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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어헤드 트래버스는 휘슬러와 블랙콤산을 말발굽 모양으로 잇는 믿을 수 없이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하는 북미에서 손꼽히는 백컨트리 스킹(Backcountry Skiing)의 명소입니다. 프랑스의 샤모니에서 스위스의 쩨르마트를 잇는 유럽의 유명한 "Haute Route(하우트 루트)"에 견줄만한 코스입니다. 13개의 빙하와 17개의 산을 넘어 이루어지는 이 트래버스는 백컨트리 스킹 경험이 풍부하고 강인한 체력을 갖춘 스키어들에게 적당합니다. 훈련된 전문가라면 하루에 코스를 끝낼 수도 있지만, 일반인들은 대개 2박 3일 일정으로 트래버스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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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트래버스의 길이는 루트에 따라 차이가 나겠지만 대략 35km ~40km 정도되며 전체 스키등반의 높이는 2,000m 정도입니다. 2,200m의 블랙콤 호스트만 헛에서 출발해 대개 2,200~2,600m의 높은 산에서 이루어지는 등반행위입니다. 트래버스 구간에선 아래의 산들을 지나치게 되는데 산의 어깨부분 정도를 돌아 넘어 가는 경우도 있고, 정상을 넘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1) Blackcomb Peak(2,436m)

2) Decker Mountain(2,421m)

3) Mt Trorey(2,461m)

4) Mt Pattison(2,483m)

5) Tremor Mountain(2,691m)

6) Shudder Mountain(2,671m)

7) Quiver Peak(2,676m)

8) The Ripsaw(2,643m)

9) Mt Macbeth(2,639m)

10) Mt Iago(2,506m)

11) Mt Fitzsimmons(2,603m)

12) Mt Benvelio(2,613m)

13) Overload Mountain(2,625m)

14) Fissile Peak(2,439m)

15) Cowboy Ridge (2,000m)

16) Oboe Summit(1,956m)

17) Flute Summit(2,01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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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트래버스가 처음 이루어진 것은 1964년으로 UBC 대학의 아웃도어 클럽 멤버들에 의해 9일만에 횡단을 마쳤답니다.. 물론 당시엔 리프트가 없어서 올라가는데만 하루가 소요되었다네요. 휘슬러와 블랙콤에 스키장이 오픈하고 리프트가 건설되면서 트래버스를 하는 백컨트리 스키어들도 점점 늘어나서 1984년 Brian Finnie, Brian Sheffield, Graham Underhill 이 최초로 하루만에 트래버스를 해냈습니다. 마침내 2007년엔 기네스북에도 오른 세계적인 초스피드 스키등반가 Greg hill에 의해 4시간만에 횡단이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트래버스는 대개 블랙콤에서 출발해 휘슬러로 내려오는 방향으로 이루어집니다. 이유는 휘슬러쪽이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에 지친 스키어들이 횡단의 마지막 부분에서 크게 기술적인 어려움없이 마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휘슬러쪽으로 넘어오면 Himmelsbach 라는 이름의 무인산장이 있고, Singing Pass 라는 등산로가 있어서 Oboe 와 Flute 을 올라가지 않고 바로 휘슬러 빌리지로 내려올 수 있는 코스가 있기 때문에, 시간상 혹은 체력상의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싱잉패스를 선택해 스키다운을 합니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저와 함께 스피어헤드 트래버스로 떠나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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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5일.

 

백컨트리 스킹에선 날씨가 가장 중요한 변수입니다. 화이트 아웃(White out)이 되면 크레바스가 보이지 않아 스키횡단은 훨씬 더 위험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침부터 날씨를 확인해 보았습니다. 그리 맑지는 않지만 아주 나쁜 편은 아닙니다. 그래서 오늘 출발하는 걸로 결정. 인원은 저와 Jerry(한국명 임유석) 입니다.

 

스키에 미쳐 스키 한 짝 달랑메고 캐나다 휘슬러로 이민 온 것이 2001년. 그 후 십여년을 살아오면서 수차례 스피어헤드 트래버스를 계획하였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어져 왔습니다. 하지만 몇년간 함께 지내며 스키실력, 체력, 경험, 팀웍을 맞춰 온 제뤼라면 한번 도전해 볼만 하다고 여겨 함께 의기투합하였습니다.

