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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후기
2017.02.03 15:08

오래간만에... Ken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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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870 추천 수 4 댓글 6

사업을 새로 시작하고 더 바빠진데다가 국산 기러기가 되어 주말마다 서울-포항을 오고가는 처지가 되어 시간 내기가 더 어려움을 핑계로 미루고만 있던 Kenya 방문을 이제야 실행하게 되었습니다. 작년 11월 친한 형님들과 우연치 않은 기회에 의료봉사에 대해 의견을 나누던 중 4년 전에 Kenya의 Garsen이라는 지역에 다녀온 후 너무 오랫동안 소원했음을 얘기하며 다시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빠르게 준비/진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중간에 Phillipines에 의료봉사를 한 번 다녀오긴 했습니다만... 전 Africa 전문이니까... ^^

(아래부터는 편한 문체로 쓰겠습니다. 반말 투라고 기분 나빠하지 말아주세요~~)

 

설 연휴를 이용한 1월25일~31일에 거친 일정. 말은 쉽게 시작했으나 17명의 항공권부터 숙박, 로컬 운송, 약품 후원 및 배송, 모기약 등 각종 준비물과 선물... 말이 그렇지 빨리 다녀와야지 못 살겠다 싶을 정도로 정신없이 돌아간다. 예전에 Africa에 다닐 때에는 우리가 후원하는 NGO에서 현지 준비를 모두 책임져줘서 신경 쓸 일이 이렇게까지 많지는 않았는데... 막상 혼자 준비하려하니 연말연시 사업체 일도 정신 없는 데 "도대체 내가 이 짓을 왜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 정도로 바쁜 일정을 보냈다.

 

드디어 출발하는 날. 25일 23시55분 출발 예정인 에티하드 항공편의 이용을 위해 9시30분에 인천공항에서 전원 집합... 하기로 하였으나 역시 늦는 분들도 생기고 공항에서 길을 잃으신 분도 생기고 출발부터 쉽지 않다. ㅠㅠ 개인 짐은 hand-carry로 제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약품,치과기구, 현지 선물 등을 포함하여 20개가 넘는 짐을 붙이고 체크인하여 하염없이 기다린다. 특별한 방송도 없이 지연된다는 얘기만 앵무새처럼 내뱉는 항공사 직원들. 끝이 없는 듯한 기다림도 26일 4시가 되어서야 끝이 나며 탑승하고, 잠을 청해본다. 그런데 5시가 되자 비행기가 정비 문제로 출발이 취소됐다는 방송과 함께 인천공항 옆 Hyatt 호텔로 이동하란다. 이런 XXXXXXXX 같으니라고.....

 

6시 경에 호텔에 체크인하고 그 때부터 더욱 분주해진다. 우리의 종착점은 Kisumu에서 차로 한시간 반 쯤 가야하는 Mulwanda. 인천-Abu Dhabi/Abu Dhabi-Nirobi/Nirobi-Kisumu를 연결해야하는 항공권을 다시 예약해야 한단다. 다행히 같은 항공사를 이용하는 인천=>Abu Dhabi=>Nirobi는 자연적으로 예약이 되었으나, Nirobi-Kisumu 항공권은 빈자리가 여의치 않아 새벽부터 여행사를 연결해 하루종일 전화기와 카톡을 붙잡고 있어야 했다. 그 덕분에 잠은 거의 못 자고... 그나마 쓸어담은 티켓은 달랑 12장. ㅠㅠ 함께 준비하고 고생하신 분들 중 5분은 인천에서 하루 묵는 것을 끝으로 이번 일정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의사/간호사/약사를 위주로 팀을 다시 꾸리고 짐을 정리하고 24시간 지연된 일정으로 다시 출발. 비행기가 이륙하자 끝도 없는 피곤함이 엄습하여 졸도. ^^

 

