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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사라졌지만, 제가 한 때는 선 글라스(정확한 한글 표기법은 “선글라스”라고 붙여서 쓰는 것입니다만, 제가 영어 단어별로 띄어 쓰는 이상한 습관이 있습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수집벽이 있었습니다. 이유는 어린 시절에 안경을 못 써 본 것이 한(恨)이 되어 성인이 되었을 때 선 글라스라도 많이 써 보자고 작정을 하고, 마음에 드는 선 글라스가 있으면 자꾸 사들인 까닭입니다.-_-

어린 시절에 안경을 못 써 본 것은 당연히 눈이, 정확히는 시력(視力)이 좋아서였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한 쪽 눈의 시력이 아무리 나빠도 1.2 이하로 내려가 본 일이 없습니다. 그리고 약 20년 가량은 양눈의 시력 2.0/2.0의 상태로 살았습니다. 그 상태가 끝이 난 것이 2~3년 정도됩니다. 그 후에는 2.0/1.5의 식으로 몇 년 오더니만 올해 회사에서 행한 신체검사에서 비로소 1.5/1.2의 상황으로 전락(?)했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몇 년전부터 원시(遠視)가 진행되었고, 한 쪽 눈의 안압(眼壓)이 높아지면서 그게 시력을 낮추는 원인이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근년에 들어서 제가 눈을 많이 혹사한 것도 이유가 될 것입니다.

어쨌건 요샌 눈이 나빠지니까 불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눈이 나빠졌다는 것은 시력이 아니라 원시의 진행으로 돋보기에 시력에 맞는 돗수가 들어간 안경을 써야한다는 것이지요. 이건 물론 책을 읽을 때의 얘기입니다. 안 쓰던 걸 쓰려니 죽을 지경입니다.

어쨌건에 이어, 하여간... 어린 시절부터 유난히 눈이 좋아 그 시절에 제 주변에서 안경을 쓰는 놈들을 무지하게 부러워했습니다. 그게 어찌나 부러웠는지 어머니에게 안경 하나 맞춰달라고 했더니 어머니가 “아니, 눈이 나빠졌니?”하고는 안과에 데려 가셨는데, 변변치 못 한 착한 그 놈은 안경사가 시력검사표의 글자들을 가리킬 때 적당한 선에서 읽기를 멈춰야하는데, 제일 아랫단에 있는 글씨까지 다 읽어버리고 만 것입니다.

“얘, 왜 데려오셨어요?” 황당한 안경사가 우리 어머니에게 물었고, 영문을 모르는 어머니는 “얘가 갑자기 눈이 잘 안 보인다고 해서...”라는 제가 하지도 않은 소리를 하셨고, 결국 집에 돌아오는 길에 전 “웬 쓰잘 데 없는 짓이냐?”고 야단만 맞았습니다.-_-

그런 한이 쌓이고 쌓여 어른이 되니 ‘안경 비슷한 것으로 선 글라스라도 한 번 써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지요. 그래서 ‘80년대 초엔 외국에 나갈 때마다 선 글라스를 몇 개씩 사 모았습니다.(당시 우리 나라에서는 괜찮은 선 글라스들의 값이 너무 비싸서...)

그런데 그런 수집벽이 사라진 현재,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선 글라스는 웨이페어러(Wayfarer)입니다. 그보다 훨씬 비싸고, 좋다고 알려진 많은 선 글라스들이 있지만 전 비싸지도 않은 80년대 초 LA 거리를 걷다가 햇살이 강해서 주변에 보이는 안경점에 들어가서 산 대략 70~80불 정도 준 것으로 기억되는 싸구려(?) 선 글라스입니다.

