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간 혼자 살아보기
어제 오후 마다가스카르와 에티오피아로 아프리카 출사 여행을 떠나셨던 마느님(!)께서 귀국하셨다. 집사람이 출국하기 전엔 한도 끝도 없을 것 같던 24일이란 긴 시간이 어느 새 지나가 버린 것이다. 보라, 줄리 두 마르티스 애들을 돌보며 지내다 보니 기분상으론 일주일 정도 지난 것 같은데 그 세 배의 시간이 훌쩍 흘러가 버린 것이다.
'혼자 지내야 하니 일단 잘 먹어야한다.'고 생각하고 그간 잘 챙겨먹었더니 무려 5kg 정도 체중이 늘었다.-_- 수십 년을 60kg대를 유지했던 체중의 앞숫자가 7로 바뀌는 기적도 잠깐 경험했다. "혼자 지내면서 귀찮다고 굶지 말아라!"며 애틋한 정을 던져준 친구들에겐 의외의 일일 것이다.^^ 몇 번 혼자 스테이크를 구웠고, 안동찜닭 비슷한 치킨 요리를 했고, 아주 큰 밭솥으로 두 번 밥을 했고, 한 번은 간장으로, 또 한 번은 된장으로 국을 끓였다. 외식도 여러 번했다.
- 전엔 방콕이나 케냐를 거쳐 가던 에티오피아인데, 얼마전부터 에티오피아항공의 직항편이 생겼다고 한다. 그 덕에 12시간 걸리던 곳을 4시간을 절약하게 되었다고... 사진은 인천공항의 키오스크에서 집사람의 귀국편인 ET672에 관한 정보를 검색한 것이다. 원래 16:45 도착편인데 그게 무려 45분이나 일찍 도착하는 것으로 나왔다가 16:13에 도착한 것. 짐은 6번 수취대에서 찾고 B 게이트를 통해 나온다는 정보가 보인다. 왼편의 입국 과정 전체가 보이기는 하지만, 승객이 어느 단계에 있는가까지 알려주지는 못 한다.
집사람이 있었으면 그 등쌀에 많이 못 마셨을 콜라도 세 박스나 사다 마신 후 증거인멸을 했고, 3주간 생겨난 수많은 쓰레기들 중 부패할 가능성이 있는 음식물 쓰레기만 두 번 가져다 버리고, 작은 건 화장실을 통해 투척했다. 그외의 비닐봉지며 과자봉지나 종이포장지 혹은 해체된 박스 등의 쓰레기들이 부엌에 산을 이루었다. 겨우 3주 정도를 혼자 산 건데 무슨 쓰레기가 이렇게 많이 나왔는지...-_-그것들은 밀리는 길을 헤쳐 집에 돌아온 저녁 때 즈음에 집사람이 바로 치웠다. 계속 신고 쌓아놓기만 했던 양말들은 막판에 한 번 세탁을 해 말려놨고, 쓰고 던져놓아 쌓이기만 한 수건들을 제외하니 그건 딱 하나 남았으며, 몇 켤레의 양말과 내복 등은 집사람의 귀국을 기다리고 있었다.
집사람은 이번 여행 중에 다른 때보다 3배 정도 많은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사진을 많이 찍은 날은 어깨가 쳐지고, 다리가 땅겨 움직일 수 없었으며, 팔이 아파 손을 들어올리기 조차 힘이 들었다고 한다. 짧은 기간(?) 동안에 너무 많은 사진을 찍어서인지 집사람의 캐논 5DS 카메라가 두 가지 고장까지 일으켰는데, 그래도 어찌어찌 사진은 찍을 수 있었노라고 한다. 결국 서브 카메라를 하나 챙겨다녀야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가볍고도 성능이 좋은 소니 알파7R Mark III를 구입할 예정이다.(아주 급하지는 않으니 다음 버전으로 구입할지도...)
- 소니 알파7R Mark III는 현재 시장에 나와있는 풀 프레임 카메라 중 최고의 작품이라고 할 것이다. 이 카메라 이상의 기능을 가진 카메라는 없다.
미러리스 카메라여서 가볍고, 덩치도 작으니 그 장점 또한 크다. 이 카메라 바디에 24~105mm 렌즈 하나만 추가하면 이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서브 카메라가 될 것이다. 기능을 생각하면 이것이 메인 카메라가 되어야 하지만, 집사람이 현재 가지고 있는 카메라와 많은 렌즈들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메인을 캐논으로 가져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 오후 한 시 42분인데, 여독에 지친 집사람은 아직도 잠에서 깨어나지 못 하고 있다. 혼자 먹기 싫은 나는 점심은 커녕 아침도 안 먹은 채로 카푸치노 한 잔만 마시고 집사람이 일어나길 기다리다가 토요일 한낮에 이르렀다.^^
추석에 고향에 가시는 분들은 즐거운 여행을 하시기 바라고, 이 글을 읽는 분들 모두가 멋진 추석 명절을 보내시기 바란다. 부모님 두 분이 안 계시게 된 후엔 두 동생이 있고, 친척들이 있기는 해도 왠지 고아가 된 것 같은, 의지할 데가 없어 생기는 외로움이 느껴지곤한다. 명절이면 찾아오는 가을스러운(?) 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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