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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2016.12.23 00:32

Top Ur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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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초년시절.

나는 수출입 업무를 보았다.

마침 회사에서 매우 큰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중요한 부품을 해외 파트너에게 보내서 수정할 일이 있었다. 시 분을 다투는 일이었다.

월요일 회의 후 특급 편으로 물건을 보냈다.

금요일 오후. 한 달 전에 온 파트너의 팩스를 체크 하는 도중 눈을 의심했다.

한 달 전 파트너가 사무실을 옮긴 것이다.

눈앞이 깜깜해 지면서 악! 소리도 나지 않았다.

떨리는 손으로 팩스를 보냈다.

 

Top Urgent!

“일주일 전에 먼저 주소로 물건을 보냈다.

이번 물건은 매우 중요한 프로젝트의 부품이다. 너도 잘 알고 있지?

빨리 먼저 사무실로 가서 찾은 다음 수리해서 보내라.”

 

앞으로 닥쳐올 상황을 어찌할까!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다. 홍콩을 갈까? 어쩔까…….

주오일제 근무하는 저놈들을 원망도 해보면서, 토요일 일요일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른다.

두려움의 중압감에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정말로 두려움에 자살하고 싶었다.

월요일 일찍 출근해서 아무것도 못 하고 팩스만 쳐다보다 오전을 보냈다.

 

팩스 도착!

“물건 잘 받았고 이번에 더욱더 기능이 향상된 부품이 함께 갈 것이다.

신제품을 받아 보면 매우 만족할 것이다!”

회색이었는데 세상이 순간적으로 총천연색 시네마스코프가 되어서 보이기 시작했다.

 

아들이 6살 정도 되었을 무렵이다.

네발자전거에서 보조 바퀴를 빼내고 두발자전거를 타게 하려고 봄날 오후 근처 초등학교에 갔다. 춥다고 집에 가고 싶다는 볼멘소리만 하고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지는 석양을 등 뒤로 하고 무서운 얼굴로

“만약 두발자전거를 타지 못하면 집에 갈 수가 없다. 알아서 해라!”

아이의 얼굴에서 두려움을 보았다.

진짜 젖 먹던 힘까지 발휘해서 성공했다.

한편 아이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진 안았는지 걱정도 했다.

나는 그 후로도 자전거 타던 날을 자주 들먹였다.

 

아들에게 교훈을 말해줬다.

1. 두발자전거 타던 날을 기억해라.

조금만 더 힘을 내면 극복할 수 있단다.

2. 아빠가 사회 초년시절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두 밤을 자고 나니까 모든 것이 잘 해결되었단다.

 

얼마 전 친구 “D"가 호출을 해서 만났다.

일을 본 후 아침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두어 시간 환담을 했다.

마지막으로 일어나기 직전 내가 친구에게 한마디 했다.

“우리는 대학 시절에 가난한 대학생이었지?”

친구가 조금 생각하고 대답을 했다.

“아니야, 남보다 풍족했었어!”

내가 간직한 수십 년 대학생활이 초기화가 되는 순간이었다.

 

돌아오면서 차 안에서 생각했다.

 

아! top urgent alone.........

 

오류뿐인 아빠가 너에게 무슨 교훈을 주겠니 알아서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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