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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얘기
2018.09.27 14:58

추석에 가지는 새로운 감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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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1488 좋아요 0 댓글 1

* 2018/09/26(수)에 Facebook에 올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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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묘역의 잔디는 아직도 푸르러서 가을 분위기가 아니지만 주변의 코스모스 꽃들이 가을임을 알려준다.

 

이젠 추석에 느끼는 감정이 전과 다르다.

 

매년 추석이면 우리 가족들은 가족묘가 있는 여주 계림리의 박씨 정승공파 묘역에 간다. 이번 추석(09/24/월)에도 마찬가지였다. 올핸 친척 중에 아픈 분도 있고하여 친척집을 돌며 지내는 차례는 생략하고 곧바로 묘역으로 갔다. 일곱 시에 출발하니 여주로 가는 길은 전혀 막히지 않아 강동에서 여주까지 한 시간 20분 정도에 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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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사람이 아들네 식구들과 함께... 며느리는 허리를 삐끗해서 묘역에 오지 못 했다. — 함께 있는 사람: 고성애


가는 길에서 본 산들은 아직 노랗거나 빨간 물이 들지 않았으나 들판은 벌써 노랗게 변했거나 추수가 끝나 있었다. 그리고 길가엔 가을꽃 코스모스가 한들거린다. 청명하고도 높은 하늘을 보며 가을임을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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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게실 기둥에 있는 사마귀. 산중의 묘역이다보니 이런 생물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묘역에 이르니 그 주변 환경이 좀 바뀌어 있었다. 전처럼 종중회관 밀성재(나중에 "일옹재"로 바뀜)의 왼편 길을 차로 올라 묘역으로 향하는데 주차장을 조성한답시고 입구에 있던 많은 나무들을 베어내서 묘역 전체가 훤히 보인다.-_- 전처럼 안쪽에 있는 두 번째 묘역은 좀 감춰져 있다가 깊이 들어가면 비로소 묘역 전체의 모습이 나타나는 게 훨씬 좋은데... 종중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누군가의 미적 감각이 많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잘해 보려고 한 건 알겠지만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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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례를 지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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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예린이는 차례지내는 모습을 지켜보는 중이다. — 함께 있는 사람: 고성애  예린이는 얼마 전에 경동보일러 광고를 찍었는데, 그게 곧 방송이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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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차례는 남자들만 지내고...^^

 

일가들 중 가까운 친척끼리 모여 이쪽저쪽에서 차례를 지냈다. 그리고 일가끼리 모여앉아 차례 음식을 먹었다. 매년 보는 아이들이 일년 새에 훌쩍 컸고, 몇 년 못 본 아이들은 누군지조차 알 수가 없게 변해버렸다. 안타깝고도 섭섭한 일은 이제 연세가 많아진 사촌형수님들 중 거동이 불편한 분들이 못 오셨다는 것이다. 한 분은 병원에서 퇴원한 지 오래지 않아 못 오셨지만 다른 분들도 몸이 편찮아 못 오셨다는 것이었다.ㅜ.ㅜ 내가 초등학교 시절에 새색시로 시집을 오신 형수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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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례를 지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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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생의 며느리와 손자가...


내 아버님이 셋 째이셨는데, 사촌형들이 첫 째 집에 셋, 둘 째 집에 하나, 넷 째 집에 하나가 있다. 그 중 넷 째 집의 사촌형 하나(박순창)만 생존해 계시고, 내가 그 다음의 연장자가 되었다.-_-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아버님과 큰 아버님의 나이차가 크다보니 큰 댁 조카가 손녀를 보아 내겐 몇 명의 증손들까지 있는 정도가 되어 버렸다. 그렇게 세대가 더해지고 세월이 흘러가는 것이기는 하겠지만 왠지 허망한 기분이 들 뿐이다. 가을 바람에 밀려 흐르는 구름과 함께 가는 세월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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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례를 끝낸 후에 보도블럭 쪽의 그늘에 자리를 펴고 차례 음식을 먹을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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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례 음식을 차리는 중이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엔 갈 곳 없고, 의지할 데 없는 고아가 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특히 추억이 많은 명절이면 더 그렇다. 커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 나이 또래의 내 모습을 추억하게 되고, 그 때의 부모님의 모습과 그분들의 사랑을 되돌이켜 보게 된다. 부모님 살아생전에 더 잘 해 드리지 못 한 회한도 가슴을 때린다. 내리사랑이라니 우리 아이들에게라도 더 잘해주는 게 그분들의 사랑에 보답하는 길이란 생각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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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게실 앞에서... 오른편 위의 큰댁 손녀애는 오스트리아서 음악(클래식 피아노) 유학 중인데, 이번에 졸업을 하고 독일로 다시 유학을 갈 예정이라 한다. 친척 손녀 아이(Nara Sluiter) 하나는 결혼하여 네델란드에서 사는 중이다. 그 애의 엄마인 조카( 박화자 )는 24년간의 이민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서울에서 살고 있다. 이들을 보면 네델란드에서 재즈 음악 유학을 하고 계신 누빔 님과 그 멋진 아드님이 생각난다.^^ — 함께 있는 사람: 고성애Samir SluiterNubim Soyoung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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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묘역 주변이 온통 산초나무로 가득하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얼마전에 산초장아찌(www.facebook.com/drspark/posts/2220758374631878 )를 구입해서 먹어본 후에 이젠 이런 것도 알게되었다.ㅋ 묘역 주변에서 채취해 온 산초열매로 나중에 간장장아찌를 담았다. 구글에서 검색한 레시피 대로 만들었는데 냄새가 가존에 구입한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 2주 후에 간장을 다시 다려 부을 예정이다. 그 후에 약간만 더 숙성해서 먹으면 된다고 한다.


