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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27 12:35

해석하지 않고 영어의 바다에 빠지기

조회 수 6817 좋아요 989 댓글 6
안녕하세요!
미국에 온 지 이제 2년하고 꼬박 세달째가 되어 갑니다. 영어실력이 계단형으로
상승한다고 하지만 정말 한달전까지만 해도 참 스스로가 한심했더랍니다. 어느
순간 잘 들린다고 생각하다가도 어느 순간 긴장을 놓치면 잡음처럼 흘러가 버리
니까요. 특히 책을 읽을 땐 느린 독서속도 때문에 객관식 시험문제를 시간내에
끝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을 정도니까요. 토플이야 외국인을 위한 시험이니
시간이 그나마 많이 주어지지만, 미국인을 위한 시험에선 정말 빠듯하게 시간이
주어지거든요.

선생님께서 늘 하시는 말씀.  옆에서 툭 건드려서 나오지 않는 말은 자기의 것이
아니란 말씀인데, 가끔 관광가서 쓰는 영어이거나 혹은 유럽, 일본, 캐나다, 혹은
남미 등처럼 미국이 아닌데서 쓰는 영어는 몰라도 진짜 미국 한 가운데서 쓸 수
있는 언어라고는 달랑 영어 하나밖에 없는 네이티브들과 무슨 갈등이라도 생긴
다면 정말 제삼제사 되새기게 되는 명언이라는 말씀을 여러분께 드리고 싶어요.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영어를 잘 하는 사람, 예를 들어 반기문 외교부 장관을 한번
생각해 봅시다. 그도 최근에 발간된 뉴스위크의 기자에겐 특유의 외국인 액센트로
영어를 말한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물론 미국 사람들 잘 못알아 듣습니다. 그런데
전 토플 점수도 그리 높지도 않은데 미국에 오자 마자 사람들이 전부 미국에 몇 년
살았으냐 할 정도로 오디너리한 표준영어를 구사하고 있었습니다. 어휘도 부족하고
말재주도 없지만 하고 싶은 얘길 가슴에 담아 구사할 수 있으니 진짜 마음의 친구
를 사귈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전부 신면호 선생님 덕분입니다.

그리고도 인제 한달여가 지나니깐, 인제 머리속에서 해석 안 합니다. 그냥 이해가
되어 버립니다. 저도 왜 이렇게 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해석을
안 하고 바로 듣기 시작했습니다. 말할 때도 인제는 한글을 떠올리지 않습니다.
해답은 원서읽기에 있었습니다. 일정한 속도 이상으로 책을 읽을 수 있게 되니까
독해력이 청취력을 향상시켜 줘 버린 것입니다. 물론 이렇게 되면 영어로 바로
글쓰기도 크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인제는 문법이 뒤쳐지게 되고, 어휘가 뒤쳐지게
되는 상황이 됩니다.

얼마전에 좋은 액센트 트레이닝 책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놀랐습니다. 바로 선생
님께서 사용하고 계시는 강의방법을 따라가듯 설명해 놓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뒤떨어진 방법이긴 하지만 선생님 방법이 왜 옳은지 그 기본을 설명해 놓은 책이었
습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액센트에는 세 가지의 구성요소가 있다고 합니다. 발음, 그리고
한글의 자음접변 등과 같은 단어 사이에서 발생하는 변화(liason), 마지막으로
바로 인터네이션을 겸한 한숨에 말해지는 문장속에서 발생하는 변화, 이렇게 말이죠.
한국에 나와 있는 가장 첨단의 청취책도 단어 사이의 변화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선생님은 한국에서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 이 세번째를 완벽히 익히
는 방법을 우리들한테 전수시켜 주고 있으시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이론서일뿐이고
방법은 없으니 분명 선생님이 창안해 내신 게 분명하고, 이론적으로 뒷받침되고 있으니
진짜 지구상에서 제일 발전한 강의방법이 분명하다고 제가 보장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는 각국의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왜 영어를 못 하는지 혹은 어떻게 영어를
잘못 쓰고 있는지 다루고 있는 부록이 있는데, 각 나라 언어의 특성을 참 예리하게
분석을 했더군요. 특히 한국의 경우에는 해당 발음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
하게 1의 경우엔 잘 쓰다가도 2의 경우엔 이상하게 쓰는데, 이상하다고 하는 부분이
있더군요. 100% 이건 한국 빨간 기본영어, 그리고 일본 사전을 베낀 엉터리 영어
사전업체들, 그리고 우리 선생님을 제외한 다른 분들이 엉터리로 가르쳐 왔기 때문에
발생한 일입니다.

