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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관광지의 음식값

대개 여름 관광지의 음식값은 항상 “높다.”라는 고정관념이 있습니다. 근데 언제부터인가는 ‘꼭 그렇지도 않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관광지에서 선택한 식당의 음식맛이 좋은 경우는 말입니다. 근데 문제는 관광지의 음식맛이 꼭 뛰어나지만은 않다는 것이지요. 특히 한철장사로 생각하고, 손님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는 곳들은 그렇습니다.

하지만 관광지에도 붙박이 식당이나 입소문이 난 식당들은 괜찮습니다. 전혀 별생각 없이 듣도보도 못한 식당에 들렀을 때가 문제이지요. 지난 금요일(8월 4일) 변산반도의 채석강에 있는 식당에 갈 때가 그랬었습니다. 전 채석강은 채석강 대로, 격포 해수욕장은 격포 해수욕장 대로 서로 다른 관광지인 줄로 알고 있었는데, 가 보니 격포 해수욕장과 채석강이 붙어 있더군요.

그 전날 채석강에서 반대편으로 좀 들어간 곳에 있는 “해넘이 빌리지”라는 곳에서 숙박을 했는데,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으려 하니 그곳의 식당이 아직 문을 안 열었더군요. 이런 낭패가 있습니까? 그래서 할 수 없이 채석강 입구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 식당을 찾아갈 수밖에 없었지요.

채석강 주차장에 이르니 “아침식사 됩니다.”라고 쓰인 곳이 몇 군데 있습니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채석강 회 센타라는 곳이 그랬고, 오른편의 꽃바람 조개구이라는 곳이 그랬습니다.



처음에 저는 오른편에 있는 집을 선택하려고 했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댄 곳이 바로 그 집 앞이었거든요. 그런데 결국은 왼편의 채석강 회 센타라는 곳으로 결정했습니다.



이유는 이런 것 때문이었습니다. 오른편 집은 손님을 맞기 위해서 한참 청소 중이었는데, 왼편 집은 청소를 마치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더군요. 음식 준비에 한참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집에는 손님도 한 사람이 미리 와 있고...(물론 오른편 집엔 손님은 없었지요.)

나중에 그 선택이 대단히 좋은 것임을 주인장의 친절도와 음식맛을 보면서 알 수 있었습니다. 주문 받는 것으로부터 음식을 서브하는 주인 아저씨의 태도에서 몸에 밴 친절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래는 그 집의 음식값이 적힌 메뉴판인데, 휴가철이 덜 끝나 이제라도 바닷가에 가실 분들에게 참고가 될까하여 찍어왔습니다.^^





저희는 해물칼국수와 백합 죽을 시켰습니다. 집사람이 더위를 먹어서인지 그 전날 쳇기가 있었기에 집사람이 죽을 시킨 것입니다. 음식이 나오기 전에 반찬이 나왔는데, 다른 것들은 다 쉽게 보던 찬류인데, 아래 사진의 것은 전 처음보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양파를 처음 봤을 리는 없는데, 이 양파는 김치담그듯 담근 것이라는 거지요. 대개 양파는 절임으로 나오거나 물김치나 김치에 포함되거나 하는데, 이건 양파로만 김치 담그듯 빨갛게 고춧가루를 많이 넣어 담근 것이었습니다.


- 먹음직하지 않습니까? 먹어보니 역시 보는 것처럼 맛도 좋았습니다.

제가 시킨 해물 칼국수가 나왔는데, 그것도 먹음직해 보였습니다.



먹어보니 역시 맛이 대단히 좋습니다. 면발도 적당히 익고, 간이 제대로 들어갔고, 해물들도 충분히 들어가 있으며, 참으로 신선한 재료라는 걸 먹어보면서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집사람도 백합 죽이 참 맛있었다고 합니다. 백합 죽이라니, 전복죽이나 다른 생선죽에는 익숙하지만 저는 백합 죽이나 바지락 죽은 처음 보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해산물을 많이 좋아하지는 않는 사람이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날의 음식은 아주 맛이 있었습니다. 손님 맞을 준비를 미리하고, 기다리다가 친절히 손님을 맞이하고, 웃는 낯으로 인사하고, 주문을 받고, 정성들여 준비한 음식을 친절하게 서브하고, 우리가 식사하는 동안에도 밖에 나가 호스로 앞창에 물을 뿌리며 단장을 하는 주인장의 모습이 그 맛을 더 돋운 것이라고 하겠지요.

