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바보 아닌가?ㅜ.ㅜ - "재봉틀과 당근마켓"
나 바보 아닌가?ㅜ.ㅜ - "재봉틀과 당근마켓"
요즘 쓰레기장을 방불케하던 우리 집에서 버릴 물건들을 많이 찾았고 그것들을 버렸다.(비웠다.) 어떤 것들은 최근 몇 년간 사용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버리려니 그 물건에 담긴 추억이나 의미가 너무 강해서 마음이 아팠다. '약해지면 안 돼! 그럼 못 비워.'' 이렇게 독한 마음으로 집사람을 다독이며 서로 강해져 가면서 가차없이 버렸다.(하지만 어떤 건 버렸다가 되가져오기도 했다.-_-)
오래 전에 미국에서 산, 그러나 단 한 번도 실생활에서는 착용해 본 적도 없는 캘빈 클라인, 게스, 그리고 갭의 청웃도리를 버리려니 망설여지기도 했다. 그래도 안 입는 거라서 버렸다. 실제론 안 입었으면서 그걸 무슨 생각에 샀을까? 그건 이래서다. 내 젊은 시절, 청바지가 소위 청년문화를 상징하던 시절에 입고 싶었으나 당시 대학생의 용돈에 비하면 너무 비싸서 못 샀던 것이기에 산 것이다. 그것도 중년의 나이에 이르렀을 때 욕심이 생겨서 그걸 세 개나 샀던 것이다. 그런 식이었다. 우리 집엔 그런 물건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가전제품이나 취미생활 관련 개짓(gadtet) 중에도 그런 것들이 많았던 것. 옛 생각에 젖어 (추억을) 사놓고 결국 그냥 보관만 하던 미국 오베이션 사의 아다마스 30주년 한정판 같은 고가의 기타는 손녀딸에게 준 지 오래다.
이번에 버린 물건 중에는 비싼 프랑스제 퓨잡(Fusalp) 스키복들이 여러 벌 있었다. 매년 스폰서링을 받는 스키복이기에 웬만한 것들은 그게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줬는데, 이번에 버린 것들은 버리는 데 급급한 시점이어서 눈물을 머금고 버렸던 것이다. 그게 무려 퓨잡과 독일제 보그너(Bogner) 제품들도 끼어있었던 것이다. 한 벌에 300만 냥 이상인 것들도 포함된... 이 스키복들은 미리 남들에게 주지도 못 했는데, 그 이유는 그것들만은 왠지 아까워서 끼어안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버리는 길에 당장 버리잡시고 이번에 처리한 것이다.ㅜ.ㅜ 스폰서링을 받아 딱 한 시즌씩만 입었던 고급 스키복들이다. 두 브랜드는 레트로 패션을 지향하는 것들이라 시즌에 따라 유행을 타는 제품들도 아니었는데...
그런 일들을 계속하던 오늘 모우터로 작동하는 브라더 미싱(재봉틀) 하나를 버려야했다. 모자 만들기 취미를 가진 집사람이 구입하여 한동안 사용했던 물건이다. 수위실에 문의하니 그건 큰 케이스에 담겨있어서 덩치가 있으니 재활용센터에 전화해서 돈 주고 가져가라고 해야한단다. 그래서 그렇게 하려고 했다. 그러다가 생각난 것이 인터넷 중고시장인 당근마켓이었다. 거기에 "무료 나눔"으로 올리면 필요한 사람이 가져가서 잘 쓰게 될 것이란 생각이 뒤늦게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걸 무료 나눔으로 올리고 선착순으로 드리겠다고 했는데 정확히 4초만에 한 분이 가져가겠다고 연락이 왔다. 댓글 창에 우리 집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어주고, 빨리 가져가시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잠시 다른 일을 하다가 당근마켓 알림이 와서 대화창을 보니 "언제 갈까요?"라고 묻는다. 그래서 바로 오셔도 된다고 했다. 그분은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고계셨다. 그런데 그분이 묻는다. "주소는요?" 그래서 "아까 전화번호와 함께 알려드렸는데요?"라고 하니 "그게 없는데요?"라는 답장이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전화번호를 다시 알려주고 전화해 달라고 하여 주소를 다시 알려드리고 우리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우리 집을 찾아오는 법도 자세히 알려드렸다. 14:10에 와서 가져가겠다고 하여 그러라고 했다.
다시 다른 일을 하다가 또다른 당근마켓 알림이 왔기에 읽어보니 "오후에 가면 되겠지요?"란 대화가 떠있다. 생뚱맞은 반복 질문이기에 답을 하려다 보니 뭔가 이상하다. 그래서 대화창의 윗부분을 보니 오기로 한 분과 다른 분이고, 이분의 대화창에 내가 썼던 주소와 전화번호가 있는 게 아닌가?ㅜ.ㅜ 이분이 선착순 1번이었던 거다.
