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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017/09/05/화) 집사람과 함께 대학로에 갔었다. “결혼전야“란 연극을 보러 간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본 연극인데, 그건 아는 사람이 거기 출연한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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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나와 같은 자전거동호회의 멤버인 배우 박준혁(위키: https://goo.gl/jEmSmU FB: https://goo.gl/9wp645 )이다. TV 드라마를 좋아하는 분들은 이름만 들어도 그를 알던데, 최근작으로 보면 MBC ”폭풍의 여자“에서의 장무영이 그고, KBS2 "이름 없는 여자”의 올리버 장이 그이다. 그래도 이 사람을 모르는 분들이라면 채널A의 “웰컴 투 시월드”에 출연하고 있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중, 거의 최고참 성우인 송도순 씨의 아들이 박준혁이고, 쇼핑 호스트 채자연 씨의 남편이 박준혁인 것이다. 중앙대학교에서 연극을 전공했고, 영화배우, TV 탈렌트, 뮤지컬 배우, 180cm도 넘는 큰 키에 마스크가 실로 기생오라비 수준의 미남이 그 사람이다.(이래도 모르는 분들이라면 그냥 모르고 넘어가는 걸로...-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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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전야"의 장남역, 박준혁 배우이다. — 함께 있는 사람: 박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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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박준혁이 출연한 드라마. 영화나 뮤지컬 등은 따로 있는데, 여기서는 TV 드라마만...

 

나도 오래 전에 몇 개의 연극에 출연도 했었고, 어떤 때는 스탭으로 참여했던 사람이다. 친구 따라 강남간다는 데 난 친구를 잘못 두는 바람(?)에 한 3년여 그 판에서 놀았던 것이다. 그 문제의 친구 놈이 나와 같은 경희대학교의 신문방송학과 동기동창인 고 김종학(나무위키: https://goo.gl/36ogqb )이다. 이 친구는 원래 휘문고등학교 연극부 출신으로 시작해서 대학졸업 후에 방송국 PD가 되어 “모래시계”, “동토의 왕국”, “태왕사신기” 등을 만든 녀석인데...(이래도 모르는 분들이라면 그냥 모르고 넘어가는 걸로...-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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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 못된 딴따라 놈의 꼬임에 빠져서 귀중한 대학시절에 이근삼 작가의 “도깨비 재판”, “대왕은 죽기를 거부했다.”, “제5병동” 등등의 연극에 직접 출연하거나 스탭을 맡아 회기동 시장에 가서 소금독도 사 오고, 우리 집사람이 다닌 경희여고의 화분도 소품으로 말 없이 빌려오는 등(-_-) 온갖 악행을 다 저질렀던 것이다.

 

그 소금독이란 건 최근에 연극을 하는 분들은 꿈도 못 꾸는 것인데, 이게 연극에서 조명을 점차로 줄여서 깜깜하게 만들 때 쓰는 도구였다. 요즘은 디머(dimmer)라고 해서 시간을 정해서 스위치만 누르던가, 볼륨만 돌리면 밝은 조명이 점차로 약해지다가 전기가 끊어지는데, 예전엔 그런 훌륭한 도구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소금물의 전기분해 현상을 이용하여 동일한 현상을 일으켰다. 그건 커다란 독을 사다가 물을 붓고, 거기 소금을 두어 됫박 부어놓고는 철판 가공집에서 사 온 널찍한 구리판 두 개에 전기선을 연결하고, 그걸 작은 막대기 끝에 매달아 준비를 하게 된다. 그리고 조명을 줄일 때가 되면 소금독에 그 막대기 두 개를 담그는 것이다. 그럼 소금독 속에서 전기 분해 현상이 일어나면서 두 전극 간의 전기 저항이 심해지니 전기가 잘 안 흘러서 점차로 조명이 죽어버리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낭만적인(?) 위험한 방법인데, 종학이가 스탭으로 동원한 내 동기놈 하나는 막대기에 물이 묻은 것도 모르고 그걸 소금독에 담그다 감전이 되기도 하고...(그 놈은 그런 난관에도 불구하고, 그 임무를 끝까지 완수해서 그 못 된 종학이 놈이 사준 술을 양껏 처마시고 뻗어버리기도 했었다.)

 

하여간 어젠 정말 오랜만에 연극을 본 것인데, 그게 1970년 말에 삼일로의 창고극장에서 어떤 연극을 본 후에 처음이었던 것이다. 연극이란 걸 올리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안 후에는 다시는 뒤도 돌아보지 말자고 했던 결과이다. 난 당시에 그런 공연을 올리려는 노력의 1/4만 해도 사회가 요청하는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_- 이건 다시 말하면 그렇게 힘들고 돈도 안 되는 일을 사명감을 가지고 하는 분들은 매우 훌륭한 분들이라는 반증이 될 수도 있겠다는 얘기다.

