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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후기
2005.10.13 00:26

지난 가을 여행의 추억

조회 수 3043 좋아요 405 댓글 7
지난 주말에 디스크에 있는 사진들을 정리했습니다.
디카를 구입한지 3년쯤 된 것 같은데, 그동안 찍은 사진의 양을 보니 엄청나군요. 디카 사기 전에 살아오면서 찍었던 필카사진보다 수십 곱절 되는 것 같습니다. 디카 시대가 도래한 후 바뀐 생활양식을 몸소 체험하고 있는 것이지요.^^

게중에 개인적으로 인상 깊은 사진들이 있더군요. 작년 이맘 때쯤 대하축제가 열린 기간에 두 가족이 모여 1박2일로 안면도 투어를 떠났는데 그때 찍은 사진들이었습니다. 드라이브를 하면서 해수욕장들을 하나씩 관광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중에서도 안면해수욕장과 두여해수욕장이 멋지더군요. 특히 석양에 빛나는 서해바다 풍경은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한창 디카에 빠져 있을 때라 열심히 찍은 것 같아요.^^;
쭉 나열해 봅니다. 허접하더라도 이해해 주시길……




안면해수욕장입니다. 두여해수욕장과 연결되어 해안선이 아주 길고 광활합니다. 특히 모래가 아주 고왔습니다. 색깔은 약간 거뭇했지만 갯벌처럼 찐득거리지 않고 단단하더군요. 해안가 뒤쪽으로는 해송 숲이 길게 자리를 잡고 있었고 모래 유실을 막기 위해 콘크리트 뚝방이 아닌 목책으로 설치해서 환경 친화적이면서도 자연스런 운치가 있었습니다.




시간은 석양이 질 무렵. 하루 일을 끝낸 해님이 퇴근하기 전에 살짝 구름 뒤에서 쉬고 있었지요.^^ 그 둘레로 퍼진 황금 빛이 바다와 모래, 그리고 사람들을 그렇게 물들였습니다. 그 광경을 사진에 담느라 아내와 아이가 저만치 걸어가는 걸 몰랐습니다. 아마도 그들도 황금 풍경에 도취되어 홀리듯 걸어갔을 겁니다.






아내와 아들녀석 뒤로 갈매기들이 석양에 비상을 하며 마중하고 있군요.






아들놈이 차에 있던 옷걸이를 들고 나와 모래펄에서 장난을 합니다. 뭐든 신기하고 장난감이 되는 때이지요. 우리 내외도 아름다운 자연 속에 동화가 되었지요.




산책을 하는 모자(母子)
“엄마, 같이 가요.”




하지만, 엄마는 자연 속의 어린 아이가 되어 잠시 아들을 잊고 따뜻한 바닷물을 느껴봅니다.




이내 다시 찾아온 모성애.
멀리 먹이를 물고 둥지로 날아가는 어미 갈매기의 마음처럼, 엄마는 두 팔을 넓게 벌려 아들을 품으려 합니다.
“아들아, 이리 오렴.”




다정스럽게 모자가 나를 향해 걸어 옵니다.




장난스런 아들녀석. 그새 또 한눈을 파는군요.^^ 녀석도 황홀한 석양의 풍경에 매료되어 홀린 듯 바다로 나갑니다. 나무 조각배를 들고 바다를 항해하려는 것 같습니다.




같이 동행한 가족의 딸아이가 우리 모두를 부르는군요.
“여기 뭐 있는 거 같아요.”




두 가족이 서로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뭔가를 열심히 보면서 궁시렁댑니다. 모두 동심의 세계로……




저와 아내, 그리고 아들. 이렇게 셋이 모였습니다.
“사진 잘 찍어 주세요. 자연스럽게… 잘 부탁해요.^^”






모처럼 집사람과 분위기 잡으면서 순정무비를 찍고 있는데, 아들놈이 방해를 하는군요.^^




아름다운 석양




아이가 그날의 추억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을까요?




기억을 못해도 우리 내외의 가슴에는 항상 아이의 기억이 살아있을 것입니다. 언젠가 녀석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성숙하게 느낄 때쯤이면 이날 우리의 기억을 사랑스럽고 경이롭게 받아들일 수 있겠지요. 그런 희망을 갖고 삽니다.