우리가 치른 아침식사 값은 특별히 높은 것도 아니었고, 그런 맛에 그런 친절이라면 우리의 관광지 음식점들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혹시 채석강에 가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격포 해수욕장 입구 바로 옆에 있는 이 집을 찾아보심도 괜찮을 것으로 아룁니다.^^

우리는 여기서 아침식사를 끝내고 9시에 작당리 선착장에서 최경호 선생님을 만나기로 했기에 변산반도의 그 멋진 길을 드라이브하여 달려갔었습니다. 거기서 본 것은 놀랍게도 최경호 선생님의 크루징 요트(cruising yacht)!!! 오, 마이애미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서나 보던 바로 그런 요트였습니다. 저희는 그 요트로 변산반도 주변을 바다쪽에서 관광하는 즐거움을 맛보게 되었지요.(그 얘기는 다른 기회에 자세히 하겠습니다.)
* 박순백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6-08-10 22:02)
Comment '8'
  • ?
    이진우 2006.08.09 21:20
    [ cnvanr@empal.com ]

    박사님의 글을 보면서 딱~ 두가지 생각이 듭니다.
    무언가를 잘하려면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마찬가지 의미에서 행복해지는 것도 행복해지려는 연습을 많이 해야만이,
    행복해 질수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 ?
    윤용호 2006.08.09 21:32
    [ daddyoon@dreamwiz.com ]

    박사님 채석강의 '해너미 고개'에서 슥박을 하셨군요.
    예전에 갔었던 곳인데 그곳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거의 환상이지요.
    함께 있는 식당과 레스토랑에서의 식사는 전날 예약해야 한답니다.
    손님이 많아서가 아니고 오히려 주방장을 없앴기 때문이지요.
    워낙 장사가 안되어 그렇게 할수밖에 없었다고 하더이다.
    레스토랑은 그 주인집 아들이 운영하는데 그곳도 조만간 없애야겠다고..
  • ?
    안성욱 2006.08.09 22:22
    [ 153sports@dreamwiz.com ]


    저 같으면 후~딱 먹고 놀 생각만 할 텐데, 참 작은 일에도 많은 의미와 행복을 느끼시는 것을 뵈오니 정말~ 부럽습니다.
  • ?
    이진우 2006.08.09 23:50
    [ cnvanr@empal.com ]

    제 댓글에는 어떤일에 관한 행복이었는지 밝혀져 있지 않아, 밝힙니다. 제 생각에는 음식들이
    비싸보입니다. 서울과 비교해서도 비슷하거나, 조금은 더 비싸다고 할수 있는 가격인데요.
    물류비용,집세등을 감안하면 꽤 비싸다고 할수도 있어 보입니다.
    제 경우는 조금은 불합리함을 느꼈을테지만, 소소한 일에 신경을 쓰면, 더 큰 행복을 버릴수
    있다는 생각에, 왠만큼 소소한 일에는 신경을 꺼는 연습도 해야겠다는 의미였습니다.
  • ?
    윤준선 2006.08.10 07:18
    [ redpanty@hanafos.com ]

    변산일대는 [한철장사]가 아닌것 같습니다.
    저도 이번 3~4일 이틀간 변산반도를 돌아왔는데 휴가철임을 감안한다면 숙박비도 상당히 저렴하더군요.
    변산온천에서 숙박을 했지만 온천은 안하고 왔다는 ㅎㅎ, 또한 변산반도 일대의 해수욕장은 대부분 들렀었지만 해수욕도 안하고 말 그대로 구경만 하고 왔습니다.

