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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두물머리에 집사람과 함께 갔었다. 북한강과 남한강의 두 물(양수)이 만나는 자리인 두물머리의 강은 하얗게 얼어붙어 있었다. 그 풍경이 얼마나 좋았던지 집사람과 함께 "계절마다 여기에 와 보자!"고 했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간에도 두 번 그곳에 갔었다. 얼마 전에 갔을 때는 봄이라 벚꽃과 산수유, 그리고 목련은 피어있었으나 두물머리의 상징인 400년된 느티나무는 잎이 전혀 피지 않은 벌거숭이 그대로였다. 강을 뒤덮고 있던 얼음이 풀려 푸른 강물이 보였지만, 그 외의 다른 풍경은 봄의 그것이 아니라 겨울의 모습 그대로였던 것이다. 

 

그래서 봄의 두물머리를 보러 가자고 했다. 그랬더니 집사람은 싫다고 한다. 사진 찍을 환경이 아니라는 것이다. 금요일의 날씨는 주말의 비가 예보되는 가운데 좀 흐린 날씨였기 때문이다. 차라리 비가 오면 가겠다고 한다.-_- 그럼 비오는 분위기의 사진이라도 찍겠지만 어정쩡한 상태에서는 사진이 별로 안 좋을 것이라는 논지.ㅜ.ㅜ 집사람이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다 보니 이젠 그 나름의 의견이 강해졌다. 난 다큐적인, 저널리즘 포토에 치중하는 사람이라 사진 찍는 환경에 대해서는 큰 신경을 쓰지 않는데...

 

하여간 안 가겠다는 사람에게 사진 숙제를 핑계로 가자고 했다. 집사람은 요즘 한옥 관련 사진 과제물을 많이 찍어야 한다. 그래서 두물머리가 아닌 다산(茶山)유적지의 다산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이 태어난 한옥( 당호 여유당/與猶堂)의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보자고 했다. 그랬더니 카메라를 챙겨 따라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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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긴 팔당댐 부근인데, 가는 길에 보니 대체로 6월 가까이되어야 꽃을 피우는 아카시아의 꽃이 만발했다.

 

미사리의 길 옆에 그렇게나 아카시아 나무가 많은지 처음 알았다. 온통 길가의 나무가 새하얗다. 요즘 우리 나라의 가로수로 이팝나무가 많이 식재되었기에 요즘 가로수에 핀 새하얀 꽃을 본다면 그건 무조건 이팝나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이다. 하지만 미사리쪽엔 이팝나무는 없었지만 이팝나무보다 훨씬 큰 아카시아 나무가 온통 하얀 꽃으로 덮여있었던 것이다. "아카시아 꽃잎 필 때"란 아주 오래된 영화가 생각난다. 신영균이 주연한 독립운동과 관련한 영화였다.

 

 

아, 역시 인간의 기억이란 믿을 수가 없다. 1962년작의 이 영화의 끝 부분에 대한 내 기억이 또 다른 영화와 믹스가 되어 버린 것 같다.ㅜ.ㅜ 난 이 영화의 결말 부분이 '아카시아가 필 무렵에 독립운동에 전념한 그를 오판한 독립군이 그를 사형에 처하는데, 안타깝게 죽어 가는 그가 올려다보는 나무에 아카시아꽃이 그득했다.' 는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근데 위의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화면을 대충 훑어보니 그게 아니다. 내가 본 다른 아카시아꽃이 나오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과 위 영화의 결말 부분을 머릿속에서 합쳐버린 것이다.ㅜ.ㅜ 오해로 사형 당하는 그 영화에서도 신영균이 주연을 했었는데... 초등학교 시절, 내 나이 열 살에 본 영화인데 그걸 기억하지 못 하다니...-_-

 

- Spark: 위와 같이 쓰고, Daum.net에서 이 영화의 시놉시스를 보니 "그 여인은 아카시아 꽃이 필 때면 해마다 무덤을 찾는다. 그녀는 왕년의 연합군 첩보원이었다. 어느날, 왜경에게 쫓기던 독립군의 한 청년이 그녀의 집으로 피신하게 되었다. 그녀는 그에게 길 안내를 부탁한다. 그는 막대한 돈을 받기로 하고 그녀의 길잡이가 된다. 그러나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에는 정작 중요한 비밀문서를 잃어버렸다. 그래서 그에게는 총살형이 선고된다. 그 동안에 정이 든 그녀는 그의 구명을 위하여 백방으로 노력하고 그리하여 그녀가 형의 집행정지 명령을 받고 형장에 달려갔을 때는 이미 그의 총살이 집행된 다음이었다. 그 무렵에도 아카시아 꽃이 만발해 있었다."라고 쓰여 있다. 그럼 내 기억이 맞는 것인데, 왜 위의 유튜브 영화를 중간중간 클릭해 가면서 훑어보니 영화의 끝부분이 내 생각과 다르게 나온 것인지?(나중에 찬찬히 영화 전체를 봐야겠다. 남자 주인공이 살아있는 영화의 끝부분은 회상 장면이었던 듯하다. 참조: http://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21803 )

