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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2006.10.19 23:47

문화의 차이와 언어

조회 수 3176 좋아요 654 댓글 0
안녕하세요!
예전에 독일에 갔을 때 판드라고 해서 병에 환경보증금이 차지가 되는데
나중에 pet를 가져가야 그 돈을 빼주고 새 물병을 받을 수가 있어요. 처음엔 독일어로
뭐라 하는데 다른 건 알아듣겠는데, 도대체 판트가 뭔지 알 수가 있어야지요.

반면에 미국은 한국과 비슷하게, 병에 공병보증금이 따로 차지가 되긴 하는데,
나중에 병을 가져가면 돈을 돌려줘요. 물론 아무도 그렇게 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이 쓰레기통을 뒤져서 수집해서 가져가 돈을 갖는 형편
이지만요.

언어라는게 문화와 밀접하게 연결이 되어 있어서 공부를 할 때 그 표현만 외우기
보다는 왜 그런 표현을 쓰게 되었는지 문화적 배경까지 알아두지 않으면 쉽게
잊어버리지요. 미국의 역사나 관습, 속담 같은 것도 그런 것이지요. 우리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 것 중에 우리가 잊어버린 배경 얘기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이것만
봐도 알 수가 있지요.

우리는 사전이나 단어뜻만 알고 있으면 해석이 될 것일고 생각하고, 어휘수만
늘려서 단어만 문법에 따라 나열하면 미국 사람들이 알아들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천만의 말씀이지요. 무슨 에스페란토어도 아니고, 언어를 그렇게 하는 사람은 없지요.
아시아 3국을 제외하면 말이죠.

미국 사람들은 단어로 말하는 것보다 동사로 상세히 설명해 주는 것을 더
좋아해요. 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니까요. 일상생활 얘기를 즐기는 것도
대화를 통해서 마음과 마음이 교류되고 행복해 지기 때문이지요.

그러니까 복사한다면서 어려운 단어 외워서 replica라고 하는 것 보다는,
차라리 copy라는 단어를 몰라도 나는 학생이고, 이 책을 수업시간에 매일
가져가기가 힘들다. 그래서 영어단어로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진같이 똑같은 것을 만들어서 가지고 다니고 싶다. 어디에 가면 그것을
할 수 있느냐 이렇게 길게 물어보면 미국 사람들이 활짝 웃으면서, 나도 그런데
책이 너무 무겁다. 너는 무슨 수업을 듣느냐? 무슨 학교 학생이냐? 하면서
길게 대화가 이루어지지요.

copy라고 하는 단어로 물어보면, 응 저기. 그리고 끝이지만요. 우리가 하는
어휘와 문법위주의 영어가 왜 길게 대화를 못 이끌어내는지 알 수가 있는
현실이지요. 대화를 귀찮게 생각하고, 빨리빨리 문화가 있는 한국과,
대화를 정말 사랑하고, 돈이 많아 여유가 많은 미국의 사람들이 어떻게 회화라는
것을 제대로 할 수가 있겠어요.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한국식을 고집하면서, 대화는 길게 하고 싶다고 하면
마치 수영복을 입고, 산에 올라가고 싶다고 어떻게 하면 춥지 않게 등산을 할 수
있느냐고 묻는 것이냐 마찬가지지요. 산에 갈 땐 등산복을 입으면 춥지 않게
정상등정을 할 수 있는게 아니겠어요.

한마디로 한국어를 하는 습관을 고집하지 말고, 완전히 열린 마음으로 상대가
뭐라고 하는지 그대로 따라하고, 받아들여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선생님 수업을 들으면서 입은 열지 않고, 아무리 따라하라고 해도 따라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영어를 화면속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할 수가 있겠어요? 미국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 언어를 이해할 수가 있겠어요?

