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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sithia Republic II

 

"내가 수업에 좀 늦었네. 봄꽃을 바라보다 '내가 이 아름다운 꽃들을 내년에도 볼 수 있을까?' 생각하니 그 꽃들을 바라보는 순간순간들이 어찌나 귀한지 그만 시간 가는 걸 잊어버린 거지. 죽음을 생각하면 살아있는 순간순간이 다 귀하고 아름다운 거야."

 

내가 대학 신입생이었던 때, 문장론 수업에 조금 늦게 들어오신 시인 고 조병화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겨우 고딩을 면한 그 때, 파릇하게 젊은 내가 죽음을 생각할 리 없으니 죽음을 곁에 두고 사신다는 그분의 말씀을 들으며 한동안 의아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인상적인 말씀을 들으며 난 생에 의미를 두기로 했고, 그래서 나도 죽음을 옆에 두는 삶을 살기로 했던 것이다.

 

조 시인의 발길을 잡았던 봄꽃들은 지금도 앞다투어 피고 있고, 죽음을 옆에 두고 살았던 그분은 이제 그것과 일체가 되었다. 그리고 난 아직(?) 살아서 그분을 추억하고, 그분이 아끼던 그 봄꽃들을 바라보고 있다. 그분이 아낀 꽃들은 봄의 전령사였던 개나리, 목련, 그리고 진달래와 철쭉이었다.

지난번에 개나리로 가득한 응봉산 사진을 통해 우리나라는 "개나리 천국"이란 글을 썼었다. 사실상 개나리는 이의 학명 자체가 Forsithia Coreana이다. "한국 개나리"인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특산종인 걸 생각하면 그 말이 틀리지는 않는다고 하겠다.

 

특히 우리나라에만 유일하게 "하얀 개나리"가 있다. 그게 바로 천연기념물의 보호종인 "미선나무"이다. 영어로는 하얀 개나리 그대로 "White Forsithia"라 부른다. 역시 개나리를 특산종, 한반도 고유종으로 가진 우리나라다운 일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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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작가 고형모 교수께서 올해 초에 찍은 흰개나리(White Forsithia) "미선나무"이다. 정말 신기하고도 아름답다.

 

오늘 오후에 이봉조 대표님을 바이클로 일산점에서 만나기 위해 강북강변로와 자유로를 통해 일산에 왔는데 오는 길에 무수한 개나리꽃을 봤다. '아니 우리나라에 이렇게 많은 개나리가 있었나?' 새삼 이런 생각이 들 만큼 일산으로 향하는 50km 내내 노란 개나리꽃이 만발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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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rsithia Republic I 글을 쓸 때는 이처럼 강북강변로에서 보이는 응봉산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 없었다. 그래서 이 날 한 번 찍어봤다. 

 

운전하면서 사진을 찍는 건 좋은 습관이 아니다. 나도 그건 잘 안다. 하지만 응봉산이 멀리 보이는 강북강변로의 한 켠에 들어섰을 때 그 산을 사진으로 찍어 남기기로 했다.(지난번에 그 산의 아름다움에 놀라 사진을 찍으려다 실패했었기에...) 그 후에도 많은 개나리들이 보이기에 카메라를 넣어두기 전에 다시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길가에 개나리가 계속 보였다. 그처럼 새롭게 들어오는 수많은 개나리들이 신기해서 그걸 사진으로 찍어 남기기 시작했다. 그러다 그만 두기로 했다. 길가의 개나리는 너무 많았고, 그걸 다 찍기엔 위험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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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북강변로에서 멀리 보이는 응봉산의 개나리 동산. 이 사진을 잘 보면 응봉산정의 팔각정이 보인다. 산 아래 용비교도 보이고...