Abu Dhabi와 Nirobi에서는 큰 이슈없이 항공편이 잘 연결되고, 정말 다행스럽게도 Nirobi 공항에서 약품과 의료기기 등의 통관도 기적적으로 쉽게 이루어졌다. 예전에 몽골에 의료봉사를 몇 번 갔을 때 고생했던 것에 비하면 너무나도 감사드릴 일이다. 언젠가 한 번 몽골에서는 약품을 반 이상 압수당해서 몽골 대통령 사모님께서 직접 빼주신 적도 있었는데, 그 때 마음 졸인 것을 생각하면 출발하면서 고생한 것을 보상 받은 듯 하여 맘이 눈 녹 듯이 풀린다. ^^ Kisumu로 향하는 마지막 비행기에 탑승하고 음료수와 땅콩을 주는가 싶더니 이미 착륙 준비 중인 비행기. 하늘에서 바라보니 멀찍히 Victoria 호수가 보이고 그 옆에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한 아담한 공항이 눈에 띈다. 비행기로는 30분 남짓 걸리는 거리이나 차로 오면 8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니 Africa의 육로 여행은 참 어렵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예전에 Sudan 국경을 방문했을 때는 경비행기로 1시간 30분 정도 걸려서 방문한 곳이 차로는 3일을 가야 한다고 했는데, 그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듯 싶기도 하지만.

 

Kisumu에서 현지에서 도와주실 선교사님 내외분과 현지인들을 만나고 미리 빌려둔 버스로 Mulwanda에 위치한 숙소로 이동, 숙소에 짐을 풀고 옷을 갈아입고 저녁을 먹으며 계산해보니 집에서 나온지 53시간 만에 현장에 도착한 셈이다. (평생 처음 호텔에서 3끼를 Buffet로 식사를 한 것은 첫 경험이나 쓴 웃음만 난다. 차라리 집에 가서 쉬고 왔으면 좋았을 것을...) 시차가 안 맞으니 어차피 새벽 일찍 일어날 것이라는 핑계로 27일 7시에 집합, 의료봉사를 할 장소인 Muhaka는 차로 40분 정도 이동해야 한다. 현장에서 현지인 staffs와 현지 공무원, 보건소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 후 빠른 세팅. 날짜를 하루 잡아먹었으니 다들 손발이 분주하다. 이제 실제 의료봉사를 할 시간은 27-28일 이틀 밖에 되지 않으니 서두르지 않을 수 없다.

 

년 평균 미화 6,000불 정도의 가계수입을 올리는 데다가 큰 도시인 Kisumu까지는 나가야 제대로 된 병원이 있는 지역이라 보건 상태는 역시 기대 이하였다. 그나마 이 지역은 예전에 다녔던 지역에 비하면 물이 흔한 편이라 삶의 질은 조금 나을지도 모르지만 흙탕물을 마셔야 하는 현실은 별반 다르지 않기에 각종 피부병에 눈병, 말라리아, 수인성 전염병 등 온갖 병들에 걸려 고통 받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식염수 조금만 있으면 깨끗이 나을 수 있는 눈병을 치료받지 못 해서 시력을 잃어가는 어린아이들과 중노동과 영양실조로 고통 받는 이들... 그러면서도 우리를 볼 때마다 미소를 짓고 반겨주고 작은 선물 하나에도 감사하며 동생을 그리고 자식을 챙기는 가족들의 모습에 이 곳을 다시 오지 않을 수 없음을 깨닫는다. 예전에 Africa에 처음 방문할 때 아버지께서 위험한 곳이니 안 갔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었는데... 역시 부모 말씀을 잘 들어야 한다. 부모 말 안 듣고 Africa에 방문했다가, 영원히 코가 꿴 듯 하니...^^;;;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후딱후딱 일을 진행하며 700명에 가까운 환자들을 이틀 만에 진료하고, 이제 벌써 짐을 싸야 할 시간. 전기가 들어오기는 하지만 오지는 오지라 해가 지기 전에 모든 짐을 정리하고, Kisumu로 이동해야 한다. 한 명이라도 더 진료하기 위해 의료진들은 점심도 거른 채 열심을 내고, 먼저 일이 끝난 사람들은 선물도 나워주고, 아이들과 놀아주기도 하고, 사진도 찍고, 짐을 싸기도 하고... 현지에 두고 올 물품과 약품을 따로 정리해서 포장을 시작한다. 제약회사들의 후원으로 다행히 약품을 여유롭게 가지고 있었던 바, 현지에 두고 오면 유용하게 쓰여질 각종 약품과 의료용품을 남겨 놓을 수 있어서 그나마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었다. 우리가 없어도 필요한 사람들에게 잘 나누어 지기를 기대하면서... 의사 한 명만 일 년 내내 상주할 수 있어도, 유통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아 판매가 어려운 약품만 지속적인 후원을 받을 수 있어도... 이 곳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의사도 아니고 병원을 설립 아니 조그마한 의원이라도 설립할 만한 능력이 안 되는 스스로가 좀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내가 의사였으면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이 곳에 올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는 명쾌하게 답을 주지 못 하는 내 자신도 역시 이기적인 인간의 모습이기에 그 누구를 탓하거나 원망할 수도 없다.