 

오래 전에 새로 생긴 양평으로 향하는 터널이 아니라 위 사진의 팔당댐 옆 옛길로 가다가 능내역 부근의 자전거 도로를 가로 질러 다산유적지로 향했다. 그리로 가는 길은 원래 능내역 옆길을 지나가다가 오른편으로 가야하는데, 첩경을 택한 것이다. 

 

다산유적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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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유적지 주차장에 걸린 배너들. 역시 다산 정약용과 실학 관련 배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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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16일부터 7월 15일까지 다산유적지내 실학박물관에서 "정약용 열수로 돌아오다"란 전시회가 열린단다. 

 

잘 알려졌듯이, 열수(洌水)와 다산은 정약용 선생의 호이다. 그럼, 열수(호)에 대하여 열수로 돌아온다는 얘기는 뭔가? 다산은 원래 정약용 선생의 유배지인 전라도 강진군 단덕산의 별칭이다. 열수는 현재의 다산유적지인 마재마을 앞 한강(넓은 물/漢江)을 뜻하는 것이다. 정약용 본인은 이 열수란 호도 무척이나 좋아했다고 한다. 그러므로 현재처럼 정약용의 호가 다산으로 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고 하면, 이 제목은 "열수 정약용, 열수로 돌아오다."가 되었을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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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팻말은 다산길이란 트래킹 코스에 대한 안내판인 듯하다. 우린 위 약도의 남한강자전거길 시점에서 하늘색 도로를 통해 위의 빨간색 현위치(주차장)에 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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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팻말에 현위치라고 표시된 곳 바로 오른쪽에 있는 "다산유적지/다산 문화의 거리" 게이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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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차장에서 길을 건너오면 화강석이 깔린 넓은 공터가 나온다. 정자가 저 앞에 하나 보이고, 왼편엔 화강석에 다산이 저술한 각종 서적이 하나씩 새겨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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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공터 옆에서부터 다산 문화의 거리가 시작된다. 중앙 오른편에 보이는 건물이 다산문화관이다. 말하자면 다산박물관인 셈. 또하나의 박물관인 실학박물관은 이 문화의 거리 끝 오른편에 따로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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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양주시가 2018년을 "정약용의 해"로 선포했다고 한다. 

 