 

어제 모처럼 연극을 보니 내가 연극하던 시절엔 지나치게 순수하고도 진지한 자세로 연극을 했던 듯하다. 요즘 연극인들이 순수하지도 진지하지도 않다는 얘기가 아니라, 그 땐 정말 요령도 없고, 마케팅 감각도 없이 연극을 올렸다는 얘기다. 어제 대학로의 동국이란 극장에 간 것인데, 소극장이라고 해도 공연장이 그렇게 작을 줄은 몰랐다. 전에 우리 같은 아마추어가 대학교의 시청각실 무대나 체육관 일부를 빌려서 연극을 했었으니, 지금 생각하면 엄청난 규모의 연극을 했던 것이다.-_-(지금의 프로들도 몇 평 안 되는 소극장에서 연극을 하고있는 판인데 말이다.) 어쨌든 절대 발붙이지 말자고 이별한 연극계의 현실은 아직도 1970년대의 어느 시점을 크게 벗어나고 있지 못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화 발전을 위해 해야할 일이고, 누군가는 지켜야할 일이지만, 거기 목숨을 걸어야겠다는 종학이 같은 녀석들만 끼고 앉아 고생을 하고, 그 고생을 후배들에게 대물림하는 것이란 생각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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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로 극장 "동국"에 입장하면서 벽에 걸린 포스터를 찍었다. — 함께 있는 사람: 박준혁

 

하지만 달라진 것이 많이 보이기도 했다. 변화는 발전이다. 달라져야겠다는 생각 자체가 전향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어제 보니 연극이 좀 버라이어티한 성격으로 바뀌었다. 하드코어적으로 심각한 연기를 통해서 극작가나 연출자의 생각을 구현하려던 기존의 노력들에다가 아주 현명한 마케팅적인 사고를 통해 돈 벌 거리를 만들고, 극에 재미 요소를 많이 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1. 우선 아주 작은 소극장의 분위기 자체가 출연자들과 관객의 교감을 엄청나게 강화하는 효과가 있었다. 앞자리에 앉으니 그 효과는 더욱 극적이었다. 관객인 내가 연기자의 눈빛까지 느낄 수 있고, 그들의 숨소리까지 느끼고, 내 앞자리의 관객은 연기자가 튀긴 침까지 맞을 정도였다.^^ 물아일체의 지경에까지 이르러 관객은 연기자의 연기에 거의 100% 감정이입을 하고 있는 걸 볼 수 있었고, 나 또한 그랬다.

 

2. 특히 연극의 앞뒤 부분은 전에 없던 것으로 첫 장면에서는 연기자 한 사람이 원래는 쉬는 시간에 등장해서 관객의 흥을 돋우는 “사전 MC"처럼 연기를 하기도 했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극과 관계가 없는 재미난 유머를 통해 웃음을 주며 연극이 끝나기도 했다. 종래의 심각한 연극에다가 그 심각성은 그대로 유지한 채, 재미를 추가한 것이다. 관객에 대한 서비스 자세가 발전한 것이다.

 

3. 연극이 일방전달의 One-way communication이 아닌 인터랙티브한 대화형의 Two-way communication으로 변했다는 느낌도 들었다. 사전 MC형의 첫 연기자가 관객과 대화하고, 웃음을 주고, 재미난 연극이 될 것이라는 암시를 주면서 극이 전개되는 것이나, 연기자가 무대가 아닌 객석의 통로를 통해 무대에 올라가기도 하고, 연극 중간에 외출을 한다며 다시 객석의 통로를 통해 나가는 등으로 무대와 객석이 역시 대화형의 일체감을 주는 단 하나의 환경으로 변하기도 했다.