 

Kisumu에 돌아와 카페에서 저녁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마치 한 달이라도 지난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은 나 뿐만이 아닌 듯 하다. 미안함과 감사함이 교차하는 마음 또한... 다시 언제 돌아오게 될 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언제가 되었던 간에 다시 올 것이라는 마음은 말로 하지 않아도 이미 서로의 마음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육체적인 피곤함을 뒤로 하고 일부러라도 더 웃으며 즐거운 얘기만을 나누는 마음 씀씀이가 감사하다. 아무래도 준비가 부족한 부분도 있었을테고 불편함도 있었을텐데, 모두들 행복한 표정으로 일정을 마무리할 수 있음에 다시 한 번 감사를 느낀다. 방에 돌아와서는 맥주 한 잔 마시며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의견들을 교환하고, 해외 뿐만 아니라 한 동안 중지하고 있었던 국내 체류 저소득 외국인들을 위한 의료봉사를 재기하고 해외 의료봉사도 정기적으로 만들자는 대화를 나눴다. (다음부터는 나를 Coordinator만 안 시키면 항상 오케이다~~~!!!)

 

또 다시 25시간의 여정. 적도에서 돌아온 인천은 춥다~!!! 그 것도 엄청!!! 공항에 마중 나오신 분이 가져다 주신 외투가 없었다면 얼어죽을 뻔 했다. 그래도 얇은 스웨터를 걸친 나는 나은 편. 의사 중 한 분은 다 차에 놓고 Valet Parking을 맡겨서 반팔 차림이었으니 ^^

 

그래도 육체적으로 피곤하긴 한 일정이라 원래 시차 같은 것 잘 모르고 사는 나이지만 도착하고 한 이틀은 낮에는 좀 몽롱하게 보내기도 했다. 막상 돌아오니 벌써 오래 전 일 같기도 하고, 왜 이 고생을 사서 하나 생각도 하고, 이제 또 언제 가겠나 하기도 했지만... 원래 Africa에 같이 다녔지만 이번에는 함께 하지 못했던 베프와 돌아 온 이튿날 저녁을 먹으며 소주 한 잔 기울이다가 또 다른 팀들과 Africa를 같이 가자고 계획을 짜고 있는 나를 발견... 진짜 환자는 환자다. ㅠㅠ "아버지 말씀을 들었어야 하는 건데... 불효자는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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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 '6'
  • profile
    박정민 2017.02.03 16:22

    한정수 선생님의 글이라 사진이 없어도 끝까지 읽었습니다.ㅋ

    글을 읽고 나서 " 정말 부럽다"는게 제 솔직한 느낌이였습니다.  봉사와 희생을 하는사람들에 대한 동경과 경외는 다들 가지고 있지만...

    그걸 실천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으니까요.  멋지고 의미있는 여정이셨습니다.^^

  • profile
    한정수 2017.02.06 08:42
    박정민 선생님~ 희생은 전혀~~~ 아니구요, 봉사는 조금한 것으로 인정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7~8년 전에 처음 갈 때는 제가 무언가 도와주러 간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처음 다녀온 이후에는 항상 제가 도움을 받고 심적으로 힐링이 된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물론 음주가무를 못 해서 육체적으로도...^^;;
  • ?
    김동구 2017.02.05 23:42
    당신의 선행에 고개 숙여집니다
    고맙습니다 - - _ _
  • profile
    한정수 2017.02.06 08:44
    김동구 선생님.
    선행이랄 것은 전혀 없구요, 평소에 절 아시는 분이 보시면 웃으실 수도. ㅠㅠ 그냥 우연찮게 저에게 자꾸 기회가 걸리는 것 뿐입니다. ^^;;;
  • ?
    이승택 2017.02.06 09:54

    생각을 갖기는 쉬울 수 있지만, 한정수 선생님처럼 실천하기는 정말 쉽지 않은 일 같습니다.

    정말 멋지세요. ^^;

  • profile
    한정수 2017.02.06 11:54
    이승택 선생님~ 제 주변에 좋은 분들이 계셔서 편승하는 것입니다. ^^;;
    다 들 형님들인데다 워낙 친해서(처남, 동서 포함) 반강제적이기도 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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