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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6 10:10

부전자전

조회 수 943 좋아요 3 댓글 2

 

몇 년 전 40을 맞이하여 제 스스로에게 생일 선물로 중고 Porsche 911(코드명 996) Carrera 4를 구입했었습니다. 속도를 많이 즐기는 편이 아니라서 미국에서 탔던 Golf GTI 정도로도 충분히 즐거운 자동차 생활을 했었습니다만, 아무래도 남자의 로망인 포르쉐, 그것도 911에 대한 로망을 버리지 못 했던 것이죠. 구입 후 한 동안 즐겁게 탔었습니다만, 아무리 봐도 이쁘게 보이지 않는 996 시절 모델의 눈망울이 개구리 같지 않아 2년 정도 타다가 팔아버렸죠.

 

그 이후 인피니티, BMW, 기아... 이런저런 차를 탔었습니다만, 제 자동차 생활에서 가장 가성비 좋은 차는 지금도 가지고 있는 그랜드 카니발인 듯 합니다. ^^ 저희 집은 미니밴 가족인지 제 집사람이 결혼해서 미국에 오자마자 제가 사줬던 차가 크라이슬러의 타운앤컨트리였습니다.(나름 미니밴 계의 캐딜락이라 불리우던 ^^;) 한국에 돌아와서는 뉴 카니발, 그랜드 카니발을 거쳐 현재는 올 뉴(?) 카니발을 타고 있습니다. 저는 집사람과 한 대씩 샀던 그랜드 카니발을 아직도 가지고 있구요. 아이들 키우고 돌아다니는 데에는 그 만한 차가 없는 듯 합니다. 물론 그 와중에 BMW Z3 같은 차를 가지고 있기도 해서 가끔 드라이브를 즐기기도 했었지만 뭐 큰 감흥은 없었죠. 미세먼지다 황사다 해서 공기가 안 좋은 것 뿐아니라 날씨 자체가 일년에 탑을 오픈 할 수 있는 기간도 워낙 짧고, 우리나라는 지형 상 도로에 터널이 워낙 많아서 일년에 오픈 드라이빙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몇 번 없었구요.

 

b1.jpg

 

그러던 와중에 우연찮게 Porsche 911(코드명 997) Carrera 4를 손에 넣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물론 와이프 보고 버전입니다. 우연찮게 이런 기회가 온다는 게... ㅋㅋㅋ) 년식은 좀 되었습니다만, 마일리지가 22,000km 정도 밖에 안 되는 관리가 아주 잘 된 녀석이 운 좋게 제 손에 들어오게 된 것이지요. 996을 탈 때 너무 이뻐보였던 997이라 그런지 최신 버전인 991도 구미가 당기는 차가 있었습니다만, 색상도 예전 996과 동일한 997을 가져오게 된 것이죠.

 

p1.jpg

 

물론 금액적인 차이도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습니다만...^^ 하여간 이 녀석을 데리고 와서 기존에 끼워져 있던 미쉐린을 요코하마로 갈아 신기고 각종 오일류 교체하고 하이패스도 달고... 하면서 몇 주를 신나게 보냈습니다. 예전 차에 비하면 엄청나게 부드러워져 시내 주행에서도 훨씬 편안한 승차감을 주는 차라서 데일리로 매일 타고 다니기도 좋더군요.(991은 이 차보다 더 시내 주행이 편안하다던데... 고속 주행과 시내 주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내는 걸 보면 진짜 외계인을 고문해서 만든다는 소문이 사실인 듯 합니다.^^ 물론 대형 세단에 비하면 편안함이 거의 대형마트의 카트 수준이겠지만요.)

 

이러다가... 결국 결전의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집사람에게 이실직고를 해야할 순간이... 아무래도 과속이나 주차단속 등에 걸리면 포항에 있는 집으로 티켓이 날라갈텐데 한 번도 걸리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데다가, 세금 등도 연락이 갈테니 얘기를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거죠.(집사람이 원체 잔소리라고는 전혀 없는 데다가 제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흔쾌히 따라주는 스타일이라 제가 이렇게 사고를 혼자서 잘 치는 데는 집사람도 한 몫한 것이라 주장하고 싶습니다.^^;;;) 매일 시내 주행만 하는 것도 심심했던 차라 지난 주말 드디어 포항에 운전을 하고 내려갔습니다. 역시 기대했던 대로 집사람은 얼마에 샀는지는 궁금해 하지도 않고 "이쁘네요~" "잘 샀어요~"하고는 끝이네요. 아들 녀석은 역시나 신났고, 딸은 이제껏 탔던 차 중에 제일 이쁜 것 같다며 제 눈이 조금 높아진 것 같아 다행이라며...

 

p3.jpg

 

그런데... 지난 금요일이 집사람 생일이었는데, 제가 서울로 다시 올라온 후 아들이 엄마 생일 선물 사준다며 마트에 같이 갔었답니다. 그리고 고른 엄마 생일 선물이...

 

tei.png

 

이겁니다. ^^;;;

아버지보다 훨씬 급이 높은 무려 Carrera GT네요.

 

영상과 함께 집사람이 보낸 단문의 카톡 "부전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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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2'
  • profile
    Dr.Spark 2017.05.16 12:12

    오, 흰색 911도 무척 예쁩니다.^^

    로망을 실현한다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지요.

    저 차는 마일리지로 보아 제 차보다도 훨씬 덜 달렸네요.^^

    포르쉐는 좋은 게 세컨핸드로 사도 관리는 아주 잘 되어 있다는 것이지요.

    그 주인이라면 누구나 그 차를 사랑해 주었을 것이므로...

    축하드릴 일입니다.^^ 그래서 축하합니다.

     

    그리고,

    되는 집안은 아이가 아빠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집안입니다.^^

  • ?
    쭐탱파파 2017.05.16 16:10

    감사합니다. 우연인지 두 차가 동일한 색상입니다. Pure White라기 보다는 Ivory에 좀 더 가까운.
    Porsche Pre-Owned Car 인증 차량이라 나름 관리가 잘 되어 있는 듯 합니다. 박사님 말씀대로 포르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끼면서 탈 테니 사고 차량만 아니라면 관리하면서 잘 탈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

    제 아들이 나아가도 한참 더 나아갔습니다. 4S나 GTS, Turbo S 정도 되면 그러려니 하는데... Carrera GT라니요. ㅎㅎㅎ 그래도 닮은 점이 있는 게 기분은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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