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얘기
2006.01.10 16:30

코타키나발루 [2/2]

조회 수 8041 좋아요 695 댓글 13
적도 근처임에도 불구하고 생각했던 것 만큼 그렇게 많이 덥지는 않았습니다. 숨막히는 무더위라기 보다는 그냥 따뜻한 날씨. 우리로 치면 장마 시작되기 전 6월말의 날씨 같다고나... 이곳 기후가 보통 이정도인가보다 했는데, 알고보니 저희가 가 있는 동안이 이상기후였다고 합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가이드의 부인은 독감이 걸려 입원까지 했다더군요. -.-  덕분에 저희가 지내기에는 딱 좋은 기온이었습니다. 오후만 되면 멀쩡하던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어 그렇게 아름답다는 코타키나발루의 석양을 한번도 못 본게 아쉽긴 합니다만.


특별한 투어나 행사가 없는 날은 대부분 리조트 수영장에서 이렇게 휴식을 취합니다. 특히 햇볕에 환장한(?) 유럽인들은, 아침 먹기도 전에 일단 좋은 자리의 선덱부터 확보하느라 바쁩니다. 타올 받아다 깔아놓고 자기 자리임을 찜해 놓는거죠. 그러고 아침먹고 와서 하루 종일 늘어져있는 겁니다. 책보다, 자다, 음료수 마시다, 수영하다, 선탠하다, 수영장 내에 있는 바 스툴에 앉아 홀짝거리다, 또 자다가... 투어나 야외활동도 안 나가가고 여행 일정 내내 그러고 놀다가 가는거죠. 그러다 오후 5시 정도되면 다들 방으로 철수합니다. 열심히 꽃단장하고는 화려한 드레스로 저녁 먹으러 나오는거죠. 같은 동양인들끼리 어울리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같은 여행사로해서 같이 출발한 한국인끼리도 리조트내에서 마주칠 일은 별로 없습니다. 식당에서 같은 테이블로 식사하는 일은 거의 없죠. 하지만 서양인들은 자기네들끼리 잘 어울립니다. 하루 이틀 지나면 식당에서 고정적으로 합석하는 팀이 생기죠. 길고 요란하게 저녁을 같이 하고는 바(bar) 같은 곳으로 몰려 가기도 하구요. 서양이 개인주의라고 하지만, 가족 중심인 동양이 더 사교적(사회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 의미죠. 하여간, 이렇게 섞여있는 곳에서도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는 여러 곳에서 꽤나 극명하게 드러나는 듯 합니다.

각설하고, 수영장에서 책보면서 이러고 늘어져 있다가 간 떨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리조트에서 제공하는 일종의 전통문화 체험 같은 프로그램인 듯. 대낮에 리조트 한가운데 오리지널 해드헌터(대가리 사냥꾼)가 등장한 거죠. 무시무시한 칼 까지 들고서. -.- 덕분에 사이비 해드헌터(동희)가 겁 꽤나 먹었죠. ㅋㅋ


이들은 이곳 사바주 밀림 속에 살던 원주민의 모습을 재현한 것입니다. 분장도 분장이지만, 이들이 내는 소리가 정말 기괴합니다. 끼이약~~ 하는 식의 고음을 연속적으로 천천히 내는데, 이들의 조상들이 실제 전투에서 상대에게 두려움을 주기위해 내던 소리죠. 정글 한가운데서 멀리서부터 이런 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고 생각하면 정말 섬뜩합니다. ^^; 뒤에 있는 헐벗은 서양여자는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연신 비명 비스무리한 소리를 지르면서 이 전사를 따라다니고 있는 중.


이렇게 생긴 전통악기를 연주하면서 리조트 여기저기를 돌아다닙니다.


풀 가에서 수영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창과 독화살을 겨누기도 하고.


이 무리가 갑자기 동희한테 다가왔죠. 동희의 표정이 아주 복잡합니다. 재밌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 동희 말로는, 눈 마주치면 올까봐 슬쩍슬쩍 쳐다보다가 젤 앞에 오던 전사랑 눈이 딱 마주친 상황이랍니다.


결국 이렇게 다가와서는 칼을 겨누려고...  그래도 즐거운 표정입니다. ^^


사진 빨리 찍으라고 재촉하면서, 그 와중에 V 사인을... ^^  원주민 전사도 카메라를 의식해서 잠시 포즈를 취해주는... 팁이라도 좀 줄 걸 그랬나 봅니다. ^^


서양인들이 특히 즐거워하더군요. 남자들은 한번 붙어보자는 식으로 장난을 걸기도 하고. 관광객들은 웃고 난리입니다만, 전사들은 눈도 깜짝하지 않고 표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눈에 힘 빡 주고 최대한 무섭게 보이려고.


