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밥은 얻어 먹고 다니냐??
표현은 정중하나 의미는 딱 그런 얘기, 즉 "요즘 밥은 얻어 (처)먹고 다니냐??"는 얘기를 몇 분이 내게 하셨다.^^; 집사람이 무려 24일간이나 아프리카 여행을 갔으니 밥을 제대로 먹고 있는가 궁금해서 하는 말씀들이다. 결론은 "잘 처먹고 지내는 중이다."라는 것이다.^^
집사람이 장기간 집을 비운 일이 실은 한두 번이 아니다. 아이들이 어린 시절에 나는 바빠서 함께 못 갔지만 세 식구가 한 달 여의 남미여행을 갔던 일이 있다. 그 때 혼자 마르티스 강아지 한 마리를 건사해 가면서 밥도 혼자 해먹고, 설거지도 잘 했으며, 빨래도 스스로 잘 해치웠던 것이다. 단지 설거지와 청소가 생각보다 힘든 일임을 알았고, 빨래는 세탁기로 한다고해도 빨래가 엉키는 게 문제란 걸 알게 된 것이 수확이었다고 할 것이다. 그래서 집사람이 귀국하기 전에 두 가지를 구입해 놨다. 하난 자동그릇닦이였고, 또 하난 당시에 새로 나온 신형 세탁기를 구입했던 것이다. 그 당시에 TV의 세탁기 광고에서 "빨래가 엉키지 않는다."는 얘기를 자꾸 하기에 그게 뭔소린가 했었는데, 그게 세탁기를 쓰는 주부들에게는 제대로 어필할 수 있는 광고 카피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집에 악악대는 마누라도 없으니 맘껏 놀다 들어가도 되겠다."는 소리를 했었는데, 그건 뭘 모르는 소리였다. 그 땐 집에 있는 나리란 어린 마르티스 강아지가 있어서 일만 끝나면 혼자 있는 그 애를 위해 집으로 달려가 밥주고, 똥오줌 치우고, 음악을 들으며 함께 놀아줬던 것이다.
근년에 이르러서는 집사람이 스키에 꽂히는 바람에 아마추어 스키어가 웬 뉴질랜드 하계 스키 트레이닝캠프까지 참가하겠다고 했는지...-_- 그리고는 프로페셔널 스키어들만 참가한 그 김준형 데몬의 뉴질랜드 캠프에 어울려 무려 44일간이나 집을 비운 일이 있다. 이 때는 전에 해 본 일이라 다 잘 했다. 매실을 왕창 사서 우리 식구들이 잘 먹는 우메보시까지 그 때 담가놓기도 했고...ㅋ 세 식구의 남미 여행 시에 나와 함께 했던 나리는 나이가 들어 몇 년 전에 우리 곁을 떠났는데, 나리가 여덟 살일 때 외로운 그 아이를 위해 입양한 한 살도 안 된 마르티스 보라가 이젠 열 살이 넘었다. 보라가 여덟 살일 때 다시 입양한 (역시 마르티스) 줄리란 애가 있어서 난 역시 그 때도 이 두 녀석 때문에 저녁이 되기 전에 집에 들어와 걔네들에게 밥을 주고, 역시 걔들의 똥오줌을 치워주고, 밥을 주는 일에 전념했던 것이다.
그러니 겨우 3주가 조금 넘는 집사람의 부재는 일도 아니다.^^; 사람들은 "사모님이 가시면서 다른 분들처럼 곰탕을 한 솥 끓여놓으셨던가요?"라고 묻곤 한다. 집사람이 혼자 외유을 해야했던 언젠가는 실제로 갈비탕을 아주 큰 솥에 끓여놓고, "아침 저녁으로 데우지 않으면 국이 상하니까 매일 데워 먹으라!"는 엄명을 하고 떠난 일이 있다. 그런데 이번엔 갈비찜을 한 솥 만들어 두고 갔는데 워낙 그걸 좋아하는 내가 사흘 만에 다 먹어버렸다.^^;
집사람이 떠난 후 세 번 밥을 지었다. 집사람이 다양한 반찬을 준비해 두고 갔기에 밑반찬 걱정은 없었다. 김치는 김치냉장고에 있고, 내가 좋아하는 강화도에서 사 온 순무김치도 아직 많이 남아있다. 밥이 떨어지면 밥만 하면 그만이다. 예솔, 예린이 엄마가 내가 혼자 있는 걸 아니 냉장고에 더 넣을 공간도 없는데, 또 밑반찬을 만들어 오기도 했다.
하여간 난 집사람이 없어도 잘 먹고, 또 잘 살고 있는 중이다.^^ 오늘을 예로 들면, 집에 들어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이런 걸 사 왔다.