알고보니 14:10에 온다는 분은 거의 동시각에 신청한 네 분 중 한 분이고, 내가 선착순 1번과 대화를 마친 직후에 "시간차 공격(?)"을 한 분이었다. 그런 착각으로 선착순 2번이 미싱을 가져가게 되었고, 난 1번에게 연락하여 심심한 사과의 뜻을 전했다. 순전히 내 실수이고, 정말 죄송하게 되었다고 머리를 조아렸다. 최근에 미싱학원에 다니며 그걸 구입할 단계에 이르렀다는 상대는 마음아파하면서 내 사과를 받아들여 주셨다.ㅜ.ㅜ
당근마켓도 제대로 써 본 사람이 쓰는 거란 걸 알았다. 두 번째부터는 이런 실수가 없을 것이나 첫 번부터 묘한 적시타(?)를 쳤다. 난 바보다.ㅜ.ㅜ
♥ 이 글을 추천한 회원 ♥
피그말리온번호 | 분류 | 제목 | 이름 | 날짜 | 조회 수 | 좋아요 | |||
---|---|---|---|---|---|---|---|---|---|
2859 | 사는 얘기 | SNS나 홈피에 글쓰기를 좀 덜하고자 하는데... 쉽지 않다. | 박순백 | 2022.01.23 | 44042 | 0 | |||
2858 | 여행 후기 | 시카고의 볼거리, 먹을 거리 안내, 샴페인 촌놈 버젼 ^^ 9 | 김용빈 | 2007.05.30 | 31487 | 1123 | |||
2857 | 문화 | 영화 공범자들을 본 후에 쓴 후기이자 반성문.-_- 25 | 박순백 | 2017.08.16 | 17958 | 18 | |||
2856 | 사는 얘기 | 인테리어 일곱/여덟/아홉 째 날(마지막 날) 9 | 신명근 | 2007.12.05 | 16367 | 862 | |||
2855 | 잡담 | 영화 승리호에 아역배우로 출연하는 손녀 박예린 2 | 박순백 | 2020.08.27 | 14374 | 1 | |||
2854 | 사는 얘기 | 인테리어 넷/다섯/여섯 째 날, | 신명근 | 2007.12.04 | 13140 | 640 | |||
2853 | 작은 정보 | 미국 로스쿨 입학시험(LSAT)과 미래의 한국 변호사 13 | 최재원 | 2007.11.02 | 11199 | 880 | |||
2852 | 사는 얘기 | 미국 변호사 시험을 마치고 2 | 최재원 | 2006.08.03 | 10873 | 1049 | |||
2851 | 작은 정보 | 미국 로스쿨 학제, JD/LLM/SJD가 뭐에요? 2 | 최재원 | 2006.08.05 | 10532 | 979 | |||
2850 | 여행 후기 | 전남 고흥의 “마파도” 얘기 20 | 박순백 | 2006.08.08 | 10499 | 616 | |||
2849 | 축하 | 고모와 이모의 생물학적 촌수 4 | 안동진 | 2006.03.07 | 8833 | 989 | |||
2848 | 문화 | 앞서 갔던 전자 카페(e-Cafe) 6 | 박순백 | 2006.01.25 | 8264 | 866 | |||
2847 | 잡담 | 복사한 CD는 원본 CD 보다 정말 음질이 떨어질까요? 13 | 임형택 | 2005.07.25 | 8218 | 807 | |||
2846 | 사는 얘기 | 코타키나발루 [2/2] 13 | 남재우 | 2006.01.10 | 8041 | 695 | |||
2845 | 공지 | <font color=green>예전 게시판 - 붓 가는 대로 3(05/07/22까지 사용)</font> | 박순백 | 2005.07.25 | 8018 | 832 | |||
2844 | 단상 | 통풍 유감 8 | 안동진 | 2008.03.03 | 7870 | 837 | |||
2843 | 여행 후기 | 샌프란시스코의 도로는 위험하다 7 | 안동진 | 2006.09.27 | 7816 | 1052 | |||
2842 | 사는 얘기 | 코스트코에 처음 가 본 촌놈 48 | 박순백 | 2014.06.18 | 7455 | 0 | |||
2841 | 사는 얘기 | 오미자 엑기스 추출 후의 건더기 재활용 | 박순백 | 2011.11.18 | 7405 | 16 | |||
2840 | 사는 얘기 | 붉은 왕조의 여인들, 모택동의 화려한 성생활 까발리기... | 안중찬 | 2011.01.23 | 7232 | 8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