이들을 졸졸 따라다니던 말라깽이 꼬마 아이. 여자아이인데, 첨에는 조개껍대기 만한 브라까지 하고 있던 투피스 수영복이었는데, 언제부턴가 토플리스 차림으로 따라다니고 있더군요. 참 귀여운 꼬마였습니다. ^^


보너스 샷. 전사들 보다는 누워있는 언니들에게 초점을 맞춰서. ^^


리조트에 있으면 이런 소소한 재미들이 많습니다. 식사를 하고 있으면 이런 3인조 밴드가 와서 세계 각국의 노래를 불러주기도 합니다. 어디서 왔냐고 묻길래 한국이라 했더니, 어디서 많이 들어본 곡인데 내용은 알 수 없는 노래를 열심히 부르더군요. 노래 중간 쯤에서 무슨 노래인지 알았습니다. 자두의 '김밥'이었습니다. ^^; 노래 끝나고 열심히 박수를 쳤더니, 되지도 않는 발음으로 한국 노래를 세 곡이나 연달아 불러줬는데, 불행히도 저희가 식사하러 나오면서 지갑을 안가지고 나오는 바람에 팁을 줄 수가 없었습니다. 리조트 내에서는 모든 것이 룸 챠지로 가능하기 때문에 지갑을 따로 안들고 다니는데, 팁을 룸 차지로 할 수는 없더군요. ^^;

코타키나발루 시내 관광도 짧게 있었습니다. 주도(州都)라고는 하지만 워낙에 작은 도시라 시티투어라 할 만한 것은 없습니다. 시내가 길쭉한 형태인데, 긴쪽이 도보로 30분, 짧은쪽이 5분 거리라고 하더군요. 박물관과 전망대, 중심가의 백화점 한 곳 정도. 그리고 이슬람 사원(모스크) 한 곳을 들어가 볼 수 있었는데, 이게 참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사바(sabah) 주립박물관. 박물관인데, 관광객보다 주민들이 더 많이 찾는 특이한 곳이라고 하더군요. 아주 한적한 곳이었습니다. 지나치게 한산하더군요. 금요일이었는데, 박물관 휴관일이었습니다. -.- 휴관 날짜가 일정하지 않고 일 있을 때 마다 그때그때 쉬는 듯. 이슬람에서는 공식적으로 금요일이 주일인듯 하기도. 하여간, 이런 이유로 실내는 못 들어가고 껍데기만 구경하고 나왔습니다. 아, 위 사진에서 박물관 명판을 가르키는 동희의 손동작이 좀 특이하지요? 이 나라에 처음 도착했을 때 가이드로부터 배운 것이 몇 개 있는데, 예를 들면 더러운 왼손과 성스런 오른손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특히 어린아이의 머리를 왼손으로 쓰다듬는 일은 절대 삼가야한다는 것 등. 그 중 하나가 뭔가를 가르킬 때 검지손가락을 펴서 가르키는 걸 아주 싫어한답니다. 손가락질 자체가 금기시된다고나...  그래서 이곳 사람들에게 길이라도 물어보면, 주먹을 꽉 쥔 채로 방향을 가르키거나, 아니면 위 사진 처럼 엄지손가락을 살짝 펴서 엄지로 방향을 가르킨다더군요.


왼손 얘기가 나와서 생각난건데, 이 나라의 화장실에는 좀 특이한 시설이 있습니다. 위 사진은 리조트 저희 방 화장실을 찍은건데, 6성급의 특급 리조트임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호스가 있습니다. 일종의 손비데기라고나. 그나마 리조트는 외국인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화장지도 함께 구비되어 있습니다만, 공항이나 일반 건물의 화장실에는 휴지는 없이 오직 호스만 있습니다. 좀 엽기적이긴 하지만 이 역시 자연환경에 맞춰 진화해온 삶의 지혜라고 합니다. 워낙에 덥고 습한 지역이라, 특히 아이들 같은 경우 화장지를 사용하게 되면 피부가 짖무르기 십상이라는군요. 이국의 문화 체험 차원에서라도 한번씩 사용해보라던데, 조심할 것은 수압이 무지하게 세답니다. 특히 남자들 같은 경우 자칫 조준을 잘 못 하면 소중한 *알이 상하는 경우도 있다고... ^^;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던 판옥선과 화포. 어느 시대 유물인지는 모르지만, 우리나라 거북선과 참 유사하다 싶어 찍어 봤습니다. 화포 역시 우리나라 박물관에서 많이 보던 형태이고. 같은 동남아니까 교류가 있었던 건지도.