우린 문화의 거리 시작 부위의 오른편으로 보이는 다산 생태공원 쪽으로 가 보기로 했다. 다산유적지는 과거에 서너 번 정도 와 본 일이 있지만 그간에 생태공원이라는 것이 있는 것은 알지 못 했기 때문이다.(이곳엔 차로도 오고, 자전거를 타고 오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쪽을 향한 가장 큰 이유는 집사람이 과제고 찍어야할 한옥이 하나 보였기 때문이다. 원래는 다산 출생지인 여유당을 찍으려고 했던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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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담이 있는 집이다. 특이하다. 돌을 쌓고, 그 위에 흙으로 토관과 기와를 중간중간에 채워가며 담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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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문은 이런 모양인데, 대문 기둥에 개인의 이름과 주소가 쓰여있는 것으로 보아 사저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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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밭에 들어가 한옥 사진을 찍고 있는 Dr. Kosa, a Photographer. 열심히 공부해서 "Dr. Kosa, the Shutterbug"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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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사람이 서 있는 밭은 놀랍게도(?) 도라지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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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보라빛과 흰빛의 도라지꽃이 피어날 것이다. 이 녹색의 잎에서 대단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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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까 본 한옥 뒤로 돌아들어 왔는데, 여긴 다산정원으로 불리고 있었고, 그 끝에 실학박물관으로 향하는 작은 길이 있었다. 원래는 다산 문화의 거리를 통해서 정문으로 들어가는데, 이 정원에서 연결되는 후문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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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정원 끝에 실학박물관과 다산 생태공원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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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가 왼편의 실학박물관이다. 전에 여기서 열리는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熱河日記) 관련 전시회 등에 와 본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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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른편의 생태공원으로 가는 길 옆엔 노란 애기똥풀이 피어있고, 그 뒤에 운치있는 담장이 보인다.(애기똥풀, 왜 그런 이름이 붙었을까? 저 꽃을 따서 으깨보기 바란다.^^ 그럼 건강한 아기똥의 색깔과 똑같은 색깔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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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태공원은 안내판도 멋지게 만들어 놨다. 환원염 소성을 한 검정색 전벽돌을 쌓고, 중간중간에 사각별 모양의 구멍이 뚫린 적벽돌을 끼워넣었는데, 별 모양의 구멍을 회를 개어발라 막았다. 센스있는 전통식 담에 현대적인 플라스틱제의 안내판이 붙어있었는데, 나름 괜찮았다. 디자인 개념으로는 온고이지신하는 기상을 표현하고자 했던 듯.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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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태공원에 들어와 보니 산책 길이 잘 정비되어 있고, 나무들도 아름드리라서 은근히 멋졌다. 정말 쉴 만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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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 전망대가 보인다. 오른편은 산책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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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이 쓴 문집, 여유당집을 상징하는 책 모양의 조형물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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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그 열수이다. 마재마을의 여유당 부근을 흐르는 한강. 이의 상류는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수되는 두물머리이다. 그리고 이곳의 물은 오른편 멀리 있는 팔당댐으로 인해 수위가 옛날에 비해 엄청나게 높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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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게소인데, 중간 오른쪽의 나무토막 같은 것들에는 다산의 책 제목을 적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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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편이 전망대인데 특이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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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식으로 오른편으로 올라가는 길도 있고, 아래 사진의 왼편 하단과 같은 왼편에서 올라가는 길도 있다. 계속 걸으면 중간에서 한 바퀴를 돌아 다른 입구를 향하게 된다. 산책길의 일부로 이 전망대를 만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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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특별한 전망대이다. 꽤 잘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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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보는 방식의 산책로 겸 전망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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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까 본 휴게실이 내려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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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호젓한 장소이고, 규모도 크다. 근데 중간은 좀 휑한 느낌이다.(그리로 들어가지 못 하게 금줄을 매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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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 전망대에 걸린 단 한 개의 자물쇠. 외로운 사랑의 증표이다.^^ 그 만큼 이곳, 다산 생태공원이 아직은 잘 안 알려진 곳이라는 걸 의미하고 있다. 

 

이 생태공원은 의외로 '또 와 봐야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불러일으키는 곳이었다. 다산유적지 부근에 이런 시설이 있다는 걸 처음 알기도 했지만, 시간이 날 때 이곳에 와서 돗자리를 깔고 쉴 만한 곳이 많았고, 또 이 한강변을 여유로이 산책하면 힐링이 되겠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생태공원을 떠나려니 아쉬운 기분까지 들 정도였다.^^; 하지만 여유당 한옥의 사진을 찍어야 할 집사람이 기다리고, 또 난 두물머리까지 갈 생각을 했기에 빨리 움직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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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다산 문화의 거리로 왔다. 

 

내가 좋아하는 조선시대의 두 인물은 둘 다 천재이다. 가장 좋아하는 이가 율곡 이이로서 조선 최고의 천재이고, 그 다음으로 좋아하는 이가 다산 정약용이다. 그래서 난 멀리 파주에 있는 이이의 유적인 화석정에 정말 수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갔었다. 그에 비하여 가까운 다산유적지는 몇 번 못 왔다.^^; 이젠 가끔 와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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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가엔 이런 쇠기둥이 열을 지어 서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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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멋지다. 목민심서 안의 중요한 문장 하나를 이런 식으로 쇠기둥에 투각을 해놨다. 중간의 글자들은 녹이 슬기도 했지만 사람들이 자꾸 밀고, 만져서인지 글자들이 연결되지 않고 끊어진 곳들이 좀 있었다. 보수해야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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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밤에 불을 밝히는 것인 듯하다. 안에 하루살이들이 많이 죽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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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곳엔 다산의 시비도 몇 개가 서 있었다. 그가 쓴 글 몇 편이 실려있다. 귀양을 갔을 때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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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 문화의 거리 화강석 바닥에 이런 내용이 새겨져 있다. 다산은 그가 약관 21세이던 1762년에 생원시에 합격했을 때 정조를 처음 만났다.