가을은 많은 걸 돌이켜보게 하고, 많은 걸 느끼게 하며, 반복된 일상의 다르지 않은 일로부터도 새로운 걸 깨닫게 한다. 이제 길었던 추석 연휴가 저물어 간다. 성급함 때문에 뭔가를 기다리는 게 힘들었던 어린시절을 지나, 기다림 중의 기쁜 기대감으로 충만했던 젊은 시절을 보냈고, 이젠 기대감은 커녕 지나가는 하루하루가 안타까운 시절을 맞이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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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저기 모여 앉아 차례 음식을 먹는 친척들. 우리 일가는 벌써 음식을 다 먹고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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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카네 가족들이 휴게실에 모여 앉아 차례 음식을 먹는 중이다. — 함께 있는 사람: 박화자박동근,Myung-Ja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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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카네 가족들. 그 댁의 고 (박)순경 형님이 교육자이셨기에 자손들이 대부분 교육계에서 일했거나 하고 있다. — 함께 있는 사람: 박화자Myung-Ja Park박동근Samir Sluiter,Carla Slu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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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극성맞았던 어린시절에 친척집 큰 과수원의 거대한 똥독(거름을 주기 위해서 조성한 가로세로 수 미터 정도의 큰 똥독임)에 빠진 나를 꺼내 살려주신 형수님이 계셨는데...^^; (고) 순경 형님댁의 형수님이 바로 그분이셨다. 그 4남매가 모두 모여 한 자리에서 사진을 찍었다. 네델란드에 살고 있는 손녀까지 함께 join. 앞서의 사진을 약간 다른 화각으로 좀 더 당겨 찍은 사진이다. — 함께 있는 사람: 박동근Myung-Ja ParkSamir Sluiter박화자Carla Sluiter


내일부터는 힘을 내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자.^^ 오늘까지는 감상에 젖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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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는 묘역 행사를 끝내고 퇴촌의 동생 집에 들러서 찍은 사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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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생네 집 마당엔 익어 떨어진 밤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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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을 따던 예린이는 8촌 동생인 수아와 함께 트램폴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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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램폴리닝은 즐거워.^ 예린이가 꽤 높이 뛰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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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마당과 뒤곁에 떨어진 밤을 주웠는데 한 버킷 가득이다. 대소쿠리에도 또 저 만큼의 밤을 더 주웠다. 저 버킷의 밤들은 아들네 거의 다 주고, 일부만 덜어왔다. 바로 삶아먹든지, 깨끗이 씻어서 냉동해 두었다가 삶아먹으면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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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묘역에서 차례를 지낸 후에 동생의 퇴촌 도예공방에 들러 아이들과 함께 밤을 주웠다.(딸 필요도 없이 나무에서 떨어진 밤을 줍기만 해도 좋을 정도로 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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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녀석은 작은 아버지 집에 들러 점심을 먹은 후에 코지마란 안마기에 누워 안마를 받고 있는 중이다. 여기저기 쑤신다고 하는 걸 보니 평소에 많이 무리를 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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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기한 코지마는 300만 원대의 제품이라고 한다. 위 사진의 제품은 Zespa란 것인데, 다나와 가격비교 검색을 하면 27만 원대의 가격이다. 그래도 성능은 아주 좋았다. 

 

Commen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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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r.Spark 2018.10.03 18:12 Files첨부 (1)

    동생 집에 제스파(Zespa) 다리/발 안마기가 있었는데, 그것도 해보니 아주 효과가 있고 좋았다.

    난 발꿈치에 문제가 있는지 그 부위만 좀 아팠는데, 자꾸하다보면 그것도 상황이 좋아지고 편해진단다.

    가격은 다나와 최저가격으로 27만 원 정도였다.
     

    DSC05148.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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