 

4. “배고픈 게 연극“이라고 생각해 온 난 그 입장료가 3만 원이나 한다는 것에 우선 안심을 했다. 그리고 소극장이기는 하지만 어젠 만석을 이뤘으며, 그도 모자라(?) 세 팀이나 예약이 겹쳐서 스탭이나 손님 등 관련자들이 난감해 하는 것을 보기도 했다.(스탭들은 하나라도 좌석을 더 채우고자 하다가 그런 실수를 한 것이겠지만...) 게다가 연극에 대한 현물 스폰서링이나 광고주가 따라 붙어있는 걸 보니 다행이다 싶었다. 심지어는 연극의 소품 중에 PPL 광고, 즉 간접광고나 끼어넣기 광고가 버젓이 행해지고 있는 걸 보니 그 또한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됐다. 그런 스폰 물품이 관객에 대한 선물로 증정되기도 하고, 소품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5. 재미를 추가했음에도 연극의 전체적인 내용은 과거의 연극이 추구하던 모든 것을 다 실현하고 있었다. 현재의 연극도 충분히 심각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중간에 폭소를 자아내는 요소가 전보다 훨씬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절대 가볍지 않게 만드는 놀라운 기술이 구현되어 있었다.

 

6. 또한 어떤 연극을 하나 만들어 툭 던지는 게 아니라 극단이나 연출자의 의도에 따라서 전에 공연한 연극과 부분적으로 일맥상통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도 보기 좋았다. 주제에 대한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관객의 연극에 대한 더 나은 이해도를 고양할 수 있다는 면에서...

 

7. 어쨌든 이런저런 면에서 연극은 다행히 발전하고 있었음을 어제의 관람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역시 짜인 대본 대로 연기하되 현장 상황에 따라서 예기치 않은 변수인 작은 실수로 한 연기자가 웃음을 참지 못 하고, 그것이 다른 연기자에게 전염되고, 그것을 보며 관객들마저도 그 웃음에 전염되어 극장 전체가 폭소하는 연극만의 상황도 재미있고 좋았다.

 

8. 이 연극 “결혼전야“는 실제로 결혼을 앞뒀거나 결혼을 한 사람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 연극의 모든 설정이 다 실제 가능한 일이라는 걸 알 수 있었고, 난 그 중 일부를 경험한 사람이기에 충분히 공감했다. 하지만 연극은 드라마고 드라마이기에 현실에서보다는 과한 일들이 동원되기도 했다. 이 연극에서도 그랬다. 하지만 그건 드라마틱(dramatic)해야 하는 연극의 필수적인 요소이기에 그것도 흠잡을 데가 없었다. 전과 같은 감동을 쥐어짜내기 위한 과한 연출이나 연극쪼의 대사가 아닌 자연스런 대사도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워낙 오랜만에 연극을 본 참이라 이 “결혼전야”가 현재 한국의 모든 연극에 대한 대표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현재의 연극 풍조에서 이것이 동떨어져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서 한국의 연극은 대단히 훌륭하다. 그리고 그건 이 어려운 일에 뛰어든 내 후배(!!!) “박준혁”을 비롯한 연극계의 모든 분들에게 그 공을 돌려야한다. 물론 그들이 그렇게 살아남을 수 있도록 (내 생각보다 훨씬 높았던...) 비싼 입장료를 내고 소극장의 연극 공연을 찾아준 관객들이 은인이오, 그들이 최후의 승자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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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이 끝나고 장남 역의 박준혁과 어머니 역의 김효숙이 인사를 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소위 박준혁의 “배우 할인”을 통해 우리 부부가 반 값에 그 좋은 연극을 보고 온 게 살짝 찔리기도 한다.^^; 한국 연극 화이팅!!!

 

PS: 위의 연극 얘기와 소금독 얘기는 오래 전에 쓴 내 홈페이지의 자서 중에도 포함되어 있다. 현재 내 홈페이지에서는 서버 고장 문제로 잠시 읽을 수 없는 글을 경희대 언론정보학부(전 신문방송학과) 동문회 홈페이지에서 퍼 갔던 바람에 나의 “대학 시절”에 관한 글을 되살펴 볼 수 있다. 많은 대학 시절의 기억 중에 연극 얘기가 포함되어 있다. 이 글은 원래 내가 처음으로 개인 홈페이지를 만든 1996년 7월에 쓴 글이다. --> https://goo.gl/vaM6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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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 '2'
  • profile
    정우찬 2017.09.07 08:23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대학시절이 생각나네요.
    "당시에 그런 공연을 올리려는 노력의 1/4만 해도 사회가 요청하는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가슴에 전해지는 문장이었어요.ㅎㅎ
  • ?
    김한수 2017.09.11 16:57
    연극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게 세운상가입니다.
    조명,음향 때문에 세운상가를 돌아 다녔던 기억이 오버랩 됩니다.
    전엔 세운상가와 남대문시장에서 해결할 것이 많았습니다.
    연극 때문에 헤맸고 나중엔 PCB 제작 때문에 헤맸고 RAM 품귀때도 헤맸고. 추억의 장소 세운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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