코타키나발루 시내에 우리 서울의 남산과 유사한 조그마한 산이 하나 있습니다. Signal Hill 이라는 이름의 이 동산에는 남산순환도로 처럼 순환도로가 있고, 정상 근처에는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도 있습니다. 순환도로를 따라 올라가는 길에는 한남동 마냥 고급주택가들이 늘어서 있구요. 말레이시아의 모든 토지는 국유화되어 있답니다. 개인은 이를 99년 임대 식으로 빌려서 건물을 짓구요. 부동산 시장을 보면, 중국인들만 유난히 집을 '소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대부분의 현지인들은 '월세'의 형태로 렌트하여 사용한다고 합니다. 투자 보다는 사용료의 개념이지요. 그래서 부동산 투자 또는 투기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Signal Hill 에 있는 최고급 아파트가 월세 30만원 정도면 된다고 하니 꽤 저렴하지요. 웬만한 가구나 전자제품은 빌트인이구요. 최근 들어 노후를 이런 휴양도시에서 보내려는 실버 이민이 유행이라는데, 코타키나발루 또한 대안 중에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도시라기 보다는 관광지에 가깝다보니, 대형 쇼핑몰이나 아울렛 같은 것은 없습니다. 다국적 패밀리 레스토랑 같은 것도 거의 눈에 띄지 않는데, 유일하게 자주 보이는 것이 KFC 더군요. 그 이유가 재밌는데, 회교 국가이다보니 돼지고기가 안되고, 인도계도 많아서 소고기 또한 곤란한 경우도 많답니다. 그러다보니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먹기에 제일 만만한게 닭고기 밖에 없다는... 그래서 KFC 매장이 그렇게 많은 거랍니다. ^^ 코타키나발루(현지에서는 줄여서 KK 라고 많이 합니다.)에서 유일한 대형 백화점에 들러 속옷 쇼핑을 잠깐 했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쇼핑하기 좋은 것으로 주석 제품 등이 유명하지만, 또 하나 유명한 아이템이 속옷입니다. 그 이유는 모르겠습니다만. 와코루, 트라이엄프 등 특히 여자들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속옷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더군요. 쇼핑 시간이 30분 정도 밖에 없었는데, 덕분에 이 백화점에서 구경할 수 있었던 유일한 매장이 이 와코루 매장 밖에 없었다는... -.-

회교가 국교인 이슬람국가이다보니 곳곳에 이슬람 사원이 많습니다. 모스크(mosque)라는 말은 비교적 큰 규모의 사원만을 일컫는다고 하더군요. 사원은 큰 것부터 작은 것까지, 외장의 색깔도 다양하고, 그 분위기도 많이 다릅니다. 황금색의 화려한 사원에서부터 흰색의 조용한 분위기까지. 대부분의 사원은 일반인(관광객)에게 개방되지 않는데, 몇몇 사원은 교회로 치자면 목사에 해당하는 사람(이름을 까먹었음. -.-)의 허락을 받으면 구경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 할아버지가 허락을 할지 안할지는 그날그날 상황이나 기분에 따라 다르며 자기 맘이랍니다. ^^;


저희가 방문한 곳은 일종의 시립 예배당 같은 곳이라는데, 첨탑이 4개나 되는 제법 큰 규모의 모스크였습니다. 이 첨탑을 세우는데도 일정한 규칙이 있다는데, 많은 곳은 열 몇개가 되기도 한다고.


원래 이 첨탑의 역할은 금요일 정오의 기도 시간이 되면 사제가 이곳에 올라 큰 소리로 코란을 읽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곳에는 그 자리에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어, 정통 무슬림들이 그걸 보고 비웃기도 한다고 하더군요. ^^; 하여간, 말레이시아의 이슬람은 중동의 원리주의 그것 보다는 많이 느슨한 듯 합니다. 특히 사바주 쪽은 더 느슨하다고 하더군요. 일종의 날나리 무슬림이라고나... ^^ 그래서 여자들도 대부분 히잡을 착용하지 않는 듯. 그래도 돼지고기나 술은 알아서들 안 먹는다고 합니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판매는 합니다만, 가령 호텔이나 리조트에서도 돼지고기를 요리하게되면 아무리 시설이 좋아도 3성 이상의 등급을 받을 수 없다고 합니다. 어쩐지 아침에 먹은 베이컨이 육포 마냥 딱딱하다 했더니, 소고기 베이컨이라더군요. -.-  오물렛과 함께 먹은 프랑크소세지 또한 닭고기로 만든거랍니다. 그래도 그건 부드럽고 맛있었는데...