 

서둘러 준비해 보지만 블랙콤 리프트가 스프링 시즌엔 오전 10시에 오픈하는 바람에 블랙콤 정상의 호스트만 헛(Horstman Hut)에 도착한 시간은 11시 30분경. 간단한 점심(?)과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다 본격적으로 횡단을 출발한 시간은 12시.  

 

Showcase T-bar 가 오픈하지 않아서 호스트만 헛에서부터 긴 트래버스를 시작해 블랙콤 글레이셔로 넘어가는데 텐트와 침낭, 버너와 코펠, 로프 등이 담긴 배낭이 무거워 헉헉. 티바가 오픈했다면 룰루랄라~ 왔을 Blackcomb Glacier에 도착했는데도 이미 숨이 턱에 차오릅니다. 스키로 블랙콤 글레이셔를 옆으로 길게 횡단하면 드디어 백컨트리 코스가 시작되는 사인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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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컨트리 스킹에선 다양한 위험에 노출되므로 이와 관련된 눈사태 안전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위 표지판에선 반드시 알아야 할 열가지 사항이 나와 있습니다.

 

1) 로컬지역의 현재 눈사태 위험정도를 알려주는 게시판을 확인하셨나요?

2)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도와주세요.

3) 당신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 어디를 향해 가는지 알고 있나요?

4) 당신이 '어디로 가는지, 언제 돌아올 것인지'를 누군가에게 알려주었나요?

5) 눈사태 안전장비(shovel, probe, transceiver)를 갖추었나요?

6) 구조요청 장비(무전기, 셀폰 등)를 갖추었나요?

7) 당신 위나 아래에 있는 사람을 주의하세요.

8) 백컨트리 스킹, 눈사태 안전교육과 관련된 교육을 받으시고, 자주 훈련하시고, 전문가와 함께 다니세요.

9) 비박할 수 있는 지식과 장비를 갖추세요.

10)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선 안전을 최우선으로 선택을 하세요.

 

눈사태와 관련된 사고가 많기 때문에 트랜시버(Avalanche Transceiver) 또는 비컨(Avalanche Beacon)이라 불리는 눈사태시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고 상대방의 위치를 수색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착용해야 합니다. 이 장비를 착용하면 위 사진처럼 O 표시가 나타나고, 착용하지 않으면 X 가 들어옵니다.

 

이 곳 블랙콤 글레이셔에서 스키등반을 시작해 글레이셔의 정상까지 올라가면 리프트와 사람, 마을이 보이는 세상과는 온전히 동떨어진 대자연과 만나게 됩니다. 백컨트리 스킹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이 곳까지 한 시간 정도 걸리지만 이 아름다운 풍경만으로도 한 눈에 백컨트리 스킹과 사랑에 빠져 버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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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콤 글레이셔의 정상에서 스킹을 시작해 Circle Glacier 와  Decker Glacier를 통해 덱커마운틴 하단부까지 이동합니다. 당일 백컨트리 스킹시엔 배낭안에 물과 간단한 점심거리, 에너지 바 등이 전부이지만 이번엔 추운 산 위에서 하룻밤을 보내야하기 때문에 가져온 각종 장비들로 배낭의 무게가 만만치 않습니다. 아이 하나를 등 뒤에 업고 스킹을 한다고 생각하시면 되겠네요.

 

덱커마운틴 정상까지 스키등반을 할 수도 있지만 늦게 출발한 터라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중단부까지 스키등반을 해서 바로 Trorey Glacier로 넘어갔습니다. Mt Pattison(2,483m)은 경사가 상당히 급해서 오르는데 꽤 애를 먹었습니다. 눈이 충분하지 않을 때면 스키등반용 크렘폰(아이젠)을 사용해야 하는 경사가 아주 급한 구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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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상에 오르면 Tremor Glacier 로는 급사면 스킹을 즐길 수 있습니다. 홀 몸도 가누기 힘든데 무거운 배낭을 메고 깊은 파우더에서 스킹할려니 오르는 것 만큼이나 스킹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경사가 심하다 보니 안쪽 엉덩이가 눈에 닿는 느낌이 납니다. 평상시 같으면 멋지게 파우더 스킹을 즐길 수 있는 곳이었지만 조심스럽게 스킹을 하며 내려가야 했지요. 이 곳엔 패트롤이 없으니 안전스킹이 제일 중요합니다. 

