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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2006.07.29 02:12

마지막으로 할 말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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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할 말은 없는가!

연극 ‘마지막으로 할 말은 없는가!’를 만나게 된 건 순전히 배우 겸 가수인 ‘이수경’씨를 만나면서다. 그녀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바에 지인과 함께 술 한 잔 하러 들렸다 노래를 부르는 그녀를 만났다.
나이가 연상되지 않을 만큼 활달하고 밝은 표정의 그녀는 아버지와 함께 바를 찾은 고객들이 신청한 노래를 불렀다. 완숙미가 곁들여진 패기와 끼가 그에게서 엿보인다.

‘마지막으로 할말은 없는가!’에서 그녀는 ‘영숙’이라는 여가수 역을 맡고 있다.

연극연습이 한창인 극단을 찾았을 때, 그녀는 예의 그 천진하면서도 패기 넘치는 표정으로 자신의 표정연습에 여념이 없었다. 그런 자신감은 스스로 반복적으로 수련을 거듭한 사람만이 지닐 수 있다.

「사랑 같은 거 안 믿는다고 · · · 사랑 같은 거 할 줄도, 받을 줄도 모른다더니 · · ·
너한테 어울리는 건 나 같은 걸레야! 너 같은 밑바닥의 쓰레기는 나 같은 걸레의 사랑으로나 닦는 거야! 실크스카프가 그 위로 떨어지면 사람들이 다 짓밟고 지나가 버리는 거야!」

극중 영숙이 사랑을 하면서도 받지 못하는 ‘진수’에게 던지는 말이다.

극중에서 영숙은 스스로 걸레라고 하지만 그녀는 사랑을 갈망하였을 뿐 걸레의 이미지와는 다르다. 그런데 그 독백을 듣는 순간 세상 사람들을 향한 독설로 여겨졌다. 내 스스로 정말 영숙과 같은 사랑을 갈구하는 여인이 있다면 과연 난 그를 행복하게 받아 줄 수 있을까?
답은 ‘아니다.’도 아니고 정말 애매한 ‘모르겠다.’다. 차라리 진수처럼 욕을 하고 거절하는 모습이 더 인간적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기엔 나는 용기가 없다.

세상은 정말이지 그렇게 용기 없는 사내들로 넘쳐난다.

용기만 없는 게 아니라 용기 있는 척 하는 우스꽝스런 조연도 아닌 엑스트라들이 주연인 척 떠벌이고 있는 연극판 같다.



그녀는 순수성일 잃지 않고 영원히 그대로일 거 같은 피터팬 같다.
해맑은 미소로 바에서 기타를 메고 아버지와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연출을 담당하고 있는 조승연씨가 배우들에게 일일이 표현을 어떻게 하면 좋겠다는 주문을 하며 객석에서 연습을 지켜보고 있다.

연극은 정치계의 유명인사인 모의원의 일가족 세 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언도받고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정진수를 중심으로 전개 된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젊은 시절을 범죄를 저지르며 방탕한 삶을 살아오던 그가, 여인 ‘한나’를 만나 새 삶을 살려고 하지만 신분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극단적인 비극으로 사랑은 끝나고 만다.



구치소 내의 일상을 그린 듯싶지만 그 속에선 인간의 탐욕과 자기 성찰과정을 그려내고자 한 작가의 의도가 섬세하게 숨겨져 있다.
마치 그림 하나하나를 끼워 맞추는 모자이크처럼 각각의 장치들 속에서 관객에게 메시지를 찾으라는 듯!



자신이 맡은 역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하여 아무도 보는 이 없어도 그녀는 여전히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탄탄한 연극의 구성이 이루어지고 극의 메시지가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다. 맡은 배역은 그리 많지 않지만 작은 역할 하나도 소홀이 생각하지 않고 있음을 그녀의 몸짓에서 느길 수 있다.





극 중 그녀와 진수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상당히 육감적이지만 선정적이지는 않게 보인다. 사랑은 역시 절대적이고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가 되기 때문인가?
‘聖劇(성극:종교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연극)이 아닌 性劇(성극:성적인 표현을 전달하는 연극)이야!’라며 촬영 중 배우들이 농담을 하게 된 장면이 바로 이 부분이기도 하다.