    20년쯤 전, 바닷가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변산해수욕장의 한 횟집에서 가족과 조개구이를 먹었습니다.
    제 아내와 딸아이 뿐이기에 제일 작은 (小) 3만원짜리인데도 너무^ 신선함과 많은 양으로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다음날 광주로 돌아오는 길에는 변산반도 일대의 바닷길을 즐기며 고창으로 빠져나왔습니다.
    그 길가에 그렇게 많던 조개죽이며 꽃게장백반을 못먹은게 너무 아쉽습니다.
    그래서 추석전후에 다시 들르기로 맘먹고 있습니다. 꽃개장백반 먹으러...

    정리하자면 변산은 사철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휴가철인데도 예외적으로 덜 붐비고 숙박시설도 많이 있어서 바가지요금이라는것도 찾아보기 힘든것 같습니다. 다만 휴양지이다 보니 일반도시에서 보다야 조금씩은 비싸보이긴 하지만, 부안영상예술공원의 간이활터의 주인장의 말처럼 관광지에 와서 돈좀 쓰고 가시라는 말을 생각한다면 쓰는 돈 아깝지 않게 써본 드믄 관광지였습니다.

    서울에서 2시간, 광주에서 차분하게 2시간 거리이니 그 많은 볼거리와 생각지 않은 여유로움이 있어서 변산은 [다시 찾는 관광지]가 될듯.
    경상도 말씨도 꽤 많이 들리더군요. 멀리서 들어도 보리문디^ 억양은 금방 확인이 됩니다.
    서울사시는 경상도 출신 가족일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경상도에서 찾아오셔도 좋은곳으로 기억될듯.
    동해나 남해바다에서 볼 수 없는 머나먼 갯벌과 낙조를 즐길만 합니다.

    하루를 묵고 돌아왔는데 하필 그날 오후에 소나기가 쏟어지는 바람에 가대했던 낙조를 못봐서
    아쉬움 반 다음 기회의 기대 반이 남겨져 있습니다.
  • ?
    박준식 2006.08.10 08:30
    [ jspark007@samsung.com ]

    인라인 때문에 알게된 사이트지만 지금은 박사님의 살아가는 모습을 배우려
    매일 1~2시간씩 드나드는 박사님의 숨은 팬입니다.
    4일 격포해수욕장에 장모님 모시고 야영을 하고 있었고
    박사님이 아침식사를 하실 때쯤엔 식당주변 바닷가에서 산책을 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마주치지도 못했나?'라는 안타까움이 큽니다.
  • ?
    박순백 2006.08.10 09:12
    [ spark@dreamwiz.com ]

    [이진우 선생님] 행복도 연습. 이거 정말 좋은 말입니다.^^ 하긴 그것도 그냥 찾아오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선생님은 여러 번 느끼지만 생각이 깊은 분.

    [윤용호 선생님] 채석강의 그 해넘이 빌리지의 서쪽으로 난 창이 있는 방에서 잤습니다. 해가 넘어가는 걸 거기서 창문을 통해 봤지요.(물론 사진 찍어놨습니다.^^) 아주 멋졌습니다.

    지금 그 해넘이 빌리지의 ownership이 바뀌었습니다. 원불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안성욱 선생님] 행복을 느끼려고 많이 노력하는 건 사실입니다.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도 있긴 한데, 의미가 없으면 "부여"하면 됩니다.^^

    [윤준선 선생님] 전 변산반도는 좋다는 소문만 많이 들어왔지 그처럼 좋은 걸 직접 눈으로 확인하긴 처음입니다. 변산반도 일대는 드라이브 코스로도 환상적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철 장사라는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박준식 선생님] 지금 다시 사진 찍은 시간을 EXIF 정보를 통해서 보니까 그게 4일 08:30분 경이로군요. 말씀을 들으니 저도 안타깝습니다.-_- 뵙고 함께 식사나 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언젠가 그런 기회가 있겠지요.
  • ?
    박용호 2006.08.10 09:30
    [ hl4gmd@dreamwiz.com ]

    부안 성당 일지에서 부안의 명물 "백합죽"을 못 드셨는가 싶어서 안타까웠는데 여기서 드셨다니 다행입니다. ^^

    저는 여행을 가면 이곳에 무슨 문화 유적지가 있나 를 먼저 살피는게 아니라 맛있게 먹을 거리가 뭐가 있나를 먼저 살피는 무식한 아해라서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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