 

 

트레머 글레이셔는 대단히 넓은 분지여서 마음을 포근하게 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설원(雪原)이라는 이미지에 딱 맞는 그런 곳이죠. 하지만 이 곳부터 스피어헤드 트래버스 구간의 17개 산 가운데 가장 높은 트레머산(2,691m)까지 긴 오르막이 남아 있습니다. 설원의 감동도 잠시 길고 긴 스키등반을 하며 힙겹게 무거운 배낭을 메고 올라가야 합니다.

 

오르는 중간 중간 시커멓게 입을 벌린 크레바스들이 보입니다. 지옥의 입구 같기도 한 크레바스를 이리저리 피해가며 올라야 하지요. Tremor 와 Shudder 두 산의 좁은 끌르와르를 힙겹게 치고 올라가면 나중엔 스키로 오를 수 없는 경사가 나와서 스키를 메고 올라가야 했습니다. 정상 부근에서 두 사람이 캠핑 준비를 합니다. 시간은 오후 다섯시경. 아직 해는 길지만 화이트 아웃 현상때문에 더이상 움직이지 않겠답니다. 한 사람이 열심히 설명을 하는데 꽤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걸로 봐서는 가이드와 손님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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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를 한 동 더 치기엔 너무 좁은 공간이어서 우리는 더 나아가기로 했습니다. 끌르와르의 정상을 넘어서 다시 스킹을 시작했는데 화이트 아웃으로 인해 방향을 잡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곳곳에 크레바스가 있으니 더욱 위험합니다. 스킹하다 멈춰서 시야가 좋아지길 기다리고, 시야가 좋아지면 다시 스킹을 하고,..... 그러다 적당한 캠핑장소를 찾았습니다. 바람이 들이치지 않는 사면의 안부에 텐트를 설치하니 어느덧 시간은 오후 여섯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해발 2,500m가 넘는 산 위의 밤은 춥기만하고 해가 길어 밖은 환하기만 합니다. 깊은 잠에 빠지기 힘들어 깜빡잠을 자다가 제뤼와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밖도 어두워지고 우리도 어느덧 잠에 빠져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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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6일.

 

다음날 아침 여섯시경 일어나니 하늘은 구름 한 점 볼 수 없는 파란 하늘입니다. 1박 2일을 예정하였는데 우리는 어제 삼분의 일만 이동하였으니 오늘 하루 갈 길이 먼 셈입니다. 아침은 커피와 빵으로 간단히 해치웠지만 얼어붙은 스키부츠를 녹이다 보니 텐트를 걷고 걸음을 떼기 시작한 시간은 7:30.

 

추위때문에 충분히 쉬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산 정상부터 서서히 우리를 향해 빛을 떨구는 아침햇살을 만끽하며 걷는 스키등반은 상쾌하기만 합니다. Quiver Peak(2,676m) 와  The Ripsaw(2,643m)를 지나니 Ripsaw Glacier가 나옵니다. 아름다운 산들을 향해 쭉 뻗어내린 멋진 경사면을 보니 신나게 스키 다운을 하고 싶은 마음은 가득하지만 갈 길이 멀다고 스스로를 재촉하며 짧은 스킹으로 만족하고 트래버스해 Naden Glacier로 들어섰습니다.

