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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4754 추천 수 822 댓글 2
  새 붓 가는 대로 게시판에는 처음으로 글을 씁니다. 저도 이 곳과의 인연으로 따지면 만만치 않게 긴 인연을 자랑합니다만 실적은 그리 좋지 못해 면구스럽습니다. 아마 회사를 옮긴 것에 대한 인사도 제대로 변변하게 올리지 못한 듯 합니다. 작년 7월부터 (주)디지털포토라는 곳에서 시스템과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얄팍하게 줏어들은 지식만으로 시스템과 마케팅이라는 서로 연관없는 업무를 총괄하다 보니 가랑이가 찢어지고 있습니다.

  최근들어 저희 회사는 군에 가서 고생하고 있는 젊은이들을 위해 '무료 위문사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현역 사병에 한해 배송비는 물론 인화비까지 완전 무료로 서비스해 주고 있습니다. 제법 호응이 좋아 다행입니다. 좋은 일을 하겠다는데도 가게가 썰렁하면 섭섭할 뻔 했는데 말입니다. 오늘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이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이야기 #1 : 21세기에도 이방이 존재한다?]

지금 남자친구를 군에 보낸 여성들은 스스로를 고무신이라고 부르더군요. 줄여서 곰신이라고도 합니다. 나름대로는 신세대의 정서를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곰신은 좀 깨는 단어였습니다.

이번 무료 서비스의 대상을 '현역 사병'으로 한정 지었습니다. 직업 군인들까지 무료로 해 줄 만큼 여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집에서 출퇴근하면서 병역의 의무를 '대체'하여 수행하는친구들도 그다지 고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제외시켰습니다. 그러다 보니 '현역 사병'에 자기 남친이 해당되는지를 물어보는 고무신들의 메일이나 전화가 빗발치더군요.

그리하여 나름대로 해당되는 대상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아래 계급을 가진 수신자들에게만 무료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으로 원칙을 정해버렸습니다.

병장-상병-일병-이병 : 요건 익히 잘 알고 있는 군인의 계급체계죠. 가끔 대장 위에 병장이라는 둥 헛소리들이 있기는 하지만...

수경-상경-일경-이경 : 의무 경찰의 계급체계입니다. 요것도 어느정도 익숙하지요.

요기까지는 대략 알고 있는 계급들일 겁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이것만 있는게 아니더라구요.

수교-상교-일교-이교 : 짐작이 가나요? 경비교도대라는 친구들입니다. 병역의 의무를 마치러 군에 왔다가 교도소에서 죄수들과 2년동안 씨름하다 나오는 친구들입니다.

이정도까지 정리해 놓고는 이제 되었겠지하고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헌데 고객지원팀에서 날라온 쪽지 하나... (저희 회사는 내부적으로 지니를 사용합니다.)

"이사님, 혹시 의무소방대라고 들어 보셨어요?"

이건 또 뭘까요? 구글을 뒤져 보니 소방서에서도 인원이 모자라 현역 입영 대상자들을 데려가 쓰고 있었습니다. 검색되어 나온 문서 중에는 소방서에서 이렇게 데려다 쓰는 친구들 계급을 뭐라고 붙일 것인지를 고민하는 문서가 보이더니 결국은 이렇게 결론을 맺은 모양입니다.

수방-상방-일방-이방

그리하여 소방서에도 찍스의 무료 위문사진은 배달됩니다.


[이야기 #2 : 이라크까지 무료 위문사진이...]

며칠 전 퇴근 무렵 배송팀장이 사진 봉투 하나를 들고 찾아 왔습니다. 표정이 별로 밝지 못하더군요.

"이사님, 이거 어쩌죠? 이라크로 가는 건데..."



이라크 아르빌의 자이툰 부대로 가는 위문사진이었습니다. 그것도 무료 서비스의 요건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 이라크까지의 우편요금이 걱정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우체국에서 이라크로 가는 국제 우편물을 취급할 것인지였죠. 분쟁 지역에 정상적으로 우편물이 갈 수 있는지, 아니면 따로 군사 우편 채널이 있는 것인지...

우선 급한대로 장난으로 주문한 것이 아님을 확인한 후 이리저리 검색을 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우체국에서 받아 줍니다. 요금은 일반 우편요금 수준입니다. 주소는 아래 사진처럼 간단하게 부대 주소를 적으면 끝입니다. 우체국에서 취합한 우편물은 미군의 국제 수송망을 이용하여 이라크의 자이툰 부대까지 안전하게 전달이 됩니다. 자세한 사항이 필요하시면 아래 기사를 링크하시면 됩니다.

[국방부 뉴스 : 한미연합 자이툰부대 우편물 공수 작전, 2005. 1. 28]

아무튼 이리하여 소방서는 물론 이라크의 아르빌까지 zzixx의 무료 위문사진이 배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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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 '2'
  • ?
    박순백 2005.08.22 17:43
    아, 그런 좋은 일이...

    그리고 이라크에 우편물을 보내는 데 있어서
    일반 우편요금 수준으로 그걸 보낼 수 있다니...
    그것도 참 좋은 일.
  • ?
    김태학 2005.08.22 21:31
    자이툰 부대에 근무중인 친구가 있어서 얼마전 과자를 한박스 보내준 적이 있습니다. 대충 4만원 정도의 과자를 채워 넣었더니, 소포비가 5만원 가량 나오더군요. 국내와 동일한 요금은 일반 우편물에 한정되나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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