 

그래서 자유로에 들어섰을 때 차를 주차할 수 있는 길옆 공간이 보이기에 잠깐 차를 세웠다. 그리고 개나리를 아주 가까이에서 찍었다. 종꽃 모양의 꽃. 그래서 개나리는 "코리안 골든벨 트리"로 불리기도 한다. 꽃송이 하나하나를 보면 대단히 아름다운 종꽃인데 작은 이 꽃이 무더기로 다닥다닥 붙어있어서 꽃 자체의 형태를 기억하기엔 무리가 있다. 단지 노란 무더기의 꽃으로 무더기의 노란색으로 기억될 뿐이다. 꽃은 대단히 여리지만 속이 비어있는 나무줄기는 대단히 질기다. 아름다우면서 질긴 그 속성은 우리 한국인과 다를 바가 없다. 이런 자연속에서 살아온 민족이기에 자연이 우리를 그렇게 규정했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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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로가 시작된 곳의 한 주차 공간에 차를 세우고 바람에 흔들리는 개나리의 사진을 찍었다. 자세히 보면 길가의 개나리에는 자동차 배기개스에서 비롯된 무수한 미세 카본 검댕이들이 묻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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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전령사를 보면서 그걸 다음 해에 다시 볼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가슴아파한 당시 50세의 조병화 시인을 추억한다. 다행히 조 시인은 그 후에도 30번 이상 개나리를 보실 수 있었음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그런 추억과 함께 '난 이 꽃을 몇 번 더 볼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본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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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봉산을 지나 금호동 쪽을 지나는데 그 산도 개나리산이었다.(금호동이 아닐 수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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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남동 외인주택 단지 부근의 터널식 자동차 도로 옆에도 개나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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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나리와 같은 색깔의 노란차로 개나리 길을 달려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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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옆에 심을 수 없으니 축대 위 길옆에도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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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암동 부근의 길가에도 개나리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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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왼편의 반대편 도로 옆에도 개나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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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로에 들어서도 개나리는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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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 길옆에 차를 세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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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나리를 가까이에서 찍어보려고 차를 잠깐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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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로가 시작된 곳의 한 주차 공간에 차를 세우고 바람에 흔들리는 개나리의 사진을 찍었다. 자세히 보면 길가의 개나리에는 자동차 배기개스에서 비롯된 무수한 미세 카본 검댕이들이 묻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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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서 보면 노랗기만 했는데... 길가에 날아온 배기 가스에 섞인 카본 검댕이들이 엄청나게 꽃잎에 묻어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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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봄은 개나리꽃으로 뒤덮인 봄이다. 개나리 공화국, 개나리 천지의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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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달려간 바이클로 일산점 옆엔 또다른 봄의 전령사, 목련이 한창 꽃을 피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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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위의 목련꽃 사진 중 하나를 내 페이스북 타임라인의 배경 사진으로 올려놨다. 그리고 그 배경사진엔 아래의 설명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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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바이클로 일산점에 갔을 때 주변에 있던 목련꽃을 찍은 것이다. 목련은 꽃 만으로도 그늘이 만들어지는 흔치 않은 꽃이다. 

"아직도 겨울 풍경(스키 타는 사진)이에요?"하는 얘기를 들은 길에 목련꽃 사진을 올리는 것이다. 목련은 내 모교인 경희대의 교화이다. 경희대를 설립하신 고 조영식 총장님께서 목련을 좋아하셨기에 그 꽃을 교정에 많이 심으시기도 했다.

조 총장님은 효자였고 목련은 조 총장님이 가진 모친의 이미지였다. 그분의 생각은 가곡 목련화에 잘 표현되어 있다. 명곡 "가고파"의 작곡가 김동진 교수가 작곡한 그 노래의 가사는 조 총장님이 직접 쓰신 것이다.

 

목련화

 

김동진 작곡

조영식 작시

 

오오 내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희고 순결한 그대모습 봄에 온 가인과 같고

추운 겨울 헤치고 온 봄 길잡이 목련화는

새시대의 선구자요 배달의 얼이로다

오 내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오 내사랑 목련화 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처럼 순결하게 그대처럼 강인하게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나 아름답게 살아가리

오 내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사랑 목련화야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나 아름답게 살아가리라

 

오오 내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내일을 바라 보면서 하늘 보고 웃음 짓고

함께 피고 함께 지니 인생의 귀감이로다

그대 맑고 향긋한 향기 온누리 적시네

오 내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오 내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처럼 우아하게 그대처럼 향기롭게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나 값있게 살아가리

오 내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사랑 목련화야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나 값있게 살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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