사원의 뒷모습. 사방을 둘러 헤자 처럼 연못을 파 놓았습니다. 흰색의 회벽에 푸른빛의 돔이 무척 시원해 보입니다. 실내에 들어가보면 실제로 무척 시원합니다. 천정이 매우 높고, 벽면이 투조 형식으로 장식되어 있어 바람이 잘 통하는 듯.


무료한 오후의 현지민들. 저희가 사원에 도착했을 때가 금요일 오후 3시 경이었는데, 아직 예배가 끝나지 않아 밖에서 잠시 기다려야 했습니다. 밖에서 머물러 있던 이들 역시 무슬림이 아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사원 벽에 있던 현금출납기. Bank Islam 이라고 되어 있군요. 헌금도 하나?


사원 앞에 있던 가정집. 이뻐서 찍어 봤습니다. 사택인지 개인 가정집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정도면 아주 잘 사는 집이라고. 이 사진 찍으러 가까이 갔다가 주인할아버지인지 지나가던 사람인지, 하여간 어떤 할아버지가 말을 시키는 바람에, 둘이 서로 안되는 영어로 대화하느라 진땀 흘렸습니다. 한국 드라마와 월드컵 때문에 한국(south)에 대해 잘 안다더군요. 북한과 남한과의 관계에도 관심이 많으시고,(^^;) 한국에도 회교 신자가 있냐는 질문에 사원도 있고 신자도 있다고 했더니 정말이냐며 좋아하시더군요. 미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으시길래,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대답했더니 굉장히 흡족해 하시더군요. ^^ 자기네들(말레이 원주민)은 온순하고 평화로운 민족이라며, 한국인은 일본인과 비슷하게 대단히 똑똑한 민족이라고 하더군요. 칭찬인지 욕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던 것 처럼, 사원의 내부는 굉장히 시원했습니다. 전체적으로 회벽 바탕에 푸른색 칼라라 시각적으로 시원해 보일 뿐만 아니라, 천정이 대단히 높은 회랑과, 벽의 꽃무늬 장식이 모두 투조 형태로 되어 있어 바람이 잘 통합니다.


다행히 여자라고 못들어오게 하거나 하는 것은 없었습니다. 대신 이곳에 들어가려면 이런 옷을 입어야 합니다. 사이즈 구분이 따로 없기 때문에 동희는 완전 포대자루를 걸쳐 놓은 듯 합니다. ^^;


기도실에 이르기 전에 이렇게 하늘이 보이는 광장 비슷한 공간이 있습니다. 해가 있는 동안 식사를 금하는 라마단 기간 중에는 대부분의 무슬림들이 이곳에 모여서 식사를 한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돔을 배경으로 한 컷.
예상외로 사원 내에서 사진 촬영에 대한 제한은 거의 없었습니다. 유일하게 기도소의 앞쪽(이슬람에서는 십자가나 성모상 상징물은 금하고 있기 때문에 제단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습니다.) 만은 촬영을 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기도소는 그냥 넓은 공간인데, 한쪽 구석이 커텐으로 분리되어 있습니다. 여자들의 기도 공간이랍니다. 벽의 투조가 하도 이뻐서 한 컷. 후레쉬를 강제 발광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얼굴이 어둡게 나왔네요. 똑딱이의 한계라고나... -.-


이곳은 모스크에서 아주 중요한 장소인데, 예배에 앞서 몸을 정갈하게 하기 위하여 씻는 곳입니다. 정해져 있는 특정한 몇 부위(9군데인가)를 씻는다고 하는데 어디어디인지는 모르겠군요. 아마 전세계 이슬람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내용이겠지요. 기도하는 방향(기브라) 또한 엄격하게 정해져 있지요. 리조트의 객실에도, 여행 가방을 올려두는 선반 위쪽 천정에 보면 조그맣게 방향 표시가 되어 있더군요. 메카의 방향이 되겠지요.


왼편의 소년이 우리를 안내해 주던 사제. 아직 정식 사제는 아닌 듯 하고, 절로 치면 행자승 정도 되지 않을까 하는...  영어도 잘 하고 아주 친절한 분이었습니다. 중간에 뚱뚱한 사람은 우리 가이드(김배균과장. 영어이름은 virus). 얼굴만 봐서는 완전히 뉴질랜드 원주민 같이 생겼는데, 서울에서 바텐더 생활을 하다가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 술장사 하는 꼴은 못보겠다고 아버지가 티켓 하나 쥐어서 무조건 내보낸 곳이 이곳 코타키나발루였다고 합니다. ^^; 첨에는 두어달 지내다 도저히 못살겠다 그러고 돌아가야지 했는데, 살다보니 좋아서 십년 넘게 머무르고 있다고. 그동안 결혼도 하고(한국여성과) 아이도 낳고, 말레이시아 사람이 다 되었다고. 그래도 신분은 여전히 외국인이라더군요. 아이 만은 그곳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자국민 대접을 받는다고.


