그에 준하여 거래를 하면 되겠다는 생각입니다.



큰 산삼의 몸통 일부분과 뇌두와 줄기 부분입니다.
200년생은 된다 하는데 한자리에서 돌려가며 싹을 내는 산삼의 생장습성을 볼 때에 실제 대단합니다.
더구나 묵은 싹을 처음 발견할 때 두 개가 있었는데 지금은 묵은 싹 하나만 보입니다.
내년에 싹을 틔울 눈도 이미 나와 있습니다.



뇌두 부분만 근접 촬영하여 보았습니다.
줄기와 꽃대를 지탱하기 위하여 뇌두에서도 여러 가닥의 뿌리가 발달하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약통이라고 하는 몸체 부분입니다.
미세한 세근들까지 다치지 않게 돋우기는 하였으나 아쉬움이 있다면 멧돼지나 고라니, 혹은 산양의 것으로 보이는 족적으로 인하여 두 개의 잔뿌리가 잘려진 흔적이 있다는 겁니다.
인위적으로 돋우는 과정에 세근이 끊어진 것이 아닌, 지난겨울이나 싹을 낼 무렵 그리 된 듯 잘려진 부분이 아물어 있기는 하나 제 스스로 깊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언제 시간이 나면 이 산삼에 대한 자료를 평생 모아 놓으신 걸 주시겠다는 어인마니를 찾아뵙고 그 자료를 토대로 산삼에 대한 이야기 하나 써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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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 '4'
  • ?
    박순백 2005.08.25 11:19
    산삼은 우리 지연이가 어릴 때 제게 신세를 졌다는 우리 대학원생이 지연이를 먹이라고 부친을 졸라서 보내온 일이 있었습니다.(그 부친은 춘천에서 한약방을 하는 분이었다고...) 그 때 처음 산삼을 보았지요. 뭐 그 때도 그 산삼의 가격만 듣고도 놀랄 지경이었는데, 그게 참 신기하더군요. 그 작은 뿌리가 가지가지 영험한 약효를 낸다는 것이...

    한계령의 기가 깃든 그 산삼이 빨리 주인을 찾으면 좋겠습니다.^^
  • ?
    김용빈 2005.08.26 16:35
    래은이가 정말 몰라보게 많이 컸군요. 눈이 너무나도 예쁘군요.
    산삼도 좋은 주인을 찾아 정시인님 댁의 복덩이가 되었으면 합니다.
  • ?
    권영민 2005.09.05 10:03
    진짜 산삼이 맞네요^^ 장뇌삼은 한번 본적이 있는데 산삼과 다른점이 뿌리가 보통 나무처럼 반듯이 자라났는데 진짜 산삼 뿌리는 옆으로 자라난다고 합니다. 혹시 왜그런지 이유를 아시는분이 계시면 알려주세요
  • ?
    안중찬 2005.09.29 10:48
    래은이 참 이쁘다.
    내가 아직 장가 못들었다면 농담이라도 두 서너번 "장인어른!"하고 덕수형을 좇아 다녔겠구만...
    그나저나 래원이 처남도 얼른 생리대 떼고 함께 뛰어 놀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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