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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4950 좋아요 652 댓글 5
이곳 밴쿠버의 오늘 기름값이 리터당 120센트가 넘었습니다.
처음 이민 왔을 때는 38센트에도 주유한 기억이 있으니
6년 동안의 기름 값 상승량이 300%가 넘은 셈입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거나,
아님 맹물로 가는 자동차를 발명해 돈을 많이 벌어야 되겠다고 굳게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결심한 지 몇 분 지나지도 않아 이런 낙서나 올리면서 시간을 지우고 있습니다.

“윤세욱 돈 벌기 기다리느니 차라리 개구리 수염 나길 기다리는 게 낫겠다.”
“옳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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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휘발유의 의미>

소비자 보호단체 “컨슈머 리포트”의 의견에 의하면
자동차 소유자의 가장 의미 없는 소비 가운데 하나가 타이어와 연료라고 합니다.
비싼 타이어가 내구성과 성능이 좋은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만 실제론 오히려 불리한 점이 많은 한편,
옥탄가가 높은 상위 등급의 휘발유를 주유한다고 해서 자동차의 성능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저도 이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타이어에 대해선 나중 기회로 미루고 오늘은 자동차의 연료-휘발유에 대해 몇 말씀 드리겠습니다.

자동차의 엔진은 공기와 섞인 휘발유를 실린더 내에서 피스톤으로 적당하게 압축시킨 다음,
여기에 전기불꽃(스파크)을 튀겨서 혼합기를 연소 시키고,
이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회전축을 통해 트랜스미션으로 전달하는 기기입니다.
따라서 사람의 밥처럼 자동차엔 휘발유가 필수적인데,
포도주에 서열을 매기듯(아! 그랑꾸리가 그리워! 은광표 선생님 뵙고 싶어!)
휘발유에도 등급이 있습니다. 소위 옥탄가라는 그것입니다.

주유소의 주유기엔 숫자가 적혀 있고, 숫자가 크면 클수록 기름 값이 비쌉니다.
이 숫자가  옥탄가(價)입니다.
옥탄가가 높을수록-숫자가 클수록 연소실(실린더) 내에서 휘발유의 발화가 잘 안됩니다.
얼핏 생각하기엔 휘발유에 불이 붙어야 엔진을 돌릴 수 있는 힘이 나올 것이므로
불이 잘 붙는 것이 좋은(비싼) 휘발유가 아닐까하고 생각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실제론 이와 반대입니다.
불이 너무 잘 붙으면 엔진이 노킹(knocking)을 일으켜버리기 때문입니다.

참고삼아 노킹의 발생 과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압축행정 시 피스톤이 올라가면 실린더 내부의 혼합기가 높은 압력과 온도에 이르게 됩니다.
여기에 스파크플러그에서 전기불꽃을 튀겨주면 엔진 내부의 혼합기는 점화가 됩니다.
점화된 혼합기는 순차적으로 스무드하게 연소되며,
이것이 엔진의 일반적 착화과정인데, 이 과정을 폭발행정이라고 말합니다.

정상적인 착화라면 압축된 혼합기에 불꽃이 튀었을 때는 가운데부터 타들어가기 시작한 후
화염이 “점점” 전파되어 연소실 전체 혼합기에 불이 붙게 됩니다.
점화된 압축, 혼합기의 화염이 주위로 퍼지며 타들어갈 때 혼합기가 연소된 곳은 온도가 상승하며 팽창하고
주위의 미 연소된 혼합기들은 구석으로 몰리면서 압력과 온도가 상승합니다.
그런데 이때 저 옥탄가 휘발유는 압력과 온도를 이기지 못하고,
미처 화염이 닿기도 전에 “자연 발화”해버리는  것입니다.
쉽게 말씀드려, 화염이 닿기도 전에 구석에 몰려있던 혼합기가 “폭발”하는 현상이 발생됩니다.
이 폭발은 피스톤을 밀어내는(하강) 힘이 아니라 그냥 엔진에 대한 충격으로만 작용합니다.
그래서 엔진에선 망치로 두들겨 맞는 것처럼 “땅!”하는 소리가 납니다.
노킹이란 말도 여기서 나왔습니다.
노킹이 일어나면 차의 힘도 떨어지고,
피스톤이나 실린더에 주는 충격도 커 엔진 수명이 짧아집니다.