구경을 마치고 나오는데, 사제가 멀리서 왔는데 방명록 하나 쓰고 가라고 합니다. 관광호텔도 아닌데 세계 시각이 다 표시되나 했더니, 기도하는 시간을 알려주는 거랍니다.  


대표로 방명록 작성 중인 오리.


앞페이지에 있던 반가운 한글. 며칠 전에 신보슬님과 허미혜님이 다녀가셨더군요. ^^ 다들 비슷한 느낌을 받았나 봅니다.


평화로운 곳이었다는 동희의 소감. 처음 경험하는 이슬람 사원의 분위기는 여유롭고 편안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일부 기독교적 시각에 의해 왜곡된 호전적이고 극단적인 느낌의 이슬람과는 정말 거리가 멀더군요. 십자가나 동상 같은 일체의 상징물을 배격하는 것 또한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그럼 이슬람의 병원 표시는? 앰블란스에도 십자문양이 아닌 초승달이 그려져 있더군요. ^^) 심지어는 코란 마저도 기독교의 성경과는 그 지위가 좀 다르더군요. 이슬람의 원류를 따지자면 기독교와 그 뿌리를 같이 한다고도 합니다만, 동희 말로는 분위기 자체는 오히려 불교적인 느낌마저 든다고 하는데, 저 역시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타 종교에 대한 관대함 또한 기독교의 배타성과는 많이 비교가 되구요. 제3세계, 특히 가난한 나라를 중심으로 이슬람이 많이 퍼져나가는 이유가 그 교리에 기인하지 않나 싶습니다. 종교로서 믿을 생각은 별로 없지만, 이슬람 자체에 대해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은 많이 들더군요.


이 날 저녁 식사는 패키지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밖에서 식사를 하고 리조트로 귀환했습니다. 시푸드로 유명한 대규모의 수상 레스토랑입니다. 스팀봇(steam boat?)이라는 유명한 현지식을 먹기 위해서. 점심식사는 원래 한식으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투어객이 달랑 우리 둘 밖에 없었기 때문에 가이드에게 얘기해서 일식으로 바꿨었습니다. 여행사에서는 여행 중반이면 한국 음식이 그리울 것이라 생각해서 한식을 메뉴로 했다는데, 돌아가면 지겹게 먹을 음식을, 그것도 제대로 맛도 안나는 어설픈 된장찌게나 김치찌게를 굳이 먹을 필요 있겠나 싶었지요. 입에 맞든 안맞든 외국에 나가면 현지식을 먹는게 진정한 여행객의 자세이겠지요. ^^


넓은 호수 주변으로 수상레스토랑 십여개가 모여 있는 듯 합니다. 낮에는 호수에서 보트도 타고 그러는 듯. 중간에는 노량진 수산시장 분위기의 시장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해산물을 직접 골라서 주문할 수도 있는 듯. 여러 종류의 바다가재가 있었는데, 그 중에서 사진 속의 저 놈은 성질이 특히 별스러워 집게만 묶어 놓는 걸로는 안돼서 저렇게 독방(패트병)에 한마리씩 감금해 놓는다더군요. 맛은 좋답니다.


식사에 앞서 기념촬영 한 컷. 가이드가 붙는 시티투어는 처음인데, 다른 건 몰라도 덕분에 둘이 같이 찍은 사진이 많아서 참 좋았습니다. ^^ 슬로우싱크로 모드로 찍었더니, 화이트밸런스가 묘해졌습니다. 니콘으로 찍은건데도 색감이 무쟈게 과장됐다는... 나름대로 이국적 분위기라 인화까지 했습니다. ^^


스팀봇이라는 요리. 이게 말레이시아 전통 요리는 아닌 듯 하고, 그냥 현지에서 요즘 유행하는 요리인가 봅니다. 중간의 냄비 같은 곳에는 일종의 해산물 샤브샤브 요리를 해 먹습니다. 갖은 야채와 해산물이 부패식으로 차려져 있어 가져다 데쳐서 먹는거죠. 다 먹은 후에는 이곳에 쌀국수를 넣어서 즉석 포를 해 먹기도 하구요. 그 주변은 일종의 삼겹살 판 처럼 되어 있어서,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육류나 새우 등을 구워 먹을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종합선물세트 마냥 이렇게 합쳐 놓으니 취향 대로 골라 먹을 수 있어 좋긴한데, 막상 먹다보면 철판 쪽에서 기름이 튀어 국물을 떠먹기가 영 고약스럽고, 어쩌다 샤브샤브 국물이 철판 쪽에 튀기라도 하면 난리가 납니다. 너무 요란스럽더군요. 맛은 좋았습니다.

