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마리아 여사의 아들 안중근에게 보낸 감동스러운 편지 내용을 다시 보면서....
어제 8/15 광복절을 맞아 인구에 회자된 "사형집행을 앞둔 안중근 의사에게 보낸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의 편지" 내용은 정말 감동스럽습니다.
"네가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을
불효라고 생각하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진 것이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건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것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딴 맘 먹지말고 죽으라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다
아마도 이 어미가 쓰는 마지막 편지가 될 것이다
너의 수의를 지어 보내니
이 옷을 입고 가거라
어미는 현세에 재회하길
기대하지 않으니
다음 세상에는
선량한 천부의 아들이 되어
이 세상에 나오거라"
이 글은 실제 기록으로 남겨진 건 없고, 구설이라고 합니다만 그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안 의사의 부모님들도 보통 사람들이 아니거든요. 안중근 의사를 생각하면, 어릴 적에 읽은 동화 속에서 제게 깊은 감명을 준 사자성어가 생각납니다.
바로 백세청풍(百世淸風). 안중근의 고향 해주에서 그곳 출신의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바로 그 사자성어입니다. 황해도 해주에 수양산이 있고, 안중근은 그 기슭의 광석동 출신입니다. 근데 그 수양산이 바로 백이숙제의 "백세청풍 비석"이 세워져있는 곳입니다.
"百世淸風"이라 함은 "영원한 맑은 바람"이라는 뜻으로, 오랫동안 사표(師表)가 될 만한 사람을 일컫기에 어린 시절의 응칠(應七, 안중근의 아명)은 부모님이 말씀해 주신 백세청풍 정신으로 큰 것이라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의롭게 세상을 떠나신 후에 우리 한민족의 사표가 되셨지요.
앞서 언급한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가 참 대단한 분이십니다. 흰백 자에 내 천 자를 쓰기에 원래는 "백천(白川)"이라 읽어야하는데, 성을 표기할 때는 그걸 "배천 조씨"로 읽는,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 조마리아 여사. 안 의사의 기개는 어머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입니다.
안중근의 아명을 응칠로 한 것은 "북두칠성의 기운에 감응"하라고 부친인 안태훈이 지어준 것이라는데 재미있는 건, 안중근의 가슴과 배에 실제로 일곱 개의 점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응칠이란 이름을 지어준 것이고요.(이건 안 의사께서 직접 쓰신 글 중에...) 백세청풍의 정신으로 사는 사람들이 드문 현재, 북두칠성이 점지한 그 응칠의 기개가 그립습니다.
몇 년 전 중국의 여순감옥 자리에 가서 안 의사가 수감되었던 그 좁은 방을 들여다 보며 정말 가슴이 아팠었습니다.ㅜ.ㅜ 그 여순 감옥 부근 북쪽에 짓고 있는 아파트가 보였는데, 거기가 오래 전에 여순감옥의 수감자들 중 사형 당한 사람들을 묻었던 야산이라고 하더군요. 바로 안 의사의 시신이 묻혔을 바로 그곳입니다. 이미 그 묘지가 훼손되어 안 의사의 시신을 찾을 길이 없다고 하는 얘기에 이르러서는 정말 기가 차고 복장이 터지겠더군요.ㅜ.ㅜ
안 의사는 자신이 죽고, 광복이 되면 자신의 시신을 고국에 묻어달라고 했다는데...ㅜ.ㅜ
번호 | 분류 | 제목 | 이름 | 날짜 | 조회 수 | 좋아요 | |||
---|---|---|---|---|---|---|---|---|---|
2859 | 사는 얘기 | SNS나 홈피에 글쓰기를 좀 덜하고자 하는데... 쉽지 않다. | 박순백 | 2022.01.23 | 44042 | 0 | |||
2858 | 여행 후기 | 시카고의 볼거리, 먹을 거리 안내, 샴페인 촌놈 버젼 ^^ 9 | 김용빈 | 2007.05.30 | 31487 | 1123 | |||
2857 | 문화 | 영화 공범자들을 본 후에 쓴 후기이자 반성문.-_- 25 | 박순백 | 2017.08.16 | 17958 | 18 | |||
2856 | 사는 얘기 | 인테리어 일곱/여덟/아홉 째 날(마지막 날) 9 | 신명근 | 2007.12.05 | 16367 | 862 | |||
2855 | 잡담 | 영화 승리호에 아역배우로 출연하는 손녀 박예린 2 | 박순백 | 2020.08.27 | 14374 | 1 | |||
2854 | 사는 얘기 | 인테리어 넷/다섯/여섯 째 날, | 신명근 | 2007.12.04 | 13140 | 640 | |||
2853 | 작은 정보 | 미국 로스쿨 입학시험(LSAT)과 미래의 한국 변호사 13 | 최재원 | 2007.11.02 | 11199 | 880 | |||
2852 | 사는 얘기 | 미국 변호사 시험을 마치고 2 | 최재원 | 2006.08.03 | 10873 | 1049 | |||
2851 | 작은 정보 | 미국 로스쿨 학제, JD/LLM/SJD가 뭐에요? 2 | 최재원 | 2006.08.05 | 10532 | 979 | |||
2850 | 여행 후기 | 전남 고흥의 “마파도” 얘기 20 | 박순백 | 2006.08.08 | 10499 | 616 | |||
2849 | 축하 | 고모와 이모의 생물학적 촌수 4 | 안동진 | 2006.03.07 | 8833 | 989 | |||
2848 | 문화 | 앞서 갔던 전자 카페(e-Cafe) 6 | 박순백 | 2006.01.25 | 8264 | 866 | |||
2847 | 잡담 | 복사한 CD는 원본 CD 보다 정말 음질이 떨어질까요? 13 | 임형택 | 2005.07.25 | 8218 | 807 | |||
2846 | 사는 얘기 | 코타키나발루 [2/2] 13 | 남재우 | 2006.01.10 | 8041 | 695 | |||
2845 | 공지 | <font color=green>예전 게시판 - 붓 가는 대로 3(05/07/22까지 사용)</font> | 박순백 | 2005.07.25 | 8018 | 832 | |||
2844 | 단상 | 통풍 유감 8 | 안동진 | 2008.03.03 | 7870 | 837 | |||
2843 | 여행 후기 | 샌프란시스코의 도로는 위험하다 7 | 안동진 | 2006.09.27 | 7816 | 1052 | |||
2842 | 사는 얘기 | 코스트코에 처음 가 본 촌놈 48 | 박순백 | 2014.06.18 | 7455 | 0 | |||
2841 | 사는 얘기 | 오미자 엑기스 추출 후의 건더기 재활용 | 박순백 | 2011.11.18 | 7405 | 16 | |||
2840 | 사는 얘기 | 붉은 왕조의 여인들, 모택동의 화려한 성생활 까발리기... | 안중찬 | 2011.01.23 | 7232 | 8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