 

위당 정인보 선생은 "정조는 정약용이 있었기에 정조일 수 있었고, 정약용은 정조가 있었기에 정약용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이들의 만남은 흔히  "바람과 구름의 운명적 만남," 즉 풍운지회’(風雲之會)"로 불린다. 이 둘이 만나야 단비가 내린다는 것이다. 12년간 13차례의 수원행차에서 한강에 배다리(주교)를 놓고 건너게 한 아이디어는 정약용의 것이었으며, 수원 화성을 쌓을 때 거중기를 발명하여 정조로부터 당시 돈으로 4만 냥을 절약한 것에 대한 칭찬을 받은 것도 정약용이었다. 이런 정조의 각별하고도 과도한 총애로 인해 생긴 다산의 정적들로 인해 그는 18년간이나 유배 생활을 하기도 한다. 풍운지회로 인한 단비가 혁명가 정조의 이른 죽음으로 내리지 못 한 것은 참으로 가슴아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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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에 배다리를 놓고, 수원 화성을 만든 것은 정약용을 대변하는 두 가지의 역사적인 사실이다. 길 바닥에 새겨진 또 하나는 당연히 화성에 관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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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화성에 관한 설명문이 있는 길 반대편에는 그걸 축조할 때 사용한 거중기의 레플리카가 서 있었다. 거중기를 보면 정약용은 문필가이면서 내공이 깊은 학자일 뿐만 아니라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같은 발명가란 생각이 든다. 양쪽으로 각각 1/4의 힘으로 물건을 들어올려, 도합 1/8의 힘만 쓰게 하는 저 거중기가 없었더라면 그 짧은 시간에 화성을 축조할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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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여유당 사진을 찍자던 우리는 이런저런 일에 시간을 빼앗기는 바람에 17:50까지 딴 짓만 하고 있었다.^^; 근데 여유당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려면 다산문화관이 열렸을 때 가야하는데 문화관을 닫는 시각이 18:00이라고 한다.ㅜ.ㅜ 그리고 30분 전까지만 입장이 가능하단다. 그래서 일단 다산문화관  담벼락 쪽에 올라가 그 안에 있는 여유당의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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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 빨리 들어가서 저 건물의 사진을 찍었어야 하는 건데...ㅜ.ㅜ

 

그래도 이런 상황에 굴복할 우리가 아니었다. 일단 문화관 안으로 들어갔고, 누구도 제지하지 않기에 여유당 쪽으로 들어섰다. 안으로 들어가니 오른쪽에 보이는 것이 화성과 거중기의 미니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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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왼편 멀리 다산 정약용 선생 상이 자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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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른쪽 작은 산 위에 다산의 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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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유당(與猶堂)이 저 멀리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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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앞의 여유당은 문화관 폐장 시각이 되어 열려있던 방문을 닫는 중이었다.(현재는 방문 세 개만 하얗게 열려있는데, 원래는 그 오른편의 세 개도 열려있었던 것이다.) 근데 집사람이 "잠깐만요. 사진 좀 찍을 수 있을까요?"하고 외치자, 착한 관리인이 문을 닫다 말고 건물 오른편으로 돌아가 다른 일을 하시려는 중이다.(정말 착한 분이었고, 정말 죄송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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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시대엔 이 동네가 크지 않았을 듯하고, 이 동네에 이런 집이 몇 채 안 되었을 것 같다. 다산이 태어나는 바람에 이 동네가 성역화되고, 지금의 다산유적지로 발전하게 된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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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없어서 저 안으로 들여다 보이는 안마당엔 들어가 보지도 못 했다.(물론 예전에 여기에 왔을 때 들어가 본 일은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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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사람도 이렇게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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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편의 문이 정문이었던 듯.

 

그렇게 후다닥 사진을 찍고 내가 먼저 문화관 앞까지 가서 그 때까지도 여유당 부근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는 집사람에게 "빨리 나와, 나갈 시간이야!!!"하고 소리를 쳤다. 그랬더니 문화관 앞에 계시던 또다른 관리인 한 분이 "빨리 오라고 하시면 안 되죠. 급히 오시다가 넘어지시면 어떡해요? 천천히 오시라고 하세요."하고 웃으시는 것이었다.

 

세상에 저런 여유라니...^^ 감동이었다. 다산유적지에서 근무하는 분들이 무척 성실히 일을 하고 계심은 뭔가 반듯하고도 깨끗히 정돈된 유적지 전체에서 잘 느껴지고 있기는 했지만, 그 분들이 그렇듯 다정다감한 분들이라는 게 더 놀라웠다. 

