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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2020.09.07 11:05

장태화의 요람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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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화의 요람뮤직

 

 

장태화는 예인(藝人)이다. 노래하는 사람이고, 기타, 우쿨렐레(ukulele), 그리고 키보드 등을 연주하는 연주가이고, 또 노래를 만드는 작곡가이다. All that song, 음악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재주꾼이다. 

 

전에 작은 음악회에서 노래하고 연주하는 걸 몇 번 본 일이 있고, 또 독실한 신자이기도 한 그가 교회를 위한 찬양 행사 등에서 수고한다는 걸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악기점을 열고, 음악 강습을 한다는 건 모르던 일이다. 그러다가 페이스북에서 그가 스타필드 고양 건너편 e편한세상 주상복합아파트 2층에 요람뮤직 고양삼송역점이란 두 번째 샵을 열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요람뮤직은 음악을 가르치고, 음악을 생산하고, 악기를 판매하는 곳인데, 악기 수입과 제작까지 한단다. 

 

삼송역점이라면 집사람(고성애)의 고향(故鄕)과도 같은 고양(高陽) 삼송동에 있는 것이다. 집사람과 파주에 볼 일이 있어서 가는 길에 삼송동의 고양고등학교를 들러보기로 했으니 함께 들를 수 있는 곳이다. 앞서의 글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집사람이 그곳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그 당시에 살던 곳이 삼송동(전 고양군 삼송리)이고, 집은 당시의 고양농업고등학교 내의 교직원용 사택(社宅)이었다. 그러니 그곳은 집사람의 어린시절 추억을 오롯이 담고있는 곳이다. 페이스북 친구 김바람 님이 알려주시길 삼송역 로터리 부근의 6차선 넓은 도로는 작년(2019)에 완공되었다는데 내가 집사람과 그 학교에 처음 들러본 2000년대 초반까지만해도 논밭길 중간의 차도였다. 

 

고양고등학교를 나와 거기서 1km 이내일 듯한 곳에 스타필드 고양과 e편한세상 주상복합아파트가 있었다. 길을 떠나기 전에 미리 들르겠다는 전갈을 못 했고, 불쑥 샵에 들어서겨고 했는데 샵을 못 찾아 전화를 한 후에 들를 수 있었다. 요람뮤직 삼송역점은 아주 깔끔하고도 세련된 인테리어를 한 멋진 샵이었다. 밖에서 보면 작은 화랑의 분위기. 내부의 한 쪽 벽을 장식한 신미식 작가의 우쿨렐레 흑백사진들이 그곳의 분위기를 화랑처럼 만들어주고 있었다. 처음엔 그걸 기타를 촬영한 걸로 보실 분들도 계시겠으나 자세히 보면 줄이 네 개인 하와이에서 비롯한 악기, 우쿨렐레이다. 작고 앙징맞은 크기라 사람들은 그걸 악기라기보다는 장난감처럼 여기지만 그건 엄연한 하와이의 민속악기이다. 

 

내가 열심히 기타를 치던 대학시절에 우쿨렐레를 독학으로 배웠었는데 그건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또랑또랑 매우 큰 음량을 내던 신기한 악기였다. 요즘엔 기타 줄 등을 기본음에 조율할 때 전자적인 반자동 혹은 전자동 튜닝기를 사용하니 매우 편하다. 하지만 당시엔 금속제의 피치 파이프(pitch pipes)란 일종의 조율피리를 불어 줄을 맞췄다. 그래서 난 기타(E, A, D, G, B, E)와 우쿨렐레(G, C, E, A)를 위해 두 개의 피치 파이프를 사용했었고, 그게 지금도 우리집 서랍 속에 있다. 

근데 요람뮤직에서 장태화 선생이 벽에 걸린 우쿨렐레를 꺼내 연주하는데 그 소리가 내가 알던 우쿨렐레의 소리가 아니다. 전에 우쿨렐레를 포기하고 기타만 치게 된 이유가 우클렐레의 비(非) 프로페셔널한(?) 장난감스러운 소리 때문이었는데, 요즘의 우쿨렐레는 악기다운(?), 제대로 울림이 있는 맑고도 경쾌한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일단 만듦새가 확연히 달랐다. 요즘도 싸구려 우쿨렐레는 합판에 거칠게 칠을 해서 옛날 소리(?)가 난다는데, 요람뮤직에서 전시되고 있는 완성도 높게, 매우 아름답게 마무리된 우쿨렐레들은 맑은 울림을 가진 악기들이었다. 전형적인 모양의 작은 우쿨렐레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모양이 기타처럼 다양해 졌고, 크기도 3종 이상으로 많아졌다. 당연히 크기와 모양에 따라 소리가 달라진다. 그래서 큰 것과 작은 것의 소리를 함께 낼 수 있는 하이브리드형도 있다. 가장 큰 우쿨렐레는 아동용 기타보다 좀 작은 정도로 테너 우쿨렐레라 불리는데, 나와 집사람에겐 그 소리가 가장 좋게 들렸다. 그 악기를 프로가 연주하니 그 음악이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나보다도 집사람이 더 그것에 매료되었다.

 

요람뮤직은 길을 가던 중에 들른 곳인데, 장 선생의 간략한 강습 제안에 집사람이 응하는 바람에 결국 처음 목적지를 가는 데는 실패했다.^^ 오후를 다 요람뮤직에서 보내고, 그 부근의 봉추찜닭 식당에서 저녁까지 먹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돌아오는 차안에는 집사람이 들고 온 하와이의 힐로(Hillo, Hawaii)에서 제작된 빅 아일랜드(Big Island) 브랜드의 테너 우쿨렐레가 실려있었다. 집사람이 집에 돌아와 밤늦게까지 우렐레 교본을 보며 연습을 하더니 자정 부근에 몇 개의 코드를 익혀 노래하며 그걸 연주했다. 그리고 그걸 녹음하여 장 선생에게 보냈더니 장 선생이 “고 박사님은 우쿨렐레를 독학하셔도 되겠다.”고 답해 주셨다고 한다.^^ 물론 친절한 격려의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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