일정의 마지막날은 12월 31일이었습니다. 한해의 마지막날과 겹친거죠. 곱빼기로 더 서운하더군요. 12월 24일과 31일에는 리조트에서도 갈라디너라고 해서 특별한 만찬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물론 요금도 특별하게 추가로 챠지하구요. ^^; 원래는 일인당 무려 50불이나 추가 지불해야 하는 메인홀에서의 갈라디너가 예약이 되어 있었습니다. 거의 80불 가까이 하는 식사죠. 이게 이렇게 비싼 이유는, 저녁 8시부터 시작해서 공연과 함께 식사 외에도 와인과 위스키 등이 계속 서빙되어 자정까지 진행되는 파티이기 때문입니다. 자정이 되면 함께 카운트다운을 하고, 주변 사람 아무나 하고 키스도 하면서 ^^; 새해를 맞는 그런 행사죠. 그런데 저희는 이날 밤이 출국이라, 저녁 10시 경에는 리조트를 나서야 했기 때문에, 한두시간 밖에 즐기지 못하는 갈라디너가 돈 아깝다 싶어 그냥 일반 레스토랑으로 바꾸었습니다.


물론 이곳도 스페셜 만찬이 준비되어 있고, 곳곳이 새해 축하인사로 장식되어 있지요. 식사도 평상시 부페보다는 더 크고 화려하게 차려지구요. 물론 추가비용도 있구요. ^^


여행지에서의 마지막 만찬을 둘이서 오붓하게 즐겼습니다. 그동안 '회교 국가에서 비싼 돈 내고 술 먹을 일 있냐'며 한번도 주문하지 않았던 와인도 한잔씩 하면서 말이지요. 이렇게 적도에서의 하루가, 한해가 저물었습니다.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2006년 1월 1일 새벽 6시. 스튜어디스의 새해 인사가 왠지 낯설게 들렸습니다. 야간 비행이라 답답해서 미처 겨울옷으로 갈아입지 않았더니, 플랫폼에 내리는데 한국은 역시 겨울이더군요. 재채기 한번에 감기를 포함해서 모든 것이 다시 원위치로 돌아왔습니다. 삶이 힘든 순간이면 속으로 되뇌이는 말이 있습니다. "이 또한 곧 지나가리라." 근데 이 주문이 삶의 행복한 순간에도 역시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는게 문제입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나에게 이번 여행은 또 어떤 의미로 남을까. 굳이 말로 정리하지는 못하지만, 그냥 뿌듯한 느낌으로 남아 우리 인생을 풍요롭게 해 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동희 말로는 인생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랍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일년에 한번은 꼭 이렇게 놀러댕기기로 했습니다. ^^  다음 여행지도 이미 결정해 두었습니다. 피지(Fiji)로. ^^;;;

..MitO..
Comment '13'
  • ?
    김용빈 2006.01.11 05:29
    [ ybkim108@gmail.com.nospam ]

    좋은 여행기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예전에 여행을 정말 많이 다니신 아버지께서 코타키나발루, 코타키나발루 하실 때에는
    별 느낌이 없었는데 이렇게 남 선생님의 글을 보니 이제서야 참 좋은 곳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 ?
    송인덕 2006.01.11 10:17
    [ idsong@dreamwiz.com ]

    부러울따름입니다.
    작년 10월에 4주년 기념으로 회사 동료 가족과 제주도를 갔다왔는데...
    애들(1,2,3,4살) 뒤치닥거리 하느라 여행을 간건지 고생하러 간건지...^^
    게다가 와이프가 작은애를 업은채로 땅바닥에 헤딩하는 중형 사고를 치는 바람에...
    (비탈길에서 굴러가는 귤을 잡으려다 그만... 아줌마의 투철한 집념...)
    두분만 다녀오시니 신혼여행 가는 기분이셨겠네요^^
    즐길수 있을때 실컷 즐기시길~~~
  • ?
    박준형 2006.01.11 15:09
    [ hd2002@dreamwiz.com ]