「사랑 같은 거 안 믿는다고 · · · 사랑 같은 거 할 줄도, 받을 줄도 모른다더니 · · ·
너한테 어울리는 건 나 같은 걸레야! 너 같은 밑바닥의 쓰레기는 나 같은 걸레의 사랑으로나 닦는 거야! 실크스카프가 그 위로 떨어지면 사람들이 다 짓밟고 지나가 버리는 거야!」

바로 이 대사가 이 장면 뒤에 전개 된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마음에 벽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무엇 때문인지 우리는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 벽을 허무는 것에 어려움을 느낍니다.
어쩌면 그 벽은 벽이 아닌지도 모릅니다.
두려움이고 때로는 모름이고 때로는 아집이고 때로는 용기 없음이기도 합니다.
다시금 내 안에 벽을 보게 됩니다.
진정 옳은 것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그것을 확신하는 것에 나는 두려움을 느낍니다.
인간이기에 나는 그렇습니다.
누군가 말합니다. 저 길로 나아가라고 · · ·
그 곳으로 가면 내가 지닌 짐을 덜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그가 대신하였기에 너의 짐도 짐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믿을 수 없습니다.
그가 누구이기에 나의 짐을 받으려하고 대신하였는지 의심합니다.
아무도 그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럴 수 있다고 믿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 안에 벽을 쌓았습니다.
내 울타리 안에서 나는 행복합니다.
어느 날 울타리 밖에서 꽃이 날아왔습니다.
어제는 다른 냄새로 오늘은 다른 색깔로 내게 왔습니다.
내 마음에 변덕이 생깁니다. 기다려집니다.
꽃이 스며오기를 기다립니다.
외로움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용기를 내어 벽을 걷어내려 합니다. 이상합니다.
이제 보니 하늘에는 벽이 있지 않습니다. 나는 바보였습니다.

- 유년 시절 읽었던 소설이 생각나 그 시절 읽었던 내용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잃고 살아가는 삶에 반성합니다.」

이 극을 쓴 작가 손현미의 변이다.
극명하게 서로 대비되는 수의를 입은 목사와, 사랑을 나누는 두 남녀, 하지만 이 두 남녀는 同床異夢(동상이몽)을 꾸고 있으니 · · ·

자, 이제부터는 별 다른 설명 없이 사진만 보여 주겠다. 극을 직접 관람하지 않은 이들에게 일일이 설명을 모두 해 놓으면 관람을 할 생각이 사라지지 않겠는가.

























「정말 당신을 안 만났으면 · · · 좀 더 오래 살 수 있었을까! 그럴 수도 있었겠다! 임신 같은 거 안 했으면 · · · 몇 년은 더 살 수도 있었겠다!
당신 입버릇처럼 나 같은 나쁜 놈, 나쁜 놈 하지만!
나한텐 · · · 세상에 당신 같은 좋은 사람이 없었어요.
· · · 빼앗기면 또 찾아오고, 빼앗기면 또 찾아오고 · · ·
당신 맞기도 많이 맞았어요. 미안해요 · · · 나 같은 게 뭐라고 · · · 고마워요. 나 · · · 이 땅에 살았던 흔적 하나 남기고 갈 수 있게 해 줘서!」

죽음을 앞둔 한나가 아기를 품에 안은 채 힘겹게 하는 이야기로, 이 부분이 3막의 시작이다.



이 연극은 총 5막으로 대학로의 ‘디아더 씨어터’ 소극장에서 지난 7월 17일부터 8월 13일까지 공연되고 있다.
평일은 오후 8시 공연이 있고, 주말엔 오후 4시와 7시에 공연이 있다.(화요일은 공연이 없음을 참고 하시고 · · ·)

극단 말죽거리의 싸이월드 홈피(http://town.cyworld.co.kr/mjactors)에 멋진 유언을 남기면 추첨을 통하여 초대권 2매식을 보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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