 

두물머리로 향하다. 

 

다산유적지를 떠나 오면서 물어보니 집사람은 두물머리에 갈 생각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나도 되돌아갈까하는 생각을 좀 했는데, 그래도 거기까지 갔다가 되돌아오기가 아쉬워서 가보기로 했다. 우선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양수리 읍내의 식당에 들러 저녁을 먹고, 약간 어둑해지려는 시점에서 두물머리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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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겨울과 봄의 저 느티나무는 검은색 나무둥치와 줄기만 보였었는데 이제는 온통 푸르르다. 계절의 힘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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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쩜 이런 푸르름이란 말인가? 다시 맹렬하게 잎을 피워낸 느티나무가 대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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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은 물론 봄에 얼음이 풀렸을 때도 안 보이던 수초가 올라와 있고, 두물머리의 상징 중 하나인 돛배는 자리를 옮겨 다른 곳에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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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 카페 만경이 바라다보이는 곳도 노란 애기똥풀꽃이 보이고, 그 뒤로는 수초가 무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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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돛배만으로도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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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적한 기운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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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티나무 옆의 죽은 나무에 고양이가 한 마리 올라가 있다. 오른쪽 의자에 앉은 커플 중 여성이 휴대폰으로 그 사진을 찍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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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이 놈은 사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부르면 달려와서 내 다리에 제 몸을 부비기까지 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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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비슷한 풍경이지만 사각이 달라짐에 따라 변하는 사진이 재미있어서 여러 장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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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음판만 있던 이곳에 난 풀들이 신기해서(?) 괜히 셔터를 많이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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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음판이 있을 때는 당연히 저 물 위의 느티나무 반영이 없었다. 그래서 봄날의 풍경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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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만 사각을 바꿔도 풍경이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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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 만경과 가람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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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 가람은 불을 휘황하게 켜놨다. 사진엔 밝아보이지만 실제 이 때의 바깥 풍경은 상당히 어둑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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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항상 걱정하는 카페 공감. 사라지지 않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유독 장사가 안 되는 집. 손님이 있는 걸 보기가 힘들 정도이니...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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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고 보니 카페 공감은 있지만 그 왼편에 웬 "천연염색"집이 들어섰다.-_- 전엔 그곳도 카페였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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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트록스(Viltrox) LED 조명으로 불을 밝혀 집사람의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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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액자 속에 들어간 두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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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액자 속에 두물머리 느티나무와 돛배가 보인다. 벌써 멀리 양평으로 향하는 다리 위엔 가로등이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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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에 여러 번 왔어도 저 운치있는 의자에 앉아 쉬어본 일이 없다.-_- 뭐가 그리 바빴던 것인지??? 일 없는 여유있는 날에 와서 저기도 앉아보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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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찍은 사진과 달리 멀리 양평으로 향하는 긴 다리 위의 불빛이 끼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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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풍경까지만 보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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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와 함께 한 노랭이가 우릴 기다리고 있다.

 

그런 대로 재미있었던 금요일의 오후. 이번 일요일은 스파크골프클럽(SGC)의 춘계 정모가 안성에서 있다. 그래서 아침 일찍 집사람과 안성에 가서 정무공 오정방 고택, 덕봉서원, 그리고 안성향교의 세 고택(한옥)을 찍기로 했다. 그런 핑계가 아니면 집사람이 SGC 모임 폐회식(오후 한 시)에 동반하지 않을 듯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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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8 취미 밀크 티 마시기 file 박순백 2018.03.25 405 3
2607 취미 또다른 필 죤스(Phil Jones)의 작품을 만나다. 2 file 박순백 2018.03.22 612 0
2606 잡담 [Ye-Lyn] 굽네치킨 갈비천왕, 가수/MC 윤종신과... file 박순백 2018.02.28 525 2
2605 그래요. 전 불출이에요.-_- 5 file 박순백 2018.02.22 908 7
2604 잡담 문호리의 테라로사 서종점과 (또) 두물머리 file 박순백 2018.02.18 718 2
2603 잡담 [Ye-Lyn] LG DIOS 노크온 매직 스페이스 냉장고 file 박순백 2018.02.15 389 0
2602 잡담 한겨울의 두물머리 7 file 박순백 2018.02.13 667 5
2601 잡담 겨울의 능내역과 예술가의 집 넘버 나인 2 file 박순백 2018.02.12 489 0
2600 잡담 [Ye-Lyn] 미미월드의 똘똘이 편의점 file 박순백 2018.02.09 387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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