    딱씨~ ㅋㅋㅋ
    재우형 정말 해가 넘었는데 2년째 곱창을 않사고 버틸겁니까?
    2년째 기다려 봅니다.
    나도 집에 딱씨타고 가 봅시다.^^
    일본에 아내와 다녀왔지만 아이를 업고 다니느라 정작 신주꾸의 밤은 화려하지 못했다라는...
  • ?
    남재우 2006.01.11 18:33
    [ mito@mitori.net.nospam ]

    여행기 읽기를 워낙에 좋아하시는 김용빈선생님께는 좋은 선물이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코타키나발루에 한국인 관광객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한지가 몇년 되지 않았다는데,
    아버님께서 앞서가는 분이셨던 것 같습니다.
    송인덕선생님, 역시 자식이 자유로운 인생의 가장 큰 장애임에는 분명한 듯 합니다. ^^
    하지만 그걸 보상하고도 남는 더 큰 기쁨이 있으니 모두들 자식을 낳아 키우겠지요.
    일찍 낳아 일찍 키우고 일찍 해방되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 봅니다.
    저희는 이미 늦었기 때문에, 먼저 즐기고 나중에 고생하자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만. ^^
    박과장. 린디의 스탠딩파티 요구가 3년을 넘어가더니, 박과장의 곱창 노래도 만만치않군. ^^
    말로만 그러지말고 정말 언제 함 놀러 오라구. 곱창에 소주 한잔 못 사겠나. 날 잡겠나. ^^
  • ?
    양정윤 2006.01.12 10:51
    [ wanderlust@dreamwiz.com ]

    여전한 염장 부부^^
    재우씨, 동희씨 보고 싶어요.
    주말에 스타힐에 나들이 오세요.
  • ?
    차재문 2006.01.12 11:06
    [ cjmcjm1@hanmail.net ]

    코타키나바루 휴식을 가지기에는 참좋지요 넥서스도 괜찮지만 탄중아루도 아담한게 참 좋더군요...물론 몰디브에 비할수는 없지만요..^^
    사진중의 그 전사들 탄중에서는 저녁해가 질무렵 리조트주변의 횃불을
    붙이러 다니면서 소리지르더군요,,끼~~~~아악,,,^^
    사진 잘보았습니다,,,^^
  • ?
    안동진 2006.01.12 15:18
    [ dj1959@dreamwiz.com ]

    코타키나바루! 한번도 가 본적이 없지만 이 글을 읽고 나니 저도 다녀온 듯한 느낌 입니다.
    생생한 글발과 사진이 감동적입니다.
  • ?
    송우철 2006.01.13 00:47
    [ mvkceo@naver.com ]


    매우 자세하고 섬세한 여행기에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느끼는 것은,

    박순백 교주님(! 불쾌한 존칭이 아니길 바랍니다만...)
    의 마니아들은 왜 그리도 필투 (어투가 아니라) 가
    그 분을 닮아갈까 입니다.

    거기엔 김용빈 '님'도 예외없음을 알립니다.

  • ?
    남재우 2006.01.13 10:12
    [ mito@mitori.net.nospam ]

    아, 양교수님. 저도 많이 뵙고 싶습니다. 실제로 얼굴 뵌지는 일년도 넘은 듯... T.T
    주말에 천마산 '놀러' 한 번 갈께요. (교수님도 아시고, 스키타러 오라고는 안 하시네요. 나들이 오라고... ^^;)
    차재문선생님께선 탄중아루로 다녀오셨나보군요. 탄중아루, 코타키나발루를 대표하는 전통의 리조트죠.
    누군가는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것으로, 탄중아루에서 바라보는 코타키나발루의 석양을 꼽기도 하더군요. ^^
    시내에서 가까워 관광하기도 좋은 걸로 압니다. 소리지르는 전사는 리조트 마다 있나 보군요. ^^
    안동진선생님의 글발에 비하면 아직 멀었습니다. ^^ 해박한 전문 지식에도 늘 감탄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저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살면서 저도 모르는 사이에 박순백박사님을 따라하고 있는 제 모습을. 비단 글 뿐만아니라 인생 전반에. ^^
    롤 모델로 삼는 분이니 당연하다 싶지만, 제가 보기에도 글투(필투, 어투 보다는 글투, 말투가 나은 듯...)가 닮아가는 듯 합니다. 원래부터 분위기가 많이 비슷했던 것 같기도 하구요. 워낙에 포스가 강한 분이라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듯 하기도 하구요. ^^
  • ?
    박용호 2006.01.14 12:45
    [ hl4gmd@dreamwiz.com ]