양송이에, 호주산 스테이크 고기에, 닭 한 마리를 사 온 것이다. 먹고 살잡시고...^^ 집사람이 자기 없을 때 구워먹으라고 사놓고 간 게 다 떨어진 줄 알고 스테이크 고기를 사 왔는데 아직도 기존의 것이 남아있었다.
내가 먹고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만 바라보고 있는 두 녀석의 저녁부터 주었다. 집사람은 "강아지 사료만 줘야지 다른 거 주면 애들 살 찐다."며 절대 주지 말라고 한 것들이다. 하지만, 우리 애들은 사료만 주면 잘 안 먹는다. 그래서 난 집사람이 가자마자 애들이 좋아하는 간식 두 가지를 마련해서 이것들을 일부 썰어서 사료와 함께 섞어준다. 그럼 두 놈이 허겁지겁 맛있게 먹는다.
그 후에 내가 하는 일은 사 온 스테이크용 고기를 준비해 놓는 것이다. 올리브유를 살짝 칠한 후에 코타니(Kotanyi) 후추/소금을 갈아 뿌리고, 바질과 파슬리 가루를 뿌려서...
양송이도 스테이크와 함께 굽는다. 오븐에 넣을 만큼의 양이 아니므로 이 둘을 적당한 그릇에 담아 포개 놓고 구으면 된다. 한경희(HAAN) 생활과학인가하는 회사에서 나온 에어 프라이어에 넣고, 200도에서 15분 정도 굽는다.
스테이크가 구워지는 동안에 내일 아침에 먹을 닭을 손질한다. 잘 씻은 후에 닭의 뱃속에 찹쌀을 넣고, 양송이도 넣고 그게 흘러나오지 않게 얼마 전 마트에서 떡볶이를 사 올 때 거기 끼어온 대나무 꼬챙이로 꿰맸다. 닭찜을 하려는 게 아니고, 닭국(스프)을 만들려는 것인데...ㅋ
그리고 좀 엉뚱한 시도를 했다. 원래는 헝가리식 스튜를 만들 때 사용하는 코타니(Kotanyi)의 굴라쉬(Gulasch) 소스를 이 닭국에 넣기로 한 것이다. 소고기용을 닭요리에 넣는다고 안 될 게 뭐 있겠는가??? 맛있는 굴라쉬 소스향이 나는 닭국도 괜찮지 않겠는가 말이다.ㅋ
- 실제로 굴라쉬 요리에 들어가는 파프리카며 양파며 이런 걸 썰어넣고, 이렇게 호쾌하게 굴라쉬 소스를 왕창 넣었다.
닭국은 압력 밥솥에서 끓이기로 했다. 처음엔 강한 불로 끓이고, 고기가 익은 후에는 약한 불로 장시간 끓일 예정이다. 그동안에 준비했던 스테이크와 양송이는 잘 익었다. 먹기 시작.
- 스테이크는 옐로우 머스타드를 발라 맛있게 먹고...
- 스테이크와 함께 구웠어도 모양을 제대로 유지하고 있는 양송이도 스테이크와 함께 잘라 맛있게 먹었다.
밥을 먹은 후에 잘 끓고 있는 닭 굴라쉬(?)의 상태를 파악하느라고 압력솥의 압력을 배출하고 좀 꺼내 먹어봤는데, 생각했던 대로 꽤 괜찮은 맛이다. 더 푹끓여뒀다가 내일 아침부터 먹을 참이다.
- 남은 작은 스테이크 고기 두 개는 향신료를 뿌려서 냉장실에 넣어뒀다.
이렇게 난 꿋꿋하게, 잘 먹고 잘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우리 보라와 줄리도 엄마가 있을 때보다 훨씬 더 맛있게 잘 먹고, 잘 놀고, 무지하게 싸대는 중이다.-_-
- Bora and Julie
2017/11/11(토) 전날 끓여놓은 굴라쉬 소스를 넣고, 뱃속에 찰밥을 넣은 치킨 스프는?
그 코타니의 굴라쉬 소스 맛이 나는 기름진 찰밥 드셔 보시기를...^^
압력솥에 찰밥 넣은 닭을 삶아낸 퓨전 요리이다. 굳이 깍둑썰기가 된 소고기로만 굴라쉬를 만들어야한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굴라쉬 소스향을 간직한 치킨 스프를... 맛은 의외로 담백하다. 먹을 땐 코타니의 후추/소금을 한 개의 병에 담은 Pfeffer-Salz로 갈아 간을 맞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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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정말정말정말 이 순간 만큼은 그 '개'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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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강아지들까지 챙기시다니, 자상함이 뚝뚝 떨어지네요. 캐나다 밴프에서도 아침마다 고 박사님께 임금님 수랏상을 차려주시더니...ㅋㅋ
근데 닭국 맛은 어떠할까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