노킹은 압축비를 올릴수록, 그리고 점화시기를 앞당길수록 쉽게 발생합니다.
따라서 이와 반대로 하면 노킹을 막을 수 있습니다만
이게 쉽지 않은 것이 엔진은 압축비가 높을수록, 그리고 점화 타이밍이 빠를수록 열효율과 출력이 좋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제원표를 살펴보시면 엔진의 압축비 항목이 꼭 있을 것입니다.
모두 그렇지는 않습니다만 일반적으로 동일 등급의 휘발유를 사용했을 때 압축비를 높일 수 있다면
그것은 연소실의 디자인이 좀 더 효율적이라는 의미도 될 수 있습니다.

자동차는 엔진의 디자인에 맞추어 사용하는 연료가 지정되어 있고,
연료와 기타 요소에 의해 점화 타이밍도 정해져 있습니다.
보통의 자동차라면 일반적 조건에서는 절대 노킹이 일어나지 않도록 충분한 여유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굳이 고급 휘발유를 사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좋은 휘발유를 넣었다는 심리적 만족감과 더불어
로키 산맥 고지대에서도 노킹이 일어나진 않겠지만 그것 외엔 특별한 장점은 없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고급 휘발유를 쓰도록 디자인된 엔진에 저급 휘발유를 넣으면
노킹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십시오.
자동차란 설계자가 하란대로 해주는 것이,
그리고 공장에서 출고된 상태로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이 제 지론입니다.

살펴서 안전운전 하십시오. 안전보다 중요한 성능은 없습니다.
Comment '5'
  • ?
    조민 2007.04.28 23:12
    [ madskier@드림위즈.컴 ]

    국산차와 대부분의 대중차들은 일반 휘발유를 기본으로 설계된 엔진이라 일반을 쓰나, 고급을 쓰나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고성능엔진이 장착된 고급승용차나 스포츠카 등은 고급휘발유의 사용을 가정하고 만들어진 엔진으로 일반 휘발유를 사용하면, 그 성능을 제원표상에 나온 그대로 발휘할 수가 없습니다. 머 수입업체에서야 노킹센서등으로 녹킹이 생기지 않고 문제가 없다라고 말은 합니다만, 그럴 경우 제원표에 써있는 출력에서 10~15%정도는 줄여야 그 엔진의 출력이 됩니다.

    흔히 알고 계시는 독일제차량이라던가, 일본의 럭셔리 브랜드의 차량이라던가, 혹은 배기량에 비해서 출력이 높게 나온 차들은 다 고급휘발유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차인지라...^^
  • ?
    윤세욱 2007.04.30 07:43
    [ netadm@dreamwiz.com ]

    "보통 자동차"에다 따옴표를 치지 않아서 그런지
    제가 봐도 제 낙서에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87 넣어도 된다는 것에 굳이 89나 91을 넣지 말라는 것일 뿐,
    고급 넣게 되어 있는 차량에도 레귤러 주유하시라는 의미는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회사에서 하라는 대로 해주는 것이 제일 좋다는 뜻이었는데...

    이젠 영어도 안 늘면서 한국말까지 못하고 있으니
    국제미아가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 ?
    이찬영 2007.04.30 12:41
    [ zeph@netian.com ]

    예전에 Top Gear에서 일반용 차량을 대상으로 고옥탄 휘발유를 주입하여 과연 차이가 얼마나 나는가 하는 실험이 있었습니다. 그결과 (차종은 생각이 안나지만) 거의 차이 없음. 1-2마력 향상인가.. 다만 골프 GTI 인가 과급차량만 5-10% 정도의 출력 상승이 있었습니다. 거기서는 대배기량, 과급차량일수록 효과가 좋지만 2.0 이하 일반 차량은 효과없다였습니다.
  • ?
    조민 2007.04.30 16:22
    [ madskier@드림위즈.컴 ]

    저도 그 프로그램을 봤습니다.
    일반 대중차는 거의 향상이 없었고, 고알피엠차량과 터보차량에 효과가 있었지요.
    그 터보차는 스바루 임프레자였습니다.

    스바루 임프레자도 2.0 미만의 엔진을 쓰는 과급기차량입니다.

    BMW나 벤츠의 입문차를 가지고 시험을 해보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요.^^
  • ?
    최봉달 2007.04.30 17:44
    [ human@junggu.seoul.kr ]

    저같은 서민은,
    세녹스의 유혹이 자꾸 -_-;; 썰렁~~~ 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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