    상세한 사진을 곁들인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남재우 선생님은 박사님의 글체대로 쓸 수 있으니 얼마나 좋겠습니까? 저는 맨 땅에 헤딩하는 실력이라서 맞춤법 부터 버벅이고 있습니다. ^^;;

    매 년 마다 여행기 올려주세요. (무슨 일이 있어도 일년에 한번은 꼭 이렇게 놀러댕기기로 했습니다. ^^ 다음 여행지도 이미 결정해 두었습니다. 피지(Fiji)로. ^^;;; ) 약속 했습니다? ^^
  • ?
    김용빈 2006.01.15 12:00
    [ ybkim108@gmail.com.nospam ]

    [남재우 선생님] 녜! 저 여행기 읽는 것 무지 무지 좋아합니다. 코타키나발루에 관광객이 들어온지가 역사가 짧은 편이군요. 아버지께 코타키나발루 얘기를 들은게 80년대 중후반이니 무지 빠르셨던 것 같네요. ^^ 하긴 발리 여행 다녀오신것도 거의 20년 가까이 되신 분들이니까요. ^^

    [송우철 선생님] ㅋㅋㅋ 송 선생님이라고 부르니 이상하네요. 나래님이라고 불러야할 듯.. 박순백 박사님과 글쓰는 투가 비슷하다니 저에게는 엄청난 칭찬이세요. 존경하는 분은 뭐든 닮고 싶더라구요. 후후후
  • ?
    최준현 2006.01.16 00:14
    [ lindberg@dreamwiz.com ]

    이러시니 신림불우쓰 공연에 안오실만한거죠. - -

    부럽고 또 부럽습니다.
  • ?
    남재우 2006.01.16 12:17
    [ mito@mitori.net.nospam ]

    맞춤법부터 버벅거리고 있긴 매한가지입니다, 박용호선생님. ^^;
    피지를 꼭 가보기로 했습니다만, 부담스러운건 사실이군요. 열심히 모아야지요. 돈이나 시간이나.
    린디. 작년에 젤 아쉬운 것 중 하나가 신림불우쓰 공연 못 본 거라구. 일정이 하루만 빨랐어도... -.-
    주말에 와인 파티는 즐거웠나? 역시 진정한 파티플래너라는...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좋아요
299 단상 통풍 유감 8 안동진 2008.03.03 7870 837
298 칼럼 실생활에서 살아숨쉬는 공부_합리성의 평가가 필요 2 최재원 2008.02.28 4218 699
297 기사 에너지 전략의 총괄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장보성 2008.02.15 2887 586
296 단상 남자와 여자의 대화법의 차이 4 최재원 2008.02.10 5482 685
295 칼럼 영어교육, 결국 기초부터 학교에서 바로잡아야 최재원 2008.02.08 3205 636
294 단상 최고의 효도 9 안동진 2008.02.04 4793 749
293 기사 백화(어느 것이 영향이 더 클지?) 장보성 2008.02.03 2963 525
292 사는 얘기 옥소리 위헌 소청 3 장보성 2008.01.31 4741 849
291 단상 이기적 처세술 전문가가 아니라 따뜻한 합리적 대중을 바란다 3 file 최재원 2008.01.21 3738 611
290 잡담 바이오 연료의 모순. 10 윤주한 2008.01.18 3768 524
289 작은 정보 [오디오 잡설] 스피커를 빛 낸 사람들 6 윤세욱 2008.01.17 4514 579
288 잡담 [윤세욱의 자동차 헛소리] 독일차에 대하여 29 윤세욱 2008.01.15 4974 425
287 작은 정보 [윤세욱의 자동차 헛소리]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하여 15 윤세욱 2008.01.14 5051 543
286 잡담 [윤세욱의 자동차 헛소리] “차 바꾸지 마세요.” 11 윤세욱 2008.01.13 4224 584
285 사진 자동차와 집 사진 4 윤세욱 2008.01.12 5121 783
284 사는 얘기 밴쿠버 2006년 겨울 9 윤세욱 2008.01.12 4423 666
283 문화 바람처럼 살다간 조선의 천재 화가 3 안중찬 2008.01.11 4512 723
282 사는 얘기 [질문] 떫다의 영어 표현?? 1 임재우 2008.01.09 6698 886
281 사는 얘기 [re] [질문] 떫다의 영어 표현?? 장보성 2008.01.16 3359 609
280 사는 얘기 자동차의 정숙도 질문 4 김덕주 2008.01.01 4667 68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24 125 126 127 128 129 130 131 132 133 ... 143 Next
/ 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