아들 녀석이 앉았다 일어났다 하며 조각배를 연신 바다로 내보내려고 합니다.
저 멀리 해님을 향해 바다로 항해하고 싶은, 그것을 잡고 싶은, 그리고 모든 세상이 도화지의 그림처럼 잡힐 만큼의 동심이 보입니다.



그런데 자꾸만 해님이 숨으려고 그러네요.^^




그 숨는 모습이 너무 멋져 그냥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아들아, 뭐 하니.”
아이를 보는 엄마의 마음은 항상 뿌듯하고, 안쓰럽고, 세상을 다 안은 기분이겠지요.




저기 갈매기 모자가 다정스럽게 날아가는 것이 보입니다.




엄마도 떨어지는 석양에 도취되어 물끄러미 바다를 한동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





배경 음악이 없어서 아쉽군요.^^
요즘 저작권 땜시 올리고 싶어도 겁이 나서 못 올리겠어요.-_- 음악이 있으면 더 감상적일 텐데……^^;
Christopher Cross의 “Sailing”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孟水.

Comment '7'
  • ?
    _유인철_ 2005.10.13 01:53
    가히~ 모델들이나 사진이나 작품수준입니다.
    한편의 스토리가 자연스레 나오네요. ^^
    가을바다의 석양을 참 아름답게도 담으셨습니다.

    저도 지난 여름에 안면해수욕장에 여동생네 식구들과 같이 갔었는데, 위의 느낌과는 다르기는 하지만 좋은 곳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기대를 별로 하지 않았었는데, 동해에 비해 아이들과 같이 물놀이 하기엔 그만이더군요.



    사진도 허접하긴 하지만, 분위기 자체가 다르지요? 그래도 8월초 peak때 임을 감안하면 다른곳에 비해 크게 붐비지는 않는 곳이었습니다.
    사진 오른쪽으로 희미한 섬이 보이는 것을 보니 맹선생님이 사진찍은 위치는 해수욕장에서 오른쪽으로 좀 더 이동한 곳 같네요.



    맹선생님 말씀대로 보기드문 사질(沙質)이었습니다. (꼭 스키장 설질 얘기하는 듯 하군요.. -_-)
    곱디 고운모래라 딸내미 모래케익 만드는데도 그만이었죠~ ^^

    한가지 운이 좋았던 것은 ,
    그당시 상하이쪽으로 상륙한 태풍의 영향 때문에 파도가 셌다는 것입니다.
    서해안, 그리 자주 가본편은 아니었지만, 서해의 해안에서 1m 가 넘는 파도가 치는 것을 본것은 처음이었습니다.
    특성상 수심이 서서히 깊어지는 서해이기에 해변에서 꽤 떨어진 곳까지 튜브갖고 파도가 되기전의 너울을 즐기기엔 좋은 여건이었죠.



    같은 곳에서 사진을 찍고도 그 허접함이 고스란히 드러나보여 쪽팔림을 금할길이 없습니다. ㅜ.ㅡ

    석양을 배경으로 한 평화로운 가족 풍경에 어째 고춧가루를 뿌리게 된 것 같아 죄송하지만,
    같은 곳에서 찍은 것이라기에 반가운 마음에 해수욕장 홍보(?)차 올려보았습니다. ^^;;