 

Ripsaw 에서 뻗어나온 암벽들이 길게 펼쳐져 있어 Naden Glacier로 들어서려면 길을 잘 찾아야 합니다. 예전에 와 본 곳이어서 쉽게 길을 찾아 들어설 수 있었습니다. Naden Glacier의 끝에 도착하니 건너편으로 장엄한 Fitzsimmons Range 가 펼쳐집니다. 휘슬러나 블랙콤의 정상에서 바라보면 멀리 그 침봉만을 보여줘 가히 범접키 어려운 곳이란 경외감을 들게 하는 산들입니다. 특히 넓고 길게 입을 벌린 크레바스들이 즐비해 더욱 두려움을 느끼게 만들던 산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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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만큼 멋진 스킹을 즐길 수 있는 곳들입니다. 발 아래 펼쳐진 Macbeth Glacier 만 해도 적당한 급경사가 길게 펼쳐져 있어 신나게 스킹을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신나게 스킹을 즐기며 내려와 Iago Glacier로 들어섰습니다. 건너편에서 바라볼 땐 크게 입벌린 크레바스들이 여기저기 있어서 대단히 위험해 보였지만 스키등반을 하는 과정에선 이리저리 피해가며 올라가기 때문에 생각보다는 두려움을 느끼지 못합니다.

 

Mt Iago(2,506m) 의 경사면을 힘들게 치고 올라가 정상 부근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으며 아름다운 코스트 산맥의 경치를 즐깁니다. 이런 경치를 바라보며 아무도 없는 천국같은 곳에서 먹는 샌드위치는 아무리 보잘것 없는 소스가 발려있더라도 백만장자들이 먹는 음식에 비할바가 아닙니다.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이런 곳에서 신들은 머무는가 봅니다. 하늘과 더욱 가까운 이 곳에서 세상의 하찮은 시름들을 먼지 털어내듯 털어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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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마치고 Diavolo Glacier로 들어섰습니다. Mt Fitzsimmons를 뒤로 돌아 스키를 타고 내려갔습니다. 지도를 잘못 읽는 바람에 올라가야 할 길을 지나쳐 Cheakamus Mountain 앞까지 다가갔습니다. 제가 사는 집의 도로명이 Cheakamus way 인데 이 이름때문인가 봅니다. 우연한 인연에 바로 체카무스 산을 마주하고는 길을 다시 되찾아 Angelo Peak, Diavolo Peak 를 지나쳐 Mt Benvolio(2,613m)와 Mt Fitzsimmons(2,603m)의 어깨를 타넘어 기존의 트래버스 코스로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마운트 핏시먼스는 스피어헤드 트래버스의 말발굽모양 가장 정점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그 밑으로 길게 뻗어나간 글레이셔를 Fitzsimmons Glacier 라 하고 그 빙하의 끝에서 시작된 개울을 Fitzsimmons Creek 이라 부릅니다. 이렇게 핏시먼스 글레이셔와 핏시먼스 크릭에 의해 휘슬러와 블랙콤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계곡이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그 위로는 세계 최장의 지지대 없는 픽투픽 곤돌라가 두 산을 연결하며 장엄한 경관을 연출하고 있지요. 휘슬러 빌리지에서 올라가는 4인승 췌어리프트의 이름이 Fitzsimmon인 이유입니다.

 

곧이어 Overload Mountain과 만나게 되는데 이 곳 또한 곳곳에 크레바스가 있고 절벽같은 급사면이 펼쳐집니다. 경사는 급하지만 눈이 잘 덮혀있어 신나게 스킹을 하고 내려가는데 경사가 점점 더 급해지는 탓에 밑에 무엇이 있는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랜 경험상 위험을 감지하고 옆으로 트래버스해서 안전한 곳으로 내려온 뒤에 확인해 보니 스킹을 계속해 똑바로 내려왔으면 하단부에서 삐죽히 솟아난 암벽들과 만나게 되는 정말 위험한 구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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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절벽같은 급사면에서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당연히 멈출 수가 없을테고 결국엔 그 바위 위로 굴러떨어질 수 밖에 없는 곳이었죠. 돌이켜보니 십년감수했네요. 아직도 소름이 쫘악 돋습니다. 역시 처음 가보는 곳에선 안전이 최우선이어야 함을 다시한번 절감하게 됩니다.  