이 웨이페어러는 B&L(Bausch & Lomb) 사의 장기 베스트셀러였던 제품입니다. 웨이페어러란 단어의 의미는 여행자(traveler)입니다. 여행자 중에서도 도보 여행자인 trekker를 의미하는 말입니다. 여행을 하던 제가 길을 걷다가 산 것이니 제대로 산 것이지요.^^ 제가 산 5개의 웨이페어러 중에서 두 개의 폴더 타입(웨이페어러 4)이 꽤 가볍고도 좋은 것인데, 제가 좋아하는 것은 가장 후진, 가장 무거운 웨이페어러입니다. 왜 그걸 좋아하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으나 그걸 끼었을 때 가장 중후한 멋이 풍기는 것 같아서인 것 같습니다.(아마 무게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디자인이 가장 고전적이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바로 이 선 글라스인데 한동안 선 글라스의 알이 꽤 작아졌다가 자꾸만 커져서 80년대 초의 상황으로 돌아가고 있다 보니 이제는 네오 클래시컬(neo/new classical)한 멋도 풍겨 나오는 것 같습니다. 당시 이 선 글라스를 제가 고를 때 가장 큰 선택의 이유는 알이 작아서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작은 알 선 글라스들에 비해서 이게 1.5배 이상의 크기입니다. 한동안은 너무 알이 커서 안 썼을 정도입니다.

근데 어느 새 이 선 글라스는 eBay에서 Vintage Sunglasses로 검색해야 나오는 선 글라스가 되어 버렸더군요.-_- “B&L RAY-BAN WAYFARER in the '80s” 정도로 검색해야 이 웨이페어러 II가 나옵니다. 제가 나이 먹은 건 생각지 않고...(그래도 빈티지라니...-_-)

다행히 이 웨이페어러가 탐 크루즈 등 할리웃의 배우들이 가장 애용하는 것이어서 지금도 인기가 좋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전 스포츠 카로 드라이빙을 할 때는 이 웨이페어러를 즐겨 씁니다. 장거리를 갈 때는 못 씁니다만...(무게가 워낙 무거워서 콧등에 자국이 날 정도입니다.)

장거리용의 가벼운 선 글라스도 많은데, 스포츠 카에는 위의 웨이페어러와 Justar-presented Porsche Design 선 글라스, 그리고 야간 운전용의 루디 프로젝트 흰색에 노란색 글라스가 있는 것만을 넣고 다닙니다.(한 때는 야간 운전용의 선 글라스는 B&L의 노란색 글라스를 가진 18금테의 제품을 사용했는데, 이건 완전히 양아치용 선 글라스 같아서...-_-) 그러다 한 번 스키장에서 돌아오면서 스키장에서 썼던 루디의 스포츠 글라스를 쓰고 운전을 했는데, 오호라 이게 창문을 열거나 자동차의 뚜껑을 연 상태에서도 눈에 전혀 바람이 안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야간이니 폼보다는 실용성!!! 그걸 계속 사용하게 된 것이지요.(그 루디 스포츠 글라스는 살로몬 스키 데몬들에게 지급된 것이었습니다.)


- 이 클래식한 라인을 보시면...


- 렌즈에는 이렇게 B&L의 로고가...

위의 주스타 선 글라스는 아래의 것입니다. 포르쉐 로드스터에 맞는 것이라고 주스타 부부가 심혈을 기울여 골라준 것입니다.^^ 이 선 글라스는 어찌나 가벼운지 아무리 장거리 운전을 해도 무게의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것입니다.



“아름다움과 기능을 겸비한 제품을 만든다.”는 양립할 수 없을 듯한 디자인 철학을 최초로 내세운 포르쉐 가문의 3대, 알렉산더 포르쉐가 세운 포르쉐 디자인 사에서 만든 제품입니다. 그 알렉산더 포르쉐는 포르쉐의 전설이 된 물 흐르는 듯한 모습의 911의 차체를 디자인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이 두 개의 선 글라스는 전통과 첨단의 조화처럼 제 차에서 잘 어울리고 있습니다.^^ 하난 ‘80년대 초의 투박한 기술로 만든 것이고, 하난 2000년대의 state-of-the-art(최첨단) 기술로 만든 타이태늄 림에 인터체인저블 렌즈를 채용한 선 글라스입니다.

오늘 아침 뚜껑을 연 차를 타고 회사로 달려오면서 갑자기 두 선 글라스의 사진을 찍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찍은 것입니다.^^


세욱아, 섭섭해 마라.

너의 그 Porsche Design 선 글라스는 내 승용차에 실려있다.
그게 내가 가장 많이 쓰고 있는 선 글라스란다.^^
그건 weekday용, 위의 두 개는 weekend용이란다.^^
세욱 사랑.-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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