원래 똑같은 발음이 없어서 고생하는 일본 등, 더 불쌍한 사람들도 문제지만, 발음
할 줄 알면서 잘못 배워서 그렇게 발음하고 있는 우리 한국 사람들도 얼마나 불쌍한
가요? 이 책에선 그런 말을 하더군요. 세 개의 언어를 쓸 줄 아는 사람은 트라이링구어,
두 개의 언어를 쓸 줄 아는 사람은 바이 링구어, 그렇다면 오직 하나의 언어만을 쓸 줄
아는 사람은 누구냐? 어메리칸. 훗..  0.5%의 사람만이 외국어를 배우는 나라. 어메
리칸의 현실입니다.

남부어가 다르고, 동부어가 다르고, 미국내에서만 방언이 열 개가 넘는데 도대체 미국
사람들은 어떻게 의사소통을 하고 있을까요? 이 책은 바로 세 번째, 즉 문장 내에서의
발음변화와 인터네이션(억양의 변화)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제가 더 공부하면서 소개를
하겠지만, 선생님의 방법론이 훨씬 더 효율적이고, 이 책은 겨우 이론적으로 이럴 것
같다는 가설에 불과한 편입니다.

우선 오늘은 미국 영어와 우리 한글의 차이점 중 하나인 강세어와 음절어의 구분입니다.
참고로 우리가 보는 각종 사전의 발음기호는 국제표준 기호이므로 영어를 위해 개발된
것이 아니란 것입니다. 우리가 전혀 경험해 보지 않았으니 미국사람들이 어떻게 줄줄
노래처럼 들리는 알파벳을 연속을 각 단어로 끊고, 의미구로 끊어서 이해를 하는지
알 수가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한글의 특성대로 영어를 듣고 이해를 할려고 하기
때문에 도무지 잘 안 된다고 하게 되는 것입니다.

즉, 한글은 음절을 끊어서 단어를 구분하는 방식이므로, 한 단어씩 끊어서 얘기하면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라는 실수를 하지 않게 됩니다. 반면에 영어를 강세어로
구분이 되기 때문에 우리가 아무리 끊어서 천천히 얘기해도 강세가 없으면, 표준억양
을 구사하지 않으면 미국 사람에겐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로 들려버리는 것입니다.

다시 쉽게 말씀 드리면, 우리는 "아버지가," 쉬고 "방에," 쉬고 "들어가신다,"고
하면 되는 반면에, 영어는 "They're sel(강세)fish,"라는 식으로 강세가 들어
가야 이해를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강세가 없거나 엉뚱한 곳에 들어가면
"They'll sell fish(강세),"라고 이해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천천히 그리고 단어를 꼬박 꼬박 끊어서 "They're," 쉬고 "sel," 쉬고 "fish,"
라고 해봐야 소용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아무리 천천히 영어를 반복해도 미국인이 못 알아듣는 이유입니다.
정리하면 강세어인 영어와 음절어인 한글의 차이 때문에 생기는 영어구사의 문제점
입니다. 그러면 질문이 있겠지요? 무슨 소리냐? 영어에도 음절이 있고, 영어사전에도
음절로 표기되지 않느냐는 것이겠지요? 다시 한번 말씀 드리지만, 발음기호는 국제
표준 기호이지 영어를 위한 기호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영어는 한 문장이
하나의 단어처럼, 한 숨에 말해지는 언어이기 때문에 말하는 도중에 쉬면서 하는
한글과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한글을 기준으로 하면 도무지 상상이 안 되는 한글과
영어의 차이점입니다.

우리가 구사하는 자음접변 등을 생각해서 다른 나라에도 같은 것들이 있지 않겠느
냐고 쉽게 생각할 수 있겠지요. 사람사는게 다 똑같지 뭐 별 게 있냐는 식의 단일
민족주의 한국의 결정적인 함정입니다. 당장 이웃나라 일본어에는 단어 사이에서
발생하는 발음의 변화는 없습니다.

다음으로 우리가 구별해서 말하지 못하는 단어중에 "r/l"이 있는데요. 미국사람은
왜 못 듣는 것일까요? 저희 귀에는 "r/l"로 다 구별되어서 들리는데 말이죠. 이건
vision에서 si부분을 션/젼이라고 우리는 구분해서 들리는데 미국인에겐 하나의
발음으로 들리는 것과 똑같은 원리입니다. 이건 우리 한글이 혀를 사용해서 발음의
변화를 일으키는 언어이고, 혀가 항상 공중에 떠 있기 때문에 구별해서 발음되는
것이지만, 미국 사람들은 혀가 항상 바닥에 떨어져 있기 때문에 같은 발음으로 들리
는 것입니다. 전혀 들어보지 못한 소리는 자기가 알고 있는 것으로 들리는 뇌의
특성때문이지요.