 

Overload Glacier는 스피어헤드 트래버스 구간 중 가장 드넒은 곳입니다. 평지같은 설원을 한 시간 정도 올라가는 것이 꽤나 지겹고 힘들게 느껴집니다. 다행히 시야가 좋아서 크레바스를 잘 확인하며 이리저리 돌아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역시 설원에선 화이트 아웃이 가장 어려운 장애인 것 같습니다. 물론 더욱 무서운 것은 눈사태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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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ssile Peak를 뒤로 돌아 나오니 이제 눈이 익은 휘슬러의 산들이 보입니다. 완만한 산세를 보니 마음마저 푸근해집니다. 시간은 이미 오후 두 시가 넘었습니다. 바로 휘슬러 빌리지까지 내려가는 싱잉패스(Singing Pass)를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Himmelsbach Hut에 들려 점심을 먹고 쉬다가 뮤지컬 범프(Musical Bumps)를 거쳐 빌리지로 향할 것인지를 제뤼와 논의하였습니다.

 

제뤼는 어쩌면 그에겐 한번뿐일지도 모르는 스키횡단이니 제대로 경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두번째 안으로 선택하였습니다. 신나게 헛까지 스키를 타고 달려 내려갔습니다. 오버로드 글레이셔를 오르는 길이 워낙에 길어서 오랜만에 스킹을 하니 더욱 신나서 서로 환호성을 지르며 달려 내려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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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mmelsbach Hut

 

비씨주 산악 클럽에서 1968년에 만든 해발 1,885m의 Russet Lake 에 위치한 무인 산장입니다. 단지 바람만 막아주는 구조이므로 슬리핑 패드와 슬리핑 백이 필요하며 식사를 위해서는 스토브와 코펠이 필요합니다. 겨울엔 눈을 녹여 식수로 만들고, 여름엔 호수의 물을 정수하거나 끓여서 식수로 사용합니다. 8명이 정원이며 예약제가 아니므로 먼저 온 사람이 이용합니다.(first com, first serve)

 

 

히멜스바하 무인산장(Himmelsbach Hut)에 들려 라면을 끓여 먹고 방명록에 한글과 영어로 글도 남기며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Cowboy Ridge 로 3:30경 출발하였습니다. Cowboy Ridge에 올라 눈 앞에 펼쳐진 Musical Bumps를 보니 마음이 평화로워 집니다. 그동안 올랐던 산들에 비해 동산처럼 낮고 나무들이 곳곳에 있어 푸근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Oboe, Flute, Piccolo를 일컬어 '뮤지컬 범프'라 하는데 이런 기분좋은 느낌때문인가 봅니다.

 

하지만 완만한 구릉처럼 느껴지는 산일지라도 역시 오르막은 힘든 법. 힘들게 Flute의 정상에 서니 이제 모든 트래버스가 끝났다는 성취의 느낌이 뿌듯하게 가슴에 자리잡습니다.

 

이틀간에 걸쳐 무거운 배낭을 메고, 17시간을 스키를 신고 걸어야 했던 힘겨운 스피어헤드 트래버스.

인간의 숨결을 거부하는 저 높은 산. 신들만의 세계. 그 아름다움을 홀린듯 만끽할 수 있었던 아름다운 스피어헤드 트래버스.

오랜 시간을 꿈꾸어 왔고 마침내 이루어냈습니다.

꿈을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거북이는 반드시 꿈을 이루어냅니다.

쉬지 않고 걸으니까요...... 자신의 꿈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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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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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일중 2017.09.20 14:34

    중간 중간에 산장이 생긴다고 하니 이제 조금 쉽게 갈 수 있겠군요.

  • ?
    정우찬 2017.09.21 13:08

    윤일중 선생님~ 건강하시죠?^^ 네. 2018년 완공으로 알고 있으니 올 겨울 말고 다음 시즌부터는 훨씬 쉽고 안전하게 백컨트리 스킹을 즐길 수 있을 겁니다. 

  • ?
    도현진 2017.10.16 17:59

    정말 꼭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코스네요. 캬~ ^_^*

  • ?
    정우찬 2017.10.18 15:42

    도현진 선생님, 휘슬러에서 개발 프로젝트가 끝나고 난 뒤에 한 번 시도해 보세요. 훨씬 더 안전하게 멋진 경험하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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