자기 것만을 고집하면 절대로 남의 장점을 배울 수는 없어요. 내가 생각하는
상대방의 장점은 장점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죠. 내가 생각하기에
단점이라고 보이는데, 그 사람들이 그걸 하고 있다면 뭔가 이유가 있지 않겠어요?
그 이유를 찾아서 타당한지 아닌지 알아보고, 따라하든지 말든지 선택해야죠.
그런데 무조건 자기 가치관을 고수하면서 저건 단점이야 따라할 필요가 없어
라고 거부해 버린다면 평생해도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가 없지요.
수십년동안 일본, 한국, 대만, 그리고 중국의 박사 할아버지들이 연구를 해도
영어실력이 아직도 이 정도라면 밑바닥부터 혁신적으로 갈아 엎어야죠.
지금까지의 이론들이 전부 틀렸다는 거죠.

문제는 그럼 미국 교포2-3세들은 영어를 잘하느냐 하는 것이죠. 잘하는 것 처럼
들리죠. 그런데 미국 주류사회에서 보면 어떨까요? 영 아니죠.
프렌즈에 나오는 레이첼의 음성이 제일 듣기에 좋은 여성의 영어 음성이죠.
남자는 톰 브로큰 비슷하게 저음인 게 듣기에 좋은 남자의 영어 음성이구요.
그런데 미국 교포들은 듣기에 거슬리는 음성 사이클을 가지고 있어요. 왜냐구요?
교포들도 미국 사람들을 따라하진 않거든요. 그냥 자연스럽게 자기가 가진 발성
기관을 이용해서 그대로 발음하다 보니 목부터 입술에 이르기까지 미국 사람들
과는 다른 크기의 스피커와 앰프에서 소리가 다르게 나오는 것이지요.

한마디로 자기 것을 고집하면 영어는 절대 못한다는 것입니다. 완전히 열린 마음으로
내 것은 전부 틀렸다고 생각하고 버리고, 선생님이 갈쳐 주시는 대로 완전히 새 것
으로 부속을 갈아끼우듯이 하셔야만 하신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일년이든, 이년이든
아니 선생님과 함께하시는 시간을 통해서 완전히 능숙한 네이티브 같이 영어를 구사
하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미구 사람들은 3500개의 단어로 일상생활을 한다고 하지만, 우리가 3500개의
단어를 외워도 일상회화를 하지 못하는 것은 이 3500개가 우리가 생각하는 3500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보통 4-5개의 단어가 한 문장이 되고, 이 문장이 다양하게 변화되는데,
3500개의 단어로 만들 수 있는 문장이란게 얼마나 많겠습니까? 그 문장을
하나하나 외워야 우리가 하는 식의 뭘 외워서 그 표현을 쓰는 방식으로 하는
것이 가능한 것입니다. 단어를 외우고 문법을 외워서 단어를 순서대로 그냥 주욱
던지면 끝나는게 아니란 것입니다.

그래서 차라지 어휘수는 적어도, 문장수는 적어도 미국 사람들 처럼 자연스럽게
한문장이 하나도 끊기지 않고, 하나의 단어로 들릴 수 있도록 구사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네이티브 수준의 영어가 되는 것입니다. 최소한 의미구 단위로
한단어처럼 들릴 수 있도록 구사할 수 있다면 미국 친구를 사귈 수 있죠.
왜냐하면 미국 친구들도 생각을 하면서 말해야 하는 경우는 속도가 느려지고
의미구 단위로 끊어서 말하거든요.

참고로 미국은 인구구성이 독일인 출신이 1위일 정도로 유럽출신의 백인과
소수의 흑인들, 그리고 최근 급증하고 있는 남미의 스페인계, 브라질계 등등
으로 구성이 되어 있기 때문에 유럽의 문화나 남미의 문화를 알지 못한다면
앞으로의 미국 영어를 이해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 질 것입니다. 한마디로
평생에 걸쳐서 세계문화와 교류하지 않는다면 절대로 네이티브 수준의 영어는
구사할 수가 없어지게 된다는 것이지요.

그럼, 안녕히 계셔요!
최재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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