즉, 'r'은 혀가 입의 어디에서 닫지 않아야 하는 이 책의 기준에 의하면 반모음에
해당하는데 우리는 언젠가 혀천장에 닿아 버리면서 발음을 하기 때문에 미국 사람들의
귀에는 입천장에 닫는 소리 즉, 't'의 변형인 'd'처럼 들려버린다는 것입니다.
신기하죠? 우리귀엔 분명 'r'인 것처럼 들리는데 미국 사람들에겐 'd'로 들린다니
말입니다. 우리가 better를 베러라고 해도 미국 사람들은 표준발음인 베더r라고
듣는다고 합니다. 여러분의 귀에 들리는 대로 다른 사람의 귀에 들리지 않는다는 것,
특히 미국 사람들의 귀엔 다르게 들린다는게 정말 신기합니다. 경험해 보지 않았으니
저도 모르지만요.

이 책을 접하면서 제가 느낀 것은 정말이지 자신의 액센트, 영어 말버릇을 버리고,
열린 마음으로 선생님의 수업을 그대로 흡수하지 않는 이상, 여러분이 미국에서 10년을
살았건, 토플이나 토익 만점을 받았건 간에 미국 사람들은 여러분의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할 것이란 점을 아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상에서 오직 하나의 언어만 쓸줄 하는 사람
들이니까요. 훗.

마지막으로, 영어는 수영 등 운동과 같아서 이론으로 아무리 알고 있어봐야 들리지
않고, 말할 수가 없는 것이란 점입니다. 수영을 잘 하려면 수영장에 가서 물에 빠져보고,
허우적하면서 물도 먹고 하면서 배워야 하듯이, 영어도 공부만 하고 있어선 안 되고,
입을 열고 열심히 따라하시고 하셔야 잘 하시게 된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들 친구 중에,
혹은 회사 사원 중에서 영어를 가장 잘하는 사람을 목표로 하지 마시고, 우리의 선생님을
목표로 삼으셔서 열심히 공부하셔야 합니다. 미국 표준 액센트가 입에 익어서 안 배워도
구사할 수 있을 때까지 말이죠. 일년이 아니라, 이년, 십년이 걸리더라도 꼭 하셔야 하는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아이들의 영어를 목표로 하지 말고, 대학원 이상에서
전공을 심화하고, 거친 토론에서 살아남는 미국 주류사회를 목표로 해서 연습을 하셔
야 합니다. 선생님의 수업에서 문장을 외우는 것은 그것을 실제 말에서 쓰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히 액센트를 익히는데 적절한 각 길이의 문장을 통해서, 여러분
자신도 모르면서 몸에 익혀서 4박자에 익숙한 한글 구사습관에서 3박자 왈츠의 리듬을
몸에 익히게 해주는 것입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진보된 학습방법 진실이니까 여러분,
우리 열심히 해보자구요!

최재원 올림

참고서적) Cook, Ann, "American Accent Training," Barrons: NY, 2000.
        http://www.americanaccent.com
Comment '6'
  • ?
    오용준 2006.09.29 09:31
    [ snobkid@naver.com ]

    이 글에서 '선생님'이란 누구를 말하는 겁니까?
    책의 저자인가요?
  • ?
    최재원 2006.09.29 11:43
    [ saro@dreamwiz.com ]

    이 글은 원래 제가 공부했던 스피킹 영어 선생님 게시판에 올린 것인데, 다른분들께도
    도움되는 내용이 있어 중복게재를 했습니다. 이점 늦게나마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 ?
    박순백 2006.09.29 12:21
    [ spark@dreamwiz.com ]

    정말 좋은 글.
    다른 게시판 두 곳으로 복사했습니다.
    많은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듯.
  • ?
    반무영 2006.10.26 04:44
    [ mybahn@empal.com ]

    그냥 이방에 들어와서 글만 읽고 참여하지는 않는 과객같은 사람이지만 이 곳에서 글을 읽을 때마다 고마움을 느낍니다. 인터넷에서 글을 읽어도 허무하지 않고 따듯할 수 있구나하고 항상 고맙게 생각하며 좋은 글들 부탁합니다.
  • ?
    박준호 2006.10.26 23:11
    [ juhnpark@dreamwiz.com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참고 서적은 교보문고 와 영풍문고 에서 팔고 있군요.
    주말에 서점에 들러 봐야겠습니다. 교보문고가 좀 더 싸게 팔고 있군요.
  • ?
    송영웅 2006.12.01 11:41
    [ smuri@chol.com ]

    흠...참고로...국내에 판매한 지가 벌써 오래되어서...온라인에....떠다닌다는 사실.^^ 저작권 ..불법..생각하다 그냥 받아서 한 번 보았습니다. 참 좋은 정마로 좋은 교습법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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