  • ?
    맹준성 2005.10.13 08:52
    쪽팔리시다뇨. 별말씀을...^^ 사진 멋집니다. 정말 서해안인데도 동해안 버금가게 파도가 높아 보이는군요. 모래가 촉감이 부드럽죠. 정말 사질이 독특하고 좋습니다. 즐거운 추억을 담아오셨네요.^^
  • ?
    정영훈 2005.10.13 14:32
    와~ 사진 정말 멋지게 잘 찍으셨습니다. 작품성이 짙은 사진 같습니다. ^^; 카메라도 좋아보이고... 흐~ 지난시즌 끝나고 한동안 이곳을 잊고 지내다가 9월 들어서면서부터 다시 찾게 되었는데, 이제는 매일매일 들러서 글들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동영상란에 있는 초등학생들 스키타는 모습을 보고 '헛... 나도 결혼해서 저런 아이들을 가지고 싶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맹준성님의 사진을 보니 '나도 결혼해서 아내를 가지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만큼 보기 좋다는 말입니다. 솔직히 아름답습니다. 가족을 이루며 살아간다는 것... 인간에겐 필연적인 짓(?)이라는게 시간이 갈 수록 크게 느껴지네요... 아무튼 아름다운 사진 잘 보았습니다. ^^;
  • ?
    맹준성 2005.10.13 18:14
    호평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기는 그냥 평범한 똑딱이고요. 그래서 화질이나 선명도가 좀 떨어집니다. 사실 올해 들어 지름신이 저에게도 강림하사 교통 하고 싶은데 여러 가지 여건이 받쳐주지 않는군요.(정말 간절히 바라옵나이다. DSLR로 업글되기를…ㅜㅜ)
    더블어 사는 데 있어 가장 기초적인 것이 가족이라 봅니다. 근데 사실 티격태격도 많이해요.^^; 예전의 싱글시대가 부러울 때도 있답니다. 지나고 나면 다 인연과 업보이지요.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
    최성복 2005.10.14 05:21
    이것 또한 예술이군요.
    이 사진도 마징가(MZ-2)를 사용한 것인지요?
    지름신이 오시더라도
    평소의 내공으로 보면 “하이엔드”만을 가지고도 DSLR 이상의 작품이 충분할 것 같습니다.

    늘 그러신것처럼
    이번 사진도 역시 인물을 실루엣 으로 처리하셨군요



    PS: 그러고 보니 갑자기 시루엣이 궁금해서

    silhouette

    하나의 색조만을 사용해 만든 이미지나 도안, 또는 물체의 윤곽이나 윤곽이 뚜렸한 그림자


    실루엣이라는 것은 원래 예전에는 전혀 다른 뜻이었네요.18세기쯤 프랑스의 에티엔 드 실루엣이라는 재무장관이 있었는데요.

    그 사람이 엷은 색 종이 위에 검은 종이를 옆모습처럼 잘라 붙여 만든 초상화를 상당히 좋아했답니다.
    (왜냐? 그 재무장관이 엄청 쫀쫀한 인색쟁이인데, 그런 초상화는 당시의 초상화보다 상당히 가격이 저렴했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그 사람의 이름을 따서 그런 초상화의 총칭을 '실루엣'이라고 했으며,
    그것이 그 후에 모든 사물의 외곽선을 지칭하는 단어가 되었고,
    현재는 인물, 또는 사물을 대충 나타낸 그림을 가리키게 되었다고 합니다.
    패션용어에서는 복장의 세부적인 부분의 디자인을 제외한 윤곽 또는 외형을 의미하게 되었구요.
  • ?
    맹준성 2005.10.14 12:32
    네. 마징가입니다.^^ 이거 하나 밖에 없습니다. 3년간 똑딱이만 찍다가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심도부족인 것 같아요.^^; 후보정이 거의 필요 없기에 아직 머리 아플 일은 없지만, 주제 넘게 그림의 원근법 같은 것을 리얼하게 구현하고 싶은데 그게 참 어렵네요. 사실 본 글을 고형모 교수님의 사진컬럼란에 올려 전문가들로부터 매를 많이 맞으려고 그랬는데(^^;), 적당한 카테고리가 없더군요. “출사”라는 카데고리가 하나 생기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실루엣이 그런 뜻이로군요. 값이 싸서 개발 됐다는 야사가 흥미롭습니다.^^;
    또 재밌는 정보 주셔서 감사합니다.^^
  • ?
    박순백 2005.10.14 13:23
    [맹준선 선생님] "고형모의 사진 칼럼" 중 카테고리의 하나인 [cRITIQUE]가 바로 사진 비평 카테고리입니다.^^

    그 카테고리로 올려 놓으면 됩니다.
    제가 이걸 그리로 하나 복사해 놓겠습니다.
    카테고리를 [cRITIQUE]로 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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